〈 466화 〉 466화 작은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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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또 드문 일이라 할 수가 있어 석진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뭘 들었기에 니 녀석이 그런 말을 하는거야?”
“듣고 놀라지나 마라.”
다시 담배 한 모금을 폐 깊숙이 흡입하며 빨아 니코틴을 충족한 강찬이 낮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서민준이라는 그 녀석... 알고보니까 보통의 일반 사업가가 아니라더라.”
표정이 상당히 심각하고 진지한 게 뭔가 엄청난 소식을 알고 온 놈 같은 표정이었다.
“일반적인 사업가가 아니라고?”
“그렇다니까. 그 후에 내가 뭘 알아냈기에 그러냐고 하니까 흥신소 사장에게서 나오는 얘기가 참 가관이었어.”
“무슨 얘긴데?”
일반적인 사업가가 아니면 대체 뭐하는 녀석이란 말인걸까.
“자식... 확실히 너도 궁금하긴 하나보네?”
그러자 농을 던지며 장난스레 웃는다.
“장난치지 말고 네가 진지빠는 이유를 빨리 말 해봐.”
재떨이에 타들어간 심지를 털어낸 후 강찬이 다시 한 모금 빨고 난 뒤에야 말을 이었다.
“서민준 그놈... 알고보니까 조폭이라더라.”
그리고 이어진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
순간 석진은 지금 자신이 뭔가 잘 못 들었나 싶어 저도 모르게 반문을 했다.
“조폭이라고 그 자식.”
“조폭? 지금 네 말은 서민준이 그 남자가 건달이라는 말이야?”
“그렇다니까.”
순간 저도 모르게 입을 반쯤 벌리고 바라보는 석진의 얼굴에 강찬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너도 놀랐지?”
그 말에 다시 정신을 차린 석진이 바로 대답을 했다.
“잘 못 들은 거 아니야?”
조폭이라는 말이 도저히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자 못 들은 게 아니라 그자식 정말로 조폭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얘기하는 거 듣고 바로 알아봤는데 정말로 서민준이라는 놈이 유명한 조직에 몸담고 있더라니까?”
“조직도 알아냈어?”
“알아내는 거야 어렵지 않더라. 이미 그 쪽 바닥에서는 아주 유명한 인물이니까.”
“어떤 조직인데.”
“듣고 놀라 자빠지지나 마라.”
“알았으니까. 빨리 말 해봐.”
재촉하는 석진을 향해 강찬이 진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일성회.”
“일성회?”
“너도 들어는 봤냐? 조직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한 번쯤은 들어 봤을 텐데.”
“조직에는 관심이 없지만 뉴스를 통해 들어는 봤지.”
야마구찌회의 일을 통해 티비에서 말하는 그 이름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는 석진이었다.
하지만 그쪽으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그여서 신경을 쓰지 않아 그저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이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강찬이 다시 얘기를 마저 풀었다.
“일성회라는 조직 말이야. 그쪽 바닥에선 이미 최고의 갑이더라.”
“어떤 면에서?”
“어떤 면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그쪽 세계에서는 넘볼 수도 없는 최고야. 원래 부터도 서울 경기 일대를 잡고 있는 그런 큰 조직이었는데 작년에 전국을 장악했다는 거야.”
“전국을?”
“아 그렇다니까. 그런데 그 서민준이라는 그 놈이 그 일성회에 몸담고 있는데 그냥 잘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이거야 이거.”
말을 하다가 중간에 새끼손가락을 까딱 거리는 모습에 석진이 눈을 깜빡였다.
대답 없이 보고만 있자 강찬이 바로 답을 알려주었다.
“후계자라고.”
그제야 알아 들은 석진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충격을 받은 듯 잠시 동안 멍하니 있는 석진을 두고 강찬이 마저 한 모금 다 빨고 짧아진 담배 꽁초를 재떨이에 비벼껐다.
“그 말... 사실이야?”
약간 긴장 한 듯 한 목소리가 석진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내가 거짓말을 하겠어? 다 사실이다.”
재차 확인을 시켜주듯 강찬은 석진을 향해 자신이 한 말이 사실임을 알려주었다.
‘조직의 후계자라니...?’
강찬이 그 남자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것도 생각지 못 한 일이었다.
또 주식과 관련 된 얘기를 하려는 줄 알고 그랬던 것이다.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갔는데 뜻 밖에도 자신이 관심을 끄는 남자에 대해서 얘기가 나왔다.
헌데 이어서 나온 얘기는 더 가관이었다.
일반적인 사업가가 아니라 조직의 보스에 오를 후계자이며 그 조직이 그 쪽 세계를 평정하고 정상에 올라서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 믿기지 않는 얘기에 석진은 순간 멍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정지나가 함게 들어오는 걸 보고 다른 내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이건 제대로 둔기로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은 쇼킹한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조폭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않은 내력이지 않은가.
생각지도 못한 녀석의 내력이었다.
“너 많이 충격받은 것 같다?”
자신의 잔에 맥주를 가득 딸은 강찬이 멍하니 앉아 있는 석진을 향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서민준이라는 남자에게 흥미가 많았나 보지?”
“아니 그냥...”
“전에 어디에서 만난 적이라도 있어?”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 강찬이 실토해 보라는 듯 처다보았다.
흥미가 있어도 이렇게 관심을 드러낼 정도면 뭔가 일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 내막에 대해서 강찬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호텔에서 나오다가 한 번 마주 친적이 있어.”
“호텔?”
역시라는 생각과 함께 강찬이 다시 말을 이었다.
“마주 쳐서 조용히 지나갔으면 네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 아니야. 무슨 일이 있었는데?”
“별거 아니야.”
“그래도 한 번 들어보자. 얘기 해봐.”
입맛을 다신 석진이 강찬에게 그날 있었던 얘기를 해주었다.
석진이 해주는 얘기를 가만히 맥주를 마시며 전부 들은 강찬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니까... 예쁘게 생긴 백인 여자에게 접근을 했는데 아우디 차량 한 대가 나타났고 거기서 내린 남자가 서민준이라는 그 놈이다?”
“그렇지.”
“네 앞에서 이번엔 조용히 넘어가 주겠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네?”
어떻게 보면 망신일 수도 있는 얘기여서 이번엔 대답을 하지 않고 잔을 들어 맥주만 마셨다.
“그런데 그 조수석에서 내린 여자가 그렇게 예뻐?”
“예쁜 정도가 아니라 완전 천사야 천사.”
“세린이 보다 더 예뻐?”
“예쁘다.”
“에이... 과장이 심한 거아니야.”
도저히 놈이 하는 말이 믿어지지가 않는 강찬이었다.
“네가 봐도 나처럼 그럴 걸? 진짜 예쁘다니까?”
석진이 이렇게 강조하듯 말하자 강찬이 이번엔 그럴리 없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진짜 예쁜가 보네.”
“아 그렇다니까.”
“가만... 그렇다면 지나까지 합하면 와... 그 자식 능력 좋다?”
감탄사를 내뱉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지는 않았지만 사실이었으니 뭐라고 대답을 하지 못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석진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정석환 회장이 두 사람이 만나는 걸 허락해줬나?’
자신의 딸이 조폭이랑 만나는데 그걸 과연 허락해 주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연회장에서 보았을 때 민우 또한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렇다면 아버지인 정석환 회장 또한 알고 있다는 소린데 참으로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무슨 생각인거지.’
만약 정말로 알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기에 만나게 해주었는지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딸이 조폭과 만난다는 사회에 소문이 나기라도 하면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능력이 된다고 해도 쉽게 허락해 줄 수가 없는 만남이었다.
‘그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는 건가.’
연회장에 직접 그렇게 찾아와서 다른 이들에게 내보였다는 건 그것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고 봐도 되었다.
그렇다면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인데 그게 무엇일까.
‘도대체 뭐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정석환 회장이었으면 딸을 조폭과 만나게 놔두었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조폭도 아니고 일성회였다.
아무리 사업을 한다고 해도, 국내 최대조직의 후계자라는 이와 만난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기에 얼굴이 그렇게 진지하냐?”
강찬은 깊은 사념에 잠겨 있는 석진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만약에 정석환 회장이라면 딸을 조폭과 만나게 놔둘 수 있어?”
“그 생각 하고 있었던 거야?”
싱겁다는 듯 바라보는 강찬을 향해 석진이 다시 물음을 던졌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봐. 허락 할 수 있어?”
“허락하기 쉽지 않지.”
“그렇지?”
당연한 대답이었다.
“당연하지. 소문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거야. 정석환 회장뿐만이 아니라 정민우 전무 또한 그 상황을 보면 알고 있는 것 같던데.”
“크게 신경 쓰지 않나보지.”
별걸 다 깊이 생각한다는 듯 처다 보는 강찬의 시선에 석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넌 궁금하지도 않아?”
“궁금하긴 하지. 하지만 알아내서 뭐하게?”
“됐다... 말을 말자.”
강찬의 이런 대답에 기운이 다 빠지는 석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