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3화 〉 463화 작은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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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 지나 언니 그 사람 좋아하고 있는 게 분명해.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당당히 팔짱을 끼더라니까?”
“어머, 어머! 진짜?”
“그런 대선 소문이 바로 퍼질 텐 데?”
“대담한 여자네? 그 지나라는 언니.”
그런 자리에서 대놓고 팔짱을 꼈다니.
평범한 사이라면 절대 그럴 수가 없는 일이다.
“원래 그 언니가 좀 유별난 구석이 있어. 아무튼 그때 민우 오빠가 나타났고 하는 얘기 들어보니까 사귀는 건지 확신은 안 드는데 보통 사이가 아닌 것만은 확실해 보여.”
그 후로도 리나는 거기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세 아가씨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재밌는 동화를 듣는 아이들처럼 이런 저런 반응을 보이는 그녀들의 모습만 보면, 대세 아이돌이라고해도 관심 있는 얘기를 나누며 손뼉을 치던지 같이 공감을 하든, 그런 반응을 보이는 여느 젊은 여자애들과 다를 바가 없는 발랄한 아가씨들이었다.
그렇게 한 참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샤워실의 문이 열리며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세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언니왔네?”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멤버들을 보던 세린의 눈에 리나가 들어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머리를 닦으면서 걸음을 옮겨 다가간 세린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멤버들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얘기를 하기에 그렇게 재미나게 떠들고 있어?”
“언니 연회장에서 있었던 얘기 듣고 있어.”
“너도 여기 같이 앉아서 들어.”
“머리 말려야 하는데...”
“수건으로 대충 닦아.”
희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린의 팔을 잡아 끌고는 옆에 앉혔다.
“무슨 재미난 얘기기에 그러는 거야?”
억지로 옆에 앉히는 희라의 행동에 세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연회장에 간 것은 당연히 세린도 알고 있지만 그 얘기가 저렇게 재미가 있을까 싶은 것이다.
“연회장 얘기이긴 한데 거기서 괜찮은 남자를 언니가 발견했데.”
“괜찮은 남자?”
“응~!”
“완빈에게 안 꿀리는 외모래.”
“정말?”
완빈이라는 말에 세린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잘생긴 연예인이라면 꼭 빠지지 않는 남자가 바로 완빈이었기 때문이다.
조각같은 외모, 신이 내린 외모 등 온갖 찬사를 다 받고 있는 남자 연예인 중에 한 명이었기에 세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완빈에 비견되는 남자라니 당연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잘 생겼어?”
“리나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니까?”
이번엔 제이니가 나서며 희라의 말을 거들어 주었다.
“언니가?”
그 말에 세린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알기로 리나는 웬만한 잘 생긴 남자 아니면 잘생겼다는 말은 아예 꺼내지도 않기 때문이었다.
장난으로 눈높이를 좀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종종 말하곤 했는데 그런 리나가 완빈을 비교하며 저렇게 말했다니 세린으로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를 듣고 있었구나?”
“당연하지.”
“궁금하잖아.
그렇게 시작 된 리나는 다시 그 남자에대해서 얘기를 해주었다.
중간에 듣게 된 세린은 앞서 어떻게 얘기가 진행 됐는지 몰라 중간 중간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새벽이 되었는데 유진이 뭔가 상상하는 듯 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성공한 사업가에다 모험심도 있고 최고 재벌가의 딸 까지 마음을 빼앗았단 말이지?”
“언니 말대로 그 정도면 자신감 가질 만 하네~”
“세상에 그렇게 완벽한 남자가 있나?”
재력이면 재력, 능력이면 능력, 거기다 외모까지 타고났으니 이건 말 그대로 최고의 남자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 말이었다.
“그 사람 이름이 뭐야?”
“맞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안 물어보고 있었네?”
“서민준이래.”
“서민준?”
“응.”
고개를 끄덕이는 리나의 말에 다시금 그 이름을 되새기는 희라.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한 번 보고싶다.”
“인상착의 말해봐.”
“인상착의?”
“대략 어떻게 생겼는지...”
“어려울 건 없지.”
리나는 궁금해 하는 이만석의 얼굴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날카로운 눈매나 시원하게 뻗어 있는 콧날, 그리고 갸름한 턱선에 전체적으로 호남형의 인상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던 것이다.
가만히 그 얘기를 들으며 상상하고 있던 세린은 문득 한 남자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상하다? 왜 갑자기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 걸까.’
처음엔 상상을 한 다는 것이 전에 백화점에서 만났던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올라 속으로 웃음을 지었던 세린이었지만 다시 리나가 말해준 대로 생각을 해보려 해도 역시나 떠오르는 것은 그 얼굴이었다.
‘리나 언니가 말하는 생김새가 많이 닮았는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리나가 말하는 남자와 자신이 좋아하게 된 그 남자의 얼굴이 상당히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 사람 역시도 정말 훈남에다 잘생겼었다.
‘혹시?’
문득 이상함을 느낀 세린이 리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언니, 그 사람 혹시 키 커?”
“응, 한 185는 넘어가 보이던데.”
“목소리 톤이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하지 않아? 뭔가 절제된 듯한.”
“어, 맞아. 어떻게 알았어?”
“한 가지만 더 물어 볼게. 오른팔에 금팔찌 끼고 있었어?”
“금팔찌?”
잠시 이만석에 대해서 떠올려 보던 리나가 어렴풋이 착용 하고 있던 것을 보았던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것 같아.”
순간 세린은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 사람이야.’
리나가 말한 그 사람이 백화점에서 만났던 이만석이라는 것에 확신이 느껴졌던 것이다.
“왜 그래?”
세린의 그런 반응에 희라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아무것도 아니야.”
웃음을 지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 무마한 세린이 다시 계속 얘기해 보라는 듯 바라보았다.
잠시 동안 그런 세린을 바라보던 리나가 마저 이어서 얘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모든 얘기가 끝났을 때 약 10여분이 흐른 뒤였다.
“그럼 나 이제 샤워하러 가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난 리나가 속옷과 옷가지를 챙기러 향했고 나머지 멤버들도 하나 둘 정리를 했다.
“그 남자 실제로 한 번 보고 싶다.”
“그러게...”
“언니 말만 들으면 괜찮은 남자 같은데.”
리나가 해주었던 이만석에 관한 것을 떠올리며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나 그럼 머리 말리러 가볼게.”
아직도 머리는 축축한 상황이었으니 헤어드라이기로 말려야했다.
“그래~”
2층으로 올라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세린이 화장대 앞에 앉아 헤어드라이기 코드를 꼽고 강으로 틀어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위이잉~!
바람이 나오는 소리와 함께 긴 머리를 말리던 세린은 문득 다시금 이만석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사람 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
참으로 기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몰라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이만석이 조직에 몸 담고 있다고 말을 했던지라 혹시라도 찾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멤버들에게 피해가 갈 까봐 걱정도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속으로만 생각을 하며 한 번씩 떠올리기만 했는데 설마하니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 남자가 등장 할 줄은 몰랐다.
“정말 맞을까?”
하지만 문득 닮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린이 알기로 이만석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리나가 갔던 그곳은 어디던가. 바로 굴지의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세진그룹의 정석환 회장의 아들인 정민우 전무의 축하 연회장소였다.
그런 곳에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갈 이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정석환 회장의 딸이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과 만날 것 같지도 않았다.
잘 못 하다 소문이 나기라도 하면 회사 이미지가 안 좋게 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설사 맞다고 해도 소문이 돌고 도는 그런 곳에 그렇게 당당히 자신을 밝히며 갈 것 같지도 않았다.
지나라는 여자가 대놓고 팔짱도 꼈다고 하지 않던가.
‘아닐 거야.’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었던 마음이 다시 천천히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보니 그 사람이 정말로 거기에 갔을 리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 자리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혹여나 조직에 몸담고 있는 것까지 알려지면 낭패다.
“휴~ 바보같이.”
이런 모습이 다른 멤버들이 알기라도 하다간 대번에 놀림거리가 하나 추가 될게 분명했다.
물론 정말로 그런 것이 아니라 장난 식으로 그러는 거겠지만 그래도 아직 남자친구 한 번 사귀어 본적이 없는 그녀여서 무안했던 것이다.
‘그래도 리나 언니가 비밀을 잘 지켜주고 있네.’
뭣 하면 직접 그 사람 찾아보겠다고 했던 게 리나였다.
하지만 멤버들에게 혹시나 피해가 갈 까봐 세린은 그러지 말라고 만류를 했었다.
속으로는 당장에 그래주면 좋겠지만 그건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똑똑~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노크 소리가 그쯤에 작게 들려와 상념을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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