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1화 〉 461화 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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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시작 된 연회는 그렇게 늦은 자정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생각지도 못한 이의 등장으로 술렁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차츰 다시 연회의 분위기를 찾아갔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민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연회인 만큼 당연히 그에게 몰려드는 이들이 많았다.
생일의 주인공인 만큼 더 시선을 받고 관심을 받는건 당연한 일이다.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민우는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연회가 막바지에 다 달았을 때 민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포부도 보여 주고 앞으로 뉴스에서도 나욌던 대로 진행한 바이오산업이나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을 위한 증축공사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드러내며 그의 얘기에 집중을 했다.
차기 세진그룹을 이끌어갈 오너로 유력시 되는 상황이었으니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저 흘러들을 만한 얘기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에서 선두로 달리는 기업이 세진이었으니 어쪄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당연히 잘 보이려거나 인맥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자리에서 안면을 트고 가까워지는 기회로 잡는 것이다.
이 자리를 그저 연회로써 흘러보낸다면 그거야 말로 바보같은 행동이라 할 수가있었다.
연회의 막바지에 가서야 자신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에 그나마 위안을 느끼는 민우였다.
유치하게 이런 걸로 질투한다 싶지만 그 상대가 이만석이라서 더욱 그러했다.
겉으로는 치고 박고 싸운다고 해도 다른 여자들도 있으면서 여동생을 낚아 채간 이만석이 신경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하란이에 이어 차이링을 보고 이만석에게 질투를 느낀 것이라 보는 게 옮았다.
남자라면 당연히 이쁜 여자에 욕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렇게 매력적인 여자들을 놔두고 자신의 여동생 까지 꽤 찼다는 것이 좀생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질투가 났던 것이다.
이만석과 지나의 배웅을 나선 민우가 입맛을 다시며 바라보았다.
“오빠 때문에 나 민준씨에게 매달리는 여자로 비춰졌잖아.”
“그러게 왜 대놓고 팔짱을 껴?”
“그건 내 마음이지.”
“연기 잘 하던데.”
“연기라니... 내 진심을 담아서 한 거구만. 가만, 아니네... 그게 또 말을 지어낸 거니 연기라고 해도 되겠어. 그건 그렇고 무슨 생각으로 응해준 거야?”
민우가 자신의 돌발 행동에 응해준 이만석의 생각에 대해서 바로 물어보았다.
기분 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이상하게 대답하기는 좀 그랬겠지만 그래도 내심 궁금하긴 했던 것이다.
어디 한 번 들어나보자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민우의 얼굴에 이만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재밌잖아.”
“뭐?”
“뭐에요?”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이만석의 말에 민우는 물론이고 지나도 고개를 들어 새침하게 바라보았다.
“지나씨의 발칙한 행동은 이 친구가 말하는 걸 들으니까 웃겨서 말입니다.”
“너무해요 민준씨.”
야속하다는 듯 말하는 지나와 다르게 민우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재밌어서 그랬다고?’
별다른 뜻 없이 응해주었을 가능성도 배재하지 않고 물어본 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분위글 어색하게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헌데 그게 재밌어서 그랬다는 말에 민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때 정문으로 아우디 차량 한 대가 멈추어섰다.
운전석의 문이 열리고 곧 호텔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조심스럽게 이만석에게 키를 넘겨주었다.
“오늘 즐거웠다. 그럼 가도록하죠.”
유유히 운전석으로 향하는 이만석을 바라보던 민우가 고개를 돌려 지나를 바라보았다.
“저놈 성격 좀 별난 거 같지 않아?”
“별나긴... 저게 민준씨 매력인데. 아무튼 오빠 생일 축하해. 그리고 다음에는 그러지 마.”
몸을 돌려 조수석 문을 열고 지나가 올라타자 이만석이 유유히 호텔을 바져나갔다.
“저걸 여동생이라고...”
끝까지 이만석을 편들고는 떠나가 버린 지나의 행동에 민우는 그동안 하나 뿐인 여동생이라고 아껴주고 돌봐주었던 자신의 생에 회의감을 느꼈다.
‘딸 자식 키어봤자 소용 없다는게 이와 비슷한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애지중지 키워놓으나 지 좋다는 남자 만나 떠나가 버리는 딸을 보며 아버지들이 서글프게 한탄하며 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지나는 민우에게 여동생이었지만 끝까지 이만석을 편들며 애정을 과시하는 모습에 솔직하게 말하면 허무했다.
얼마나 귀여워하고 예뻐했던 여동생이었는데.
‘부러운 놈...’
민우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만석이 돌아가면 또 다른 두 여인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물론 민우에게도 사랑하는 아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질투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민준씨 정말로 재미로 그런 거 였어요?”
“예.”
“정말 너무해요.”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이만석의 말에 지나가 서운해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싫지는 안더군요.”
“네?”
“지나씨의 그 발칙한 행동 말입니다.”
“정말요?”
“그게 목적이었겠죠. 사람들 앞에 나를 소개시켜주는 것.”
“아셧...어요?”
혹시 이만석이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그녀.
“짐작은 했지만 그런 발칙한 행동을 할 줄은 생각 못 했습니다.”
“많이 놀랐어요?”
“놀랍기 보다는 귀엽더군요.”
“제가요?”
“지나씨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네요.”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웃음이 다 나오는 그녀였다.
“싫었습니까.”
그때 이만석이 지나에게 물음을 던졌다.
“뭐가 말이에요?”
“내가 아닌 지나씨가 날 더 좋아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아니요.”
마치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하는 그녀.
“그게 싫은 건 아니에요. 제가 민준씨를 더 좋아하는 건 사실이니까요. 다만 오빠가 얄미워서 그랬어요.”
“지나씨 오빠 말입니다.”
“오빠가 왜요?”
“좀 별난 것 같지 않습니까.”
“네?”
“볼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티비에서 봐왔던 것과 다르게 재밌는 친구더군요.”
“아... 네.”
지었던 웃음이 어색하게 변하며 대답을 하는 지나는 두 사람이 혹시 통하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도 민준씨를 별나다 그러더니 민준씨도 오빠에게 저런 말을 하네.’
이만석이 말한 대로 지나도 민우가 티비에 나오는 모습과 실제 성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정석환 회장의 장남으로써 분위기를 잡아야 했고 카리스마가 있어야 차세대 리더로써 느낌이 나오는 것이니 그럴지도 몰랐다.
이만석도 아마 티비에서 보던 모습만 봐오다 민우를 알아가면서 그렇게 느꼇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두 사람이 언제 저렇게 말 놓고 지낸 거지?’
아까전에 모습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친구로 보일 정도로 서러에게 던지는 말수가 편해 보였다.
그냥 보니까 예전부터 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 나쁠 건 없지.’
민우가 정석환 회장의 장남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많은 이들이 자리에 참석을 했었다.
이일로인해 이만석은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게 된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전에는 그래서 이런 자리에 가급적이면 참석을 하지 않았지만 이젠 그걸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으니 상관이 없었다.
정치권력과 가까이에 있는 그를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이들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만석은 일성회와 조직세계를 아우르는 황태자가 아니던가.
낮과 밤이 다 그의 손아귀에 있는데 이젠 더이상 그런 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나와 함게하게 되어 주목을 끌어도, 자신에게 과한 관심을 보여도 이만석은 여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나중을 생각하면 메인에 들어서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지.’
괜히 지나의 말에 따라 별 생각없이 이자리에 참석한 것이 아니었다.
“지나씨와 완전히 끝난 거네?”
“응.”
혜리의 물음에 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데 서민준이라는 그 남자 너 아는 사람이야?”
“잘 아는 건 아니고... 조금......”
“그렇구나.”
슬쩍 고개를 돌려 운전을 하는 현호의 얼굴을 혜리가 힐끔 바라 보았다.
현호가 왜 지나와 헤어졌는지 혜리 또한 알고 있었다.
다만 전 여자 친구이니 만나는 것에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을 거야?’
현호가 하란이를 사랑하고 있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붙어서 지냈으니 좋아하는 감정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이 그러하니까.
하지만 현호의 이런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하란이만 처다 보고 있는 그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하란이를 생각하는 것 반만이라도 날 봐줄 수는 없겠어? 현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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