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9화 〉 459화 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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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저 누군지 알아요?”
“로즈걸스의 리나 아닙니까.”
“알아보시네요?”
“대세 아이돌이니까요.”
가만히 이만석을 바라보던 리나가 다시 고개를 돌려 지나를 바라보았다.
“언니, 민준씨하고 무슨 사이에요?”
“응?”
“이렇게 같이 여기에 들어오는 거 보면 보통 사이는 아닌 거 같은데.”
갑자기 끼어든 리나의 행동에 현호는 순간 좀 기분이 언짢았지만 지금 던지는 리나의 말에 그 또한 속으로 지나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나가 이만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 자리에 있는 이들중에 현호가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약혼식을 치루기도 전에 둘이서 해어진 이유도 각자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달랐기에 그런 것이다.
물론 자신은 언제나 하란이를 좋아하고 있었고 지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건방져 보이는 모습에 좀 골탕좀 주려고 접근했다가 저도 모르게 좋아하게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현호가 보기에도 이만석은 충분히 매력있고 잘생긴 외모였으니 이상할 것도 없지만 콧대가 높은 지나여서 좀 놀라기는 했다.
그녀라면 아무남자나 함부로 만나지 않을거라는 건 당연한 현실이기 때문이었다.
정석환 회장의 차녀로써 잘생긴 남자나 능력이 좋은 사내들에게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자라서 웬만해선 눈길도 주지 않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지나와 감정 상하는 일 없이 좋게 해어 질 수 있어서 현호에게는 다행이었다.
혹시나 자신의 말에 서운하거나 감정적으로 상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었다.
물론 해어진다고 하란이와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마음 가는 대로 지켜볼 수는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란이에게 고백을 했지만 보기 좋게 차여버렸다.
하란이가 자신에게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것도 현호는 잘 알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그런 마음이 남아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니었던 것이다.
아쉽게도 하란이의 마음에 더 이상 자신은 없었고 다른 남자를 채울 빈자리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고백은 실패로 돌아갔고 조용히 물러난 현호는 지금까지 짝사랑만으로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지나와 이만석이 함께 연회장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들어왔다는 것은 둘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나와 한 번도 잠자리 없이 어중간학 만남을 이어온 연인사이 였지만 그녀의 성격이 어떠한지는 알고 있어 더욱 그러했다.
“그건 왜 묻는 거야?”
“궁금하니까요.”
잠시 이만석을 바라본 지나가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서로의 안부는 묻는 사이라고 하면 대답이 되려나?”
그러고는 대담하게도 이만석의 팔에 팔짱을 꼈다.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말이다.
“사귀는 거에요?”
“글쎄.”
놀란 표정으로 묻는 리나의 말에 두루뭉술한 대답을 하는 지나였지만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순간 여기저기서 술렁이는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대놓고 팔짱을 낀다는 건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었다.
입장 할 때부터 예사롭지 않아 보였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말을 안했다 뿐이지 연인사이라고 밝힌 거나 다름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현호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을 꺼라 생각했지만 연인사이로 발전 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지나의 행동에 이만석은 속으로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이 가자고 한 이유가 이거였나.’
그저 파트너로써 함께 가자고 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상류층 자제들 앞에서 내 남자로 공표하기 위한 행위였던 것이다.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속셈이 있었을 줄은 몰랐던 이만석이었지만 그녀의 발칙한 행동이 싫지도 않았고 그저 귀여워 보였다.
‘그럼 현호와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지?’
멀리서 지켜보던 혜리가 지나의 행동을 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해어졌다고 하지만 그녀가 보기에도 지나는 충분히 다시 사귀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여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행동으로 인해 현호와 완전히 끝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저놈 뭐야 대체?’
석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또한 지나의 저 말과 행동이 둘 사이가 어떠한지 모를 바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에 보았던 두 여자는 상당히 예뻤고 관심이 가는 여자들이었다.
특히 그의 눈에 천사로 비춰진 조수석에서 내린 그 여자는 아직도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찔해진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그 콧대 높은 세진그룹의 정석환 회장의 딸인 지나가 자신의 남자라고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습에 그는 이만석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와... 저 남자 뭐지?”
사내, 아니, 석진의 친우인 강찬이 믿기지 않는 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들어올 때 보통사이가 아닐 거 같았는데 새로운 남자친구였어?”
그 또한 지나가 금방 다른 남자와 사귈 줄은 예상하지 못 했었다.
웬만하 남자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여자로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었다.
“하긴... 저렇게 잘생겼는데..... 하지만 외모만 보고 사귀는 여자가 아닌 걸로 아는데.”
옆에서 중얼거리는 강찬의 말에 석진도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그도 한 때 지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남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현호와 사귀고 있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유별나서 꼬시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어 마음을 접었었다.
그런데 자신이 찾던 그놈이 떡 하니 지나와 함께 들어오더니 이젠 묘한 대답과 함께 팔짱을 끼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나씨는 또 어떻게 꼬신 거야.’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된 걸로 아는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설마 그동안 은둔 생활이라던가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이런 모임에 참석 안 했던 거...아서라......’
자신이 생각해도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딱 봐도 서민준이라 소개한 저 남자는 그런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지?’
보면 볼수록 서민준이라는 저 남자의 정체에 대해서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분위기가 왜이래?”
그때 문 쪽에서 묘한 분위기를 깨는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 생겼습니까?”
이어서 또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나 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저 사람 정민우 전무 아니야?”
처음으로 민우를 보는 이가 있는지 옆에 있는 지인을 향해 작게 물음을 던졌다.
“맞아. 그런데 절묘하게 들어왔네?”
“정민우 전무는 알고 있나?”
“여동생 일인데 모르지는 않지 않을까.”
민우는 자신을 바라보더니 수군거리는 목소리에 더욱더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사람들의 이런 반응을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던 민우가 주변을 둘러보다 지나를 발견했다.
‘같이 왔구만.’
거기엔 들었던 대로 지나 뿐만이 아니라 이만석도 자리해 있었다.
걸음을 옮겨 그쪽으로 다가간 민우가 지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분위기 왜 이래?”
“분위기가 왜?”
자신의 질문에 오히려 되물어 오는 지나의 모습에 다시 뭐라고 입을 열려다 말고 이만석의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가만... 설마 이것 때문에?’
그러고 보면 이 자리에 자신 말고 이만석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지나가 지금 대놓고 이만석의 팔짱을 끼고 있었던 것이다.
‘맞는 거 같은데.’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든 민우가 이만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 그건 넘어가도록 하고. 정말로 약속대로 오셨군요. 바빠서 안 오실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
이만석을 형해 갑자기 없던 말을 던지는 민우를 보면서 지나는 이상하게 보지않을 수 없었다.
다만 그걸 대놓고 표출하지 않고 민우가 저런 말을 갑자기 왜 하는지 하는 행동을 바라보았다.
“당혹스럽겠지만 이해해 주십시오.”
무엇이 당혹스럽다는 것일까.
그렇게 양해를 구하는 민우의 행동에 지나처럼 당황 할 법한 이만석이 호리려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지나씨 정도의 미인이라면 저야 환영이지요.”
이만석의 입이 열리는 순간 지나는 상황이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이 느꼈다.
‘설마...’
그제야 민우가 갑자기 왜 저런 말을 하였는지 지나는 눈치 채게 되었다.
‘이 오빠가 정말......’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순간 눈이 마주쳤던 민우의 눈빛이 마치 속으로 ‘그러게 대놓고 왜 팔짱을 껴. 누가 이런 묘한 분위기를 만들라고 하디?’라는 듯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졸지에 오빠인 민우 때문에 도발적인 자세와 생각했던 연인 같은 분위기가 대놓고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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