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6화 〉 456화 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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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깔리는 야경이 짙게 진 도심을 달려 한 대의 승용차가 삼성동에 위치한 프린스 호텔로 들어섰다.
잠시후 정문에 앞에 당도한 그가 운전석에서 내려서자 깔끔하게 차려입은 호텔직원이 다가왔고 그에게 차 키를 넘겨주었다.
검은색 세단은 벤츠s클래스로 이 남자의 애마인 것이다.
왁스를 이용해 머리를 뒤러 넘긴 그는 갈끔한 정장차림에 훤칠한 키를 가지고 있었는데 웃는 모습이 매력있는 잘생긴 남자였다.
“기스 안 나게 조심히 다뤄.”
마치 이 상황이 익숙한 것 처럼 말한 남자가 양손으로 귀부분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입구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걸음을 옮겨 호텔 안으로 들어간 그는 곧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27층을 눌렀다.
천천히 층수가 달라지며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도심의 전경이 창을 통해 드러나 여러 빛깔의 불빛과 네온사인이 반짝이며 멋진 야경을 선사해주었다.
10층을 지나 11, 12, 계속해서 올라간 엘리베이터고 곧 도착 안내 음과 함께 27층을 표시하며 천천히 문이 열렸다.
밖으로 내려선 그는 붉은 카펫이 깔려져 있는 길을 지나 안으로 계속해서 걸어 들어가 고급스러운 금태가 문 양쪽에 문양을 그리며 태 두리를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는 문으로 향했다.
양쪽으로 닫혀 있는 그 문 앞엔 세 사람이 서있었는데 두 명은 눈빛과 자세로 보아 경호원으로 보였고 한 명은 패드를 들고 있었다.
앞에 당도한 남자를 향해 패드를 들고 있는 직원이 입을 열었다.
“성함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익숙한 절차이기에 바로 대답을했다.
“황석진.”
이름을 듣고 곧장 패드에 떠 있는 명부에 이름을 검색했고, 잠시 후 사진과 함께 정보, 그리고 초대받은 사람인가에 대해서 바로 정보창이 떴다.
“확인 되었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절차가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 서있던 두 사내가 양쪽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다시 멈췄던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선 남자, 아니, 황석진의 눈 앞에 작은 분수대와 함께 그 뒤로 넓은 연회장의 풍경에 한눈에 들어왔다.
단상의 옆엔 연주가들이 잔잔한 클래식을 켜고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여러 사람들이 와인 잔이나 위스키 잔을 들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 사이로 웨이터로 보이는 이들이 술잔이 올려 져 있는 쟁반을 들고 다녔는데 부르면 그 곳으로 향해 빈 잔과 채워져 있는 잔을 교체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주변을 둘러본 황석진의 눈에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
정치가 집안의 자재들이나 자신처럼 잘나가는 재벌 집 자식들이 대부분이었다.
계중엔 직접 사업을 해서 성공해 이 자리에 오게 된 이들도 있었지만 여기에 있는 이들은 모두 상류층의 자제들이라 보는 게 옳았다.
허나 황석진은 계속해서 누군가를 찾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곧이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안 왔나?’
그가 찾는 인물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만석이었던 것이다.
분명히 이런 자리라면 이만석이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입고 있는 옷이나, 타고 다니는 차, 그리고 벨트와 구두 등, 보면 제법 사는 집안의 자식 같아 보였다.
분위기도 그렇고 보면 그저 돈만 받아먹고 사는 한량 같지가 않아 이제 유학에서 돌아왔다면 이런 특별한 자리는 빠지지 않고 참석 하였을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이곳으로 들어와 보니 이만석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정도의 외모면 바로 눈에 띌 것 같은데 어디에도 그런 사람은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잘 못 알았나?’
그 생각은 곧 실망감을 비춰 질 수 밖에 없었다.
유학을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으면 이런 자리에 빠지면 소해라 할 수가 있었다.
더군다나 세진그룹의 차기 회장에 오를 것으로 유력한 정민우 전무의 파티겸 축하연회인데 귀한 집 자제들을 위주로 젊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자리여서 인맥이나 얼굴을 트기 좋았던 것이다.
물론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걸 싫어하는 분류이고 성격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해도 보통은 한국에 돌아오면 먼저 얼굴을 알리기 위해 이런 자리가 있으면 빠지지를 않았다.
그 다음에야 참석을 하든 연회를 열어 사람을 모으는 것은 자기 하기에 달린 일이었다.
일단 뭔가 일을 하기 위해선 자신이 누구인지 알리는게 중요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사교는 절대 빠질 수 없는 필수 항목이었다.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옛날부터 사교는 중요한 만남의 장이자 삶의 풍요롭게 해즐 수환으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이거 실망인데...’
틀림없이 있을 것으로 보았던 이만석이 눈에 들어오지 않자 석진은 금세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입맛을 다시며 그렇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들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여~ 석진이 너 오랜만이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금태안경의 사내 한 명이 다가오는 석진을 보며 아는 채를 했다.
“요새 왜 이렇게 보기 힘들어?”
“회사일이 바쁘다. 경기가 좋지가 않으니 나라고 별 수가 있겠어?”
“그래...”
묘한 웃음을 짓는 그를 향해 석진의 눈살을 찌푸렸다.
“넌 뭐가 그렇게 좋아서 낄낄거려?”
“나야 뭐 좋은 일이 있겠어? 그냥... 주식이 조금 나서 그런 거지.”
“주식?”
잠시 주변을 둘러본 사내가 석진에게 목소리를 낮추며 입을 열었다.
“한빈철강에 아버지 몰래 좋잣 돈을 좀 투자를 했거든. 그게 좀 올라서 수입이 제법 짭짤해.”
“7억 정도 날리고 아버지가 죽이려 들었다며.. 손 땔줄 알았는데.”
“그건... 삘이 안 맞아서 그런 거고. 이번엔 그게 제대로 통한거지.”
“얼마 벌었는데?”
“큰 거 3장.”
“30억?”
“그래.”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석진의 모습이 재밌는지 작게 웃음을 지었다.
“내가 날린 7억에 3억 더 보태서 아버지 통장에 다시 꽂아주었지.”
그 얘기에 입맛을 다신 석진이 이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지 화제를 돌렸다.
“나 뭐하나 물어보자.”
“뭘?”
혹시나 이만석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아는 게 있나 싶어 석진은 인상착의를 얘기하며 본적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게 누군데?”
“모르지?”
“야, 네가 그렇게 표현 할 정도면 눈에 띌 텐데 한 번 봤으면 기억을 하겠지.”
그때 지나가는 웨이터를 잡아 빈 잔을 돌려주고 새로운 위스키 잔을 받아 들였다.
그러고는 얼음이 띄어져 있는 것을 가볍게 흔들어 한 모금 마셨다.
“야, 저기 봐라.”
“응?”
고개를 까딱이며 바라보는 시선에 석진이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두 세명의 남자들에게 둘러 쌓여 관심을 받고 있는 여자 한명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예쁘게 생겼네? 그런데 머리 색이 왜 저래?”
석진이 감상평을 내리며 다시 고개를 돌리자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렸다.
“너 쟤 누군지 몰라?”
“쟤?”
다시 고개를 돌려 남자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여자를 다시 유심히 바라보았다.
또렷한 눈망울에 갸름한 턱선, 전체적으로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매력적인게 생겼다.
하지만 머리색깔이 붉은 색으로 염색을 해서 너무 눈에 띄었다.
“그러고보니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넌 옌예인에 별로 관심 없냐?”
“별로. 쟤 연예인이야?”
“로즈걸스의 리나잖아 리나.”
“리나라고?”
리나라는 말에 석진이 다시 그 여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확실히 티는 머리색과 외모를 하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시선도 어느 정도 끌고 있는 듯하다.
‘어디서 본적 있는 것 같더니...’
왜 낯이 익은 것 같은가에 대해서 바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요즘 대세 걸 그룹인데 그걸 못 알아보냐?”
“오늘 로즈걸스 공연 있어?”
“그게 아니라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됐다고 하더라.”
“아버지?”
“리나 아버지가 세진전자 김성한 사장님이잖아.”
“그래?”
순간 놀란 표정으로 다시 리나를 바라보았다.
김성한 세진전자 사장이라면 정석환 회장의 신임을 톡톡히 받고 있는 최측근 중에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정민우 전무의 축하연회인데 당연히 아버지로써 딸이 이 자리에 참석 하게 한 거겠지. 방송도 중요하지만 이런 자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어?”
“음...”
맞는 얘기였음으로 고개를 끄덕인 석진이 다시금 리나를 바라보았다.
연예인이라서 저렇게 괸심을 드러내나 싶었는데 가만 보니 그것 말고도 김성한 사장의 딸이라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았다.
세진전자라면 세진그룹내에서도 주력사업 쪽이었고 전자 계열사 사장이라면 힘이 적지 않았다.
주로 정석환 회장이 획실히 신임을 하지 않으면 책임지지 못하는 곳에 전자부문이었고 김성한 사장은 젊은 시절부터 정석환 회장의 측근으로써 그를 보필하며 성장해 그룹내에서도 입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당연히 그런 김성한 사장의 딸이라면 대세 아이돌 그룹의 연예인이 아니라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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