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5화 〉 455화 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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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넨탈 호텔로 따라간 이만석은 그녀가 머물고 있는 스위트룸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함께 향했다.
호실앞에 도착해 망설임 없이 카드키를 이용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짐이라고 해봐야 그렇게 많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밖에서 기다리는 것 보다는 나아서 함께 따라 들어간 것이다.
“금방 정리하겠네.”
침실로 향해 안나의 짐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한 이만석이 바로 감상평을 내놨다.
스스로 정리 하겠다고 해서 이만석은 가만히 기다려 주었고 안나는 그렇게 캐리어에 옷가지 들이나 정리해서 다시 담아두었다.
짐이라고 해봐야 안나의 특성상 간편하게 가지고 들고다녀서 딱히 쌀 것도 없었다.
그녀 성격 자체가 쇼핑이나 그런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나의 성격에 보통의 여성들처럼 그런 쇼핑을 즐긴다는 것도 상상이 잘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안나는 캐리어를 싸는 것 말고도 다른 일들을 했다.
그건 바로 자신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흔적을 지우는 것인데 늘 해오던 행동이어서 짐을 다 정리하자마자 자신이 머물렀던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CIA에서 활동하면서 몸애 배인 습관이라고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머물 때마다 그러면 불편하지 않아?”
안나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만석은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그렇게 물음을 던졌다.
매일같이 저렇게 머물렀던 자리의 흔적을 지우면서 하는건 해결사로서는 좋은 습관이겠지만 상당히 불편할 것 같았다.
“......”
허나 이만석의 물음에 그녀는 별다른 대답 없이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할 뿐이었다.
약 10여분정도 서서 지켜보던 이만석이 결국 보다못해 나서게 되었다.
“물러나 있어.”
갑자기 자신의 행동을 저지하는 모습에 안나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깔끔하게 정리해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한 이만석은 곧장 몸속에 잠재 되어 있는 마나의 고리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 이만석의 주변으로 기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것들은 곳바로 침실을 포함해 룸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전개 되었는데 눈 깜짝 할 사이에 먼지라든가, 조금이라도 묻었을 지문들을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치워졌다.
지켜보는 안나는 이게 처음이 아니지만 당연히 신기하게 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됐지.”
룸을 깨끗하게 청소한 이만석이 안나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당연히 그녀로써는 대답은 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이만석이 특별한 능력을 사용할 줄 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리를 끝내고 체크아웃을 한 후 차로 돌아온 이만석이 트렁크를 열자 안나가 거기에 캐리어를 실었다.
이만석이 올라타고 이어서 안나가 조수석에 올라타자 그렇게 콘티넨탈 호텔를 함께 빠져나갔다.
“널 호텔에 던져놓고 혼자 지내게 놔둘 수 없어서 그런 거야.”
운전을 하면서 옆에 타고 있는 안나에게 왜 다시 집으로 데려가려는 것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먼 타국에서 여기까지 끌고 왔으니 당연히 책임을 져야지. 안 그래?”
대한민국에 안나를 대려온 것은 이만석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덩그러니 호텔에 혼자서 머물게 하는 것은 이만석에게 있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안나를 데려가기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
안나에게선 별다른 말은 없었다.
다만 더 이상 그러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만약 그런 생각을 지금도 가지고 있었다면 호텔을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달려 집에 도착하자 이만석을 따라 캐리어를 끌고 다시 돌아오게 된 안나가 뒤를 따랐다.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니 맛있는 냄새가 확 풍겨왔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선 이만석이 다시 안나를 행해 입을 열었다.
“방은 전에 네가 썼던 곳을 쓰면 돼.”
“자기 왔니?”
그때 주방쪽에서 차이링이 간드러지는 음성을 내뱉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안나씨도 왔어요?”
“어서와요~”
차이링의 뒤를 따라 하란이 웃음을 지으며 안나를 맞아 주었다.
“맛있는 냄새가 확 풍기는데?”
“감자탕 끓이고 있어. 당신 매운 거 좋아해서 얼큰하게 끓였으니까 맛있을 거야.”
“그래?”
“안나씨는 매운 거 잘 먹어요?”
차이링을 잠시 동안 바라보던 안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이리와요~!”
그때 하란이 안나의 팔을 잡더니 그녀를 이끌었다.
이런 행위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쁜 의도는 전혀 없어보여 안나는 묵묵히 이번만큼은 따라 주었다.
“직접 열어봐요.”
방문 앞에 도착한 하란이 웃음을 지으며 옆으로 비켜주었다.
문손잡이를 잡은 안나가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닫혀 있는 문을 천천히 열자 안의 풍경이 눈앞에 드러 오기 시작했다.
“어때요?”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하란의 물음에 안나는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얼마나 머물지는 모르겠지만 드려놓을 수 있는 건 들여놓았어요.”
텅 비어 있던 방안엔 깔끔하게 커튼도 무늬가 그려져 있는 걸로 달려 있었고, 그 외에도 작은 가구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침대는 미리 사 놓는 것 보다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사지 않았어요.”
“호호호~! 안나씨 왔어요?”
그때 묘한 웃음소리와 함께 이쪽으로 걸어오며 지나가 말을 걸었다.
“쓸데없는 짓을 했어.”
안나의 입에서 무미건조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그런가요?”
그 말에 하란이 웃음을 지으며 받아 넘겼다.
“말은 그래도 속으로는 기분 좋죠?”
지나가 안나를 향해 농담 석인 음성으로 물음을 던졌다.
“......”
역시나 안나에게선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지나와 하란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녀의 성격이 어떠한지 이젠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두 사람으로썬 처음처름 크게 당혹스러워 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 번쯤은 좋은 말을 해줘. 애들이 너 생각해서 시간내서 산거니까.”
어느새 뒤에 나타난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하지만 여전히 안나에게선 별다른 말은 없었다.
“흐응~ 이럴 때 보면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차이링의 입에서 나른한 음성이 이어서 흘러나온다.
그렇게 모두 물러나고 방 안에 혼자 남게 된 안나가 캐리어를 열어 옷가지들을 꺼내놓았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돌려 방안을 둘러보았다.
전에는 텅 비어 있던 공간 이었지만 화장대도 있고 옷장 등 1인가구들이 방안에 비치되어 있었다.
뭔가 여성스럽기도 하고 아기자기해 보였다.
이런 여성스러운 스타일은 전혀 안나와 맞지 않는 인테리어였지만 차갑게 말했던 것과 다르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잠시 동안 그렇게 바라보던 안나가 다시 캐리어에서 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좋게 받아들여을 까요?”
저녁을 차리며 하란이 감자탕을 끓이고 있는 차이링을 향해 물음을 던졌다.
“안나 말이니?”
“네.”
“말은 저래도 속으로는 기분 좋았을걸~”
“정말요?”
“그럼~ 방안 둘러보는 거 봤잖아.”
“에이... 그거만으로 어떻게 알아.”
한 쪽에서 주걱으로 밥을 담고 있는 지나가 대화에 끼어들며 반론했다.
“내가 보기엔 그래. 물론 속내는 어떠한지 확실히 모르지만...”
“언니 가끔 보면 사이비같애.”
“어머, 사이비라니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그렇잖아. 예견을 한다든지. 속내를 들여다본다든지 하는 그런 행위들 많이 하잖아. 주술같은 거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하란이 공감을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다 나의 선경지명과 혜안이 있기에 그런 거야. 너희들이 이해 할 수도, 이해 해서도 안 되는 게 바로 나라는 존재라는 거 몰라?
“가만 보면 언니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하란씨 말대로 에요. 얼굴이 여러 개인 사람 같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 거야. 음~ 어디... 어머! 잘 끓여졌다.”
조심스럽게 국물을 떠서 맛을 본 차이링이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오빠에게 식사준비 거의 다됐다고 말하고 올게요.”
그러고는 이만석에게로 향하는 하란이를 보며 차이링이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내가 가려고 했는데...”
편안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던 이만석은 노크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서는 하란이를 바라보았다.
“오빠 식사준비 거의 다됐어.”
“알았어.”
“안나씨에게도 내가 말할게.”
“그럴래?”
“응.”
그러고는 다시 나가는 하란이를 바라보다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고기 맛있게 발라먹어요~!”
그릇에 담아하나 둘 놔준 차이링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냄새가 좋은데?”
“냄새만 좋겠니. 맛도 아주 죽일걸?”
수저로 국을 떠먹어 본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다.”
“그렇지?”
기분 좋은 식사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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