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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453화 (453/812)

〈 453화 〉 453화 하는대로

* * *

양쪽의 대문이 열리고 천천히 저택을 빠져나온 차량이 서행을 하며 골목을 나아갔다.

잠시 지나가는 차량에 대기하고 있다 핸들을 돌려 도로에 들어섰을 때 하란이 이만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버지하고 얘기는 잘 했어?”

둘이서 어떤대화를 나누었을지 궁금했다.

“응.”

“무슨 얘기를 했기에 그렇게 오래 대화를 나누는 거야?”

짧은시간이 아니라 긴시간을 대화하였다.

“식탁에서 했던 얘기 연장선이야.”

“별로 재미없었겠다.”

“그래?”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빨간불로 바뀌는 신호를 보며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속도를 늦추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신호를 기다리며 기다리고 있을 동안 하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집에 오니까 기분 좋더라.”

“거의 반년 만에 간 것이니까 그럴 거야.”

“역시 그렇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모습에 하란이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 듯 수긍했다.

반년이라는 시간은 절대 짧은시간이 아니다.

“나온 김에 영화 한편보고 들어갈래?”

“영화?”

“아직 시간 좀 있잖아.”

“오빠 봐도 괜찮아?”

“못 볼게 뭐가 있어. 넌 어때?”

“나야... 당연히 좋지!”

하란이의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생긋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하란이를 두고 이만석은 곧장 극장이 있는 번화가로 향했다.

그렇게 유료 주차장에 차를 정차시키고 극장으로 향하는 이만석의 팔짱을 낀 하란이의 얼굴에 설레임이 드러나 있었다.

“오빠하고 데이트네?”

“둘이서 데이트한지 좀 됐지?”

“응.”

이집트에서 돌아온 후 에도 한 번도 데이트를 한 적이 없으니 이번에 한국에 돌아오고 처음이라 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고 괜찮은 코믹영화 하나를 예매하고 30분정도의 시간이 남아 근처 카페로 향했다.

“뭐 마실래?”

“모카라떼.”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은 모카라떼 한 잔과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했다.

그러고는 번호 진동기를 받아들고는 창가의 테이블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아버지 덕분에 오빠하고 데이트 할 기회도 생기고 기분 좋다.”

“나 대화할 동안 뭐했어?”

“그냥... 이것저것.”

귀엽게 웃음을 지으며 받아넘기는 하란이의 모습을 이만석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왜 그래 오빠? 내 얼굴에 뭐 묻었어?”

가만히 자신의 얼굴을 처다보는 이만석의 시선에 하란이 백을 열어 손거울을 꺼내 들어 확인해 보았다.

“아무것도 묻은 게 없는데?”

“그냥 처다 봤어.”

“에이~ 뭐야 오빠.”

거울을 닫고 다시 백에 조심히 넣어 둘 때 진동 벨이 울리자 자리에서 일어난 이만석이 아이스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와서 모카라떼는 하란이 앞에 놔주었다.

“아~ 시원해라...!”

빨대로 이용해 한 모금 맛을 본 하란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이 든 거야?”

“생각?”

“응... 원래는 계획에 없던 거잖아.”

“말 했다시피 시간이 충분하니 그랬던 거야.”

“다른 이유는 없어?”

뭔가를 기대하는 듯 바라보는 눈빛을 보니 어떤 대답을 해주기를 원하는지 이만석은 알 것 같았다.

“이유라고 하면 둘이서 데이트를 하고 싶어 서지.”

“그동안 둘이서 데이트한지 오래되었으니까?”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자 그제야 하란이가 만족스러운 듯 작게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시간을 보낸 후 상영시간에 맞춰 영화관에 향한 두 사람은 극장으로 들어가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했다.

전체 상영시간이 93분 정도라 1시간 30분 조금 넘는 정도였는데 영화를 다보고 나오니 오후 5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브랭크라는 남자배우 재밌는 거 같애.”

“표정연기가 좋더라.”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자신의 생각했던 바와 일치하는 말을 꺼내자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응. 표 끊을 때 보니까 인기 많은 영화같던데 왜 그런지 보니까 알겠더라.”

“여주인공인 캐서린도 괜찮았어. 저도 모르게 음료수를 끼얹고 허둥대며 도망치는 모습이 진짜 웃긴 거 있지?”

하란이가 이렇게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늘어놓는 모습을 본건데 아무래도 영화가 꾀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영화가 끝났다고 해서 이만석은 곧장 차로 돌아가 자택으로 향하지 않았다.

하란이와 나란히 거리를 거닐며 이것저것 구경을 하면서 걸어 다니며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중간에 간간이 군것질도 하면서 걷다보니 금세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6시가 넘어서야 이만석은 하란이와 함께 다시 차로 돌아와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오늘은 정말로 좋은날 같아.”

“좋다니 다행이네.”

“오랜만에 부모님도 보고 장 아주머니를 봐서 좋았어. 그리고 이렇게 오빠하고 데이트도 했잖아.”

고개를 돌려 운전을 하고 있는 이만석을 향해 하란이 웃음을 지어주었다.

“지나씨와 차이링 언니가 보면 질투하겠다.”

이 얘기를 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해 웃음이 멈추지가 않았다.

“정말이에요?!”

놀란 표정으로 물어오는 지나를 향해 하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지나씨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지나의 반응은 하란이가 기대했던 그대로였다.

“너무해요 민준씨! 하란씨하고 둘이서만 데이트하고!”

씻으러 샤워 실에 들어가는 이만석을 향해 그렇게 말한 지나가 다시 고개를 돌려 하란을 바라보았다.

“뭐뭐 했어요?”

“영화도 보고 같이 거리도 거닐며 돌아다녔지요~”

“정말이요?!”

“네~!”

“부럽다!”

생각 이상의 과장된 반응을 보이는 지나의 행동에 하란은 작게 쿡쿡 거리며 웃었다.

이런반응이 참 재밌었다.

뜨거운 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만석은 탕에 몸을 반쯤 담구고 편하게 머리를 기댔다.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도록 할 까.’

하란이의 밝은 표정을 떠올리며 이만석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중간에 한 번씩 운을 띄어 봤지만 역시나 하란이는 그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윤정호 의원의 말처럼 갈등을 원하지 않기에 그런 것일 수 있지만 지금은 그대로 따라주기로 했다.

욕조의 물이 넘치자 이만석이 손잡이를 돌려 흘러나오는 물을 잠갔다.

그러고는 좀 더 깊이 몸을 담그고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탕욕을 즐겼다.

어둠이 깔리고 건물들의 물빛이 반짝이는 창밖을 바라보던 챵은 문뜩 이 모습이 참으로 평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이링이 사라지고 장체민이 지부장대행을 맡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이만석에게 당했다.

이어서 챵이 다시 대행을 맡았고 아마구찌회가 당하며 소란이 일어났을 때 수습을 아주 잘해서 지금은 지부장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같은 지부장이라고 하지만 차이링이 가지고 있던 권리보다는 작은 편이어서 상하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한 기세로 한국 밤 조직을 통합한 일성회의 기세가 강한 상황에서도 지부를 안정적이게 이끌고 있는 그를 신뢰를 보내고 있어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간자라는 것을 알면 어떤 표정들을 지을지 궁금하군.’

지부를 잘 이끌고 있는 인재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실은 이만석이 심어놓은 정보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상당히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챵은 이만석이 어떻게 조직을 이끌고 지내오는지 지켜보았다.

이집트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찾아보았던 것이다.

삼합회도 진출하기 힘들었던 거기에 일성회의 뿌리를 내린 것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소문이긴 했지만 러시아 마피아들이 접근을 했다가 망신살을 당했다는 것도 들었다.

물론 챵은 그게 소문이 아니라 사실로 받아드리고 있었다.

‘그분은 인간의 한계를 넘으신 분이니까.’

이만석이 어떤 자인지 이미 경험을 한 챵이어서 태어나서 이만석을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보다는 고차원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품에 들고 있는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확인한 챵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통화 버튼을 눌러 받았다.

“챵 입니다.”

[오랜만일세, 지부장.]

폰에서 들려오는 걸걸한 음성은 그도 작년에 직접 만나고 들어 본적이 있는 음성이었다.

혹시 몰라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었는데 그 인물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서민준이가 한국에 입국을 하였다지?]

“그렇습니다만...”

[그자의 동선이 어떻게 되는지 추적해서 알아보게.]

“동선을 말입니까?”

[유능하게 지부를 이끌고 있는 자네라면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서민준이라는 그 녀석...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잡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기회라고 하시면...”

[죽일 기회말이네.]

챵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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