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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449화 (449/812)

〈 449화 〉 449화 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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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이만석은 자신이 돌아온 것에 소식을 듣고 직접 서울에 올라온 지방 조직의 보스들과 만나 회포를 푸는 자리를 가지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씻기 위해 안방에서 옷을 갈아입던 와중 방문을 노크하며 문이 열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지나가 안으로 들어섰다.

“민준씨 시간 잠깐 되요?”

“없을게 뭐 있겠습니까. 당연히 되죠.”

벗어 둔 마이를 오걸이에 걸어두는 사이 지나가 이만석의 곁으로 다가왔다.

“민준씨 넥타이 제가 벗겨줄게요.”

올려다보며 예쁘게 웃음을 지은 그녀가 마치 신혼방의 아내가 퇴근한 남편의 넥타이를 풀어주듯 조심스럽게 풀어주었다.

“할 얘기 있습니까?”

“네... 민준씨 온다고 기뻐한 나머지 그만 제가 깜빡 잊고 하지 못 한 말이 있거든요.”

“하지 못 한 말이요?”

고개를 끄덕인 지나가 잠시 눈치를 보는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모임이나 연회장 이런 곳 별로 안 좋아 하죠?”

“일일이 찾아다니는 성격은 아닙니다.”

다행이 싫어한다는 대답은 나오지 않아서 속으로 안도하며 말을 이었다.

“한 군대 참석해 주었으면 하는 데가 있어서 그런데 와주실 수 있어요?”

“연회장 말입니까?”

“네.”

고개를 끄덕인 지나가 곧이어 설명을 해주었다.

“실은 다음 주 토요일이 오빠 생일이거든요. 하지만 생일은 가족끼리 조촐하게 지내고 싶어 해서. 큰 파티나 그런 것은 없는데 그 대신 앞날인 금요일에 작은 연회를 가지기로 했어요. 엄밀히 말하면 오빠 생일을 축하해주는 자리에요.”

“거기에 제가 와주었으면 한다는 말이군요?”

“네.”

잠시 지나의 얼굴을 바라보던 이만석은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젊은 친구들만 오는 자리입니까?”

“어떻게 아셨어요?”

생각지 못한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별거 아니라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부모님에겐 이미 소개를 했고 다른 웃어른들에게 날 내보이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데려가려는 걸 보면 파트너로써 같이 가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주변의 시선을 외식하는 것이니 당연히 또래의 젊은 친구들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 말입니다.”

“맞았어요.”

대단하다는 듯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상당히 귀엽게 보였다.

“지나씨가 원하는데 참석하겠습니다.”

“정말이세요?”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넥타이를 들고 있는 지나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쓸어주었다.

“그게 걱정이어서 눈치를 본겁니까.”

“누, 눈치 보지 않았어요. 다만...”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렇지 않다고 하는 그녀의모습이 이만석의 눈엔 마치 부모님에게 거짓말이 들켜 허둥대는 아이의 모습 같아 귀여웠다.

그래서 그런지 쓸어넘기는 손길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다만 뭐죠?”

잠시 우물쭈물 대던 지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빠 생일당일도 아니고 축하해주는 자리인데 기분나빠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지나씨도 알고 보니 소심하네요.”

“뭐에요?”

새침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조심스럽게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

새침하게 바라보다 무방비 상태로 갑자기 품에 안는 행동에 지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지나씨가 왜 이집에 들어와 있는지 잊었습니까.”

“민준씨.”

“그 정도의 얘기는 눈치를 보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옆에 서줄 사람은 나밖에 없을 텐데 제가 빼서는 안 되겠죠.”

“서줄 사람이 민준씨 밖에 없다고요?”

“그럼 나 말고 다른 남자가 지나씨의 옆에 서는 게 어울릴 거라 생각합니까.”

“그렇지 않아요.”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한 지나가 이만석의 등을 끌어안았다.

이만석 말고 다른 남자와 연회장에 가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은 그녀였다.

아니, 생각 할 수도 없었다.

“제 옆에 설 수 있는 남자는 민준씨 한 사람 뿐이에요.”

“그건 당연 한 겁니다.”

언뜻 지나에게 이 말은 싸가지가 없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정작 그녀는 이 말이 너무나 듬직하고 멋지게 다가왔다.

그녀가 조마조마한 심정을 가졌던 이유 중에 한 가지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만석이 만약 일이 있거나 해서 거절을 한다면 그녀는 혼자 가게 될 것이고 주인공의 여동생이자 정석환 회장의 딸이니 당연히 주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어려 남자들에게 혼자 있는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접근을 해올 텐데 지나는 그게 싫었던 것이다.

예전이라면 연회장에서 만큼은 기분 좋게 관심을 즐기며 어울렸지만 지금은 이만석 말고 자신의 옆에 다른 남자를 새우는 것은 별로였다.

그러니 그런 자리가 별로 일 수 밖에 없었고, 오빠에게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기엔 그동안 자신을 위해준 오빠를 생각하면 그것도 말하기 힘들어 이만석의 대답이 어떻게 나올지 긴장 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내가 민준씨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나 봐요.’

어쩜 자신의 마음을 이리 잘 알아주는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오랜만에 오는군.’

며칠 후 이만석은 하란이가 말 했던 대로 식사자리를 가지기 위해 함께 갔고 눈앞에 나타난 으리으리한 저택을 보며 예전의 일을 떠올렸다.

갑작스러운 초대를 받고 오게 되었던 것인데 그때는 참으로 긴장도 하고 떨렸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하란이의 아버지가 정치계의 거물이었으니 좋든 실든 생각지도 않게 찾아가 만나게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되었다.

저택의 앞에 당도하고 잠시 멈춘사이 하란이 전화를 걸었고 곧이어 대문이 열리며 차가 들어올 수 있게 해주었다.

서행을 해서 안으로 들어가 마당을 가로질러 주차장으로 향해 차를 정차시킨 이만석이 그제야 시동을 껐다.

“다왔네.”

“응.”

고개를 끄덕인 하란이 창밖을 둘러보는 모습에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신기하게 보고 있어?”

“오빠도 그렇지만 나도 오랜만에 오는 거거든.”

“오랜만에?”

“응.. 다섯 달 만에 아버지 얼굴 보는 거야.”

“다섯 달이나?”

“바쁘시잖아.”

“그렇다고 해도 집인데 보고 싶으면 찾아가면 되잖아. 없으면 하는 수 없는 거지만 전화 한통이라도 하면 볼 수 있을 텐데.”

“오빠 말 들어보니 그렇긴 하네.”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농담처럼 받아넘기는 하란이였지만 이만석은 오히려 그 모습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아무리 바쁘다, 그렇다고 해도 다섯 달이나 집을 찾지 않은 것은 좀 의외일 수 밖에 없었다.

“내리자 오빠.”

안전벨트를 풀고 조수석문을 열고 내리는 하란이를 따라 이만석도 벨트를 풀고 문을 열어 내려섰다.

그러더니 뒷좌석을 열어 선물용 과일바구니를 챙겨들고 걸음을 옮겼다.

점시미간대여서 구름한 점 없는 하늘엔 해가 중천에 떠서 강렬한 해 빛을 내리쬐고 있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겨 현관문 앞에 당도하자 하란이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른 후 다시 열림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짧게 기계음이 들림과 동시에 장금장치가 해지되었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하란이 먼저 안으로 들어섰고 이만석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어서오너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윤정호 의원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하란이를 맞아주었다.

“아버지!”

신발을 벗은 하란이 그대로 달려가자 팔을 벌리고 딸을 안아주었다.

“다 큰 처자가 이러면 안 되는데...”

“보고 싶었어요.”

“나도 그렇단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품에 안겨든 하란이와 인사를 주고 받던 윤정호 의원이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들었다.

“자네도 잘 왔어.”

그러고는 어색한 웃음을 짓는데 아무리 봐도 안겨 있는 하란이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난처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보기 좋네요.”

“난처하긴...으흠....! 갑자기 뛰어들어서 조금 당황했을 뿐이네.”

“아버지도 참... 그게 그 말이잖아요~ 그리고 오빠 앞에서 그러실 필요 없어요.”

이만석의 말을 받아 넘기는 윤정호 의원을 두고 하란이 입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안기는데 그저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며 웃음만 지었다.

잠시 동안 그렇게 안겨 있던 하란이 다시 떨어지고 나서야 윤정호 의원이 식당을 바라보았다.

“상은 다 차려져 있으니까 손 씻고 오기만 하면 돼. 그건 선물인가?”

“그렇습니다.”

“이리 주게.”

이만석이 들고 있던 과일바구니를 건네받은 윤정호 의원이 내용물을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때깔은 괜찮구만... 과일은 잘 먹도록 하지.”

“그럼 오빠하고 저 손 씻고 갈게요.”

“그럼 먼저가 있으마.”

몸을 돌려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바라보던 이만석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 그래 오빠?”

그런 이만석을 하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그냥 둘러봤어.”

“저번에 왔을 때와는 크게 달라진 거 없어 보이지?”

“응.”

그렇게 손을 씻으러 몸을 돌리려는데 안 방문이 열리며 화사하게 차려입은 중년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구나.”

잠시 어색해 하던 하란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네.”

“옆에 있는 사람이 그 친구인가보지?”

“맞아요...”

잠시 동안 이만석을 바라보던 그녀가 그대로 몸을 돌려 식당쪽으로 향했다.

“어머니?”

“응...”

대답을 하는 하란이의 표정은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얼굴이기 보단 불편한 기색이 느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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