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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438화 (438/812)

〈 438화 〉 438화 위험한 여자

* * *

잠시 동안 그녀를 바라보던 이만석이 닫혀 있던 입을 천천히 열었다.

“내가 왜 널 받아들였는지 알아?”

“......”

“네가 싫지는 않았기 때문이야.”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든 이만석이 차이링에게 내밀었다.

잠시 그것을 바라보던 그녀가 손을 뻗어 이만석이 건네주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촉촉하게 젖은 눈가를 살며시 닦아냈다.

“차타고 떠나고 나서 혼자 생각을 좀 해봤어. 내가 널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안나가 던지고 간 질문에 대해서 이만석은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를 받아들이고 나서 진정 자신이 그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자신은 그렇지가 않았다.

다만 하란이처럼 사랑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장담하지 못 하겠지만 그렇게 하겠다는 말은 했었다.

그건 그녀와 트러블이 생기고 정리하려 했다가 다시 받아들이면서 했던 말이었다.

“하란이와 차이링 널 두고 바라보는 시선이 같지는 않았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정리를 하려고 했어.”

이말석이 말한 것처럼 차이링 그녀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난 그러지 않았고 지금 이렇게 너하고 함께하고 있잖아.”

이만석의 말을 듣고 있던 차이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 그만큼 바라지도 않아. 그게 과한 욕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날 이만석은 말을 했었다.

하란이처럼 널 바라볼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 한다고.

냉정하게 들릴 수 도 있는 말이었지만 차이링은 그에 대해서 질투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이만석의 시선과 하란이를 바라보는 것과의 차이를 그때서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게 보고 있어?”

슬픈 눈을 하고 있는 그녀를 향해 이만석이 질문을 던졌다.

“지금도 내가 널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

차이링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기 전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순순히 그 차이를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이만석의 이물음에 차이링은 바로 그렇다는 의사를 보였다.

“나도 너와 같았어.”

이만석은 고개를 끄덕이는 차이링의 말에 동조를 하며 말했다.

“그렇게 해보겠다고 했지만 장담 할 수 없다고 한 것처럼 네가 싫지가 않았던 것뿐이지 사랑한 게 아니니까.”

이 말은 당사자인 차이링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

사실이기에 이만석은 대놓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진지하게 마음을 터놓고 소통을 할 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아니라니?”

허나 이어서 나온 이만석의 말에 차이리은 반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아니야. 안나의 말을 듣고 널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을 좀 해보니까. 지금은 좀 달라졌더군.”

“......”

“네가 싫지만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어느새 널 진정으로 내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어.”

자신이 차이링에 대해서 얼마나 믿고 있는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차이링은 더 이상 이만석에게 그저 싫지 않은 존재정도의 여자가 아니었다.

이미 그러한 단계는 지나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자신을 속이고 이런 일을 벌인 그녀를 단번에 내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로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

지금도 그녀가 자신을 속이고 이 일을 한 것에 대해서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내치겠다거나 그러한 행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 결론이 나왔던 것이다.

그 이유는 그녀를 보내주기 싫기 때문이었다. 잠시 그녀가 자신을 떠나고 다른 남자와 함께하고 있다고 상상을해보니 참으로 기분이 더러웠다.

그런 더러운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단 한가지 밖에 없었다.

더 이상 단순히 싫은 존재가 아니라 이미 자신은 그녀는 말 뿐이 아닌 진정으로 내 여자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란이를 사랑하는 것은 변함없어. 공식적으로 내 여자 친구는 하란이야.”

그에 대해선 이미 차이링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 동요 같은 것 없이 가만히 이만석이 하는 얘기를 계속해서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처럼 널 차버리고 그러고 싶지 않아. 왜 그런 줄 알아?”

“좋아해...서?”

질문에 대답하는 그녀의 음성은 아까와 다르게 떨리고 있었다.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이만석의 대답은 차이링의 동공이 목소리처럼 떨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생각해보니까 기분이 상당히 더럽더군. 네가 날 떠나고 다른 남자의 품에 있게 되면 어떤지 대해서 떠올려보니까 말이야.”

손을 들어 올린 이만석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엄지손가락으로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네 말대로 널 좋아하게 되었던 거야. 진정으로 널 내 여자로 받아드리고 있었던 거지.”

아무 말 못하고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향해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였는 지도 몰라. 네가 안나에게 친절하게 대했던 것에 대해서 하나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것이. 그게 무엇을 의미하고 있었던 것 같아?”

차이링은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자신에게 하고픈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널 사랑하게 된 만큼 얼마 만큼인지 볼 것도 없이 그저 널 믿고 있었던 것 같아. 그냥 너라는 여자 자체를 믿고 있던 거야.”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는 알게 되었다고 해도 지금 하는 말은 그동안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어서 차이링은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차이링...”

이만석이 다시 그녀의 이름을 진중하게 불렀다.

“지금도 그건 달라진 건 없어.”

“......”

“네가 저지른 이 일에 대해서 마음이 좀 편치 않긴 하지만... 그걸로 너에게 화내거나 따지고 싶지 않아. 결국엔 날 위해서 저지른 행위이니까.”

안나에게 그런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 행동은 좋지 못 했지만 순전히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행한 것이었다.

자신을 향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들인 것이다.

떨리는 차이링의 두 눈에 다시금 촉촉이 젖어들기 시작했다.

지금 이만석이 무엇을 말하는지 차이링은 제대로 알아들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화를 내거나 그러는 것이 아닌 용서를 해주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지금 이만석의 이 말에 차이링은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만석이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등을 감싸 끌어 안아주었다.

그 순간 차이링의 입에서 작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으흐흑!”

이만석에게 안겨있는 차이링에게서 흐느끼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 소리에 맞춰서 그녀의 어깨가 가볍게 흔들렸다.

이만석은 그런 차이링을 향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흐느끼면 흐느끼는 대로, 소리 내어 울면 우는 대로 다독거려 줄 뿐이다.

“으흐흐흐흑!”

차이링은 그렇게 이만석의 품에 안겨 소리내어 눈물을 흘렸다.

지금은 속에 담을 것을 속시원하게 내보낼 수 있도록 우는 것이 좋았다.

이만석은 아무런 말 없이 그렇게 차이링이 담아둔 것을 털어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어느 정도 울음이 그치고 잠잠해 졌을 때 이만석이 다시 그녀를 바로 해주었다.

“진정 좀 됐어?”

차분하게 물어오는 이만석의 말에 차이링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차이링의 시선에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연다.

“화장 다 번졌다.”

“못 생겨 보여?”

그 말에 차이링이 조심히 물어본다.

“아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하고는 이만석이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는 손수건을 빼앗았다.

“눈 감아봐.”

말에 따라 말 잘듣는 아이처럼 눈을 감는 차이링의 번진 화장을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주었다.

“됐어.”

감았던 눈을 다시 뜬 차이링이 이만석을 바라보며 귀엽게 웃음을 짓는다.

“너 아는 사람들이 이런 모습 보면 상당히 놀랄 거야.”

누가 그녀가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가녀린 모습을 보일 줄 알겠는가.

남들 앞에선 눈물을 보이지 않는 그녀인지라 이런 모습은 상상조차 하지도 못 할 것이다.

특히 차이링의 진면목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보고서도 그녀라 믿지 않을게 뻔했다.

“당신이라서야...”

“나라서라고?”

고개를 끄덕인 차이링이 아련한 시선으로 이만석의 두 눈을 직시했다.

“당신이 아니라면 이러지 않아.”

그녀가 조심스럽게 이만석의 가슴에 가녀린 소녀처럼 파고들며 안기어 들었다.

“내 남자이니까... 나 차이링이 사랑하는 유일한 남자이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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