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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434화 (434/812)

〈 434화 〉 434화 위험한 여자

* * *

“지금쯤이면 호텔을 구하러 갔겠죠?”

집에서 출발한지 적지 않은 시간이었으니 차이링과 안나도 출발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럴 겁니다.”

지나의 물음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말을 한다.

“오빠가 아니라고 했지만 좀 그래도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안나에게 모질게 대한게 아닌지 하란이는 정말로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눈치를 주는 건 너무나갔나 싶었다.

“그럴 필요 없어.”

하지만 이만석은 전혀 그런 걸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듯 말했다.

“오빠 너무 냉정하게 말하는 거 아니야?”

그 모습이 하란이는 냉정하게 보였다.

“맞아요, 민준씨. 저에게 그렇게 대놓고 말했다면 야속하게 들렸을 거에요.”

지나역시도 그렇게 보였다.

“냉정한 거 아니야. 그리고 이 말을 듣고 야속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쁜 의미라 하는 말이 아니니까. 거기다 안나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니까 말이죠.”

하란이와 지나는 모른다.

안나가 어떤 성격의 여자인지.

그런걸로 그녀가 상처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우스은 일이다.

신호를 받아 우회전을 하는 이만석은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던 차이링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래도 차이링이라도 그렇게 신경을 써줘서 다행이군.’

안나를 한국에 데려올 때 솔직히 걱정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도 거짓말일 것이다.

물론 그녀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다는 것을 이만석 역시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그런 차가운 성격 때문에 남들과 쉽게 사귀지 못 할 것이라는 건 누가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나는 물론이고 하란이도 그런 안나의 무뚝뚝함과 차가움에 어느 정도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손님이라고 어떻게 말을 걸어보려 하는 것 같은데 돌아오는 대답이 단답형이 대부분이니 대화를 하려해도 이어지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그런 말들과 모습들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이 차이링라도 그렇게 신경을 써주니 이만석으로써는 고마운 마음이었다.

“나 언니를 보고 많이 느꼈어.”

이만석의 귀에 하란이의 작은 음성이 들려왔다.

“앞으로는 좀 더 생각을 하고 행동해야 할 것 같아.”

하란이는 자신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았다.

“그렇다고 자책은하지마.”

“응.”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이만석의 말에 대답하는 하란이었지만 사실 아무말이 없이 듣고 있는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저기까지 잠시 걸을까요?”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안나에게 친절하게 말한 차이링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공터로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안나도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든든하다고 하더군요.”

앞서 걸음을 옮기는 차이링에게서 다시 나긋한 말이 흘러 나온다.

“.....”

“옆에서 보좌를 아주 잘 해주었다고 그러던데... 그만큼 안나씨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증거겠죠?”

“......”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CIA에 소속되어 있었다니 의외이긴 하네요.”

중동에서 활동 했으니 전쟁용병이나 그 비슷한 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은 했었다.

이만석은 그런 안나에 대해서 CIA의 해결사라고 말을 했었다.

평범한 여자는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CIA에 소속 된 해결사였다는 것은 의외이긴 했다.

확실히 이 여자는 위험하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공터에 당도 했을 때 차이링이 멈춰섰다.

“흐음...”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의 두 눈가가 살짝 찌푸려졌다.

“이런 곳은 확실히 별로 오고 싶은 곳은 아니네요.”

그렇게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차이링이 10보 정도의 거리를 두고 멈춰 서있는 안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안나씨도 그렇죠?”

다시 생긋 웃음을 지으며 말한 차이링을 향해 안나가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결국엔 이게 네 선택인가.”

“선택이라...”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지 않는 음성으로 말하는 안나의 대답을 차이링이 고씹었다.

“틀린 말은 아니군요. 이게 안나씨가 말한 한 반 더 생각해 보라는 것에 대한 결정이니까 말이에요.”

잠시 동안 차이링의 얼굴을 바라보던 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리석어.”

“어리석다? 지금 내 행동이 어리석다는 말인가요?”

“......”

“말이 없는 걸 보니 그 말인가 보군요.”

자신을 두고 어리석다고 말하는 안나를 보며 차이링은 속으로 실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고심끝에 내린 결정이다.

“아무리 봐도 내가 생각하는 어리석음과 안나씨가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른 것인가 보군요. 전 그렇지 않는데...”

“저들을 믿기에 그런 것인가.”

“어머?”

순가 차이링의 두 눈이 이채를 띠며 살짝 크게 떠졌다.

“알고 있었나 보군요?”

자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보다 빨리 눈치를 챘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데 네가 그냥 왔을 리는 없을 테니까.”

“흐응~ 그런가요.”

비음 섞인 목소리로 말한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걸 예상하고 있었으면 서도 이렇게 순순히 따라왔다는 소린데... 역시 당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아나요?”

아무런 말 없는 그녀를 향해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상당히 위험한 여자이기 때문이에요. CIA의 해결사였을 정도로 실력자이니 그이가 든든하다고 했겠죠? 그러니 수행비서로 두었을 테고. 하지만 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만한 여자가 수행비서로 붙어 있으면, 혹시나 다른 생각을 먹게 된다면 아무리 그이라 해도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하고 말이에요.”

“......”

“무뚝뚝해 보이고 감정이 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니 의심이 많더군요. 생각도 적지 않아 보이고 말이죠. 내가 왜 당신에게 그런 친절을 배풀었는지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전까진 어느 정도 마음을 놓고 있던 상황이라 속으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잠자리를 봐줄 때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는 말을 던지는 안나의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별다른 대꾸는 없었지만 순응을 해주는 그녀의 모습에 어느 정도 긴장을 풀었었다.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 진실 된 행동인지 파악도 못 한다면 결국엔 거기까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녀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엔 그 정도의 인물이라면 차이링 그녀의 의중에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등골이 서늘하게 만드는 인물이라 해도 상대에 대해서 파악이 가능하다면 신경은 쓰되 크게 긴장 할 것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잠자리에서 자신에게 던지는 안나의 경고를 듣는 순간 차이링은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인정해야했다.

이 여자는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무뚝뚝하고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안나는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기도 하고 생각도 없어 보였다.

허나 차이링은 그때의 안나를 통해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절대 표정이 없는 것 처럼 별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미 그녀는 자신의 친절이 진실 된 것이 아니며 어떤 의도로 그러한 것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안나씨 같은 실력자에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조차 없다면 저로썬 상당히 위험하다 생각 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엔 당신이 어떤 마음을 먹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말이에요.”

특히나 안나 처럼 별다른 표정도 읽을 수 없는 상대는 더욱 그랬다.

“그게 날 죽이려는 이유인가.”

“그래요.”

고개를 끄덕인 차이링이 왼 손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폐자재 쪽에서 정장차림의 사내들 한 무리가 걸어 나왔다.

10명 정도 되는 그들의 손엔 모두 한 자루씩의 소음기가 부착 된 권총을 소지해 들고 있었고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그중에 한 명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차이링의 곁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기다리느라 수고했어요.”

“아닙니다, 아가씨.”

절제 된 목소리로 대답하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깔끔한 차림의 그는 일성회의 행정안전부 소속의 김성현 대리다.

차이링의 연락을 사전에 받고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일성회의 신설된 정보부의 부장직에 지금 앉아 있는 차이링 그녀였지만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이렇게 여전히 아가씨로 불리고 있었다.

차기 회장인 이만석의 여인에다 정인철 회장과 독대를 할 수 있고 톡톡히 신임을 얻고 있기에 그녀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난 그이가 갑작스러운 위기에 처하는 걸 원치 않아요. 특히 상당히 위험인물이라는 걸 알고서도 옆에 놔두는 거야 말로 어리석은 행위라 할 수가 있지 않을까요.”

“......”

“안나씨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나에겐 당신의 능력보다 그이의 안전이 더 중요해요.”

김성현 대리가 안나의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나머지 이들도 안나가 다른 행동을 하지 못 하게 경계를 바로 서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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