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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433화 (433/812)

〈 433화 〉 433화 위험한 여자

* * *

상황이 이렇게 되니 하란이는 물론이고 지나도 자신들 때문에 안나가 나가는 것 같아 한 마디라도 말을 걸며 신경을 써주었다.

만약 이렇게 그냥 보내면 죄책감이 들게 뻔했다.

잠시간의 티타임을 가지고 외출 준비를 하고 나온 하란이 안나가 있는 방을 힐끔 바라보고는 지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가서라도 좀 잘해줘요, 우리.”

“민준씨와 그렇고 그런 사이도 아닌 것 같은데 정말로 너무 앞서나갔나 봐요.”

“나 원래 이렇게 깐깐한 여자 아니었는데...”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는 하란이를 보면서 지나는 이만석을 떠올렸다.

‘사랑하면 그 사람에 대한 욕심은 어쩔 수 없는 거구나.’

이만석이 다시 자신을 받아 주었을 때 좀더 생각을 깊이 하겠다고 다짐 했지만 지금 이 상황을 보면 감정이란게 내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특히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말이다.

그건 자신뿐만이 아니라 한 숨을 내쉬는 하란이 또한 마찬가지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출 준비를 끝내고 안나까지 밖으로 나왔을 때 하란이와 지나는 놀란 얼굴을 지었다.

“그 캐리어는 뭐에요?”

여행용 짐 가방을 끓고 나오는 안나를 보면서 하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서두를 것 없는데.”

외출 하고 호텔구한 후 저녁까지 먹고 가면 좋지 않겠냐는 뜻에서 하는 말이었다.

그저 서두를 것 없다는 말 뿐이었지만 안나도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

허나 그렇다고 그에 대해서 대답을 해주거나 하진 않는다.

그 무언의 침묵이 곧 자신의 말에 대한 부정이라는 것을 지나도 모르지 않는다.

“그럼 차는 어떻게 하죠? 다섯이니 넉넉하게 두 대를 끌고 가야 한 것 같은데.”

중형세단에 성인 다섯이 못 탈 것도 없지만 차가 한 대뿐이 아닌데 그렇게 불편하게 갈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하란이의 말에 지나가 앞으로 나섰다.

“어제는 언니가 끌고 갔으니 이번엔 내차...”

“그럴 필요 없어.”

그때 안나가 지나의 말을 자르며 나섰다.

“그게 무슨 뜻이죠?”

“난 같이 가지 않을 거니까.”

“네?”

“이대로 당장 떠나겠다는 말인가요?!”

하란이와 지나가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안에서 얘기를 못 했는데. 안나는 가지 않겠다고 하더군.”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정말로 싫어서 그런 건 아닌데.”

집을 나서겠다는 것에 이어 가지 않겠다는 안나의 말에 그녀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때문에 그런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원래 밖에 싸돌아다니는 거 좋아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민준이 저렇게 말해도 하루만에 나가는 것에 이어 같이 외출하지 않겠다는 것은 미안한 감정을 들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집트에서 여기까지 온 손님한테 도리어 눈치를 줘서 내 쫒는 것만 같았다.

“미안해 할 것 없어.”

별거 아니라는 듯 당사자 안나는 그녀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우리와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단 하루밖에 보지 않았지만 내린 결정을 쉽게 바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하란이도 그렇고 지나도 느끼고 있었다.

“아예 떠나는 것도 아니고 언제든 다시 찾아 올 수 있으니 마음 깊이 가지지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이만석의 모습에 지나도 물론이고 하란이도 당혹스러웠다.

본인이 그렇게 하겠다고 해도 대놓고 저렇게 말하는 것은 서운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나?’

지나는 이만석에게 저런 말을 들었다면 좀 야속한 느낌을 받았을 텐데 안나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보면 볼수록 참 감정이 정말로 없는 것도 같고 바늘을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두 사람은 그이 차량에 타고 가도록해.”

그때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차이링이 침묵을 깨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럼 언니가 차를 끌고 가겠다는 말이야?”

“그이와 함께 먼저들 가있어.”

하란이를 향해 웃음을 지어주며 차이링이 알 수 없는 말을 전했다.

“가있으라니?”

그러자 이만석이 곧장 반문을 하며 그 뜻을 물어본다.

“그래도 중요한 손님인데 이대로 보낼 수는 없는 일이잖니. 마지막까지 맏언니로써 내가 배웅을 잘 해줘야 체면이 살지 않겠어?”

“언니...”

“멋진 척은 혼자 다해.”

하란이 차이링의 말이 진정으로 감복했다.

지나 또한 스스로에 대해서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툴툴거렸다.

진정으로 이만석을 사랑한다면 그가 먼 타국에서 데려온 손님이라면 그만큼 소홀히 해서는 안 되었다.

그게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내조를 하는 여인들의 행동이자 스스로 안주인이라 한다면 집에 차아온 손님에게 보여야 할 기품이라 할 수가 있었다.

차이링은 지금 그걸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다.

그녀는 안나가 차갑게 굴어도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았고 세심하게 배려를 해줬던 것이다.

‘연륜이라는 게 무시 할 수 없는 거구나.’

차이링을 보면서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느끼는 지나와 하란이었다.

“호텔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잘들 놀고 있어~”

“미안해, 언니.”

“미안할 게 뭐있어.”

“호텔 잡으면 연락하고.”

운전석에 타고 있는 이만석의 말에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대문이 열리고 저택을 빠져 나가는 차량을 바라보던 차이링이 고개를 돌려 안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도 가보도록 할까요?”

골목을 빠져나와 도로에 들어섰을 때 차이링이 잔잔한 분위기의 발라드를 틀었다.

“한국발라드는 처음 들어보죠?”

뒷좌석에 앉아 있는 안나를 향해 차이링이 친절하게 말을 걸었다.

“생소하겠지만 듣다보면 좋은 곡이 많다는 걸 안나씨도 알 수 있어요. 지금 나오는 이 가수의 목소리도 애절하고 참 듣기가 좋아요.”

“......”

차이링의 말에도 안나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집트에서 그이를 처음 만났을 때 어땠나요?”

“......”

“전 말이죠. 처음엔 정말로 당혹스러웠답니다. 어디서 저런 남자가 나타났는지. 그거 알아요? 처음엔 그이 저렇게 차분하거나 조용한 스타일 아니었어요. 그때의 그이를 보면 아마 안나씨도 좀 놀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한 차이링이 작게 웃음소리를 내었다.

“후후훗...”

“......”

“미안해요. 그때 그이가 생각이 나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다 나왔네요.”

차이링을 바라보던 안나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간의 대화가 멈추고 신호에 맞춰 차량이 정차했다가 다시 초록불로 바뀌어 엑셀을 밟으며 달려 나갈 때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CIA의 해결사였다죠?”

그런 차이링의 말에 안나는 여전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해결사라면 평범한 일은 아마도 하지 않았을 텐데... 안나씨도 참으로 대단하네요.”

차이링이 자신의 내력에 대해서 알아도 상관없다는 것일까.

그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왜 안나씨가 그렇게 성격이 과묵한지 그이의 말을 듣고 이해를 할 수가 있었어요. 해결사라면 확실히 은밀하게 일을 치루는 일이 상당히 많았을 거예요. 어찌 보면 CIA가 정식으로 고용한 킬러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차이링도 그녀가 자신의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전 말이에요. 그이가 하는 일이 보통 위험한 일이 아니어서 걱정이 많이 된답니다. 거기다 중동은 여러 테러단체도 존재하고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잖아요. 아무리 그이가 대단한 실력자라고 해도 사람이 어떻게 될지 앞일은 알 수는 없는 일이니까 신경이 쓰여요.”

그렇게 말한 차이링이 속도를 높여 도로를 달려 나갔다.

“물론 그이를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역시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걱정이 많이 되요.”

차이링이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차량은 도로를 빠져나와 갓길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더니 허름해 보이는 폐공장 쪽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차량은 폐공장을 지나쳐 점점 더 안으로 계속해서 들어갔다.

조그만 길을 따라 더 들어가니 자재들이 싸여 있는 공간이 드러났고 한 쪽엔 넓은 공터가 자리해 있었다.

차량은 그제야 멈춰 섰다.

“목적지가 여긴가.”

그제야 침묵을 깨고 입을 여는 안나.

“네, 맞아요.”

차이링이 그런 안나를 향해 상당히 친절하게 말했다.

시동을 끄고 운전석에서 내리는 그녀.

이어서 안나도 따라 내려선다.

“별로 놀라지 않네요?”

무덤덤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안나에게 차이링이 생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예상은 했으니 상관은 없지만 말이죠.”

주변을 둘러보던 안나가 고개를 돌려 차이링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그제야 안나의 시선에 차이링이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처음 만남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배려해주었던 그 웃음 그대로였다.

“안나씨를 마지막으로 배웅할 장소가 이곳이라서 말이에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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