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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427화 (427/812)

〈 427화 〉 427화 위험한 여자

* * *

방으로 돌아온 차이링은 그제야 입고 있는 옷을 벗어 놓고 다시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옷가지를 하나하나 침대에 놓고 티셔츠에 짧은 면치마로 갈아입은 차이링이 벗어 놓은 옷을 다시 하나하나 개어놓았다.

그 후에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지우고 있을 때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문이 열리며 안으로 찾아온 이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하란이와 지나 그녀들이었다.

“언니, 잠시 시간 되요?”

“시간? 잠깐이라면 괜찮아.”

말이 떨어지자 하란은 걸음을 옮겨 침대에 걸터 앉았고 지나는 의자를 하나 가저와 차이링의 옆에 몸을 앉혔다.

“말 해줘요.”

“뭘 말이니.”

“언니가 안나라는 여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화장대 거울을 통해 두 사람을 바라본 차이링이 쓴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왜 찾아왔나 했었다.

“그것 때문에 찾아온 거니?”

“하루 종일 지켜봤는데 언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그렇게 잘 챙겨주는 모습이 뭔가 수상쩍어 보여요.”

하란이 역시도 차이링의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이상하게 볼 것도 없고, 수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어. 싱크대에서 말했잖니? 그이의 수행비서이고 손님이니 잘 해주는 것뿐이라고.”

“정말로 그게 전부야?”

당연히 자 멀을 곧이 곧대로 믿을 지나가 아니었다.

화장솜으로 하나하나 꼼꼼하게 화장을 지우던 동작을 멈춘 차이링이 지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면?”

“응?”

“그게 전부가 아니라면 날 어떻게 보고 있길래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오히려 그런 지나를 향해 차이링이 물음을 던졌다.

“다른 것은 없어. 다만 아무리 수행비서로써 왔다고 해도 민준씨와 함께 온 여자이니 언니도 다 좋게만 바라볼 수 있는 건 아닐 거 아니야?”

“언니가 하는 말 듣고 친해지려 몇 마디 말을 걸어봤지만 그렇게 차갑게 냉대를 보내는데 어떻게 가까워 질 수가 있어요?”

부엌에서 차이링이 한 말을 듣고 하란은 다시 한번 생각 해보고 여러 번 안나에게 말을 걸었었다.

허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거나 기껏 해야 나오는 대답은 단답이 전부여서 도저히 뭔가 말을 나누려고 해도 대화가 이어지질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더욱 가까워지고 싶어도, 알고 싶어 해도 거리감만 생길 뿐이었다.

“사실 두 사람 말도 틀린 거 없어...”

차이링은 하란이와 지나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틀린 거 없다고요?”

다시 손을 움직이며 얼굴의 화장을 지우기 시작한 차이링이 두 사람을 향해 말을 이었다.

“지나의 말대로 아무리 수행비서에다 먼 타국에서 왔다고 쳐도 그이 옆에 낯선 여자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좋은 일은 아니지. 거기다 하란이 네 말대로 감정 자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데다 대부분 단답형으로만 대답을 하니 가까워지는 게 힘든 게 맞아.”

“그럼 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글세...”

“또 그 대답이야?”

싱크대에서처럼 두루뭉술한 말을 내뱉는 차이링을 보며 지나가 새침하게 바라보았다.

속 시원하게 말해줬으면 싶었는데 글세라고 하니 마음에 안 들었다.

“뭐에요, 언니..”

하란이까지 그런 차이링의 대답이 답답한지 기운 빠지는 목소리로 투정했다.

“마침 너희들 와서 하는 말인데 오늘 그이한테 찾아 갈 건데 그래도 되지?”

“안 돼요!”

“언니 혼자 정하는 게 어디 있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두 여인을 향해 차이링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공항에서 나에게 한 번 빚졌잖아. 그거 갚는 셈으로 쳐.”

“이제 보니 언니, 이러려고 순순히 보내주었구나.”

“응큼해!”

“후후훗... 응큼하긴...... 그때는 정말로 너희들이 그이 곁에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아 보여서 그렇게 하기로 한 거였어. 게다가 그이에게 따로 물어 볼 것도 있고.”

얼굴에 화장을 어느 정도 닦아낸 차이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장으로 가서 속옷을 챙긴 그녀가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당했다는 얼굴로 앉아있는 두 여인을 다시 바라보았다.

“참... 너희들 에게 알려 줄 거 있는데... 들어볼래?”

“듣고 싶지 않아.”

“지나씨의 말에 동감이에요.”

기분이 상한 듯 보이는 두 어린 동생들의 모습에 차이링의 다시 웃음을 지었다.

“안나 라는 그 여자에 관한 얘기인데도?”

순간 솔깃 한지 하란이 고개를 들어 문 쪽에 서있는 차이링을 바라보았다.

“뭔가 비밀이라도 있다는 건기요?”

“큰 비밀은 아니고... 안나라는 그 여자. 한국어 할 줄 알더라.”

“사실이에요?!”

“정말?”

하란이는 물론이고 지나도 어느새 몸을 돌려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히 한국어를 못 알아 들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안다고 하니 놀라웠다.

“잠자리 봐줄데 나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었으니 사실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놀란 표정으로 앉아 있는 두 여자를 내버려 두고 차이링은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잠시 안나가 있을 방 쪽을 힐끔 처다 본 차이링이 다시 고개를 돌려 샤워 실 쪽으로 향했다.

‘아직 방에 있나보네.’

불이 켜져 있지 않은 스위치를 확인한 그녀가 켜고 샤워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입고 있는 옷가지들을 벗어 던지고 팬티와 브래지어마저 다 벗겨낸 차이링이 샤워기를 틀어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를 맞으며 머릿결을 쓸어 넘겼다.

‘경고였으려나.’

자리를 봐줄 때 안나가 자신에게 한 번더 생각해 보는게 좋을 거라는 말을 차이링이 다시 떠올렸다.

자신호의를 지적하며 오히려 그 속내에 대해서 물어오며 했던 그 말.

차이링이 생각을 하기로 그 말은 절대 좋은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무섭네...”

순간 차이링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면 절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보면 볼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더 안나가 평범한 여자가 아닌게 확실해져만 갔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 보면.”

그러나 안나가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호의를 보이는 그대로 좋게 받아들였다면 차이링은 더 이상 그녀가 보통의 인물이 아니라고 해도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을 것이다.

그 말을 하기 전까진 차이링도 여전히 차가운 모습이지만 자신의 말에 별 말 없이 응해주는 안나의 모습에 어느 정도 생각을 조금씩 달리해 가고 있었다.

위험한 여자라도 그 정도면 차이링도 넘어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허나 이번 일로 인하여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여자인지 다시 한 느끼게 되었다.

쏴아아­!

쏟아지는 물줄기를 맡으며 차이링이 자신의 매끄러운 복부를 어루만지다 탐스러운 젖가슴을 부드럽개 쓸어 올렸다.

“차이링 넌 어쩜 이렇게 몸매가 좋으니?”

거울 속에 비춰 보이는 자신의 몸매를 보며 만족해 하는 그녀.

이만석에게 안기었을 때 그가 실망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를 해온 차이링은 자신의 미끈하게 빠진 몸매에 충분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성회를 위해 일하며 각 지역마다 정보팀을 신설하여 관리에 들어갔고, 그로인하여 일성회도 전국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총괄하는 제대로 된 정보부서를 갖추어가고 있었다.

대륙을 총괄하는 삼합회에서의 간부로써 배웠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을 제대로 된 관리 하에 들어갈 수 있게 이루어낸 그녀의 성과였다.

이만석이 이집트에 가 있는 동안 그녀도 충분히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그이의 품 안에 안기어 잘 수가 있겠네. 우후훗...”

작은 웃음소리를 내며 거울을 바라보던 차이링의 머릿속에 다시금 안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

‘그이가 상당히 위험한 여자를 들였어.’

오랜만에 자리에 누은 이만석은 익숙한 침대의 촉감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반년 만에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의외인데.”

지금쯤이면 하란이나 누군가 이미 안방으로 달려들어 왔어야 하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로 눈치를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잠자리에 들려던 이만석은 문 앞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왔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문 앞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웠던 베개에서 머리를 때고 상체를 일으키자 잠시 후 문이 살며시 열리고 안으로 차이링이 들어섰다.

“당신 안자고 있었네?”

달칵.

안으로 들어선 그녀가 이만석을 바라보면서 손을 뒤로 살짝 밀어 문을 닫았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잠이 안 오는 거야?”

천천히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때서 옮겨 침대 앞으로 다가섰다.

“아니면... 우리 자기 이런 거라도 기대하고 있었던 거니......”

목욕가운의 묶여 있는 끈을 살며시 풀어내자 매끈한 복근과 함께 속옷차림의 그녀의 몸매가 이만석의 눈앞에 펼쳐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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