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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425화 (425/812)

〈 425화 〉 425화 위험한 여자

* * *

그렇게 한 참을 달려 서초구에 있는 저택에 도착한 이만석은 닫혀 있는 대문을 열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한 편에 마련되어 있는 주차구역으로 차를 끌고 들어가 정차시키고 천천히 시동을 껐다.

차 문을 열고 내려선 이만석이 주변을 둘러보자 하란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 오랜만에 돌아온 집인데 느낌이 어때?”

“상당히 좋아. 경치도 마음에 들고.”

“민준씨가 떠날 때는 한 겨울이었으니까요.”

“그렇군요.”

지나의 말대로 이만석이 이 집을 떠날 때는 겨울이었다.

허나 지금은 7월이 다가오며 초여름으로 나아가는 상황.

벌써 꽃이 만발한 뒤고, 내리쬐는 태양에 나뭇잎과 풀들이 싱그러움을 드러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꽁꽁 얼어있던 연못도 어느새 녹아 있어 거기엔 잉어와 같은 관상어들이 예쁜 비늘을 드러내며 헤엄치고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사이 대문이 다시 열리며 차량 한 대가 안으로 들어섰다.

천천히 속도를 늦춰 이만석이 정차해놓은 옆 칸에 차가 멈추고 잠시후 시동이 꺼지더니 운전석의 문이 열리며 차이링이 내려섰다.

“안 들어가고 뭐해?”

의아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던 차이링이 이만석의 곁으로 다가가 눈을 흘겼다.

“흐응~ 혹시 나 기다린 거니?”

그러면서 천천히 엉겨붙는 차이링의 모습에 보다못한 하란이 대답을 해주었다.

“그게 아니라 경치를 보고 있던 거예요.”

“경치? 뭐야. 나 기다린 거 아니야?”

순간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발걸음을 옮겼다.

“당신 그 웃음 뭐야?”

앞서 걸어 나가는 이만석에게 말해 보지만 손만 들어 보일 뿐이었다.

“우리도가요.”

그런 이만석을 따라 하란이와 지나도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갔다.

“신기한가 봐요?”

치이링은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안나를 향해 말을 걸었다.

“......”

허나 안나는 별다른 말없이 그저 소나무가 솟아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을 분이었다.

“그이와 얼마나 일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가 안나씨가 모시는 저 남자가 사는 집이에요.”

그러나 차이링은 그런 안나를 향해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한 가지 더 알려드리면 앞서 나가는 저 두 아이와 나의 집이기도 해요.”

“......”

여전히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 안나를 바라보던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싶지 않나요?”

순간 소나무 쪽을 바라보고 있던 안나의 시선이 차이링에게로 향했다.

그 시선에 차이링이 다시 나긋하게 말을 이었다.

“알고 싶어 할 거 같은데 물어봐요. 그럼 내가 다 알려 줄 테니까.”

차이링의 질문이 거슬려서일까.

안나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왜 내가 그걸 알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하지.”

“수행비서니까요.”

“......”

“함께 다니며 보좌하는 수행비서라면 자신이 모시는 상관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무표정한 얼굴로 차이링을 똑바로 처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알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잘 못 짚었나보군요.”

차이링이 붉은 입고리를 말아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 기다리고 있을 테니 우리도 들어가도록 해요.”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 현관문으로 향했다.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나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닫지 않고 열어놓고 안으로 들어섰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니 하란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아무래도 늦게 들어온 차이링에 대해서 궁금함이 일었던 것 같았다.

“안나라는 그 여자하고 대화라도 나눈거야?”

부엌에서 나온 지나가 차이링을 보고 다가와 던진 말이었다.

“별거 아니란다. 감상에 젖어 있기에 잠시 대화를 나누었어.”

그때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안나가 안으로 들어섰다.

밖의 풍경을 바라볼 때처럼 그녀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거실을 둘러보았다.

그 모습을 하란이와 지나는 경계의 눈빛을 보이며 처다 보았다.

“서있지 말고 들어와.”

그때 화장실에서 나온 이만석이 안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신발을 벗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는 안나를 두고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공항에서도 느꼈겠지만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니까 세 사람이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어.”

안나의 태도에 충분히 차아링도 그렇고 지나, 하란이도 어색해 하거나 그럴 수가 있어 다시 한 번 이해를 구했다.

“걱정하지 마... 우리가 그 정도도 이해를 못 해주겠니? 당신을 따라 먼 이집트에서 이곳에 찾아온 손님인데.”

그렇게 말한 차이링이 고개를 돌려 안나를 바라보았다.

“저기 소파에 앉아서 기다려요. 커피 타서 가지고 갈 테니까. 지나야 나 좀 도와줄래?”

말을 끝내고는 매고 있던 백을 한 켠에 놔두고 부엌으로 향하는 차이링을 따라 잠시 안나를 바라보던 지나가 걸음을 옮겨 따라갔다.

커피를 끓이기 위해 차이링이 물을 올릴 동안 지나가 커피잔과 받침대를 시람 인원수에 맞게 준비를 했다.

“언니.”

커피를 준비하면서 지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응?”

“저 안나라는 여자. 어떻게 생각해?”

“글세...”

두루뭉술한 대답을 하는 차이링을 두고 지나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나 저 여자 별로 마음에 안 들어. 바라보는 눈빛이나 행동이 상당히 꺼림직해.”

지나는 솔직하게 자신이 느낀점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그이의 수행비서라서 그런 게 아니고?”

“질투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야. 처음엔 물론 예쁘게 생겨서 좀 그런 게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

“그렇지가 않다니?”

지나가 고개를 돌려 차이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진지했고 언뜻 심각해 보이기까지 했다.

“언니는 느낀 거 없어? 예를 들어 소름이 돋는다거나 그런 거.”

“소름?”

“응. 민준씨 말대로 사람이 무뚝뚝할 수도 있는 건데 저 여자는 그것과는 좀 달라. 가까이 하기에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단 말이야.”

고저가 없는 눈빛이나 목소리.

사람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그런 감정의 기본선이 하나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러니?”

끓고 있는 물을 끄고 하나 둘 커피를 타기 시작하는 차이링을 보면서 안나가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다 끓인 커피를 쟁반에 담아서 부엌을 나와 응접실의 소파로 이동해 각자 앞에 한 잔씩 내려놓았다.

“맛있게들 들어요.”

생긋 웃음을 지으며 말한 차이링과 지나도 자리에 착석을 했다.

“당신 여기에 앉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지?”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잔을 들어 살짝 맛을 보았다.

입을 통해 특유의 커피향이 맴도는 가운데 이만석이 다시 한 모금 먹었다.

“안나씨도 들어요.”

그러는 사이 차이링이 아직도 가만히 앉아 있는 안나를 향해 친절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들어요. 이상한 거 타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잠시 동안 그런 차이링을 바라보던 안나가 커피 잔을 들었다.

한 모금 맛을 보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차이링도 잔을 들었다.

“당신 식사 안했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을 보며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럴 줄 알고 어제 셋이서 같이 여러 가지 많이 만들어 두었어.”

“셋이서?”

셋이라는 말에 이만석이 반문을 하며 바라보았다.

“저 요리 배우고 있어요.”

“지나씨가 말입니까.”

“네. 저도 민준씨를 위해서 뭔가 하나라도 만들어 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배우고 있었어요.”

“대단합니다.”

“정말로 그래 보여요?”

“저 때문에 배운 거라는데 당연히 대단한 일인 겁니다.”

이만석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 것일까.

안나를 신경 쓰고 있으면서도 지나는 저도 모르게 뺨을 살짝 붉혔다.

그러는 사이 차이링은 안나를 바라보고 있다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자신을 처다 보는 그녀를 향해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웃어주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 차이링은 하란이와 지나, 이렇게 셋이서 함께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언니 무슨 생각인거에요?”

그때 하란이 컵을 씻고 있는 차이링을 향해 속내를 물었다.

“뭐가?”

“저 여자... 아무렇지도 않아요?”

“마음에 안 드니?”

“그게 아니라... 좀 분위기도 그렇고 상당히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그래요.”

“역시 그렇죠?”

그때 지나가 응접실 쪽을 바라보다 작은 목소리로 동조의 말을 내뱉었다.

“지나씨도 그래요?”

하란이도 지나의 말에 동조를 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네... 저도 저 여자... 꺼림칙해요.”

심각한 얼굴로 말하는 두 사람의 말에 차이링이 틀어 놓았던 물을 잠그고 손의 물기를 털어내고는 입을 열었다.

“그이가 데려온 사람이야. 수행비서로 곁에 있는 여자이기도 하니 그런 걸로 함부로 해선 안 돼.”

그런 지나와 하란이를 차이링은 가볍게 나무랐다.

“언니는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아요?”

다시금 물어오는 하란이를 향해 차이링이 별다른 말없이 웃음만 지어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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