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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424화 (424/812)

〈 424화 〉 424화 위험한 여자

* * *

순간 안나의 말에 분위기가 싸해지자 이만석이 다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인사는 나중에 하는 것으로 하지. 나갈까?”

주차되어 있는 차량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분위기는 상당히 어색해져 있었다.

하란이는 물론이고 지나도 딱히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 차이링이 난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차량을 한 대밖에 안 끌고 나왔는데 어떻게 하지? 손님이 있는걸 알았으면 한 대 더 끌고 오는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주차장에 내차 있을 테니까.”

“얼마 전에 당신 차 끌고 가던 게 그것 때문이었니?”

이만석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대비해서 정비를 맡기려고 그런 것인 줄 알았던 차이링이 그렇게 물음을 던지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묵혀뒀으니까 차량 손도 볼 겸, 오는 시간에 맞춰서 대기시켜 놓는 거지.”

“철저하네.”

“그럼 어떻게 타고 갈 거예요?”

그때 지나가 이만석과 차이링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민준씨 차량이 대기하고 있으면 따로 타고 가야 할거 아닌가요?”

“그렇겠죠.”

“그럼 저 민준씨하고 같이 타고가도 되죠?”

“지나씨가 그러고 싶다면 저야 상관없습니다.”

거리길 것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을 두고 차이링이 하란이를 바라보았다.

“너도 그이랑 같이 타고 가고 싶지?”

“그건 물어보지 않아도 당연하잖아요.”

“흐응~ 갑자기 나 혼자 외톨이가 된 기분인 걸?”

콧소리를 내며 웃음을 지은 차이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그이차량 타고 가도록해. 나는 뒤에 붙어서 갈 테니까.”

“그래도 돼요?”

차이링의 의외의 말에 하란이 미안한 감정을 느끼며 다시 되물었다.

“어쩔 수 없잖니? 여기에 내 애마를 주차해두고 가는 것도 별로고, 차량 두 대나 있는데 좁게 타고 가는 것은 좀 그렇잖아.”

맏언니라고 직접 차량을 끌고 온 것도 미안한 감정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렇게 혼자서 뒤따라가겠다고 하는 차이링의 말에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그런 마음을 알았을까.

차이링이 지나와 하란이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운전하겠다고 끌고 온 건데 그렇게 미안해 할 것 없어.”

이어서 고개를 돌려 이만석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 이렇게 예쁜 레이디들 한 번에 태우는 거 흔치 않은 거 알지? 조심해서 운전해.”

“알았어.”

“그럼 차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출발하면 전화해. 뒤 따라갈게.”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말없이 옆에 서있는 안나를 바라보았다.

“첫 인사는 좋지 않았지만 안나씨도 편하게 가도록해요.”

나긋한 음성으로 말한 차이링이 말이 없는 안나를 뒤로 하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잠시 동안 차이링을 바라보던 이만석이 몸을 돌렸다.

“그럼 우리도 가보도록 할까.”

어디에 주차 했는지 연락을 받은 이만석은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수많은 차량들이 정차 되어 있는 가운데 눈에 익은 흰색의 아우디 차량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키의 버튼을 누르자 자연스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운전석에 오르는 이만석의 보며 지나가 무슨 생각이 든 것인지 하란이에게 조수석을 양보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하란......”

그렇게 막 입을 여는 그때 안나가 자연스럽게 조수석의 문을 열고 올라 타버렸다.

그 모습에 그대로 굳어버린 지나가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그대로 뒤 좌석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

이어서 올라타는 하란이 또한 그런 안나의 태도에 어처구니없기는 매한가지였다.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지?’

‘뭐야 저 여자?’

그렇게 두 사람이 안나에 대해서 어이없어 하는 동안 안전벨트를 맨 것을 확인한 이만석이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이만석이 출발하기를 기다리던 차이링이 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시동을 켰다.

천천히 후진을 하여 차를 빼내어 출구 쪽으로 이동해 잠시 기다리다 이만석의 차량인 흰색 아우디가 조심스럽게 앞서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 뒤를 따라 차이링이 핸들을 돌리며 기어를 바꿔 운전해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참을 달리다 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때 차이링이 조용히 생각을 할 수 있게 마음이 차분해 지는 잔잔한 음악을 틀었다.

앞서 달려 나가는 이만석의 차량을 따라가며 그녀는 조금 전 쌀쌀맞게 대하던 안나의 얼굴을 떠올렸다.

‘평범한 여자는 분명히 아니야. 뭐하던 여자일까.’

입국게이트 쪽을 바라보며 저기서 이만석이 나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녀의 장난스럽게 굴었지만 하란이와 지나, 두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긴장이 되고 두근거리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당연히 느끼는 감정들이었다.

아무리 차이링 그녀가 보통의 여자와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고 해도 그녀도 결국은 한 명의 여인이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평소보다 더 꽃단장을 했고 평소보다 더 화장을 하는데 신경을 썼다.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은 모든 여자들의 마음인 것이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1초가 1분같이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가고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햇빛에 그을려 떠날 때보다 피부가 탄 것 같았지만 여전히 훤칠하게 잘생긴 얼굴 그대로였다.

{오빠!}

입국수속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낸 후 밖으로 나오는 이만석을 향해 하란이 달려가며 외쳤다.

{민준씨!}

이어서 지나 또한 반가운 음성으로 이만석을 부르며 그를 맞이했다.

{오래 기다렸어?}

이만석이 하란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하란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도착하니 얼마 되지 않았다고 대답을 한 것이다.

{잘 다녀왔어요?}

이어서 지나가 수줍음을 타며 말했고 이만석이 그녀를 향해 웃음을 지으며 응대해 주었다.

허나 그런 상황에서도 차이링은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서있었다.

아니, 이만석이 게이트를 나오는 그 잠깐의 순간 말고는 더 이상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차이링은 그녀들이 인사를 건넬 동안 한 여자를 주시하고 이었다.

이만석에 이어서 게이트를 빠져나와 함께 걸어오는 묘령의 여인.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그 여인은 무표정했고 어딘가 모르게 쌀쌀해 보였다.

이만석이 하란이와 지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때 뒤에 서있던 그 여인이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이쪽을 바라보았다.

‘위험한 여자야.’

그 순간 차이링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이 여자가 절대 평범한 여인이 아니라는 것을.

아무런 감정을 읽을 수 없는 그 눈을 마주한 순간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 진적은 차이링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아니, 거의 없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같이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해준 이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 중에 한 명이 삼합회에 속해 있으면서도 딱 두 번 보았던 삼합회의 회주인 양태천이었고, 또 한사람을 뽑자면 바로 눈앞에 있는 이만석이었다.

그때 하란이 자신을 향해 말을 걸어왔고 이어서 이만석이 농을 던져왔다.

그 제서야 시선을 돌려 이만석에게 대답한 안나가 그를 향해 직접적으로 물었다.

{누구니.}

그 질문을 던졌을 때 이만석에게만 신경을 쓰고 있던 하란이와 지나도 드디어 그 여인에 대해서 알아차렸다.

아무리 이만석에게 시선이 팔려 있다고 해도 바로 맞은편에 서있는 여인을 알아차리지 못 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오빠 일행 있었네?}

{여자...?}

그녀를 두고 하란이와 지나가 입을 여는 그때 이만석이 뒤에 서있는 여자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었다.

그 후에 수행비서에 안나라고 밝힌 후 옆으로 비켜서며 인사를 나누라고 한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서있는 그 여자를 두고 하란이와 지나는 경계의 빛을 드러내며 바라보았다.

그때 서야 안나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 볼 겸 차이링 그녀가 스스로 앞으로 나섰던 것이다.

{안나씨라고 했나요? 만나서 반가워요. 차이링이라고 해요.}

평소처럼 듣기 좋은 나긋한 음성으로 이만석이 안나라고 밝힌 그녀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

허나 돌아온 것은 아무런 대답도 없는 침묵.

거기서 굴하지 않고 차이링은 생긋 웃음을 지으며 다시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사람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면 대답해 주는 게 예의랍니다.}

그제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던 그녀가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미안한데, 난 손잡고 인사를 나누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야.}

안나라는 그녀에게서 나온 대답은 상당히 쌀쌀맞은 말이었다.

이어서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하란이와 지나를 향해 또다시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날 두고 그런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기분이 별로 안 좋으니까.}

그 말이 던져진 직후 분위기는 냉랭해졌고 이만석이 나서며 중재를 했다.

공항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금 되돌려 생각해보던 치이링은 시선을 느끼고 자신을 처다 보던 안나의 눈빛을 다시 떠올렸다.

아무런 감정도, 그리고 생각도 읽은 수 없는 그 눈빛은 한기가 서린 것처럼 너무나 차가웠다.

“그이도 너무했네~ 아무 말 없이 저런 위험한 여자를 데려오고 말이야.”

지금처럼 절제되어 있지 않은 이만석을 마주 하고 차츰 그를 겪어 나가면서 평범하지 않은 자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다 서서히 달라지며 변화되어 가는 이만석을 보면서 다른 사람같이 느껴졌었고 그쯤에 이만석에게서 처음으로 솜털이 곤두 서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동물적 감각으로 달라져가는 이만석에게 깃들어 있는 힘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느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 이후로 또 다시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이만석을 알기 전에 삼합회의 지부장으로써 일성회의 정이철 회장을 보았을 때도, 다른 이들을 만났을 때도 그렇지 않았었다.

헌데 안나라는 그 여자는 달랐던 것이다.

“흐응~ 수행비서란 말이지...”

차이링의 차분한 시선이 저만치 앞서 달려 나가는 이만석의 차량에 타고 있을 안나에게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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