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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423화 (423/812)

〈 423화 〉 423화 위험한 여자

* * *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하란이와 지나, 그리고 차이링은 각자 거울앞에서 치장을 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이만석과 근 반년 만에 만나는 것이니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이 그녀들의 마음인 것이다.

어디 한 군대라도 모난 구석이 없는지 살피고 고치며 1시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서 화장에 옷을 갖추어 입은 세 사람이 드디어 저택을 나와 차에 몸을 실었다.

“다들 안전벨트 꽉 매도록 하렴~ 밟을 거니까.”

“이미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언니 출발!”

후진기어를 넣고 차량을 뺀 차이링이 리모컨으로 닫혀 있는 대문을 열고는 다시 기어를 맞추고 엑셀을 밟아 빠져나갔다.

서서히 속도를 높이며 골목을 빠져나가는 차량에 맞춰 차이링이 경쾌 한 음악을 틀어 분위기를 띄었다.

“오늘은 이상하게 늘 보아오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보이네요.”

“하란씨도 그래요? 나도 그런데.”

“우후훗...! 오늘은 그이가 돌아오는 툭별 한 날이니 그런 거 아니겠어? 늘 보아오던 것도 특별한 날에 보면 또 달라 보이는 거란다~”

“오빠 빨리 보고싶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지 하란이의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비단 하란이 뿐만이 아니라 지나, 차이링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옆에서 지나의 걱정스러운 음성이 작게 들려왔다.

“중동지역은 자외선이 강해서 민준씨 피부가 많이 상한 건 아닌지 걱정이네요.”

“그렇게 강해요?”

“작년에 내가 갔을 때는 그렇게 느꼈어요.”

가서 경험해보니 확실히 자외선이 강했다.

“오빠 피부 많이 상하면 안 되는데...”

지나의 말에 덩달아 걱정이 되는지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는 하란이었다.

“그을린 피부는 더 남성적으로 보여서 좋더라~”

그와는 다르게 차이링은 오히려 짐승남으로 대표되는 구릿빛 피부를 떠올리며 무흣한 상상을 했다. 거기다 조각과 다름없는 멋진 몸을 가지고 있으니 더욱더 그랬다.

그렇게 한 참을 달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녀들은 이만석을 마중 하기위해 입국장으로 향했다.

걸음을 옮기는 세 여자의 미모가 보통이 아니어서인지 금세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허나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차이링은 물론이고 지나와 하란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미모가 출중하면 당연히 시선이 몰리는 법이다.

집을 나서기 전에 이만석과 전화통화를 한 뒤라 도착할 시간에 맞춰나온 세 여자는 전광판에 뜨는 프랑스 샤르드골발 인천행 비행기의 도착시간을 확인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10여분후면 공항에 도착하겠네요.”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까지 시간을 생각하면 20분정도 걸릴거에요.”

하란이의 들뜬 목소리에 지나가 말을 거들었다.

“그이가 한국에 오고 있다는 게 믿겨지니?”

“아니요. 아직도 오빠가 저기로 나온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반년이라는 시간이 그만큼 길었으니까...”

입국게이트를 바라보는 차이링과 하란이의 두 눈에선 진한 그리움이 묻어나 있었다.

그러는 사이 지나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이 작 먹혔는지 다시 확인하며 점검을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 예뻐보이고 싶은건 당연했다.

‘이정도면 민준씨도 이상하게 보진 않겠지.’

확인을 끝낸 지나도 자연스럽게 입국게이트로 시선이 향했다.

저곳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지나였다.

그녀에게 이만석이 없는 삶이란 있을 수가 없었다.

이만석에게 차였던 그날, 지나는 상당한 슬픔을 경험했고 결국엔 그걸 참지 못하고 해선 안 되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극적으로 목숨을 건지고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그런 행동을 한 정도로 이미 가슴 깊숙이 자리한 사람이 바로 이만석이었다.

웬만한 남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녀가 유독 이만석 앞에만 서면 긴장되고 떨리는 것도 다 그를 너무 사랑하기에 그런 것이다.

그런 자신이 지나는 전혀 싫지가 않았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품에 안기면 안 되니?”

“안 돼요.”

감상에 젖어 있는 지나의 귀에 상념을 깨는 차이링의 말과 하란이의 단호한 음성이 들려왔다.

“하여간 깐깐하게 군다니깐... 그럼 안기지는 않고 키스정도는 괜찮지?”

“키스정도라니! 그게 더 세잖아요!”

“뭘 그렇게 안 되는게 많아?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질투가 그렇게 많아서야... 역시 애라니까.”

“거기서 또 왜 그 얘기가 나오는 거죠?”

“흐응~ 그럼 해도 괜찮은 거네?”

“안 돼요!”

하란이와 차이링이 투닥거리는 모습에 지나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저 모습도 익숙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만석이 나오기를 십여 분이 흘렀을 때 입국게이트의 문이 열리며 또 다시 여행가방을 이끌고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허나 이번에는 그녀들은 눈을 빛내며 집중해서 문 쪽을 응시했다.

얼마나 처다 보고 있었는지 사람들이 몰려나오는 가운데 드디어 그녀들의 눈에 반가운 얼굴이 포착이 되었다.

“오빠!”

나오는 것을 발견한 하란이 반가운 음성으로 이만석을 불렀다.

“민준씨!”

그에 지나도 놀란 음성으로 이만석을 찾는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이만석은 입국심사를 마치고 그렇게 게이트를 빠져나와 자신을 부르며 기다리고 있는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게이트를 나서 걸어오는 이만석에게 한 달음에 달려간 그녀들의 얼굴엔 진한 그리움이 묻어나 있었다.

“오래 기다렸어?”

이만석의 물음에 하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우리도 도착한지 얼마 안 됐어.”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하란이를 바라보던 이만석의 귀에 지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잘 다녀왔어요?”

수줍음을 타며 물어오는 그녀의 뺨은 붉혀져 있었고 시선은 떨리고 있었다.

“지나씨가 걱정해준 덕분에 별 탈 없이 다녀왔습니다.”

“......”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이만석의 모습을 보자 지나는 더욱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란이는 그런 지나의 모습을 왠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아 저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정작 제일 먼저 이만석에게 달려들어 안길 것처럼 행동했던 차이링이 아무 말 없이 서있자 하란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요, 언니?”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차아링에게 하란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차이링은 그런 하란이의 말에도 여전히 말없이 처다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전화상으로는 보고 싶다고 그러더니 별로 반갑지가 않나봐?”

그런 차이링을 두고 이만석이 가볍게 농을 던지며 말을 걸었다.

“반갑지 않긴... 나 당신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잖아.”

그제야 닫혀 있던 입을 여는 그녀.

“누구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에요?”

뜻 밖의 그녀의 말에 하란이 차이링이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건 지나도 마찬가지였는데 그제야 그녀도 차이링이 이만석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주시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빠 일행 있었네?”

“여자...?”

오랜만에 보게 된 이만석에게 신경을 쓴다고 그의 뒤에 서있는 묘령의 여인을 알아보지 못 했던 것이다.

“인사해. 이쪽은 내 수행비서로 일하고 있는 안나. 이집트에서 함께 왔어.”

“수행비서?!”

“수행비서라구요?!”

순간 하란이와 지나의 입에서 동시에 놀란 음성이 터져 나왔다.

“오빠 언제 수행비서를 들인거야?!”

“민준씨 그런 말 없었잖아요!”

“일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 어쨌든 서로 인사들 해.”

옆으로 살짝 비켜준 이만석이 뒤에 서있는 안나를 그녀들과 마주보게 해주었다.

“......”

“......”

“......”

말없이 가만히 서있는 안나를 두고 하란이와 지나가 경계의 시선을 보이며 그녀를 처다 보았다.

‘오빠가 무슨 생각으로 수행비서를 둔거지?’

‘예쁘게 생겼잖아.’

하란이와 지나는 그런 안나를 두고 각자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무슨 이유로 수행비서를 두었는지 와 백인으로 보이는 이 여자가 상당히 예쁘게 생겼다는 것.

그렇게 세 여자 모두 말없이 서있는 그때 차이링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안나씨라고 했나요? 만나서 반가워요. 차이링이라고 해요.”

유창한 영어로 인사를 건네는 차이링이 손을 내밀었다.

“......”

허나 그런 차이링의 말에도 안나는 아무런 말없이 서있었다.

“사람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면 대답해 주는 게 예의랍니다.”

생긋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여는 차이링의 말이 통했을까.

드디어 닫혀 있던 안나의 입이 열렸다.

“미안한데, 난 손잡고 인사를 나누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야.”

영어로 물어오는 차이링에게 대답한 안나가 시선을 돌려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하란이와 지나를 향해 차가운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날 두고 그런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기분이 별로 안 좋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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