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6화 〉 406화 나가야 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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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갈며 창밖을 내려다본 칼락은 씩씩 거리던 그대로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두 눈의 시야에 펼쳐진 창밖의 풍경은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파여 있는 광장이라 생각 되는 곳에서 지글지글 타오르며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이었다.
동그란 그의 두 눈동자가 점점 커져가더니 이윽고 동공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도저히 두 눈으로 목격하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시장실에서 내려다보이는 그곳엔 수백 미터의 알레포 도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넓은 광장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광장이 사라지고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도저히 두 눈으로는 그 깊이를 가늠 할 수 없는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었고 거기서 뜨거운 열기와 연기들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손으로 조심스럽게 눈을 비볐다가 다시 떠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허탈한 칼락의 음성에 이어 창밖을 바라보는 다른 이들도 역시나 충격을 받은 모습으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광장에 진을 치고 있던 병력들이 모두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찾을려고 해도 저런 모습이라면 도저히 한 명도 살아남지 못 할 것라는 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는 일이었다.
천제지변이 일어난 것인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본 이들은 누구하나 시선을 때지 못 하고 멍하니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럼... 들어갈까.”
광장을 바라보고 있는 안나의 정신을 일깨우는 이만석의 음성이 들려왔다.
지글지글 열기가 솟아오르는 구덩이에서 시선을 돌린 안나가 이만석의 얼굴을 처다보았다.
“사람이야?”
“사람?”
갑작스러운 안나의 물음에 이만석이 반문을 하며 대답했다.
잠시 안나의 얼굴을 바라보던 이만석이 입고리를 말아 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인간이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해줄 말은 없어.”
그러고는 몸을 돌려 깨져버린 유리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동안 이만석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그녀도 발걸음을 때서 뒤를 따랐다.
“마, 막아!”
강한 폭발음과 파편에 맞은 건물이 흔들리자 몸을 움츠리며 바닥에 엎드렸던 이들이 하나 둘 몸을 일으키다 안으로 들어서는 이만석과 안나를 보고는 놀란 듯 소리쳤다.
푸슛!
“컥!”
푸슛! 푸슛!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반군으로 보이는 놈들이 드러나는 족족 안나가 총으로 쏴 갈겨 죽여 버렸다.
양 옆에 서 있는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확인하고 번호를 눌러본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의 여파로 고장 났어.”
수많은 파편들이 건물에 부딪치며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상황이라 엘이베이터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
계단으로 가려고 해도 파편에 맞아 무너지고 엉망일 테니 걸어서 올라가는 것도 무리일 터였다.
옆에 서서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를 바라보고 서있는 그녀의 허리를 이만석이 조심스럽게 감쌌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돌려 이만석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하는 수 없잖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으니.”
“......”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안나에게 눈웃음을 지어준 이만석이 그대로 워프를 시전 했다.
“재미난 구경이라도 났나보지.”
5층에 위치한 시장실에 한 번에 워프를 하여 들어온 이만석은 창문에 붙어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볼 수가 있었다.
“누구냐?!”
그 말에 창가에 나란히 서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병사들이 놀라며 소총을 바로잡은 채 몸을 돌렸다.
푸슛! 푸슛!
“컥!”
“어억!”
그러나 그 전에 두 명의 향해 쏘우는 안 나의 사격이 더 빨라 순식간에 목에 구멍이 뚫리며 피를 뿌리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적이다!”
“각하, 피하십시오!”
“다들 피해!”
칼락과 그의 측근들도 몸을 돌렸다가 눈 앞에 서있는 이만석과 안나를 보고는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병사들이 총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에 책상이나 소파로 몸을 피하는데 애석하게도 그들의 움직이는 동작보다 안나의 사격솜씨가 훨씬 더 빨랐다.
다 섯번의 불빛이 총구에서 반짝였고 네 발은 정확히 이마에 구멍을 뚫어버렸고 한 발은 허벅지에 명중시켰다.
품에서 권총을 꺼내들며 몸을 엄폐하기 위해 피하던 이들은 그 자리에 쓰러지며 눈도 감지 못하고 즉사해버렸다.
“크아아아악!”
그들과는 다르게 단 한 명, 칼락 만이 달려가다 목적인 책상 앞에서 넘어지며 다리를 부여잡고 상당히 고통스러워했다.
구멍이 뚫린 자리에서 피가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는 것을 손으로 막으면서 비명 성을 내질렀다.
“언제까지 안고 있을 거야.”
그때까지도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이만석을 향해 안나가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불편해?”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이만석은 그녀의 말에도 손을 풀지 않고 반대로 물음을 던졌다.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내 편 한 대로 생각하지.”
말 없는 그녀에게 차분한 음성으로 말한 이만석은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손을 때지 않은 채 다시 고개를 돌려 칼락을 바라보았다.
“주, 죽여 버리겠다...감히 나를......!”
고통스러운 비명 성을 내뱉던 칼락이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안나를 증오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처다보았다.
탕! 탕! 탕!
바닥에 떨어졌던 권총을 재빠르게 집어 들어 사정없이 안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 총을 쏘았다.
팅! 티팅! 팅!
“죽어! 이 개 같은 년아! 죽어버려!”
그렇게 미친 듯이 성질을 내며 총을 갈겨 되던 칼락의 얼굴표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변화가 일어났다.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계속해서 갈겨 되던 드고 총알들이 한 발도 명중하지 않고 다 튕겨져 나가는 모습에 점점 정신이 돌아왔던 것이다.
“어, 어떻게...”
탕 타탕!
팅! 팅!
쉬지 않고 남은 총알을 다 써버리며 갈겨대는 되도 모든 총탄이 바로 앞에서 벽에 막힌 것처럼 튕겨 나가버린다.
“사실이었단 말이냐......”
헛소리로 치부 되었던 것이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니 그 충격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틱! 틱!
어느새 탄알을 모두 다 쓴 것인지 방아쇠를 당겨봤자 총기의 마찰음 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이만석은 그런 칼락을 지켜보다 안나를 데리고 걸음을 옮겨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가, 가까이 오지마! 가까이 오지 말라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 찾아오는 두려움에 칼락은 점점 다가오는 둘을 피해서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뒤로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가까이 오지 말란 말이야!”
그러다 얼마 가지 않아 벽에 등이 부딪쳤을 때 들고 있던 권총을 둘에게 던지며 발악을 했다.
날아오는 권총을 가볍게 잡아 낸 이만석이 손으로 말아쥐고 우그려 트렸다.
“괴, 괴물......”
순식간에 얼굴이 파랗제 질린 칼락은 한 번에 권총을 우그러 트리는 모습에 더 이상 그가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심하게 몸을 떨며 입을 벌리고 바라보던 칼락이 이만석과 안나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을 때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저, 저리가! 저리가 이 괴물아!”
미친 듯이 발악하며 공포에 질려 떨고 있는 칼락을 행동에 이만석의 두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이런 놈에게 그렇게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단 말인가.’
한심하기 그지없는 놈이었다.
그때 이만석이 팔을 뻗어 손으로 감싸고 있는 그의 머리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얹었다.
미친 듯이 몸을 떨던 칼락이 그 직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쉰 목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경련을 일으키다 옆으로 기울어지며 쓰러지고 말았다.
털썩!
“쓰레기 같은 놈.”
눈을 까뒤집은 채 백치가 된 상태로 쓰러져 있는 칼락을 바라보던 이만석이 무심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안나의 허리를 감고 있는 손을 풀고는 살며시 어깨를 감쌌다.
“볼일은 다 봤으니 이제 나가도록 할까.”
다시금 자신을 바라보는 안나를 향해 눈웃음을 지어준 이만석은 바로 워프를 시전 했다.
그렇게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놀랍게도 다른 어디도 아닌 바로 시청의 상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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