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1화 〉 401화 나가야 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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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침입자에 다모스 대통령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너무 충격적이라 몸이 경직되어 있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어어억!”
안면이 부셔질 것 같은 고통에 발버둥 치는 케르 마르타가 이만석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손으로 잡고 떼어내려 용을 써보지만 꼽작도 하지 않았다.
그 상태로 소파 쪽으로 이동해 끌고 온 이만석이 세로로 놓여 있는 소파로 밀어던졌다.
끼이익!
소파의 등받이에 부딪치며 나뒹구는 것에 맞쳐 바닥을 끌며 뒤로 밀리는 소리가 예민하게 들려왔다.
“허어...억!”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상당히 고통스러워하는 게르 마르타를 놔두고 이만석은 반대쪽 소파에 몸을 앉혔다.
“......”
대통령으로써 함부로 집무실에 들어온 그를 향해 호통을 치든가 경호군을 부르는 게 정상이었지만 다모스 대통령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런 이만석을 처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들어오기 전에 다 처리했으니까 불러도 오지 않을테니 허튼생각하지마라.”
아랍어로 나직하게 말하는 이만석의 말에 다모스 대통령이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어안이 벙벙한 것도 있었지만 이만석의 기세에 눌려 있는 것이 더 컸다.
안면을 부여잡은 채 고통스러워하는 게르 마르타를 뒤로하고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이만석을 바라보던 다모스가 다시금 마른 침을 삼키더니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요...?”
대통령의 집무실에 침입했다는 것은 상당한 중죄이것만 그의 입에서 나온 첫말은 정체를 묻는 말이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저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지만 다모스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어 본인은 그걸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후우!”
깊이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연기를 시원하게 내신 이만석이 그런 다모스 대통령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네 명을 틀어쥔 자.”
“......”
이만석의 입에서 나온 섬뜩한 말에 다모스 대통령은 다시금 침묵을 지켰다.
“으으...이....이..새끼.....죽여버린...다........넌...내손으로......죽여버리겠어.!”
한 손으로 탁자를 잡은 채 안면을 만지며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키는 케르 마르타가 이만석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충혈 된 눈으로 상당히 분노한 얼굴로 말을 내뱉는 그의 모습에도 이만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배를 다시 한 모금 깊이 빨았다.
그러고는 다시 길게 연기를 내뿜는 그 순간.
푸슛!
뒤에 서있던 안나의 총구에서 불을 뿜었다.
“아아악!”
순식간에 게르 마르타의 어깨에 구멍이 뚫리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내, 내팔....내팔......!”
상당히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에 엎어지는 그를 바라보던 이만석이 그 모습에 기겁하는 다모스 대통령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 정체가 궁금한가.”
“......”
“내 정체가 궁금하냐고 물었다.”
바닥에 붉은 피를 뿜어내며 팔을 부여잡은 채 비명을 내지르는 게르 마르타를 바라보던 다모스 대통령이 다시금 이어진 이만석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그렇지 않소.”
“거짓말을 하는군.”
푸슛!
“끄아아아악!!!”
순간 안나의 총구가 다시 불을 뿜었고 이번엔 왼쪽의 어깨에 구멍이 뚫렸다.
“구, 궁금하오. 당신이 누군지, 왜 여기에 왔는지 궁금하오!”
그 순간 다모스 대통령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서민준.”
“서..서....서.....서민...준?”
어눌한 발음으로 말하는 그의 말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내 이름이다.”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또다시 삼키는 다모스 대통령의 이마에 갑작스러운 충격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공포로 인한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졌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하나다. 그게 무엇일 것 같나.”
“자, 잘 모르겠소.”
고개를 가로젓는 다모스가 덜덜 손을 떨며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힘겹게 닦아 냈다.
“모르겠다고 하면 알려줘야지. 그전에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개를 기르고 있나?”
다모스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로, 롯트와일러 두 마리를 기르고 있소.”
“충직한가.”
“그, 그렇소.”
갑자기 개에 대해서 물어오는 이만석의 질문이 이상하게 여겨질 법도 하건만 다모스는 묻는 족족 곧바로 대답해주었다.
“나도 요즘 개를 기르기 시작했지. 내 앞에선 아주 납작 엎드리고 꼬리를 흔드는게 가관이야. 헌데 그게 또 나쁘지 않더군. 당신도 개를 기르고 있다고 하니까 내 마음이 어떤지 조금은 알 것 같은데, 아닌가?”
“알고 있소.”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다모스 대통령의 행동에 이만석이 다시 담배 한 모금을 빨았다.
“그런데 난 당신이 기르는 개하고는 좀 틀려. 내가 말하는 당신이 기르는 개처럼 네발달린 짐승이 아니거든.”
옆에서 들려오는 게르 마르타의 비명성과 평온한 이만석의 모습에 시선을 어디에 둘 줄 몰라하는 다모스 대통령을 향해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 개가 말이야. 신통하게 말도 하고 생각도 좀 할 줄 알지. 놀랍지 않나?”
“......”
물음만 던지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던 다모스 대통령은 이번만큼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도 바보는 아닌지라 지금 저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본론을 말하도록 하지.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알 무하드 말고 시리아에 기를만한 개가 더 있나 싶어 살펴보러 온 거야. 과연 내가 여기까지 와서 길러도 될 정도로 쓸 만 한 개인지 말이야.”
다모스 대통령의 얼굴이 핏기가 가셨다. 이마엔 많은 땀들이 송공송골 맺혀 있었고 동공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눈 앞에 있는 이 사내가 말하는 개가 사람이라는 것도 알아들었으며 보러온 개가 자신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가슴을 조여 온 것은 IS의 수장이라 할 수가 있는 알 무하드의 이름이 거론이 된 것이다.
“IS가 왜 갑자기 저렇게 달라졌는지 이상하게 보지 않았나.”
그도 이상하게 보았다.
갑자기 영토 확장을 멈추고 내부를 다지는 그들의 행보에 대해서 말이다.
헌데 지금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 이자와 관련이 있다.’
IS가 갑자기 그런 행보를 보인 이유가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여기로 침입해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경호군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로 당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이 자는 무자비하고 그의 뒤에 서있는 백인여성 또한 게르 마르타에게 행한 망설임 없이 총을 쏴버리는 행동에 대가리를 걷어 차버린 이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군인들이 몰려오는군.”
공포와 혼란에 빠져 있는 다모스 대통령이 탁자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만석을 움찔하며 바라보았다.
걸음을 옮겨 창가로 다가간 이만석이 밖을 살펴보더니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보병들이 개때 같이 몰려오는구나.”
이만석의 눈앞에 펼쳐진 밖의 풍경엔 장갑차로 보이는 차량들과 미국의 IS의 격퇴를 위한 무기지 지원사업으로 싸게 사들인 M4로 무장한 군인들이 완전무장을 하고 대통령궁을 포위하며 모여들고 있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다모스 대통령도 밖에서 들려오는 장갑차량들의 소리에 순간 이자 한태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궁을 점거한 것은 미친 해위다.’
밖에서 들려오는 시리아군의 소리에 다모스 대통령은 머리가 냉철하게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점거 했는지 모르겠지만 빠져 나갈 곳이 없는 상태에서 궁을 점거하고 대통령인 자신을 인질로 잡는 행위는 미친 짓이었다.
같이 죽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은 협상을 해야 했고 도망칠 시간이라도 벌려면 자신을 풀어주어야 할 터였다.
‘설마 알 무하드를 거론 한 것을 보면 나하고 자폭테러를 하려고 하는 것은...’
조금 전에 이만석이 IS의 수장인 알 무하드를 거론한 것을 금방 떠올리고는 그가 자신과 함께 자폭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순간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몰려온 시리아 군의 소리를 듣고 냉절하게 돌아왔던 그의 생각이 다시금 공포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그가 알고 있는 IS는 말 그대로 자신을 두고 함께 자폭할 놈들을 보내고도 남을 놈들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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