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0화 〉 400화 나가야 할 방향
* * *
안나는 잠시 동안 그런 이만석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뺨을 만지고 있는 손을 쳐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줍음 타거나 웃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표정 변화 없이 무심한 얼굴로 이만석의 얼굴을 눈을 깜빡이며 처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
그런 안나의 모습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땠다.
“다음일은 뭐지.”
이만석이 손을 때자마자 안나가 침묵을 깨며 물음을 던져오자 쓴웃음을 지었던 이만석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다마스쿠스로 간다.”
“다마스쿠스?”
“그래.”
안나도 다마스쿠스가 모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만석이 그쪽으로 간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나온 물음이었던 것이다.
그런 안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이만석은 곧장 설명을 이어갔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이유는 높으신 양반을 만나기 위해서야.”
“대통령을 말하는 건가.”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IS에다 반군, 그리고 정부군까지 해서 이 나라는 참으로 시끄러워. 그래서 여기서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고 할 수가 있지. 허나 그건 다른 사람들에 한해서곤 나한텐 해당상황이 못 돼.”
“......”
“IS이놈들만 끝장낸다고 다 해결 되는게 아니야. 그리고 난 이 놈들만 조지러 여기에 온 것도 역시 아니야.”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다시 안나를 바라보았다.
“내말,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
“......”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허나 그렇다고 이만석의 물음에 아무 응답도 해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천천히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안나를 보고는 이만석은 눈웃음을 지어주였다.
다카스쿠스의 도시는 여타 다른 나라의 수도와는 다르게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인구 200만명에 도시권에만 30만 명이 이상 살고 있는 곳이라 할 수가 있었지만 IS와의 전투, 그리고 반군과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나라가 피폐해지고 상당히 힘들어진 상황이었다.
자스민 혁명 당시 시리아 또한 오랫동안 이어진 독재정권이 물러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고 했지만 좋지가 못했다.
반군의 기세는 여전하고 IS또한 물러내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새롭게 들어선 정권은 그전 전권 못지않게 국민들에게 힘을 행사해왔던 것이다.
군부의 힘은 여전히 강하고 그들에 의해 선거 아닌 선거로 들어선 정권이 당연히 장밋빛 미래를 밝혀줄리 만무했던 것이다.
그런 암담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 대통령궁을 지키는 이들도 다시금 군인들로 대체가 되면서 자스민혁명으로 물러나는 듯싶었던 군부가 전면으로 얼굴을 드러내며 시민들의 가슴에 또다시 비수를 꼽고야 말았다.
그런 다마스쿠스의 대통령궁 집무실에 자리해 있는 40대 후반의 까무잡잡한 피부에 검은 콧수염을 기른 다모스의 심기는 상당히 좋지 않아보였다.
“이틀리브에 이어 알레포까지 반군들의 손에 넘어가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이요?! 독립을 꿈꾸는 그놈들에게 터키의 지원정황이 드러났으면 응당 대응을 할 것이지 지금 상황만 보면 나만 바보가 된 거 아니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기계화부대까지 동원해서 놈들을 치려했지만 시민들이 그대로 도시에 남아 있는 상황이니 마음대로 작전을 펼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말은 바로 하시오. 시민들이 아니라 터키의 눈치를 본 것이겠지. 전투기를 띄어서 무력시위를 하고 전면전의 엄포까지 늘어놓는 상황에 그걸 바라지 않는 당신들이 대범하게 행동 할 수가 있겠소?”
“말이 심하십니다, 각하!”
“내가 말이 뭐가 심하단 말이요!”
다모스 대통령은 물론이고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군의 표정도 상당히 험악해져 있었다.
이 상황에 분위기가 좋다는 게 오히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러다 반군들과 IS놈들에게 영토를 때줘야 하는지 모르겠어. 기름진 땅을 IS놈들에게 빼앗기고 알레포까지 반군 놈들이 장악을 했으니 이 나라는 끝났어.”
이어서 나온 말은 더욱더 가관이었다.
“그게 국가 통수권자로써 할 말입니까?!”
“당신이야 말로 군 사령관이면 내 엄포에 맞게 대응을 했어야지 꼬랑지를 마니까 알레포를 빼앗긴 거 아니요!”
험악해진 분위기를 넘어 살벌하게 변해가는 모습에 같이 합석해 있는 다른 준장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갔다.
그도 그럴 것이 다모스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 지금까지 이렇게 크게 싸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 정말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며 최고조로 싸우는 모습이었다.
군부와 다모스 대통령은 한 배를 탄 몸이고 시민들의 면전에 다시금 드러낸 순간부터는 이젠 떨어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십시다.”
아무리 시리아 육군대장이자 통솔을 책임지고 있는 장군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을 대하는 그의 말은 상당히 무례하기 그지없었다.
허나 다모스 대통령은 그런 그의 말에도 눈살만 찌푸릴 뿐 호통을 치거나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런 그의 말이 한 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고는 4성장군 케르 마르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를 따라 들어섰던 나머지 장군 두 명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배웅은 하지 않겠소.”
“바라지도 않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반짝이는 별4개가 부착 되어 있는 군모를 눌러쓰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따라 다른 별 하나의 준장들도 대통령에게 목례를 하고 몸을 돌려 따라 걸음을 옮겼다.
‘내가 아니었으면 대통령 자리에 앉지도 못 했을 놈이.’
몸을 돌리자마자 케르 마르타는 그대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시리아 여당이라 할 수 있는 자유평화당 대표로써 먼저 자신과 자리를 주선한 것은 다모스였다.
독재정권이 물러나고 선거가 치러지기 전에 잠시 뒤로 물러난 군부를 그가 다시 끌어내었던 것이다.
이대로 군부세력이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먼저 알고 다가와 손을 내민 후 살갑게 웃으면서 함께 하자며 나온 다모스였는데 대통령에 당선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더러운 늙은 너구리같은 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금같은 상황에서 그를 끌어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다모스 대통령 또한 그걸 알기에 군부를 잡고 있는 자신에게 저렇게 대놓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모르지는 않아 더욱 속이 타들어갔던 것이다.
억지로 끌어냈다간 국민들이 다시금 들고 일어날 수도 있었으니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집무실 문의 손잡이를 돌려 열고 나서는 그때 그는 발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네놈은 누구.....”
정장차림에 처음 보는 동양인이 문 앞에 서있자 놀란 케르 마르타가 입을 녀는 순간 그는 가슴이 그대로 진탕되는 고통을 느꼈다.
“어이쿠!”
“총사령관님!”
그 뒤를 따르던 별2개의 소장 두명이 깜짝 놀라며 바닥에 쓰러진 케르 마르타를 부축하며 소리쳤다.
“네 이놈... 이게 뭐하는....”
가슴을 부여잡은 케르 마르타가 노기가 띈 얼굴로 언성을 높이는다 말고 다시금 말을 멈추고 말았다.
동양인 사내의 옆에 서있는 젊은 백인여성으로 보이는 여자가 총구를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케르 마르타를 부축했던 소장들은 물론이고 소파에 앉아 있는 다모스 대통령 또한 상당히 충격 받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죽고 싶으면 계속 짓껄여 봐라.”
살벌한 이만석의 말과 무심한 얼굴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백인여성의 모습에 케르 마르타는 물론이고 나머지 준장들, 그리고 다모스 대통령까지 뭐라 입을 열지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일에 굳어 있는 그들을 뒤로 하고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이만석이 다시금 발을 들어 부축을 하고 있는 두 명의 소장들 중 한 며의 대가리를 그대로 까버렸다.
퍼억!
“데살로!”
그에 놀란 케르 마르타가 소리치는 그 순간 이만석이 다시금 남은 한 명의 소장의 머리를 발로 차버렸다.
퍽!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며 입술이 터졌는지 피를 뿔린 그의 몸이 두어번 꿈틀거리더니 그대로 행동이 멈추었다.
“네, 네놈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냐!”
그에 놀란 케르 마르타가 다시금 동양인 사내를 향해 언성을 높이는 그때 하나의 손이 그의 얼굴 앞으로 드리워졌다.
“어억!”
안 면을 부여잡은 손이 오므려지는 순간 그의 입에서 비명성이 터져나오며 상당히 고통스러워했다.
“그, 그만!”
잡고 있는 손을 떼어 내려고 발버둥 처보지만 그 손을 떨어질 줄을 몰랐다.
동양인 사내, 아니 이만석은 발버둥 치는 케르 마르타의 얼굴을 잡은 상태로 발버둥치는 그를 끌고는 걸음을 옮겨 입을 반쯤 벌리고 굳어 있는 다모스 대통령에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