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0화 〉 380화 알렉산드리아
* * *
샤킵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이만석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러니 안심하고 애들 물려도 돼. 이번주중으로 치안대가 이곳에서 철수하게 될 테니까.”
“바로 물리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물리는 건 좋지만 바로 물린다면 상황을 이상하게 바라볼 여지도 다분했다.
“그럴 수도 있지. 이일을 두고 특히 엘락산드리아 시민들이 많이 주시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물리기전에 어느 정도 낌새를 보여줘. 무혈충돌은 우리도 바라지 않는다고, 그리고 적절하게 포기하는 모습을 내보이는 거지.”
“포기하는 모습이라면”
“마피아라는 이름을 버리는 거다.”
“버린다고?”
다시금 의외의 말이 나오자 반문이 절로 나왔다. 샤킵도 어느새 이만석의 말을 다시 경청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을 향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차피 두 사람이 바라던 게 마피아라는 이름을 원한 게 아니라 이곳에 정착하는 거잖아. 꼭 그쪽으로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 후에 두 사람은 순순히 체포되어 조사를 받게 될 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풀리게 될 거야.”
“경찰서라니...”
“꼭 그렇게까지 해아하나?”
이렇게까지 해서 타개해야 하는 것이 꺼림칙했다.
“그것도 편의를 많이 봐주는 거다. 원래라면 재판을 받고 교도소에서 오랫동안 썩어야 할 사고를 친 거지만 겨우 며칠 동안 구치소에 있는 걸로 풀려나게 되니 불평을 갖지마.”
그건 맞는 말이었으나 기분이 좀 좋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후엔 알아서 차차 정리가 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구치소에 며칠 있다가 풀려나면 뉴스에 나는 거 아니야? 그렇게 되면 다시 집중 조명 받을 텐데.”
데르말로는 또 걱정이 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만석의 말대로 며칠만에 구치소에서 풀려난다고 처도 그렇게 되면 언론에서 그 것을 두고 말이 많아 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시민들이 알게 될 것이고 다시금 논란이 일어나 집중이 조명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당연히 이만석은 그런일은 없을거라고 장담했다.
“어떻게 그걸 장담 할 수가 있어? 내가 기자라면 바로 보도를 낼 것 같은데.”
“보도하지 않을 테니까 나를 믿어.”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설마?”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만석에게 이해가 가질 않는 다는 듯 말을 하던 데르말로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쪽에도 손을 써놓았단 말이야?”
이만석은 말이 없었다.
다만 뭐가 문제가 되냐는 듯 그런 태평한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이 자식 도대체 정체가 뭐지?’
‘언론까지 통제가 가능하단 말인가.’
두 사람은 이만석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놀라는 일들뿐이었다.
총리에게 바로 직통으로 전화 연결을 하지 않나, 20만달러를 선뜻 내주질 않나, 그리고 얘기를 들어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 또한 놀라웠다.
그런데 이제는 언론이란다.
보도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건 말 그대로 혀를 내두를 정도의 일이었다.
데르말로는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고 샤킵은 점점더 그에 대해서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오고 나면 두 사람을 포함해 인원을 뽑아서 카이로로 내려가.”
“카이로엔 왜 가야하는 거지?”
“사업을 하려면 배워야 할 거 아니야. 이대로 곧장 차려주면 다 알아서 할 수 있겠어?”
“모, 못할 거야 없지.”
“할 수 없다는 뜻이군.”
“내가 언제 할 수 없다고 했어!”
이만석의 말에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던 데르말로는 순간 안나의 눈치를 보았다.
다행이 그녀는 별 말 없이 조용히 이만석의 뒤를 지키고 서있을 뿐이었다.
‘미치겠네. 저 여자 때문에 말 한마디 하는데도 이렇게 가슴을 조려야 하다니.’
그녀가 저지른 일이나 분위기가 차가워서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을 쳐다보다 입을 열어 나무라는데 그게 상당히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언제고 자신의 목도 따버릴 수 있다는 듯 한 느낌을 전해주었기에 그런 것이다.
데르말로가 그렇게 가슴을 조이고 있을 때 이만석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너희 둘도 그렇고 데리고 있는 다른 이들도 일을하기위해 전향하려면 어느정도 배워야 하니까 대표로 파트 책임자들로 앉힐 만한 이들로 뽑아. 그리고 함께 내려가면 돼.”
“우릴 가르칠만한 이들이 있어?”
“아까 전에 말 했다시피 카이로에서도 클럽과 나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거기에 책임자로 카무라는 자가 있는데 그 자한테서 노하우를 배우면 될 거다.”
“그 자도 당신이 스카웃했나?”
샤킵의 말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지고 보면 그런 셈이지. 하지만 카무는 원래부터 클럽을 운영하고 있던 녀석이라 여기 이집트 내에서는 그쪽 업계에 숙달 된 이들 중에 한 사람은 될 거다.”
이해했다는 듯 샤킵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만석이 재차 얘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거기에 가면 나와 같은 한국인들을 보게 될 텐데 영어가 아직은 서툴러서 좀 답답하더라도 잘 지내봐.”
“한국인들이라고?”
한국인이라는 말에 데르말로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관심을 드러냈다.
“내가 데리고 온 애들이다. 식구들이라고 할 수가 있지.”
“식구라면 가까운 사이라는 뜻인데 만나봐야 알겠지만 대략적인 정보는 있어야 대화라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이만석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에 더욱더 관심을 드러내는 그를 향해 간략하게 소개를 해주었다.
그들이 한국에서 조폭이라 불리는 마피아들이며 자신을 따라 이곳에 구역확장을 위해 진출을 하기위해 왔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알기로는 그 나라는 민간인이 총기를 소유하는 걸 엄격하게 금지한다고 하던데.”
“그래? 그러면 마피아들이라고 해도 총기를 못 만져본 이들이 태반이겠네.”
그들이 한국의 마피아들이라는 말에 솔깃했던 데르말로는 총기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나라라는 말에 곧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중동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나온 이들을 한 번 만나본적이 있었던 그는 경호를 목적으로 함께했었다.
지내면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한국은 총기에 대해서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과 이렇게 길거리에서 실탄이 날아다니면 나라전체가 난리가 날 정도로 민감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단 가 이다보니 남자라면 국방의 의무를 저야 하는 곳이 바로 한국이어서, 총기 소유는 금지 되어 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성인이 되면 대부분 군대를 다녀와서 총기에 대한 환상이 크거나 거부감이 없다는 것도 말해주었다.
그 한국인 또한 겉으로 보기엔 그저 회사에서 일하는 사원으로 보였지만, 그 역시 현역 만기 제대한 군인으로 지금은 예비역이라는 말에 무뚝뚝한 샤킵도 놀랐었던 기억이 있었다.
“한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한국에서 온 기업인을 경호해 준적이 있다. 그 사람에게 좀 얘기를 들었지. 남자라면 국방의 의무를 저야 하는 나라라고 들었다. 그래서 그 한국인은 물론이고 대부분이 군 입대를 한다고 했어.”
“그렇다면 그 친구들도 총기는 만질 줄 알겠네?”
실망했던 데르말로는 다시 이어진 말에 관심을 드러내며 물어보았다.
“사고를 친 놈들도 있어 전부 군대를 다녀온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완전히 새롭게 거듭났다고 할 수가 있지.”
“새롭게 거듭났다고?”
“그건 가서 차차 알아가며 얘기 나눠봐. 괜찮은 놈들이니까.”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은 알 것 같기는 한데 그렇게 중요한 내용도 아니었으니 이만석의 말대로 알아보면 될 일이긴 했다.
‘따로 훈련이라도 받았나?’
그 후로도 이만석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얘기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는데 20만 달러는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 운영자금으로 유용하게 잘 쓰라는 당부도 해주었다.
이들을 보면 함부로 쓸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말 해두는 게 안하는 것 보다는 나은 일이니 한 것이다.
얘기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온 이만석의 뒤를 따라 안나가 말없이 따라붙었다.
현관까지 나와 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면서 데르말로는 이만석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고, 샤킵은 복잡한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카이로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니.”
알렉산드리아 경찰청을 맡고 있는 청장 모함마드는 이번 주 중으로 다시 카이로 치안대를 빼게 되었다는 말에 까무라칠 정도로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이 해결되지도 않았고, 여전히 대치사항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치안대가 빠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됩니다! 저놈들은 아직도 저렇게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데 치안대를 빼는 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자연스럽게 모함마드의 언성이 높아 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