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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76화 (376/812)

〈 376화 〉 376화 알렉산드리아

* * *

“끔찍하네.”

이만석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르말로는 샤킵을 따라 현관 밖으로 나왔다.

당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두 눈으로 확인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 두 눈으로 확인한 데르말로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마에 구멍이 뚫리고 뒤통수가 파이며 뇌수와 뇌, 그리고 피가 뭉쳐서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상당히 끔찍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지만 헛구역질을 한다던가 하지는 않았다.

무기상인 브로커로써 무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그로써는, 전장이 벌어지는 곳과 같은 일촉즉발의 현장이 훨씬 더 공급이 필요로 하고 불법적인 거래라도 원활하게 할 수가 있어 그것을 주선하는 그로써는 피할 수 없는 시장이자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체들도 많이 보았고 죽음의 위험도 여러 번 넘겼던지라 이런 현장을 비위가 상해 구토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단련되어 있다고 봐도 되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영 내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모두 한 방씩이다. 머리나 심장부근을 맞추었어.”

샤킵의 말대로 한 명, 한 명을 바라본 데르말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했다.

“두 방 이상 맞은 애들이 없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보면 볼수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변엔 소총들이 떨구어져 있어 상당히 위협적인 무기를 들고 있었지만 이들은 그걸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 하고 절명했다.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이들도 있는데?”

걔 중엔 맨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죽어 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는데, 아무래도 그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고 죽은 것이 틀림이 없어 보였다.

이곳 말고도 배치 시켰던 주변에 있는 놈들도 전부 이와 같이 당했다고 보는 것이 옳아 치우는 대 좀 걸릴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우리 애들을 불러서 정리해야겠어.”

“그렇게 해.”

샤킵의 말에 데르말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같은 편 동료였으니 시체를 이렇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일일이 한 명씩 바닥에 묻어 줄 수는 없었지만 방치해두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그리고 보기에도 좋지가 않았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하다.

“보면 볼수록 소름이 끼쳐. 그 여자 혼자서 이 처참한 광경을 만들어 냈다니.”

“나도 마찬가지다.”

“어때?”

“뭐가 말이냐.”

“그 여자가 네 목숨을 노리고 온다면 넌 막아 낼 수 있겠어? 물론 네 부관들과 병사들을 배치 해 놓았다는 전제조건하에.”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하는 샤킵의 말에 데르말로가 김빠진다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이라도 생각해보고 말해야지 그렇게 대답하면 어떻게 해?”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야. 아무리 내 부하들이 전장에서도 살아남아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것도 대화를 나누었던 그 짧은 시간 안이라면 더욱더 불가능하지. 물론 중화기까지 동원해서 사방을 점하고 좁혀 온다면 달라지겠지만 상대는 한 명이서 권총 한 자루로 이런 풍경을 만들어냈다. 짧은 시간뿐만이 아니라 그것도 깔끔하게 한 명당 한 방씩이야. 사격솜씨가 수준급을 넘어섰어.”

“역시 불가능 한 건가...”

“누가 훈련을 시켰는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는 괴물이다. 내 상대가 아니야.”

“괴물이라...”

문득 이만석의 뒤에 서있던 그녀의 외모를 다시금 떠올린 데르말로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그 여자가 그렇게 소름끼칠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라고 해도 괴물이라는 표현은 안 어울리는데. 죽음의 천사라면 또 몰라도.”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자리가 아닌 평범한 장소에서 보았다면 마음이 절로 동했을 것이었다.

냉기를 풀풀 풍기는 차가운 얼굴은 상당히 도도해 보이고 눈에 돌아갈 만큼 예뻤다.

전체적으로 남부 백인의 외모를 하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중동사람의 느낌도 나 아무래도 혼혈 같아 보였던 것이다.

속설엔 혼혈의 외모가 더 예쁘다는 은어가 있듯이 정말로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녀다.

거기다 옷으로 가려져 있다고 하지만 빵빵해 보이는 젖가슴에 늘씬한 체격은 옷을 벗기어 놓고 보면 참으로 볼만할 것이라는 건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녀석 정체가 뭘까. 총리에게 전화를 걸 정도면 보통의 배경을 가진 게 아닌 것 같은데.”

“알아봐야지.”

“민준이라고 했던가?”

고개를 끄덕이는 샤킵의 모습에 데르말로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어느 나라 사람이지.”

“그런 이름을 사용하는 나라의 이들을 한 번 본적이 있다.”

“그래? 어느 나란데?”

“한국.”

“한국?”

“그래. 그 남자 한국인이 분명해.”

“한국인이란 말이지. 어쨌든 그놈도 상당히 강단이 있는 놈이었어. 아무리 그런 여자가 옆에서 지켜주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태평 할 수가 있다니. 보통 놈이 아닌 게 확실해보여.”

이만석의 얼굴을 떠올린 샤킵도 수긍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엔 이만석도 평범한 인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여자를 옆에 데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평범할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젠장!”

늦은 밤이 되어서도 느루는 화가 풀리지 않는지 욕설을 내뱉으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의 앞에 놓여진 테이블에는 양주와 잔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얼굴이 불그스름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취기가 제법 오른 것 같았다.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있지?”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더 짜증이 솟구치는 느루였다.

무기를 공급해줄 브로커를 찾다가 마음이 맞아 이렇게 함께 일을 도모하게 되었는데, 이젠 그것이 파탄이 날판이었다.

설마하니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들은 안정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새롭게 자리를 잡을 생각으로 그렇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흘러가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예정대로라면 도로를 폐쇄하고 치안대가 출동하여 제대로 한 판 붙을 생각이었다.

그 후에 더욱 소란을 키워 분란을 일으킬 목적이었고 적절한 때에 폭탄테러를 할 목적으로 음밀히 준비를 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놈이 턱하니 튀어나와 일을 그르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내가 데려온 애들만으로 경계를 서게 한 것은 실수다.”

자신이 데려온 애들만으로 배치시킴으로써 심리적인 우위를 점하려고 한 것인데 그게 오히려 지금에 와선 후회스러운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만약 그렇게 죽어나갔을 일들이 자신이 매수해서 데려온 이들이 아니라 그놈들의 부하들이었다면 상황이 이렇게 풀리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데르말로가 말 했던 것처럼 당한 것은 자신이 돈을 들여서 데려온 마피아들뿐이니 후회한들 바뀌지 않는 일이었다.

“그 여자가 문제야.”

샤킵이 그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그 놈의 뒤에 지키고 서있는 그녀라는 것은 지울 수가 없었다.

생각을 해보라.

혼자서 50여명의 인원을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해버렸는데 오랫동안 전장에서 굴러먹은 샤킵이 받을 충격이 어느 정도겠는가.

자신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거기다 총리와 전화통화를 시켜줌으로써 마음을 흔들었으니 더 빨리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상당히 위협적인 상대였다.

“어디서 그런 여자가 튀어나온 거야!”

잔을 들어 단번에 비워버린 느루가 다시금 가득 따라 채워두고는 큰 소리가 나게 탁자에 내려놓았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먼저 손을 써야겠어.”

이대로 얌전히 포기하고 물러 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몇 백만 달러가 들어간 일이데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폭탄테러를 감행하자.’

미리 일을 도모하기 전에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서 전문가를 초빙하여 c4시한폭탄을 5개나 만들어 두었었다.

시한신간을 이용한 타이머의 작동으로 뇌관을 건드려 기폭제에 의해 폭발하는 것으로 설치하고 타이머를 작동시킨 후 빠져나가면 되는 것이다.

위치를 점하고 동시에 터트리면 고층빌딩 한 채는 무리 없이 무너트릴 수 있는 위력을 가졌으니 잘만 사용하면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적절한 순간에 감행하려 하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고 씹으며 다시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느루는 안나의 눈빛을 떠올리며 살짝 움찔했다가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를 떠올리면서 욕망을 느꼈다.

‘그런 여자 한 명만 내 곁에 있었으면 딱 좋았을 것을.’

생각을 하면 할수록 참으로 욕심이 나는 여자가 아닐 수 없었다.

옆에 데리고 있으면 무엇보다 든든할 것 이라는 생각도 들고 밤에도 외롭지 않지 않겠는가.

거기다 그런 여자라면 밤 시중을 받으면서도 적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심 할 수가 있으니 좋은 일이었다.

“이곳에 안을 여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구나.”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를 생각하니 음심이 동해 성욕을 풀고 싶었지만 여기엔 그걸 상대해줄 여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쪼르르­!

다시금 빈 잔에 잔을 술을 채우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는 가운데 시원한 바람이 목 부분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창문을 닫아 놓은 터라 바람이 불어오지 않을 것인데 찬 공기가 전해져 오니 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너, 넌...!”

순간 느루는 따르고 있던 양주병을 손에서 놓쳐 버렸는데 그대로 엎어져 구르며 바닥에 콸콸 쏟아져 흘러나왔다.

“여자 생각을 하고 있었나보지.”

느루가 바라보는 창문은 열려 있었고, 총구를 이쪽으로 향 한 채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면 또 날 가지고 더러운 생각을 하다 욕정이 생겼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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