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3화 〉 373화 알렉산드리아
* * *
“당장에 이 자식을 아작 내겠어!”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느루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덜컥!
막 행동을 가하려는 그때 닫혀있던 현관문 쪽에서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슛! 팅! 덜그럭!
“어헉!”
그리곤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느루의 손에 쥐어져 있는 권총이 총탄에 맞아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
깜짝 놀란 데르말로가 옆으로 몸을 날리며 총을 빼들고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자마자 그가 쥐고 있던 총 또한 총탄에 맞아 그만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떻게!’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현관 쪽을 겨누었는데 그에 맞춰 정확히 자신의 손에 쥐어진 총을 맞춰 떨군 것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충격을 받은 얼굴로 바라보는 그곳엔 냉기를 풀풀 풍기며 차가운 표정의 백인여성으로 보이는 한 명의 여자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발로차서 총을 치워버린 그녀가 소파에 앉아있는 샤킵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왜 가만히 있었지.”
“죽이지 않을 걸 알았으니까. 그리고 이곳에 이미 들어올 정도면 밖은 이미 상황이 정리 되었다고 보면 되겠지.”
“.....”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샤킵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럴 리가! 밖이 정리 되었다니 믿을 수 없어!”
허나 그와 다르게 느루는 절대 믿을 수 없다는 성에 받친 음성으로 역정을 토해냈다.
그가 이렇게 반응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배치되어 있는 인원이 적어도 50여명이 넘어가기 때문이었다.
전부 ak47을 무장하고 있어 한 명 한 명이 상당히 위협적인 화력을 보일 수 있는 상황인데 그들 전부가 당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다 당했다고?”
순식간에 몸을 날려 문 쪽에서 들려오는 인기척과 소음기 소리에 그곳으로 조준을 하였다가 총탄에 권총을 떨군 데르말로 또한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
“사실이다. 느루.”
샤킵은 부정을 하는 느루를 향해 그렇게 입을 열었다.
“이자의 모습을 보면 모르겠어? 이렇게 나오는 행동에 대해서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보았는데 그게 이렇게 드러난 거다. 하지만 설마하니 저들을 모두 제압할 인원을 데려왔을 줄은...”
“거짓말!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 모두가 당할 수 있냐고! 그리고 무엇보다 교전을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교전소리라고?”
순간 샤킵의 두눈이 치켜 올라갔다.
이만석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 보니 그만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밖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왜?’
상당한 사격솜씨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이 여자가 안으로 들어섰을 때 샤킵은 직감적으로 모두가 당했음을 인지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 올 수도 없을뿐더러 정장을 입은 이 사내의 이런 평온한 모습도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저런 모습을 보일 때 뭔가 있음을 직감했지만 그게 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모두를 제압 할 정도의 병력을 끌고 왔을 것은 생각하지 못 했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방음이 아무리 잘 되어 있다고 해도 커다란 소총의 발포소리를 듣지 못 할 리가 없다.’
실제로 총을 쏴본 사람은 다들 알다시피 보는 것도 다르게 실 사격을 해보면 이어플러그나 귀마개를 착용하지 않는 이상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소리가 컸다.
그래서 부가적으로 그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소음기가 나온 것인데, 그런 소총의 발포소리를 아무리 방음장치가 잘 되어 있다고 해도 한 번도 듣지 못 했다는 것은 도저히 말이 되지가 않았던 것이다.
“혼란스러운 모양이군.”
이만석이 담배꽁초를 샤킵의 앞에 놓여 있는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따라와.”
그러고는 창가로 걸음을 옮기는데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샤킵이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 혼란을 일단 잠재우려면 직접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이만석이 향한 창가 쪽으로 다가간 샤킵이 창문 너머의 밖의 상황을 살펴보았는데 드러난 결과는 처참했다.
이마에 구멍이 뚫리거나 심장이 관통당하여 절명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솜씨를 보아 기습에 의한 것이 분명해 보였는데 척 봐도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당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정확히 한발씩이다.’
비교적 펜션의 근처에 경계를 서고 있던 인원을 살피며 내린 결론이었다.
오랜 군 생활과 전쟁용병생활로 인해 얼마나 상대를 깔끔하게 죽였는지, 아니면 그저 표적을 맞추기 위해 사격을 하였는지 보면 바로 알 수가 있었다.
그가 보기엔 정확히 머리나 심장과 같이 한 방이면 죽일 수 있는 부위를 노렸고 깔끔하게 그 자리에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이제 사실임을 알았으니 얘기를 계속 하도록 할까.”
굳어진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샤킵을 뒤로하고 이만석이 걸음을 옮겨 다시 소파에 몸을 앉혔다.
그동안 안나는 걸음을 옮겨 이만석의 뒤에 섰는데 눈빛은 차가웠고 들고 있는 권총의 총구가 유난히 살기를 띠는 것 같았다.
두 사람 다 총을 손에서 놓쳐버린 상황이라 느루와 데르말로는 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계속 그러고 있을 텐가.”
이만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자 안나가 앉으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조금 전의 상황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해버린 느루가 입술을 깨물며 걸음을 옮겨 소파로 이동했다.
데르말로 역시 엎드렸던 몸을 일으켜 소파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그때까지도 밖을 주시하고 있던 샤킵이 마지막으로 걸음을 옮겨 데르말로의 옆에 몸을 앉히는데 세 사람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이만석은 다시 표정을 풀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자, 그럼 얘기를 계속 나누도록 할까.”
“네 밑으로 들어오라는 것 말이냐.”
“그래.”
“헛소리 집어 치워!”
느루가 살기를 드러내며 다시금 부정의 언성을 내뱉었다.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그런 말이 나온단 말이냐! 우릴 가지고 농락을 하지마라!”
이만석의 꾀에 완전히 놀아난 것 같아 느루는 화가 단단히 난 상황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이대로 이만석의 턱주가리를 날려 후려 팬 후 똑같이 총알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농락이 아니다. 난 서로 좋게 할 수 있는 제안을 하고 있는 거야. 이대로 대치를 오래 끌고 가서 나올 것도 없고 그렇다고 치안대와 전쟁을 치루어서 경각심을 일깨워 줄 수 있을지언정 그걸 두고 인정해 줄 것 같나. 오히려 그 반대로 대선을 뒤로 미뤄서라도 토벌 령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물론 당신들은 더 이상 마피아세력이 아니게 되는 거지.”
“헛소리!”
“내 말은 사실이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이미 당신들도 이 자리에 싸늘한 주검으로 되어 있을 것은 예상하지 못한단 말인가. 왜 신체가 아닌 권총을 맞추었을지 생각을 해봐.”
순간 묘한 침묵이 주변을 맴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만석의 말대로 자신들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조금 전에 총이 아닌 머리를 맞추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솜씨는 대단했고 머리를 노렸다면 분명히 맞추었을 것이 틀림이 없었다.
‘특수한 훈련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깔끔하게 동작과 사격이 나올 수가 없어.’
샤킵이 보기엔 자신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저 사내의 뒤에 서있는 여인이 자신이 군에 있을 때 받았던 훈련 이상으로 특수한 훈련을 받았을 것임이 분명하게 여겼다.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무심한 눈빛과 차가운 얼굴이 그러했고 뒤에 서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자세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말 그대로 저런 분위기와 행동거지를 갖추려면 그만큼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야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
‘저 여자... 상당히 위험해.’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전쟁을 누볐던 샤킵이었지만 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나.”
“얼마든지.”
말해보라는 듯 제스처를 보이는 이만석을 향해 샤킵이 진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인원을 얼마나 데려온 것이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교전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있었는지 궁금한데.”
직접 두 눈으로 확인 했으니 교전을 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허나 이 안으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도 사실이어서 그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50여명이 넘어가는 인원을 단번에 습격하여 제압할려면 그만큼 장비와 무장을 갖추어야 했고 조직화된 병력들이 필요로 했던 것이다.
“밖에 데려온 인원은 없다.”
“없다고?”
“그래.”
“재밌네.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오다니 역시 제정신이 아닌 놈이야.”
데르말로가 입술을 비틀며 이만석을 비웃었다.
그와는 반대로 느루는 죽일 듯이 이만석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믿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정말이야. 내가 데려온 인원은 없어.”
“그럼 밖의 저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거지.”
“여기에 나 말고 한 사람 더 있잖아, 지금.”
그 순간 샤킵과 데르말로, 그리고 느루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무표정한 얼굴로 뒤에 서있는 그녀에게로 향했다.
“......”
샤킵이 침묵을 지키며 안나를 바라보았다.
“거짓...말.”
데르말로가 긴장 된 목청으로 중얼거렸다.
“믿을 수 없다. 수작질 부리지 마!”
느루는 악을 내지르며 부정을 했다.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밖엔 나자빠져 있는 당신들 부하 말고는 아무도 없다. 내가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가.”
샤킵이 이만석의 두 눈을 직시하며 바라보았다.
떨리는 시선이 없었고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두 눈은 진지함이 엿보였다.
‘거짓이 아니다.’
그걸 확인한 순간 샤킵은 이만석이 지금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되니 그의 동공이 처음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건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소총으로 무장한 50여명이 단 한 명의 여자에게 전부 당하다니 이건 도저히 잇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 자가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건 이유가 바로 이 여자 때문이었어.’
자신의 뒤에 지키고 서있는 그녀를 믿고 있었기에 저런 행동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혼자서 50여명을 없애버리다니, 그것도 깔끔하게 한 방에 한 명씩.
‘저 여자... 도대체 정체가 뭐지.’
이 짧은 시간 안에 자신에게 그런 미션이 주어 졌다고 하면 샤킵은 바로 거절을 했을 것이다.
혼자서 소총으로 무장한 50여명을 이런 이른 시간에 다 제압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샤킵 뿐만이 아니라 데르말고, 그리고 느루까지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 두 사람은 반쯤 패닉 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이건 도저히 현실로 받아들여 질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런 것이다.
분명히 함정이라 생각했고 주변에 병력들이 배치되어 있을 것으로 보았다.
헌데 그게 아니란다.
지금 저 사내의 뒤에 서있는 저 여자가 혼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했다.
거짓이라고 부정을 했지만 두 사람도 이만석이 사실을 말한다는 것을 샤킵처럼 본능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만큼 이만석의 눈빛은 깊었고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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