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2화 〉 372화 알렉산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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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다.”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비포장 길을 따라 수풀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멈춰 세웠다는 말을 들은 데르말로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개자식... 이 근처에 있었구나.”
전화를 끊은지 얼마 되지 않아 모습을 드러낸 것을 두고 느루는 이 근처에 있으면서 자신을 가지고 논 것 같아 다시금 기분이 상하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할까요.”
무전을 받은 이가 펜션에 들어와 나타난 인영에 대한 보고후에 처리를 두고 명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물음을 던졌다.
“이리로 끌고 와.”
느루는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되었는데 가만히 놔둔다면 그거야 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당장에 이곳에 끌고와 숨기고 있는 목적과 가지고 논 대가를 치루게해야했다.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들이기 전에 몸을 수색하는 건 잊지 마라.”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펜션을 빠져나가고 다시 세 사람만 남게 되었을 때 데르말로가 말을 이었다.
“대담한 놈인데? 이 근처에 있었다면 처음부터 우릴 만나려고 작정을 한 놈이라는 소리잖아.”
“미친 거지.”
“미쳤는지 안 미쳤는지 보면 알겠지.”
느루의 욕설에 샤킵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받으며 문 쪽을 주시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닫혀 있던 현관문이 열리며 이쪽으로 걸어 들어오는 한 명의 동양인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머리에 정장차림을 한 그는 키가 생각이상으로 큰 편이었고 시원한 눈매와 또렷한 이목구비는 잘생겼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깔끔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 덩치도 작은 편이 아니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동아시아 하면 일본인들이 떠올리는 그들에게 있어, 그쪽 나라들의 사람들은 왜소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이만석은 그런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체격을 가지고 있어 신선한 느낌도 전해주었다.
“특별히 무기라는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소총을 겨눈 상태로 말하는 그를 향해 샤킵이 나가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고개를 끄덕인 그가 곧 같이 들어온 동료를 데리고 조용히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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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네 사람만 남게 되고 잠시 동안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이만석을 노려보던 느루가 거친 음성으로 말했다.
“네가 그 개놈이냐.”
“민준이다. 개놈이 아니라.”
“뭐? 이 미친......!”
순식간에 인상이 일그러진 느루가 욕설을 내뱉는 그때 이만석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욕 좀 그만 할 수 없나? 이놈이고 저놈이고 대화의 기본자세가 되어 있질 않군그래.”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걸음을 옮겨 소파로 이동해 털썩 몸을 앉혔다.
“양주를 마시고 있었나 보군.”
그러더니 탁자에 놓여 있는 양주병을 들어 비어 있는 잔에 따라서 단번에 들이켰다.
“나쁘진 않네.”
그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데르말로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았고 느루는 눈을 불알이며 처다 보고 있었다.
지금 저게 끌려온 자가 보있을 수있는 태도란 말인가.
그와는 다르게 샤킵은 굳어진 얼굴로 주시를 하고 있어 그들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본 이만석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거기 서있지 말고 앉아. 그래야 대화를 나눌 거 아닌가.”
눈을 불알이며 노려보고 있는 느루를 향해 이만석이 말을 내뱉는 순간 그의 품속에 손이 들어가더니 동시에 권총이 튀어나오며 이만석의 이마에 겨누었다.
“네놈의 머리통에 구멍을 뚫어주마.”
“나하고 대화를 하려고 오라고 한 거 아니었나?”
“대화는 무슨 놈의 대화. 네놈의 골통을 부셔버리기 위해 오라고 한 거다.”
이건 도발을 넘어서 대갈통에 총알을 쏴달라는 행위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졌다.
“이자의 말이 맞나?”
그 말이 사실인지 의사를 묻는 말에 데르말로가 금니빨을 보이며 웃었다.
“보니까 미친놈은 아닌 것 같지만 정상적인 놈도 아닌게 확실해보여.”
“날 내보내줄 생각은 없나보군.”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 제 발로 이곳에 찾아와 빠져나가길 바란 것은 아니겠지?”
이곳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은 보닌것 같았다.
이어진 이만석의 대답은 더 어이가 없었다.
“빠져나가려고 할 필요가 있나. 대화가 끝나면 그냥 가면 되는 것을.”
“뭐라고?!”
어처구니가 없는 말에 저절로 반문이 튀어나온다.
대화가 끝나면 그냥 가면 되는 저 말이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나올 수있는 말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 총 좀 치워. 보니까 당장은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은데 그 상태로 얘기를 나누면 기분이 안 나잖아.”
“이 또라이 같은 놈이......”
호랑이굴에 제 발로 들어와 총구가 머리에 드리워 진 상황에서도 저런 말을 내뱉는 모습이 도저히 정상적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미치지 않았다는 말.... 수정 해야겠어.”
곧이어 데르말로가 골 때린다는 표정으로 이만석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멀쩡한 사람 두고 함부로 미쳤다 뭐다 하지마라. 그보다 어떻게 할 거지.”
“뭐가 말이냐.”
이먼석의 두 눈을 직시하며 샤킵이 나직한 음성으로 물었다.
“네놈들이 바라는 그걸 카모트 쪽에서 인정을 해줄 리도 없을 테고. 결국엔 이렇게 대치를 하다가 끝낼 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무슨 뜻이지?”
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의중에 대해서 샤킵은 다시금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대로 강경책을 밀어 붙이면 네놈들은 끝이야.”
“머리를 박살 내주라고 안달이로구나 네놈이.”
“총 치워. 그거 함부로 다루다가 죽는 수가 있으니까.”
“이 개자식이!”
순간 화를 참지 못 한 느루가 권총의 손잡이 부분을 내려치려는 듯 팔을 치켜들었다.
“대화 중이다, 느루.”
“그래서 뭐?!”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겠다는 약조를 깰 셈이냐.”
자신을 바라보는 샤킵의 시선에 느루는 잠시 동안 그 자세로 갈등하듯 서있다 입술을 깨물며 다시 팔을 내렸다.
나중에 가선 모르지만 지금은 그의 도움이 필요하고 여기서 흔들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분하지만 한 발 물러날 수 밖에 없어 그저 이만석을 죽일 듯이 노려만 보며 분을 삭힐 뿐이었다.
‘대화가 끝나면 가만두지 않겠어.’
속으로 느루가 그렇게 분을 삼키고 있을 때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당신은 좀 대화가 통할 것 같군.”
“그 얘기를 꺼낸 이유가 뭐지. 그냥 하지는 않았을 텐데.”
“맞아.”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두 사람이 바라는 게 뭔지 알고 있다. 세력을 인정받고 구역을 관리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 아니야. 그걸 저쪽에선 허락 할 수 없으니 이런 대치상황을 이루고 있는 거고.”
“그걸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말이냐.”
“후우!”
폐 깊숙이 담배를 한 모금 빨아 흡인 한 후 다시금 코와 입으로 길게 연기를 앞으로 뿜어낸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맞아.”
“헛소리!”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느루가 목청을 높이며 부정의 말을 내뱉었다.
“더 이상 이놈의 말을 들을 가치도 없어! 이딴 미친놈과 뭘 더 얘기를 하겠다는 거야?!”
느루는 이만석의 말에 점점 더 화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말대로 해결책 있었다면 이렇게 대치를 한 상태로 오랫동안 시간을 끌었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게 안 되니까 이렇게 하고 있는 거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이게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가는 길이기도 했다.
“이딴 놈과 뭘 더 대화를 나누겠다는거야?! 이 자는 우리 쪽 애들 20명을 없애버렸어! 제 발로 찾아왔으니 붙잡아 고문을 하여 어떻게 했는지 밝혀내고 당장에 대갈통을 부셔버리든지 해야 한다고!”
“그 방법이라는 게 뭐지.”
“샤킵!”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이만석에게 물음을 던지는 모습에 역정을 내뱉는 느루였다.
“이대로 치안대와 맞붙었다간 결국에 손에 넣게 되는 것은 파멸밖에 없다. 대선에 영향을 주겠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어. 그렇다면 당신들은 어떻게 되지? 무기도 챙기고 인원도 좀 모였다고 하지만 결국엔 항복하게 되어 있어. 아무리 나라가 어수선해도 카이로에서 새로운 치안대가 동원되고 군부대까지 움직이게 되면 이곳에 고립되어진 당신들은 오래 버티지도 못해. 그렇다고 IS처럼 시간을 끌어서 변모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 IS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국제사회가 가만히 또 다른 놈들이 태동하는 것을 손 놓고 보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이만석이 말하지 않아도 그에 대해서 샤킵은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을 건드리지 않고 있는 것이고, 만약 내일까지 진전이 없을 경우 도로를 폐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치안대가 움직이게 되면 시원하게 한 판 벌일 생각이었다.
“그렇게 자멸하는 길로 가는 것 말고 이 일을 좋게 해결 해 볼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다시 한 모금 담배를 빤 이만석이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내 밑으로 들어오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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