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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68화 (368/812)

〈 368화 〉 368화 알렉산드리아

* * *

잠시 대기했다가 들어가도 좋다는 얘기를 들은 이만석과 안나는 청장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아랍식 콧수염을 기른 40대 후반의 정복차림의 남자와 역시나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경찰제복차림의 남자와 함께 치안대 정복을 입고 있는 30대로 보이는 남자 세 명이 앉아있었다.

아뚤랍과 경찰청장만 남기고 인원이 많아 나머지는 다 내보냈던 것이다.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보냈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한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어서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이만석과 안나에게로 향했다.

‘상당히 젊은 사내야. 많이 봐줘야 20대 중반이 넘지 않겠어.’

고개를 옆으로 돌린 카모트가 안나를 바라보았다.

무심한 눈동자에 무표정한 얼굴의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그녀역시 이만석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았다.

둘다 20대 중반으로 보면 될 것 같았던 것이다.

‘이런 햇병아리를 보내서 뭘 하겠다는건지...’

이만석의 첫인상은 잘 생겼다는 느낌이었다.

그가 본 동양인들 중에 제일잘생긴 인물이라고 해도 될 법할 만큼 빼어난 얼굴이었다.

거기다 키도 상당히 커서 동양인이라 생각이 안 될 정도로 호리한 체격인 아닌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정장을 입고 있다고 하지만 겉에서 보이는 체격만 봐도 호리한지 아니면 건장한지는 알 수 있는 것이다.

냉기가 풀풀 풍기는 안나역시 보기 드문 미녀로 콧날이 오뚝하고 시원한 눈매에 갸름한 턱선을 가진 그녀는 전체적으로 남부유럽인의 얼굴형을 가지고 있는 백인미녀였다.

얼굴선에서 중동인의 생김새도 엿볼 수가 있어 혼혈인가 하는 그런 생각도 잠시 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가 필요한 것은 이 일을 타개할 방도는 제시 못 해도 도움이 될 만한 인물을 찾은 것이지 이런 나이어린 파릇한 햇병아리들을 바란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만석과 안나를 보는 순간 기대는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고 당연히 그 실망감은 태도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자네가 총리께서 직접 보냈다는 그 사내인가.”

그렇게 물음을 던졌던 카모트는 아무런 대답이 없는 이만석과 안나를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건가. 설마 영어를 못 하는 건 아니겠지?”

역시나 이번에도 대답이 없자 카모트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영어를 잘 못한단 말인가?”

대화조차 제대로 대지 않는 사람을 보낸 것이라면 이건 정말로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그럴 리가.”

허나 다행이도 그의 의문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유창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다행이 할 줄 아는 모양이네.”

다분히 상대를 무시하는 발언이었지만 누구하나 그에 조금 당황하거나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는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만석과 안나를 보고 햇병아리라 생각한 것은 카모트 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일을 조금이나마 해결 할 수 있는 인물을 원했던 것이지 저런 인물을 바란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파티나 무도회장이었다면 상당히 호감 가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겠지만 이곳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장소였다.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왜 저 두 사람을 보낸 것인지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를 따른다고 하지만 이건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총리께서 보낸 게 자네가 맞나?”

이만석이 영어를 할 줄 아는 것을 알게 된 카모트가 다시 맨 처음의 질문을 던졌다.

“맞다.”

이번엔 이만석은 침묵을 지키지 않고 대답했다.

“그럼 당신이 카모트 치안감이겠군, 경찰제복을 입고 있는 남자는 청장이겠고, 그 앞에 마주 앉아 있는 사람은 직속부하인가?”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라!”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뚤랍이 일갈을 터트렸다.

“아무리 총리께서 보냈다고 해도 이 두 사람은 네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순간 이만석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대놓고 실망과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던 당신이 날보고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뭐라고?”

“아마사피 총리를 따르는 사람들이라면 총리가 직접 보낸 손님에게 그렇게 불쾌한 티를 내며 무시하는 언사를 하는 것 자체가 잘 못 되었다고 생각지 않나?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어보는 당신네들의 태도를 보는 순간 대화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겠어.”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몸을 돌렸다.

“가자.”

이만석을 따라 안나도 몸을 돌리는 행동에 카모트의 얼굴이 그대로 일그러졌다.

“건방진...!”

“멈춰!”

카모트의 노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 아뚤랍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아니, 꺼내 들려고 했다.

순식간에 안나의 몸이 돌아가며 권총을 빼내 들려던 아뚤랍의 이마에 먼저 총구를 겨누었던 것이다.

눈 깜짝할 순간에 이루어진 동작이었고 아뚤랍은 물론이고 카모트, 그리고 경찰청장인 무함마드조차 언제 안나가 어떻게 권총을 빼내 겨눈 것인지 보지를 못 했다.

눈 깜빡했다 보니 어느새 아뚤랍의 이마에 권총이 겨누어져 있었던 것이다.

문손잡이를 잡고 돌려서 연 이만석은 복도로 나가며 지나가는 투로 입을 열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권총 함부로 꺼내지 마라.”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뚤랍의 이마에 겨누고 있던 권총을 회수한 안나가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나가고 묘한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카모트가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봤소?”

“보지 못했습니다.”

“너는?”

“제대로... 못 봤습니다.”

권총을 꺼내들려는 어느 순간 눈앞에 안나가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다른 설명은 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이만석을 다라 나서던 안나가 어느 순간 이쪽을 바라보며 권총을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충격이군.”

카모트가 허탈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 또한 오랫동안 총기를 다루었던 사람인만큼 품에서 권총을 빼들고 겨누기 까지 얼마나 속도가 걸리는지 알고 있었다.

정말로 타고난 재능에 피나는 훈련을 동반한 명사수는 1초 내로 뽑아 내는 것은 물론, 정확히 표적을 조준하여 목표물을 겨눌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까지 이루어내는 사람은 본적이 없었다.

물론 총을 빼내드는 것은 연습만 하면 최대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정확히 조준을 하고 맞추는 것은 아무리 명사수라도 어려운 일이었다.

허나 안나는 그러한 동작을 깔끔하게 눈앞에서 실현 시켰던 것이다.

언제 눈앞에 총구를 빼들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눈 깜짝할 순간에 아뚤랍의 이마에 정확히 겨누고 있었다.

그것도 등을 내보이고 있던 상태에서 이루어진 동작이라는 것이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내가 실수를 한건 아닌지 모르겠어.”

안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나니 카모트는 자신의 행동에 후회가 느껴졌다.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자신이 그런 실수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해 이러고 있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모함마드의 말에 카모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보낸 인물이라면 이 상황을 무력충돌 없이 타개할 방법을 기대 했던 것이지 뛰어난 병력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면을 다시금 이렇게 상기시켜주는 모함마드의 말에 카모트는 어느 정도 후회를 지워 낼 수가 있었다.

‘정체가 뭐야?’

그런 카모트와 모함마드와 다르게 아뚤랍은 이만석과 안나에 대해서 다시금 궁금증을 느껴야했다.

삼자가 아닌 안나가 겨누었던 총구에 이마를 내주어야 했던 당사자인 아뚤랍이 받은 충격은 적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 두 사람은 삼자라서 잘 모르겠지만 만약 거기서 안나가 방아쇠를 당겼다면 자신은 언제, 어떻게, 누가 쐈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이마가 꿰뚫려 절명했을 것이었다.

분명히 등을 내보이고 있었고 아무리 반응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그 상황에선 자신보다 빠를 수 없는 일이었다.

헌데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은 총도 꺼내보지 못하고 이마를 내주었지 않은가.

아뚤랍의 가슴에 묘한 불안감이 맴도는 순간이었다.

“혹시나 싶어 너에게 권총을 하나 넘겨주길 잘한 것 같군.”

이런 일을 생각해서 넘겨 준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모를 변수가 일어날 수도 있기에 이만석은 소음기가 부착된 권총 한 자루를 아공간에서 꺼내어 안나에게 주었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경찰청을 뼈져나가는 이만석에게 안나가 감정의 기복이 없는 음성으로 물어 보았다.

“대화가 쫑 났으니 어쩌겠어? 저들 도움 없이 우리 둘이서 해결을 봐야지.”

그런 안나의 질문에 이만석은 마치 남 얘기 하듯 태평하게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10분이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경찰청을 나선 이만석은 안나와 함께 마피아 세력들이 잡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북동부지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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