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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67화 (367/812)

〈 367화 〉 367화 알렉산드리아

* * *

“이놈들은 제정신의 놈들이 아닌 게 분명해.”

억누를 듯 한 목소리로 말하는 카모트의 얼굴엔 노기가 서려있었다.

알렉산드리아를 맡고 있는 경찰력으로는 도저히 마피아들을 상대 할 수 없어 카이로에서 아마사피 총리의 지령을 받아 치안국에서 직접 치안대 500명의정도의 일개 대대병력이라 할 수 있는 인원을 이끌고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다.

이집트는 경찰청과 함께 치안국이 함께 운영되고 있었는데 원래는 경찰국산하에 치안대가 속해 있었지만 투랍 정권이 들어서면서 군부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치안대를 치안국으로 격상시켜 따로 독자적으로 분리시킴으로써 나라의 안정을 도모 했던 것이다.

원래는 치안대의 제일 높은 계급의 지휘관은 치안총감으로 이집트 경찰국장의 바로 아래 계급이었다.

허나 따로 떨어져 나오면서 치안총감은 치안국장으로 격상되어 경찰국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치안국자체가 경찰력으로 도저히 되지 않는 험한 일에 투입되는 인원들이다보니 기본적인 훈련이 군인들 못지않았고, 총기 또한 미국에서 수입한 MP5에 완전무장을 하고 수류탄까지 상황에 따라 소지 할 수 있어 특수목적부대라 해도 틀리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랍 정권 하에서 치안국의 권위는 상당히 올라가 경찰국을 넘어서 이집트 정보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핵심기관으로 올라섰던 것이다.

하지만 투랍 정권이 무너지고 과잉진압과 또다시 무바라크 정권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뻔한 일이 벌어져 지금에 가서는 위에서부터 전부 물갈이가 되면서 치안국의 힘은 다시금 약해져가는 추세였다

아랍식 콧수염을 기른 40대 후반의 그는 허리춤에 권총을 착용하고 정복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카모트의 직위는 치안감으로써 치안국장에 이어 치안총감의 바로 밑의 계급이라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였다.

그런 그가 직접 500여명이나 되는 대대병력이라 할 수 있는 치안대를 이끌고 알렉산드리아로 올라왔지만 사태는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경찰청에 머물고 있는 카모트의 앞에는 이곳을 맡고 있는 경찰청장과 직속 부하들이 양 열로 앉아 함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웠다.

“이놈들은 마피아가 아닙니다. IS놈들과 마찬가지로 테러단체로 변모했습니다.”

왼편에 앉아있던 30대 초반의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진중한 음성으로 말했는데 그가 바로 1중대를 맡고 있는 치안위경 아뚤랍이었다.

“세력을 인정해 주는 거뿐만이 아니라 놈들은 자신들만의 구역을 바라고 있지 않습니까.”

“미친 거지.”

새해가 밝아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어수선한 틈을 타서 놈들은 알렉산드리아 북동부 지방에 자리해 경차서들을 습격해 점거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자신들의 통제 하에 넣었다.

시민들은 건드리지 않고 경차서들만 장악하여 그 일대의 경찰력을 무력화 시켰던 것이다.

그에 알렉산드리아 경찰청장은 전경들을 투입하여 마피아 세력들을 진압하려 했지만 권총은 기본이고 AK­47과 AK­74, 그리고 바주카와 같이 중화기들로 무장해 마피아들이 아닌 무장단체라 해도 틀리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류탄까지 소지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대규모 도시테러도 방불케 하는 화력을 내뿜을 수 있는 힘을 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서를 습격하면서 인명피해를 보긴 했지만 그들은 어찌된 일인지 시민들에겐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았고, 곧장 경찰서를 점거한 상태로 도시 중간 중간에 인원들을 배치해 북동부 지방을 세력화에 놔두고 있었다.

처음엔 자신들을 인질로 삼을 것을 두려워한 시민들이 북서부 지방으로 몸을 피하고 떠나갔지만 그들은 막지도 않고 잡지도 않았다.

가고 싶으면 가고, 말고 싶으면 말라는 듯 출입을 통제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되자 상황을 주시하는 시민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한 편으론 이러다 충돌이라도 일어나면 그 피해가 자신들에게 갈 수 있어 정부가 빨리 이일을 해결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전경들만으로는 도저히 그들을 상대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리자 아마사피 총리는 한 개의 대대병력을 알렉산드리아로 파견시켰던 것이다.

그 책임자로 카무트 치안감이 갔는데 양쪽 진영이 대치상황을 이루며 묘한 긴장감을 연출하고 있을 뿐 무력충돌을 일으킬 수는 없는 일이라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만약 진압을 목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다간 도시에 남아 있는 시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었고 자칫 잘못하다 알렉산드리아가 내전의 화마에 휩싸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시민들에게 다 빠져나오라고 방송 같은 것을 하는 순간 출입을 통제하고 인질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그저 알아서들 빠져나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아니어서 빠져나오고 싶은 사람들은 빠져나와도 되지만, 마피아세력들은 시민들에게 아무런 해를 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담하게도 남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한 순간에 직장과 터전을 버리고 다 피난을 갈 수는 없는 상황이 그러한 현실을 연출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대치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카무트가 주먹을 말아 쥐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썬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자 40대 후반의 연배가 비슷한 알렉산드리아 경찰청장이 우려를 한 숨을 내쉬며 대답을 했다.

“이대로 대치상황만 끌고 가는 것도 한계가 오는 법이요. 그들의 조건을 들어 줄 수도 없는 사항이고 협상이 결렬되면 남은 건 무력충돌밖에 없지 않겠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침에 연락을 받았지 않습니까.”

아뚤랍이 다시 입을 열며 대화에 다시금 끼어드는데 그 말에 카모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총리께서 따로 보냈다는 그 사람에게 기대를 걸어 보자는 말이냐?”

“아무 생각 없이 이곳에 보냈을 리 없습니다.”

“이 상황을 타개 할 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협상이고 둘은 충돌. 그거 말고 방법이 뭐가 있지?”

“하지만...”

“나도 너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긴 해. 이곳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고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 왜 그저 그런 놈을 이런 곳에 보내겠나. 하지만 지금 상황을 봐.”

다시금 분위기가 가라앉는 가운데 까무잡잡한 피부의 두둑한 배를 가지고 있는 경찰청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일단 그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협상과 무력충돌 밖에 없다면 그 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요.”

잠시 고심하는 듯 하던 카모트가 아뚤랍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 이름이 뭐라고 했지?”

“민준이라고 했습니다.”

민준이라는 이름을 말할 땐 조금 발음이 새었지만 못알아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민준이면 외국인이잖아.”

“한국에서 그런 식의 이름을 사용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럼 한국인이라는 말이로군.”

도대체 뭐가 있기에 중대한 일에 그런 외국인을 보낸 것인지 그로써는 의문과 함께 궁금증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카이로공항에서 알렉산드리아행 10시에 출발하는 국내선 비행기에 올라탄 이만석과 안나는 시내와 비교적 가까우면서 주로 이용되던 엘 노자 공항이 아닌 시내에서 40km이상이나 떨어진 보르그 엘 아랍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다시 가야했다.

엘 노자 공항이 패쇄되고 보르그 엘 아랍 국제공항으로 모든 노선이 이전이 되면서 벌어진 촌극이었는데 그동안 엘 노자 공항을 이용했던 시민들에게는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빨리 달리면 10분 내외로 갈 수 있던 것을 그 보다 작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몇 배에 이르는 시간까지 소요되어 참으로 여러 논란도 있었던 것이다.

허나 지금은 그렇게 밖에 국내선 노선이 없으니 시민들은 불편해도 이용을 해야 했고, 이만석과 안나도 그렇게 해서 택시를 타고 알렉산드리아 경찰청으로 향했다.

안나의 저격총이 들어 있는 가방을 대놓고 들고 다닐 수는 없는 상황이라 이만석이 맡고 있었는데 아공간 안으로 들어가 사라져 버리는 것을 보고 안나는 또다시 적잖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그것 말고도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수 있느냐가 또 문제였지만 그건 안나가 호텔에 머물고 있을 동안 아마사피 총리에게 워프를 해서 다녀온 이만석이 해결을 보았다.

정보국요원들이나 특수한 목적의 일로 신분을 밝힐 수 없는 특수목적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여권을 발급 받았던 것이다.

단 그것은 이집트 내에서만 효력이 있고 발급을 받는대도 까다로운 편인데다 기한도 1개월마다 여권을 재발급 해야 해서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허나 아마사피 총리가 직접 지시를 하고 신분을 보장하는 인장을 찍어서 보냈던 터라 까다로운 절차는 생략되고 1개월짜리 여권을 발급 받았다.

긴급한 일이 시간을 두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특수한 상항이 터져 급하게 가야 할 일이 생긴다면 정부수반을 책임지는 통수권자가 인장을 찍어주면 바로 발급을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마사피 총리가 임시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권한을 발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알렉산드리아에 도착 할 수 있었던 안나는 이만석과 함께 택시를 타고 이렇게 경찰청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급할 것도 없고 느긋하게 가서 점심 먹을 시간 때 쯤 되어서야 이만석과 안나는 알렉산드리아 경찰청에 당도 할 수 있었는데, 100달러 지폐를 건네주고 거스름돈도 받지 않고 내리자 택시 기사가 아주 좋아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찰청 입구로 보이는 곳엔 무장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이만석과 안나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경계를 드러냈다.

허나 안나가 품에서 여권을 펼쳐 보여주자 곧 경례를 올리며 보내주는데 거기엔 정보국소속의 마크와 코드네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편리하지?”

웃음을 지으며 이만석이 말하자 안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CIA에서 만들어 주었던 신분증도 미국 내에서 이런 식으로 사용 할 수가 있었는데, 이집트 정보국 또한 그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출입문을 지나 경찰청 건물로 걸어가는 와중, 100평도 넘어 보이는 주차 공간엔 빼곡히 채워져 있는 순찰차와 치안대 인원과 무기를 실어 나르는 트럭 차량들이 세워져 있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한대에 10명 내외로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차량 대수로만 보면 수백 명은 몰려온 모양이야.”

치안대의 인원이 축소되고 약화 되었다는 걸 들어서 알고 있는 이만석은 이정도의 카이로에서 파견 했을 정도면 확실히 심각한 일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그렇게 5층 높이의 경찰청 빌딩 안으로 들어서자 역시나 무장경찰들이 경계를 하며 이쪽을 주시 했는데 그 중에 두 명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허리춤에 차고 있는 권총이 위압감을 드러내며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안나가 다시 여권을 보여주자 두 명의 경찰은 경례를 올리고 곧장 길을 열어주었다.

정보국에서 파견 나온 요원은 경찰청장이라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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