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3화 〉 363화 알렉산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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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얘기를 한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이만석이 한 말이 한국어여서 아마쵸 중령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렇게 웃으면서 환호들 하는 모습에 내심 어떤 얘기를 하였을지 궁금하여 이렇게 물어본 것이다.
“별말 하지 않았습니다. 수고했다고 치하했고, 앞으로 잘 해보자고 덕담을 조금 했죠. 그리고 이쪽은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마시고 즐기라고 했습니다.”
보통은 영관급 이상의 지휘관이 앞에 있으면 상당히 긴장되고 신경이 쓰이는 게 보통인데 춘배들을 포함해 이들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성격자체가 호전적인데다 위험을 무릅쓰고 지원을 했고, 그동안 조직생활을 하면서 상당히 험하게 살아온 인생들인지라 화끈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이만석도 20여년전에 군 생활을 하였던 지라 지휘관이나 그런 높으신 분들이 앞에 있으면 얼마나 긴장되고 어색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별이 떴다고 하면 부대가 발칵 뒤집어지는 것은 예사여서 부대내에서의 고위간부와의 합석은 상당히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가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훈련을 받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인지 직업군인이 되기 위해 이곳에 들어온 것이 아니어서 그에 대한 부담감도 어느 정도 덜 수가 있어서 저렇게 이만석와 말에 시원하게 반응을 내보였다.
“제가 한잔씩 돌리도록 하죠.”
양주병을 들어 올린 이만석이 병을 따며 말했다.
“그러시겠습니까?”
사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 중에 이만석은 누가 봐도 20대 중반으로 보여 제일 젊은 축에 들어가는 젊은이여서 전혀 이상하게 없었다.
하나 이집트의 실권자이자 대통령으로 당선이 유력시 되는 리자 아마사피와 밀접한 관계에다 힘을 괴사하고 있어서 절대 나겹게 볼 수 없는 위치였다.
이곳에 이렇게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마석이 때문이었으니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한 것이다.
조심스럽게 잔에 술을 따라준 이만석이 이어서 아무카무의 잔에도 따라주었다.
그러고는 나머지 교관들의 잔에도 다 따라주고 마지막에 안나의 잔에도 따라주는데 그녀와 눈이 마주쳤을 때 이만석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주었다.
이들을 훈련시키느라 고생 많았다는 제스처였다.
그런 이만석을 안나는 눈을 깜빡이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한잔 따라드리지요.”
양주를 전부 돌린 이만석에게 아마쵸 중령이 넉살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양주병을 넘겨받은 그가 조심스럽게 비어 있는 이만석의 잔에 술을 따라 채워주었다.
“이 첫잔은 무사히 훈련이 마무리가 되어가는 것을 축하하고 아누트 훈련소의 미래를 위하는 것으로 하는 게 어떻습니까.”
아무카무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하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군요.”
모두가 가볍게 잔을 들어 보인 후 단번에 입안으로 털어 넣으며 깨끗하게 비워버렸다.
“목 넘김이 나쁘지 않네요.”
특유의 싸한 향과 입안과 코를 통해서 느껴지는 진한 풍미는 맛이 좋았다.
“맥패일스라고 주로 마시는 양주 중에 하나입니다. 특별히 오늘은 50년산을 준비해 보았는데 맞다니 다행입니다.”
“처음 먹어보는 양주인데 괜찮군요.”
“한잔 더 받으시지요.”
이만석의 말이 기분이 좋은지 아마쵸 중령이 그렇게 다시 잔에 양주를 따라주었다.
그렇게 술잔을 한 두잔 기울이고 있는 사이 넓은 식당에 펼쳐져 있는 길다란 테이블에 앉아 술판을 벌인 이들도 하나 둘 캔 맥주나 병맥주를 따서 위하여를 외치며 단번에 목으로 넘기고 있었다.
“캬~! 죽인다!”
“내 어찌 이 맛을 잊고 살았을까?”
“인생의 즐거움이 여기에 다 들어있구나!”
“내 오늘 여기서 배가 터질 정도로 마셔 될 거야.”
“여기서 단명하려고?”
“아하하하하!”
“자 다들 먹고 죽자!”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왁자지껄한 풍경이 식당 안에 펼쳐졌다.
이미 이만석이 다시 오는 날짜를 알고 있던 상황이어서 그에 맞춰 아마쵸는 연회를 준비했고 당연히 맥주는 넉넉하게 구비를 해두었었다.
인원이 많으니 대형트럭 한 두 대로는 부족해서 여러 대로 싣고 날라야 할 판이었다.
이렇게 많은 맥주를 싣고 안 적도 처음이고, 식당에서 단체 연회를 한 것도 처음이라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가 있었다.
“흐흐흐... 이놈들 살판이 났구나.”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얘기들을 들으며 춘배가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하지. 얼마 만에 먹는 맥주인데 저렇게 열광을 안 하겠냐?”
“우리도 먹읍시다.”
주변에서 마시고 터져나오는 감탄사들을 들으며 현석이 침을 삼키며 재촉하듯 말했다.
“그래 우리도 마시자!”
춘배도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캔 맥주 하나를 집어 들어 따개를 땄다.
그러자 탄산소리와 함께 가득 차 있는 맥주의 금빛이 감도는 영롱한 색깔이 출렁이며 유혹하듯 빛을 발했다.
춘배에 이어 이원종 그리고 현석도 마개를 땄고 주변에 있던 나머지 이들도 저마다 병맥주와 캔 맥주의 마개를 따버렸다.
“자! 지옥 같은 훈련을 견디고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오늘을 축하하며 건배!”
“먹고 죽자!”
“저도 그럴랍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가 목울대를 움직이며 시원하게 벌컥거리며 마셨다.
“캬아~!”
“톡소는 알싸한 맡과 탄산이 나를 천당에 올려놓는구나!”
“와~! 맛을 보니 저절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데요?!”
주변에서 하도 감탄사를 연발하며 오바를 해서 웃음이 나왔지만, 실제로 오랜만에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키니 그게 오바가 아니었던 것임에 드러났다.
목으로 넘어가는 맥주 특유의 쌉쌀한 맛과 톡소의 탄산의 맛, 그리고 뒤 끝에 따라 퍼지는 향미가 전율을 느끼게 하기 하나도 부족하지 않았다.
벌컥벌컥!
“이놈 봐라 한 번에 원 샷 한다.”
말없이 계속해서 비우고 있는 안영만의 모습에 춘배가 이빨을 보이며 웃음을 지었다.
“크크... 혼자서 무게는 다 잡더니 네놈도 별 수가 없구만.”
안영만의 모습을 보며 이원종이 실실 쪼개며 농담을 던졌다.
“캬아~!어쩔 수 있습니까? 맥주가 이렇게 맛있는데...”
다시 한 모금 더 마신 형석이 짜릿한 기분에 다시금 감탄사를 연발하며 말했다.
그러는 사이 캔 맥주 한 캔을 단번에 다 비워버린 안영만이 손등으로 입 주변을 닦고는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인데 뒤로 뺄게 뭐가 있어? 이렇게 삘이 왔을 때는 단번에다 마셔줘야 하는 거다. 그리고 내가 언제 무게 잡았어, 인마. 그냥 네놈들처럼 슬데 없는 말을 안 할 뿐 인거지.”
“너도 우리처럼 화끈하게 인생 즐기면서 살아라. 그렇게 혼자 꿍해 있지 말고.”
“원종이 말 맞다. 꼴통 이놈을 바봐. 그렇게 우리에게 처 맞고도 요즘엔 잘도 개기잖아.”
그러고는 춘배가 현석의 어깨를 두어 번 힘차게 두드려 주었다.
“가만히 있는 저는 또 왜 끌어 들입니까? 기분 좋게 맥주 마시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세요.”
“봐봐, 이놈이거 칭찬을 해줘도 이렇게 간땡이가 부운 것처럼 기를 펴고 살잖아.”
안영만이 테이블에 진열되어 있는 맥주 하나를 더 집더니 마개를 땄다.
“나도 즐긴 땐 즐기는 몸이다 새끼들아. 엄한 애 기죽이지 말고 네놈들도 먹고 즐겨.”
“거 보세요, 영만이 형님이 말한 것처럼 괜히 이런 좋은 자리에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고 기분 좋게 마시자구요.”
“크하하하하! 그래 네 말이 맞다. 다 같이 즐기고 먹고 한 번 오늘 죽어보자!”
크게 웃음을 터트린 이원종이 남은 맥주를 전부 들이키기 시작했다.
이어서 춘배도 다시 맥주를 들이키기 시작하는데, 어느새 식당안의 모든 테이블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보기 좋군.’
양주 한 두 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며 술잔을 비우던 이만석은 뒤에서 들여오는 춘배들의 얘기를 들으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에서 마피아 생활을 하다 왔다고 듣긴 했지만 참으로 대찬 놈들 입니다.”
주변 테이블을 둘러본 아무카무가 놀랍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즐기기 위해 마련 된 연회라고 하지만, 이렇게 지휘관들을 앞에 두고도 저렇게 웃으면서 제대로 연회를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놀라운 풍경이었다.
“이런 자리에서도 눈치를 보며 제대로 못 즐긴다면 여기까지 이 먼 타국 땅까지 오겠다고 지원 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저 정도의 담력은 있어야 뭐라도 해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듣고 보니 맞는 말입니다.”
저들이 한국에서 이집트 최강의 특스부대라 할 수 있는777특공대와 같은 특수목적의 전사들을 길러내는 이곳까지 찾아와 훈련을 하러 입소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저 정도의 깡은 있어야 했다.
대충은 어떤 목적으로 이들이 와 있는지는 알고 있지만 불안전한 중동의 정세와 전쟁용병과 테러단체들이 활개 치는 이 곳은 결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마피아 세력이 다른 나라들보다 약하다고 깔보고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 발을 들였다가는 IS와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단체에 큰 코를 다치기 십상이었다.
그들은 순교를 한다는 생각으로 자살폭탄테러도 감행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이들이라 상당히 위험을 감수하고 들어와야 하는 곳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IS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로 떠올라 있는 상황이어서 그 참상은 더 적날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세계에 힘 있는 국제조직도 절대 쉽게 발을 들일 수 없는 땅이 바로 중동이었다.
그렇게 대화의 장은 더욱더 깊어져 갔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이만석도 좋은 시간을 가졌다.
중간에 시뻘게진 얼굴로 멋쩍은 듯 나타난 춘배와 이원종에게 잔을 건네준 이만석이 웃으면서 한 잔씩 따라주었다.
연회의 밤은 그렇게 밤늦도록 이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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