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57화 (357/812)

〈 357화 〉 357화 알렉산드리아

* * *

“시끌벅적하군.”

입국수속을 밟고 공항 안으로 들어선 이만석은 평균기온 15를 유지하고 있는 카이로의 포근한 날씨를 느끼며 부쩍이는 외국인 인파들을 바라보았다.

한국은 아직 한 겨울의 날씨로 쌀쌀하고 산발적으로 눈도 날리는 지역도 있었지만 카이로는 정반대로 포근하고 따뜻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새해에 이집트의 첫발을 딛게 된 이만석은 그렇게 작은 감상평을 남기며 조용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리자! 리자!”

투랍 대통령 정권이 물러나고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중앙정부를 임시적으로 맡아서 행정업무를 이끌고 있는 와중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여느 때보다 열기가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무바라크이 이어 투랍 정권의 혼란기를 겪고 되찾은 국민의 권리와 승리에 한껏 고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다시 무혈충돌을 벌여 큰 일이 벌어질 번한 적도 있었지만 투랍 대통령 정권하에 있던 총리인 리자 아마사피의 날선 비판과 그를 암살하려 했던 사건, 그리고 외신들의 보도와 국제적 입지가 좁아지고 여론의 압박이 심해져가는 가운데 무슬림국민당마저 성명을 발표하고 돌아서버리자 결국 자신 사퇴를 하고만 것이다.

그 후로 암살의 위협에서 벗어나 돌아온 리자 아마사피는 내년에 치러질 대선을 압두고 큰 혼란을 맡기 위해 임시적으로 행정을 맡아 정부기구를 이끌며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리자 아마사피 총리의 지지율을 70%라 넘어갈 정도로 나머지 후보들은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

카이로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타흐리르 광장엔 많은 시민들이 모여 리자 아마사피를 연호하고 있었는데 그의 입지가 이집트에서 어느정도 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가 있었다.

“3월에 치러질 대선에 승리가 확실해 보입니다.”

“그런 소리 마. 선거는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니까.”

“많은 시민들이 총리님의 이름을 외치며 지지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비서관의 말에 리자 아마사피가 쓴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도 새해에 출마선언의 연설을 한 순간 후끈 달아오른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원래라면 출마선언을 하기 전에 총리직함을 내려놓아야 했지만 그렇게 되면 행정업무의 맡을 사람이 없어지게 되어서 예외적으로 대통령이 선출 될 때까지만 유지하기로 합의 했다.

물론 그가 가지고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원래 총리가 가질 수 있는 실질적인 힘보다 축소 되었다고 할 수가 있었다.

대통령이 선출이 되면 그의 총리직함도 그대로 내려놓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그의 출마선언은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시민들이 환호를 한 것이다.

이집트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국정혼란과 불안정한 정국을 안정시켜줄 것을 염원하는 외침이기도 했다.

“내가 잘해 낼 수 있으리 모르겠어.”

“총리님은 강하신 분입니다. 암살의 위협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이 자리까지 오시지 않았습니까.”

이집트 정보국과 CIA의 전무후무한 합동작전으로 자택을 기습당해 죽을 뻔한 순간은 아직도 생각만하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아마사피였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겁니다.”

“음...”

창 쪽으로 다가간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들의 정황은 어떤가.”

“치안대를 투입 하였으나 상황이 좋지가 않습니다.”

3월에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이집트는 한참 열기가 더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투랍 정권이 물러나고 공권력이 약해진 틈을 타 숨죽이고 있던 마피아 세력들이 다시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리자 아마사피 총리는 정국혼란이 더 커지지 않게 치안안정에 만전을 기하는데 노력을 하여 크게 기승을 부리는 이들은 없었지만 최근 대선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틈에 골치아픈 일이 터지고야 말았던 것이다.

이집트 북부의 지중해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 바로 그일이 일어난 것인데, 이집트에서도 카이로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라 할 수 있는 알렉산드리아는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자신의 이름을 붙여 세운 도시로, 이집트와 지중해의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도시 중에 한 곳이 바로 알렉산드리아였다.

이집트에서 무역과 수산업의 기반으로 발달하고. 지금도 천연가스와 송유관이 지나는 도시로써 산업기반을 새롭게 다지고 있는 알렉산드리아가 리자 아마사피의 골칫거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마피아의 일부 세력들이 무바라크 정권에이어 투랍 정권하에서도 숨을 죽이고 흩어져 있던 동료들을 불러모아 새롭게 기를 펴고 힘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부가 힘을 못 쓰고 투랍 정권이 무너지며 약해진 치안대로는 그동안 조용히 벼르고 있던 그들의 광란의 울분을 막아서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가 이집트의 제2의 도시라는게 문제였는데 그곳이 치안대가 밀리고 마피아들의 손아귀에 넘어가면 리자 아마사피의 입지도 흔들릴 수가 있는 일이었다.

시리아와 중동 지역에서 내전에 참전했던 전쟁용병으로 활동 했던 이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라 그들의 세력은 절대 무시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무기밀매단속을 강화 하고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정국혼란을 틈타 발 빠르게 준비를 하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국경부터 시작해서 철저하게 다시 단속에 들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카이로시에서 크게 대치를 이루고 국정장악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에서 그들은 마치 사전에 준비를 한 것처럼 행동을 하였던 것으로 보여 졌다.

“크게 총격전이나 그런 일은 벌어지고 있지는 않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세력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언제든 무혈충돌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지라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총격전이 벌어진다면 상당히 골치 아파 질 수가 있었다.

“최악의 경우엔 대선이 뒤로 미뤄질 수도 있겠지?”

“......”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일까.

비서관은 대답을 하지 못 하고 난처한 기색만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임시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내가 제일 타격을 크게 입겠어.”

어디까지나 지금 이집트를 이끌고 있는 것은 리자 아마사피의 총리였다.

그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높다고 하지만 무혈충돌이 일어나 알렉산드리아가 혼란에 빠진다면 그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래야지.”

“총리님은 대통령이 되실 것입니다.”

“대통령이라...”

그렇게 비서관이 물러가고 혼자 남게 된 리자 아마사피가 창 밖에서 시선을 때고 몸을 돌리는 그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말았다.

“대선 열기가 후끈하더군요.”

양손을 바지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이만석이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네...언제왔나?”

“조금 전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곧장 이곳으로 왔다는 말인가?”

“그런 셈이죠.”

“......”

저번에도 갑자기 나타나서 놀라 식겁하게 만들더니 이번에도 귀신처럼 나타나다니 심장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었다.

빠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제발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지 말게나. 내 이렇게 부탁함세.”

“총리관저에 대놓고 드나들 수 없는 일 아닙니까. 그러니 이렇게 나타나는 것을 양해해주시죠.”

“음...”

그것도 맞는 말이었음으로 리자 아마사피는 그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았다.

실제로 총리관저에 들어서기 위해선 신원조회는 필수 였음으로 아무나 함부로 들어 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만석 더러 그 절차를 따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 별 수가 없는 일이기는 했다.

“3월 달에 대선을 치루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요. 축하드립니다.”

이만석의 말에 리자 아마사피가 웃음을 지었다.

“자네는 마치 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된 것처럼 말을 하는군.”

“총리님이 대통령이 됩니다.”

“변수라는 게 있지 않나.”

이만석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말을 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어떻게 그걸 장담하지?”

“내가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란 말입니까.”

“......”

오만하게 들리는 말이었지만 리자 아마사피 총리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만석의 보여준 그동안의 모습들을 보면 저 말이 전혀 오만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저택에서 구해주고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어준 인물이 바로 이만석이었기 때문이었다.

투랍 정권이 장악하고 있던 언론을 움직이고 무슬림국민당의 마음을 돌려버린 인물이 바로 눈앞에 있는 이만석이었다.

‘맞는 말이야. 이 친구가 있었어.’

이만석이 한국에 가있는 동안 알렉산드리아의 일이 터지고 골치 아파 하는 와중에 여러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그의 존재감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이제야 현실적으로 와닿게 되었다.

일반적인 사람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가늠 할 수조차 없는 존재였으니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거부 할 수 없는 존재이자 생명의 은인이기도 한 이만석에게서 그는 다시금 한 가닥 희망을 느끼게 되었다.

“내 자네에게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되겠나.”

자신이 여기까지 올라서게 된 것도 다 이만석 때문이었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 날 수도 없었고 그런 생각도 없는 현실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명운을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이만석에게 맡기려 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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