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4화 〉 354화 작은소동?
* * *
“으음...”
눈에 빛춰 들어오는 햇빛에 하란의 두눈이 찡그려지며 눈꺼풀이 움직였다.
잠시 후 몸을 두어 번 뒤척이던 하란이 천천히 눈을 뜨더니 침대에 손을 집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아침이네?’
고개를 돌려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니 날이 밝아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내가 왜 안 방에...”
자신이 잠들었던 이곳에 이만석이 혼자 쓰는 안방이라는 것을 알고선 의문을 표하던 하란은 순간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차이링과 서로의 음부를 애무해주던 것과 이곳에서 벌어진 난잡한 교접이 머릿속에 하나하나 떠올랐던 것이다.
“어떡해...”
부끄러운 마음에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알몸인 자신의 상태와 침대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보면 어제 밤의 일이 사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당혹스러워하며 부끄러워하던 하란은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팬티를 찾아 입었다.
그러고는 브래지어마저 채우고 옷을 입고는 안방 문을 열고 나가니 구수한 음식 냄새가 맡아졌다.
걸음을 옮겨 그곳으로 다가가니 차이링이 앞치마를 두른 채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어났니?”
“아침... 준비하고 있었어요?”
“응. 일단 가서 샤워하고 나와. 샤워 끝나고 옷 갈아입으러 갔으니까. 지금쯤 옷 갈아입고 있을 거야.”
그 말에 얼굴을 붉히는 하란이를 보며 차이링이 생긋 웃음을 지었다.
“부끄러워 할 것 없어. 다 같이 즐기고 만족했잖아.”
“몰라요.”
몸을 돌려 가버리는 하란이를 보면서 차이링이 여전히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하란이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 사이 테라스에서 담배를 한 대 피고 안으로 들어온 이만석이 식탁으로 향했다.
“냄새가 좋아.”
“당신 좋아하는 김치찌개 끌이고 있으니까 기대해도 좋은걸?”
천천히 차이링의 뒤로 향한 이만석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기대에 저버리지 않도록 맛있게 한 번 끓여봐.”
앞치마 속의 풍만한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는 그의 행동에 차이링이 몸을 흔들었다.
“나 아침준비 해야 돼...”
“알았어.”
젖가슴을 주무르던 이만석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손을 땠다.
“조금 전에 꼬마아가씨 샤워하러 들어갔어.”
“깨웠어?”
“아니,”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그녀의 엉덩이를 한 번 두드려주고는 몸을 돌렸다.
그렇게 20여분의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식탁에 둘러앉은 가운데 하란은 여전히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그건 그녀뿐만이 아니라 지나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차이링만이 여느 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어때?”
국을 한 숟갈 떠먹는 이만석을 향해 기대에 가득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얼큰하고 맛있네.”
“합격?”
“응.”
대답을 한 이만석이 다시 밥 한 숟갈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 먹고는 김치찌개를 떠서 먹었다.
“두 사람도 어서 먹어.”
아직 수저를 들지 않은 하란이와 지나를 향해 차이링이 그렇게 말했다.
그런 차이링을 향해 지나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입을 연다.
“아무렇지도 않나 봐요?”
“뭐가?”
“어제 일 말이에요.”
얘기를 꺼내기 뭐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하란은 지나가 직접적으로 물어보자 귀가 솔깃해 졌다.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건 하란이 또한 궁금하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기분 좋게 즐겼으니 된 거 아니야? 그리고 그이도 이렇게 만족스러워 하는데.”
“내가?”
“얼굴 보면 좋은 밤 보낸 사람 같은데 그럼 아니었어?”
“나쁘진 않았지.”
“거봐~”
이만석의 이런 대답에 하란의 얼굴이 그대로 붉혀졌다.
“정말로 좋았나요?”
지나가 재차 강조하듯 물음을 던져오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꼭 말해야 한다면 좋았습니다. 나쁠 이유가 없죠.”
“민준씨가 좋았다면......”
말끝을 흐리며 말하던 지나가 놓아져 있던 수저를 들고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됐어요.”
아무래도 내심 이만석이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을지 그걸 좀 걱정하고 있었던 듯 했다.
“시금치 한 번 먹어봐. 잘 묻혀 졌는지.”
처음엔 조금 어색한 기류가 흐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차츰 분위기가 다시 평소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하아...”
혼자서 조용히 식사를 이어가던 하란이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나도 이제 모르겠어.”
지나까지 저렇게 편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자신 혼자서만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이 동떨어져 있는 듯 한 기분을 느꼈다.
“어렵게 생각 할 필요 없어.”
그런 하란을 향해 차이링이 걱정 말라는 듯 말했다.
“못 볼 거 다본 사인데 무얼 숨길게 있겠니?”
자신은 물론이고 차이링 또한 적나라하게 서로의 음부를 보았었다.
보기만 했다 뿐인가 혀를 이용해서 애무도 해주지 않았던가.
“그렇네요.”
맞는 말이었음으로 절로 수긍이 가는 하란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소파로 향해 몸을 앉힌 이만석이 리모컨을 가지고 티비를 켰다.
그가 그렇게 소파에 앉아 있는 동안 나머지 세 여인은 식탁을 치우고 마실 차를 준비하느라 주방에 남았다.
그렇게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던 이만석은 모닝투데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멈추어 섰는데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한주를 여는 월요일이 시작되었는데, 김미경씨 주말 잘 보내셨어요?]
[말도 마세요. 신년이라 그런지 주말도 없이 바쁘게 보낸 거 같아요. 그럼 수호씨는요?]
[저도 지인들 인사드리러 가고 바쁘게 보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신년을 맞아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오늘 이렇게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에 이곳 스튜디오에 요즘 핫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분들은 모셨습니다.]
[방송을 보시는 시청자 분들에게 인사 좀 해주세요.]
두 명의 진행자가 옆으로 비켜서자 5명의 여성들이 카메라에 비춰지며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로즈걸스입니다!]
동시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린 그녀들이 손을 흔들며 귀여운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차례대로 한 명씩 마이크를 넘겨받아 인사를 올리는데 밝고 명량해 보이는 모습과 외모가 하나같이 상큼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작년 연말에도 월말마다 발표하는 코리아탑텐을 집계하여 1등을 차지하여 올해의 아이돌 인기상을 또 수상하셨는데 어때요? 리나씨는 팀의 리더로써 부담을 느끼거나 그렇지 않아요?]
수호라고 불린 남자 진행자가 맨 오른편에 서있는 붉은 머릿결을 가진 단 발 머리의 여인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마이크를 넘겨받은 리나라 소개를 한 그녀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부담스럽지 않다는 건 거짓말인 것 같아요. 팬 분들이 사랑해 주시고 국민여러분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니까 작년에도 올해의 아이돌 인가상을 수상했는데 어떻게 감사를 보답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연말마다 해외에서 주최하는 아시아뮤직콘서트에도 인기를 실감하셨다면서요?]
[작년엔 홍콩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홍콩시민들이 그렇게 열광을 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떨리기도 했고 그랬지만 다행히 무대공연을 실수 없이 잘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년 말에 발표한 신곡인 두근두근이 실시간 음원차트에서 3주이상 1위를 지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많이 감사한 것 같아요. 사실 이곡을 발표를 맞추었던 시기는 7월쯤이었는데 새롭게 안무를 짜고 좀 더 다듬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려 늦게 선보인 신곡인 만큼 긴장을 안 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정말로 감사한 것 같아요.]
[리나씨는 연애 경험이 있어요? 신곡을 보면 마치 풋풋한 사랑을 연상케 하는데.]
[어릴 때 첫사랑과 잠깐 만난 적은 있는데 그게 경험이라면 경험인 것 같네요.]
[그렇군요. 그럼 다른 멤버들은 어때요?]
수호라 불린 진행자가 질문을 던지자 차례대로 첫사랑이나 그런 대답을 했는데 대체적으로 희라라고 소개한 그녀의 중학교 때의 짧은 연애시절 말고는 없는 것 같았다.
“뭐보고 있니?”
그때 차이링이 찻잔이 놓여 있는 쟁반을 들고 왔는데 뒤 이어서 하란이와 지나도 자리에 착석했다.
“오빠 이런 거 잘 안보잖아.”
이만석이 보고 있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하란이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로즈걸스네?”
“로즈걸스라면 요즘 핫한 여자 아이돌 그룹 아니에요?”
하란이의 물음에 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흐응~ 당신도 연예인에 관심 있어?”
흥미롭다는 듯 물음을 던지는 차이링의 말에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그런 거 흥미 없어.”
“그럼 왜 보는 거야?”
“......”
차이링의 물음에 이만석은 별 말 없이 계속해서 티비를 바라보았다.
[그럼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든지... 아니면 신경이 쓰이는 사람은 있는지 궁금한데 어떻습니까?]
[아쉽게도 전 아직 그런 사람이 없어요.]
[리나씨는 없는 모양이군요. 그러면 작년 겨울에 무대에 까지 뛰어 올라와 손을 잡으려던 팬 때문에 수난을 당할 뻔 했던 우리 세린씨는 어때요?]
중앙에 서있는 세린에게 수호가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전...]
[아까 연애에 대해서 물어볼 때 없다고 해놓고 다만 이라며 말을 끌었었잖아요. 혹시 세린씨 누군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니에요?]
잠시 말끝을 흐렸던 그녀가 생긋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아직 없어요.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나고 신경 쓰이는 사람은 있을지 모르겠네요.]
[오오~! 신경 쓰이는 남자가 있다는 말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와~ 만약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거 놀라운 일인데요? 세린씨와 손 한 번 잡아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만약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라면 참으로 부러움과 질투를 한 번에 받을 일이네요!]
[만약 사실이라면 이거 핫 하게 검색어 순위에 오르겠어요!]
“저 사람들 왜 저렇게 호들갑 떠는 거니?”
두 진행자의 반응에 차이링이 의아한 얼굴로 물음을 던졌다.
“저 세린이라는 여자애가 메인보컬에다 로즈걸스에서 인기가 제일 많아요. 손 한번 잡아보려고 무대에 팬이 난입했다고도 했잖아요.”
“그러니? 예쁘게 생기긴 했네.”
고개를 끄덕이는 차이링의 말에 하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 쓰이는 사람이라...’
문득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이만석이었지만 금세 생각을 지워버렸다.
저렇게 인기가 많은 아이돌가수라면 팬 층이 상당할 텐데 겨우 그일 하나가지고 그런다는 것은 좀 지나친 면이 없잖아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볼 일도 없으니.’
그렇게 생각한 이만석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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