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8화 〉 348화 작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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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인파들을 헤치고 길을 뚫어 빠르게 앞서 달려 나가며 자신을 이끌고 가는 이만석의 뒷모습이 절로 눈에 들어왔다.
전혀 당황하는 것 없이 능숙하게 사람들의 틈 속으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당황했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침착한 행동이라 할 수가 있었다.
“진짜 세린이라니까?!”
“착각 한거 아니야?!”
“분명히 아까 그 여자가 세린이라고 했다니까?”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좀 비켜요! 이쪽이 아니라 그쪽으로 도망갔다니까요!”
“그러니까 빨리 찾아서 확인해보면 알잖아!”
“로즈걸스 최고!”
저 뒤에서 웅성이며 들려오는 목청들이 세린으로 하여금 더욱 부담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허나 사람들의 인파속으로 사라져 헤쳐 나가고 있는 이만석은 전혀 흔들림이라곤 없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의지가 되어 세린은 자신의 손을 쥐고 있는 그의 손을 꽉 쥐었다.
“옆으로.”
한 참을 달려 나가던 이만석이 옆 골목으로 그녀를 잡고 이끌었다.
지체하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 나가다 다시 반대로 꺾어 돌아가 쉬지 않고 계속해서 달렸다.
아무래도 인적이 드문 외진 곳으로 향하는 것 같은데 들어가는 골목 틈 자체가 좁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쉬운 게 아니었다.
허나 이만석은 전혀 막힌 것 없이 세린을 이끌고 나아가고있어 어두운대도 다 잘 보이는 것 같이 행동이 날렵했다.
이마에서 땀이 흐를 정도로 쉬지 않고 달린지 10분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이만석은 뒤를 돌아보며 천천히 속도를 늦추었다.
“이제 안심해도 돼.”
이만석을 따라 뒤를 돌아본 세린도 이쪽으로 오는 사람의 인적이 보이지 않아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을 전부 따돌린 것이 분명해 보였다.
반대쪽으로 돌아보니 십여미터의 거리에 대로로 빠져나가는 길이 보였다.
그 앞엔 차도가 있어서 차량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상황으로 봐선 아무래도 번화가에선 좀 벗어난 듯싶었지만 그래도 쫒아오지 않으니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이네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한 세린이 잠시 호흡을 골랐는데, 그러다 문뜩 아직도 이만석과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저도모르 게 놀라며 손을 놓았다.
“확실히 인기는 많나보군.”
그녀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이만석은 조금 전의 사람들의 반응과 모습들에 대해서 인정하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해주었다.
그 정도면 확실히 스스로를 내세워도 될 정도의 반응들이었기 때문이다.
“......”
“왜 그래?”
자신의 말에도 아무대답이 없는 세린을 향해 고개를 돌려 바라본 이만석이 무심하게 한 마디 던졌다.
“네?”
그러자 그녀가 반문하며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우물쭈물 거리고 있어.”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운 나머지 세린이 소리치며 몸을 돌려버렸다.
‘당황할 일도 아닌데, 당황해가지고...’
그 상황에선 그렇게 뛸 수밖에 없어서 잡았던 것을 혼자서 호들갑 떤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작 이만석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데 말이다.
그래서 창피해 하는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기가 싫었다.
“가자.”
속으로 그렇게 자책하고 있을 때쯤 흘러가듯 말한 이만석이 대로 쪽을 향해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앞서 걸어 나가는 이만석의 등을 바라보던 세린도 서둘러 뒤를 따라 붙었다.
해가지고 어둠이 깔려서 그런지 골목길은 어두웠고 인적이 드물어 발소리만 작게 들려올 정도로 조용했다.
“고마워요.”
“고마울 것 없어.”
“아니에요. 민준 오빠 아니었으면 이렇게 빠져나오지도 못 했을 거예요.”
당혹스러워 하는 자신을 이끌고 빠져나간 이만석의 빠른 판단 덕분에 이렇게 무사히 벗어 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설마 그 순간에 인파들 사이로 파고들어 오히려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줄은 그녀도 미쳐 생각 못한 과감한 행동이었다.
자칫 잘 못하다 인파들 사이에 묻혀서 갇히면 더 큰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허나 이만석은 중간 중간에 잘 헤쳐 빠져나가며 마치 인간 벽들을 둘러 세우듯 부쩍 이는 사람들을 잘 이용해서 그들 사이에 묻혀 지나갔다.
“이것도 에스코트의 일종이니까 신경 쓰지 마.”
그녀의 말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하게 지나가는 그의 말이 세린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대로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이만석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세린에게 말했다.
“말해.”
“뭘 말이에요?”
“가고 싶은 곳.”
시간이 이제 1시간 정도 밖에 남지가 않은 것을 알고 있는 세린은 그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 생일이라고 하셨죠?”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세린이 생긋 웃음을 지었다.
“가요.”
그러더니 이만석의 팔목을 잡고는 어딘가로 이끌었다.
결심한 듯 앞장서서 데려가는 그녀의 행동에 이만석은 가만히 따라가 주었다.
‘가보면 알겠지.’
그렇게 세린이 원하는 대로 따라서 걸음을 옮겨 향한 곳은 5분 정도의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노래방이었다.
“노래방에 가려고?”
“네.”
“괜찮겠어?”
남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도 아깝지 않냐는 말이었다.
“괜찮아요.”
그런 이만석의 말에 세린이 걱정 말라는 듯 대답하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계단을 타고 3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자 방울소리가 울리며 카운터와 노래방 내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음료수들이 담겨 있는 냉장고와 함께 복도로 보이는 곳엔 길게 번호가 적혀 있는 방들이 눈에 띄었다.
“어서오세요~!”
카운터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는 이만석과 세린을 보며 영업용 미소와 함께 밝은 음성으로 인사를 건넸다.
“방 하나 주세요.”
이만석이 먼저 나서기 전에 먼저 지갑을 꺼내든 세린이 2만원을 빼내어 건네주었다.
“안쪽에 5번방으로 가시면 돼요.”
“네, 오빠 음료수 뭐 마실래요?”
“캔커피.”
냉장고에서 캔커피 하나와 생수 한 병을 꺼내든 세린이 남은 거스름돈과 함께 천이 씌어져 있는 충전식 마이크 두 개를 넘겨주었다.
복도를 지나 안쪽의 숫자5라고 적혀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노래방기기와 함께 양쪽으로 소파가 자리해 있었고 천장엔 알록달록 불빛을 내는 미러볼이 달려있었다.
테이블에 음료 두 개를 놔두고 자리에 앉는 사이 잠시후 기기에 시간이 충전되며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사이 생수병을 따서 물을 한 모금 마신 세린이 이만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빠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요?”
“별로.”
“그럼 듣는 거는요?”
“운전할 때 자주 듣는 편이지.”
“그렇구나.”
“그런데 그건 왜 묻지?”
캔 커피를 들어 마개를 따서 두 어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인 이만석이 바라보자, 선글라스를 벗어 한쪽에 놔둔 세린이 생긋 웃음을 지어보이며 마이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노래방 기기와 마주보는 테이블을 두고 뒤쪽 공간에 나가서 서는 것이 아닌가.
“저 때문에 생일도 망쳤는데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요.”
“선물?”
“네.”
가만히 바라보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세린이 다시 말을 이었다.
“비록 로즈걸스에서 이곳에 자리한 건 저 혼자뿐이지만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해요. 저의 콘서트를.”
“선물로 노래를 불러주겠다는 말이야?”
세린이 수줍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정식으로 다시 인사 올릴게요. 로즈걸스의 메인보컬을 담담하고 있고 이름은 세린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다른 멤버들은 이 자리에 아쉽게 참석하지 못 하게 되었지만 기분 좋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말한 세린이 양손을 모우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별일이로군.’
이런 개인콘서트는 또 처음인지라 이만석은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민준 오빠 생일 축하드려요!”
이만석은 로즈걸스를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노래를 어떻게 받아드릴지 알 수가 없었다.
허나 세린은 자신 있었다. 그동안 피나게 노력했고 매일같이 땀을 흘리며 공연을 하고 활동하며 인기를 얻었고, 급기야 해외 팬들을 위한 외국에서 콘서트도 개최하는 등 인지도가 상당히 상승했다.
대중들에게 그만큼 로즈걸스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고 인정을 해주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재밌게 즐겨주었으면 해요.’
그녀는 속으로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검색을 통해 로즈걸스의 메인 곡들을 하나하나 차례대로 신청하여 예약해놓는 세린.
그리고 시작을 누르기에 앞서 그녀는 이만석을 바라보며 한 번더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녀는 그렇게 마지막 남은 시간을 생에 처음으로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단독 콘서트를 이곳 노래방 안에서 개최하는 것에 사용했다.
이만석이라는 단 한 사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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