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4화 〉 344화 작은소동?
* * *
이만석과 함께 걸음을 옮기는 세린의 뺨은 붉혀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자신의 어깨를 감싸 끌어 안으며 내여자라는 대범한 말을 내뱉다니 생각지도 못한 행동이었다.
상당히 박력 넘치는 행동이라 머리가 다 멍해질 지경이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졌을 때에서야 이만석은 세린을 감싸고 있는 팔을 놔주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뒤를 슬쩍 바라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따라오진 않는군.”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정말로 경호원으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포기 한 걸까요?”
애써 조금 전의 부끄러운 상황을 모른 척 하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널 놓치는 게 중죄일 수도 있으니 쉽게 포기 하지는 않겠지.”
“역시 그렇겠죠.”
이미 세린 또한 그럴 것이라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절로 수긍이 갔다.
그 사이 이만석은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있었다.
“8시.”
“네?”
뜬금없는 시간 발표에 세린은 반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너하고 어울려 줄 수 있는 시간이다.”
“......”
“그 이상은 추가 요금을 준다고해도 나도 내줄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면 돼.”
“......”
그의 말이 당혹스러웠지만 어떻게 보면 이 말이 맞는 말 일 수도 있었다.
돈을 주고 거래를 한 것이니까.
하지만 벗어나자마자 저런 말을 하는 것이 어이가 없었고 시간을 제한하며 추가 요금까지 거론하는 행태가 참으로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질문이라도 있나?”
말없이 처다 보는 세린을 향해 이만석이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는 듯 말했다.
“그 얘기를 꼭 지금 해야 해요?”
“그게 질문인가 보군.”
“......”
“일단 경호원들을 떼어냈으니 간단하게 원칙에 대해서 설명을 한 거다.”
“그런데 왜 저에게 반말 하는 거예요?”
“나보다 어리니까.”
“그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요.”
“난 내 기준으로 정해.”
“그런 게 어딨어요.”
따지듯 말하고는 잠시 이만석을 노려보던 세린이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럼 저도 지금부터 편하게 말할래요.”
“안돼.”
“그쪽은 되고 왜 나는 안 된다는 거에요?”
“따지지마라. 나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순간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만석의 시선에 세린은 순간 움찔했지만 지지 않겠다는 듯이만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고 약 1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세린의 이마에 땀이 송굴 송굴 맺히기 시작했다.
‘아, 안 되겠어.’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피하고야 말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턱하니 막히는 기분이 들면서 몸을 옭아매 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치 반항해선 안 될 존재에게 반항을 하는 것 같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맹수 앞에 놓은 초식동물의 심정이랄까.
그래도 한 고집하는 성격의 그녀 였지만, 더 이상 이만석을 똑바로 바라보는 게 심적으로 힘들었다.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든 이만석이 세린에게 내밀었다.
“닦아.”
어떨결에 그가 건네주는 주는 것을 받아든 세린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내면서 자신의 반응에 혼란을 느꼈다.
‘도대체 조금 전의 그 경험은 뭘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상반응이었고 떨림이었다.
상당히 무서움을 느낄 만도 하련만 세린은 그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안정이 찾아옴에 따라 신기함과 생소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혹시 최면...비슷 한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최면인지 알 수는 없었다.
“가자.”
비록 흘려보내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만석은 자신이 기세에 제압당하는 경험을 한 후에 생각에 잠겨 있는 세린에게 말을 툭 던지고는 걸음을 옮겼다.
앞서 걸어나가는 행동에 현실로 돌아온 세린이 서둘러 글음을 옮겨 따라 붙었다.
“조금 전에 그거 뭐에요?”
“......”
“혹시 최면 같은 거예요?”
이만석이 한 행위에 대해서 알 턱이 없는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최면을 대입하며 질문을 던졌다.
“......”
허나 별 말 없는 이만석의 행동에 입술만 삐죽일 수 밖에 없었다.
“말하기 싫으면 말아요. 꼭 알고 싶은 것도 아닌데 뭐.”
“가고 싶은 대라도 있나.”
“가고 싶은 곳이요?”
“그래.”
“같이 가주려구요?”
“8시까지는 에스코트 해주지.”
“음...”
옆에 붙어 나란히 걸음을 옮기던 세린이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이만석을 올려다 보았다.
“아무거나 다 되는 거죠?”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에 재차 질문을 던졌다.
“두 말 하기 없기에요.”
“말해.”
“일단 택시 타요.”
말하라는 이만석의 물음에 세린이 꺼내든 것은 도로에서 지나쳐 달리고 있는 택시였다.
“후~ 매워라.”
포크로 떡볶이를 하나 집어서 먹는 세린이 입에 불이 난 듯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입김을 불어댔다.
하지만 그러면서 떡볶이를 먹는 것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맛있게 먹었다.
“매우면 뒤에 편의점에서 우유라도 하나 사먹어. 땀도 뻘뻘 흘리는구먼.”
떡볶이 노점상 아주머니가 그런 세린의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바로 뒤에 있는 편의점을 향해 턱짓을 하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이렇게 후하며 입김 소리 내면서 먹으면 견딜만해요.”
“거기 총각은 안드시우?”
그때 아주머니가 떡볶이 두어 개 집어먹고 국물만 마시고 있는 이만석을 향해 물음을 던졌다.
“전 두 개면 충분합니다.”
“그럼 총각이 사다주면 되겠네~”
“제가 말입니까?”
“보니까 여자친구 같은디, 그럼 사다줘야지. 이럴 때 남자친구가 나서줘야 남자친구지 아니면 그게 남자친구겄어?”
순간 당황해 하는 세린의 행동에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하죠.”
그러더니 몸을 돌려 뒤편의 편의점 쪽으로 향하는데 잠시 그쪽을 바라보던 세린이 난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사람 남자친구 아니에요.”
“아가씨 남자친구 아니라고?”
“네.”
“거참 별일이네.”
어색한 웃음을 짓는 세린을 향해 기가 차다는 듯 아주머니가 바라보았다.
“난 또 남자가 훤칠하고 잘생겨서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인 줄 알았지. 아가씨도 선글라스 벗으면 예쁠 것같은디 둘이 잘 해보지?”
“우리 그런 사이 아니에요.”
여전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세린을 바라보던 아주머니가 순간 눈썹이 꿈틀했다.
“그런데 아가씨 자세히 보니께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은디?”
순간 뜨끔한 세린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선글라스를 쓰면 다 생김새가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걸 거예요.”
“그른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같고...”
설마 선글라스 한 번 벗어줄 수 없겠냐는 질문을 할까봐 내심 조마조마하게 서있던 세린은 옆에 놓여 지는 우유가 눈에 들어왔다.
“총각 미안해.”
“뭐가 말입니까?”
“에이~ 난 또 두 사람이 연인사이인줄 알았지. 괜히 내가 난처하게 만든거 아닌가 몰라.”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죠.”
“여튼미안혀.”
우유를 사가지고 온 이만석 덕분에 얘기가 다시 돌려지자 세린은 속으로 안 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만약 자신이 누군지 알아차리고 이름이라도 거론 했다면 지나가던 행인들의 시선이 쏠렸을 것이고 그러면 피곤한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떡볶이를 다 먹고 계산을 끝낸 후 번화가를 걷기 시작할 때 세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아주머니가 오해 할 만하네요. 커플들이 이렇게나 많은걸 보니.”
사람들이 제법 부적 거렸는데 지나쳐가는 이들 중에 번화가라 그런지 손을 잡고 붙어서 다니는 커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우리 저거 먹어요!”
그때 세린의 눈에 꿀호떡을 파는 아저씨가 눈에 들어오자 소리쳤고 그대로 이만석의 팔을 잡고 그곳으로 끌고 갔다.
“아저씨 호떡 하나 얼마에요?”
“1000원입니다.”
“두 개 주세요.”
“바로 구워낸 따끈한 호떡 두 개 싸드리지요~!”
먹기 좋게 호떡을 종이에 싸는 동안 지갑을 꺼내던 세린이 그대로 멈칫 하고 말았다.
이미 이만석이 2000원을 꺼내서 앞에 놔뒀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세린에게 먼저 하나를 건네준 아저씨가 이어서 하나 더 싸서 이만석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호떡을 받아들고 걸음을 옮기던 세린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돈 다 안 내줘도 되는데.”
“식기 전에 먹어.”
무심하게 말한 이만석이 먼저 한 입 베어물었다.
그리곤 몇 번 우물거리더니 삼키어 버렸다.
“먹을만 하네.”
이만석의 말에 시린도 조심스럽게 한 입을 베어 물었다가 뜨거워서 눈을 찡그렸다.
“뜨거워라...”
후후 불어서 조금 열을 식힌 세린이 다시 조금 이빨을 이용해 떼서 씹어먹었다.
“와~ 정말로 맛있어요!”
그러고는 다시 한 입 더 베어 먹는데 상당히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였다.
“이런 군것질 잘 안하나보지?”
“소속사에서 길거리 음식 못 먹게 해요. 몸 관리해야한다고. 이것도 정말로 오랜만에 먹어보는 거예요.”
그렇게 말한 세린이 주변을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한번씩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다.
“못 알아봐서 신기한가보군.”
“......”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세린.
“네 말처럼 그렇게 유명한 아이돌이라면 이렇게 대놓고 번화가를 남자와 단 둘이 대놓고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듣고 보니 그러네요...”
맞는 말이었음으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다 나오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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