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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43화 (343/812)

〈 343화 〉 343화 작은소동?

* * *

“너무해!”

이만석과 통화를 끝낸 하란이 속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니?”

차이링이 궁금하다는 듯 물음을 던지자 하란이 기가차다는 듯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가 우리 보러 먼저 집에 가있으래요.”

“뭐라구요?”

그 말에 지나가 눈을 크게 뜨며 반문했다.

“볼일이 생겼다고 먼저 집에 가라는 거예요.”

지나가 이만석의 폰에 전화를 걸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받았고 역시나 같은 소리를 했다.

“정말이네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반쯤 벌리고 중얼거리는 지나의 말에 하란이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네...”

“흐음...”

그런 하란이와 지나를 뒤로하고 차이링은 숨소리를 내며 뭔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에요?”

뭔가 알 듯 말 듯 한 차이링의 얼굴에 지나가 혹시 뭔가 알아차린 게 있나 싶어서 물음을 던졌다.

“그이가 이런 경우는 보통 두 가지라서.”

“두 가지?”

의아한 표정으로 의문을 표하는 하란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는 그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 된 일이야. 하지만 보통은 그쪽과 관련이 되어 있다고 해도 이렇게 행동하는 일은 드무니까 나머지 하나가 맞을 거야.”

“그 나머지 하나가 뭐죠?”

“흥미를 끌만한 무언가.”

“흥미?”

“알고 보면 그이도 은근히 호기심이 발동 할 때가 한 번씩 있거든. 지금은 성격이 많이 달라져서 그렇지 옛날에 그이가 얼마나 궁금한 게 많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처음 이만석을 만났을 때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가 있다.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달라졌는데 한 가지 똑같은 점이 있다면 사람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것만은 달라지지 않은 점이다.

“무슨 흥미로운 일이 있었는지 밤에 돌아와서 물어보면 알게 되겠지.”

“민준씨에 대해서 알다가도 모를 것 같아요.”

“오빠도 참 못 말린다니까.”

세 여인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뒤에서 쇼핑백을 들고 있던 사내들은 어이없는 심정을 느꼈다.

‘부러운 자식.’

‘도대체 신분이 뭐지? 회장님의 따님을 바람 맞출 정도면 보통사람이 아닌 게 분명한데.’

처음엔 이만석의 외모를 보고 신인배우이지 않나 생각했는데 지나의 신분을 떠올리고는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적어도 정석환 화장의 따님인 지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대할 정도면 그 또한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보통의 신분이 아님에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있는 두 여자 또한 일반적인 여인들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금빛이 감도는 연갈색의 긴 머리를 하고 있는 세린이 쓰고 있던 머리띠를 빼내서 쇼핑백에 담았다.

치마를 포함해 입었던 옷가지가 담겨있어도 머리띠 하나 정도 넣을 공간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고는 눈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다시 쓴 그녀가 검은색 고무줄 끈 하나를 꺼내더니 머리를 잡아서 포니테일 형식으로 질끈 묶었다.

“그럼 나가요.”

준비가 된 세린이 마음을 다잡으며 말할 때 이만석이 팔을 내밀었다.

“잡아.”

“네?”

“이럴 땐 의심받지 않게 연인행색을 하는 게 좋은 거다.”

“......”

무심한 듯 내뱉는 그의 한마디에 세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뭐해.”

허나 그것도 잠시 이만석이 눈살을 찌푸리자 조심스럽게 팔짱을 끼며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 당겼다.

“이렇...게 하면 되요?”

긴장 된 목소리로 말하며 올려다보자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더 이상 말없이 아먼석은 문으로 향했고 손잡이를 돌려 잠겨 있는 버튼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아니 그러니까 화장실 문이...”

문을 열고 나가니 밖에 세 명 정도의 남자가 서있었는데 백화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화장실 문이 잠겨 있어 호출을 한 모양이라 그때 문을 열고 나오는 이만석과 세린을 보고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네 명의 남자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자 세린은 당황하고 말았다.

‘설마 날 알아보는 건 아니겠지.’

그중에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존재 할까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뭘 처다 보는 거지.”

그때 묘한 침묵 속에 무심한 듯 던지는 이만석의 한 마디에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그쪽에서 문을 잠군 겁니까?”

“잠긴 것 때문에 그런 거라면 이렇게 열었으니 문제가 해결되었군.”

뻔뻔한 대답에 화가 날만도 하건만 세 사람은 아무도 이만석에게 따지듯 말을 하지 못 했다.

그 중에 이만석과 눈이 마주친 이가 순간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세린을 데리고 그대로 지나쳐 걸어갔다.

‘기가 눌려서 아무 말도 못 했어.’

응당 왜 문을 잠그고 남자 화장실에 여자가 같이 들어가 있었는지 따져 물어야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마치 그래선 안 될 것 같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선을 제압당했다는 말이 있는데 긴장 된 얼굴로 이만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의 행태가 딱 그러했다.

그렇게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누구하나 그 자리에서 뭐라고 입을 열지를 못 했다.

“휴...”

작게 한 숨을 내쉰 세린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살짝 들어 이만석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도대체 뭘까?’

그녀도 조금 전에 이만석과 팔짱을 끼고 있는 상황이어서 남자들의 행동을 눈앞에서 바로 지켜 볼 수가 있었다.

놀랍게도 뭐라고 따질 줄 알았던 그들은 이만석에게 한 마디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냥 보내주었던 것이다.

그 중엔 시선이 마주치기라도 했는지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세린은 그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세린은 질문을 하지 못 했다.

일단 백화점을 무사히 나가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쪽 방향은 엘리베이터로 가는게 아닌데.’

엘리베이터로 향할 줄 알았던 세린은 이만석이 다른 쪽으로 향하는 곳을 보고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요?”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놔두고 왜 사방이 트인 에스컬레이터로 가는 거죠?”

“그게 나한테 이로우니까.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마주치면 도망 칠 곳도 없어.”

“그런가요...”

“걱정하지 마.”

이만석의 확답에 세린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아니, 입을 열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만석의 눈빛을 보니 전혀 긴장감이라곤 찾아 볼 수 없이 평온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뭔가 생각이라도 있는 건가?’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 이 남자가 하는 말에 무게가 느껴졌다.

왜 그런 생각이 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이 사람이라면 하는 느낌이 왔던 것이다.

‘생각이 있겠지.’

느낌이 가는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따라가기로 한 세린이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에스컬레이터로 향해 올라탄 그녀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지금도 경호원들이 자신을 찾기 위해 백화점 안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자동으로 내려가는 속도에 맞춰 서있는데 그게 또 그렇게 느리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좀 더 빨리 움직였으면 싶었지만 그게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 조바심만 날 뿐이었다.

저도 모르게 이만석의 팔을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긴장했군.”

작게 들여오는 그의 목소리에 세린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이만석의 얼굴은 역시나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나보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놀랍기도 하고 한 편으론 긴장됐던 마음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러 번 교대로 타고 내려와 2층에 다달았을 때 세린의 눈에 낯이 익은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살펴보며 걸음을 옮기던 그 사람은 매니저가 그녀에게 붙여 주었던 경호원이었다.

‘위험해.’

고개를 숙인 세린이 최대한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옷을 갈아입고 머리띠를 빼버렸다고 하지만 염색했던 머릿결과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의심을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막 2층에 도착했을 때 경호원과의 거리는 채 10m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1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로 올라타려는 그때 슬쩍 경호원을 살펴보려 고개를 돌렸던 세린은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경호원의 행동에 움찔하며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들켰군.”

“네?”

그때 이만석에게서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말이 들려왔다.

“들켰다구요?”

“확신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무전을 때렸어.”

“그, 그럼 어떻게 하죠?”

놀라 당황해 하는 세린의 행동에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

“그래도... 경호원들이 몰려오면 어떻게 해요?”

“......”

아무말없는 이만석의 행동에 더욱더 불안감이 느껴지는 세린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에스컬레이터가 막 1층에 당도했을 때 주변을 살펴보던 세린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1층엔 경호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내려선 이만석은 그렇게 세린과 함께 걸음을 옮겨 밖으로 향했다.

그녀는 내심 좀 더 빨리 걸음을 옮기길 원했지만 이만석이 느긋하게 걸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조금만 속도를 내면 안 될까요?”

“......”

불안한 마음에 불어보지만 이만석은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다행이 밖으로 나갈 때까지 별일이 생기지 않아 안심을 했던 세린은 약 20여미터를 걸었을 때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힐끔 바라 보니 문이 열리며 두 명의 경호원이 밖으로 나와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어떡하죠?”

걱정스럽게 물음을 던지는 그때 경호원들이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

순간 말문이 막히고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그들을 향해 이만석이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뭡니까.”

“갑자기 길을 막아서서 죄송한데 옆에 있는 여자분 얼굴 좀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는데 비키시죠. 길 막지 말고.”

“다른 뜻 없습니다. 그저 이 여자 선글라스를 벗어서 얼굴만 확인하면 되니까 협조 좀 해주십시오.”

그때 말을 걸었던 경호원의 옆에 있는 덩치가 머리 하나는 더 큰 남자가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말했다.

허나 이만석 또한 180후반대의 작은 체구가 아니어서 똑바로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좋은 말로 할 때 비켜.”

“좋은 말?”

이만석의 말이 어처구니가 없는지 순간 그의 입에 웃음기가 지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친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며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무, 무슨 눈빛이...’

숨이 턱하니 막히는 기분과 함께 심장이 쫄깃해 지는 기분이 전해져왔다.

그런 기분을 느낀 건 그 뿐만이 아닌지 옆에 있던 또 다른 경호원 또한 몸을 움찔 거리며 경직되어 있었다.

그때 긴장 된 모습으로 팔을 감싸고 있던 것을 풀어버린 이만석이 다짜고짜 그녀의 어깨를 자신 쪽으로 감싸 끌어당겼다.

긴장하고 있던 세린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당신들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난 지금 내 여자와 쇼핑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니까 허튼수작 부리지 마라. 사고치기 전에.”

그러고는 기선이 제압당해 경직 되어 있는 두 사람을 두고 세린을 데리고 지나치며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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