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2화 〉 342화 작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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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보통사람들 보다 청각이 좋은 이만석의 귀에 문 밖에서 서둘러 구두 발소리로 추정되는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까지도 문에 귀를 가져다 대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대고 있던 작게 한 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해줘서 고마워요.”
“......”
그녀의 말에도 이만석은 아무런 말없이 그저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많이 놀랐나요?”
“......”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에요?”
이번에도 이만석이 대답이 없자 그녀가 의아하다는 듯 물음을 던져왔다.
허나 그것도 잠시 이만석의 외모와 얼굴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남자화장실에 뛰어 들어오는 여자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그때 닫혀있던 이만석의 입이 열리며 감정의 고저가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저 변태나 그런 게 아니에요. 그저 머리를 좀 써서 일부러 들어온 거라구요.”
“......”
“정말이라니까요?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한담...”
잠시 난처한 듯 보이던 그녀가 곧 결심을 했는지 이만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알았죠? 말해도 당신말 믿지도 않겠지만.”
그렇게 말한 그녀가 천천히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
“......”
묘한 침묵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그 침묵을 깬 것은 선글라스를 벗은 그녀였다.
“왜 안 놀래는 거죠?”
여전히 무심하게 서있는 이만석의 모습에 그녀가 당황한 듯 입을 열었다.
“놀랠 이유가 뭐가 있지.”
“네?”
오히려 그 말에 그녀는 더욱 당혹스러운 얼굴로 반문을 했다.
“저...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저 알아보겠어요?”
순간 이만석의 눈살이 그대로 찌푸려졌다.
“비켜, 말장난 할 시간 없으니까.”
“잠깐!”
이만석이 그대로 지나쳐 나가려고 하자 그녀가 문을 사수하며 막아섰다.
“잠시만... 혹시 모르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이유는?”
“네?”
“내가 기다려야 할 이유를 말해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는 그의 말에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매니저가 붙여준 경호원들에게 쫒기고 있어서 그래요.”
“경호원?”
“네, 그런데 정말로 저 모르겠어요?”
“모른다.”
그 대답에 실망한 그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전, 세린이라고 해요. 혹시 로즈걸스는 알아요?”
“세린? 로즈걸스?”
“세상에... 정말로 모르나보군요~!”
놀랍다는 듯 말하는 그녀가 신기하다는 듯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뮤직뱅크나 그런 음악프로그램에서 상을 휩쓸며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올해의 아이돌 그룹으로 뽑히기도 했고, 최신가요차트나 아이돌 인기 그룹 순위를 뽑는 코리아탑텐에서도 한상 수위권을 다투며 핫한 그룹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게 바로 로즈걸스였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해외공연도 나가 한류 붐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아이돌 그룹 중에 하나가 바로 로즈걸스이기도 했다.
“그럼 여기에 숨었다는 말이로군.”
“맞아요.”
바로 척 알아듣는 이만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자신을 세린이라 소개한 여자가 한 숨을 내쉬었다.
“요즘 제가 쉬어본 날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요. 인기가 많은 것도 좋기는 한데, 연말이다, 신년이다, 그리고 콘서트에다, 해외공연까지 준비하고 주말 없이 매년 생활하며 지내다보니 이제 정말로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생긋 웃음을 짓는데 갸름한 턱 선에 오뚝한 이목구비 그리고 또렷한 눈동자가 전체적으로 상큼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미인 형이었다.
“거기다 제가 메인보컬이라서 더 눈치가 보여서 쉬지도 못 했어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이만석을 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혹시 연예계 쪽에 일하는 사람은 아니죠?”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말에 역시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나도 못 알아봤는데... 그런데 정말로 잘생기셨네요?”
아이돌로써 많은 연예인들을 만나와 봤던 그녀여서 잘생긴 남자배우나 보이그룹의 맴버들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사실 말과는 다르게 세린이 놀란 것은 이만석의 외모보다도 그에게서 나오는 분위기가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묘한 기분이 들어서 그런 것이 더 컸다.
“잘생겼다는 소리 많이 듣죠?”
“......”
“말 해봐요. 많이 들을 것 같은데?”
순간 눈살을 찌푸린 이만석이 고개를 까딱였다.
“비켜.”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그녀가 다시 막아서며 손을 모았다.
“저 겨우 따돌리고 도망쳐 들어왔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부탁 할게요. 한번만 도와주세요.”
“싫다.”
애교석인 목소리로 귀엽게 말했던 세린은 생각도 하지 않고 딱 잘라 말하는 행동에 속으로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이 사람 뭐지.’
수많은 팬 층을 보유하고 있는 그녀여서 이만석의 이런 무뚝뚝한 대답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길가다가 혹시나 알아보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속된말로 난리가 날 정도였으니 스스로도 인기를 실감하고 있을 정도였다.
헌데 자신에 대해서도, 그리고 걸 구룹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도 못하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 상당히 낯설었다.
“비켜.”
이만석이 다시 비키라고 하는 순간 세린이 손을 뻗어 이만석의 오른손을 감쌌다.
“저 이렇게 경호원들에게서 도망친 건 처음이에요. 지금도 마음이 떨리고 조금 무서운데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되요?”
그러고는 세린은 가여운 눈빛을 지으며 이만석의 두 눈을 올려다보았다.
남자라면 절로 보호본능이 일어날 만큼 여리게 보였지만 이만석의 얼굴은 여전히 심드렁했다.
“비켜.”
“저 소리 지를 거예요.”
자신의 미인계에도 넘어가지 않는 행동에 세린이 결국 강수를 두었다.
목적대로 갈아입을 옷을 사서 기회를 보고 도망쳐 나오긴 했지만 사실 이대로 가면 잡힐 것이 뻔했다.
거기다 이만석이 이렇게 나오니 당황한 나머지 세린이 강수를 두었던 것이다.
지금 여기는 남자화장실이고 소리를 지른다면 혹시나 듣고 사람이 몰려 올 수도 있었다.
그리되면 세린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답은 뻔했다.
“질러.”
“네?”
허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적잖이 당황할 줄 알았던 이만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말을 내뱉자 관리가 안 될 만큼 놀란 표정을 짓고 말았다.
“정말로 저 소리 질러요?”
“......”
“정말로 지를 거예요?”
다시 떠보지만 이만석은 묵묵부답이었다.
‘무슨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이만석의 행동에 세린은 머리가 혼란스러워 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천천히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 들어가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트렸다.
“으흐흑......!”
갑작스러운 세린의 눈물에 이만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았다.
“너무해요...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대할 수가 있어요? 저 정말로 힘들어서 그런 건데. 그렇게 도움을 청하는 여자에게 매정 할 수가 있는거에요?”
눈물을 흘리며 이만석을 바라보던 세린이 다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트렸다.
“아무 말 안할 테니까 다른 사람 찾아봐라.”
“안 돼요.”
“뭐가 안 된다는 말이지?”
“혼자 이대로 나가면 잡히는 건 시간문제라고요.”
“그건 네 사정이다.”
이만석의 냉정한 말에 순간 세린의 어깨가 다시금 뜰썩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만석이 무심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연기 그만해라.”
움찔!
순간 세린의 몸이 살짝 움찔거렸다.
허나 여전히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데 순간 이만석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지어졌다.
“셋 셀 동안 울음 그쳐. 안 그러면 그냥 나갈 테니까.”
그러고는 바로 카운터에 들어가는 이만석.
“하나, 둘, 세...”
“알았어요!”
놀랍게도 셋이 끝나기 직전 세린이 손을 뻗어 이만석의 입을 틀어막았다.
“소..치어.”
입을 막고 있어 바름이 새었지만 세린은 그게 무슨 뜻인줄 알고 놀라며 손을 치웠다.
“대단하네요. 다른 사람들은 다 속아 넘어갔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그러고는 손으로 눈가를 닦으며 감탄사를 내뱉으며 물음을 던졌다.
“찍어 본거다.”
“네?”
“그냥 말해본거라고.”
“......”
순감 적막감이 감도는 가운데 이만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얼마 줄 수 있지.”
“설마 대가를 바라는 건가요?”
“그래. 난 비싼 몸이거든.”
이만석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는 세린의 뒤쪽 문으로 손을 뻗는 행동에 그녀가 다시 만류하며 나섰다.
“도와주면 드릴게요! 얼마를 원하세요?”
“큰 거 한 장.”
“큰...거 한 장?”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행동에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던 세린은 다시 이만석이 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부모님에게 집 한 채를 사줄 정도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세린이어서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당신이 바라는 대로 줄 테니까. 거래하기로 해요.”
큰 거 한 장이면 제법 큰 돈이긴 했지만 그동안 앨범판매와 공연, 그리고 콘서트, 광고를 촬영 하면서 벌어들인 수입이 제법 되어 어린 그녀의 마음이 동했던 것이다.
빠져 나갈 수 있을지, 얼마나 그런 능력이 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혼자서 도망가다 잡히는 것 보다는, 누가하나 같이 붙어서 나가는 게 덜 의심 받을 수 있으니 거기에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럼 도와주도록 하지.”
그 말에 세린은 의아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통상적으로 계약이나 그런 증거가 될 만한 걸 남겨야 하는데 이만석은 그런 절차를 생략시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허나 세린은 그 얘기를 이만석에게 꺼내지 않았다.
“잠시만 기다려요. 옷 갈아입고 나올 테니까.”
구지 그런 걸 말해서 불편한 절차를 밟으며 시간을 끄는 것은 그녀에게 좋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화장실 안쪽으로 들어간 세린이 변기 물을 내려 소리를 차단하고 쇼핑백에서 꺼내든 청바지와 블라우스로 빠르게 갈아입었다.
혹시나 이만석이 나가버릴까 해서 그런 것인데 다행히 그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전화 하고 있었어요?”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폰을 다시 품에 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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