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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40화 (340/812)

〈 340화 〉 340화 지나를 보내다

* * *

세 명에게 이끌려 졸지에 외출을 하게 된 이만석은 외출을 위해 몸을 씻게 되었다.

그렇게 옷도 갈아입고 코트를 걸친 채 안방을 나서니 어느새 나머지 세 여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양쪽 팔을 속박하는 물컹한 감촉을 뒤로 하고 신발을 신으려다말고 입을 열었다.

“양쪽에서 팔을 잡고 있으면 신발을 못 신잖아.”

“난 잘만 신는걸?”

그렇게 대답한 하란이 금세 양쪽 스니커즈에 자신의 발을 끼어 넣는다.

옆에 있는 지나 또한 마찬가지로 어느새 신발을 다 신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작게 한 숨을 내쉰 이만석이 팔이 속박당한 불편한 자세로 신발을 어렵사리 신을 수가 있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차아링이 먼저 앞서 걸어 나가는데 주차장에 저번에 하란이와 함께 외출할 때 끌고 나갔던 검은색의 세단 차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타.”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오르는 차이링의 말에 이만석이 조수석 쪽을 바라보았다.

“오빠가 타야 할 곳은 조수석이 아니야.”

“민준씨는 우리와 함께 뒷좌석에 타야해요.”

하란이와 지나의 말에 이만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좁게 뭐 하러 그렇게 타?”

“그게 더 실속 있고 이로운 일이라서 그런 거야.”

“하란씨 말이 맞아요.”

지나의 장단에 하란이 고개를 돌리며 웃음을 지었다.

“그쵸?”

“네!”

서로 시선을 맞추며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이만석은 조금 어이가 없기도 했다.

지나가 들어 온지 이틀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저렇게 하는 행동이 어이가 없기도 했다.

무엇보다 새벽에 서로 경쟁을 하며 안았던 세 사람이 아니었던가.

상황에 따라 이렇게 경계할 수도 있고 가까워 질 수도 있다는 것은 하란이와 차이링, 두 사람의 모습을 자주 보다보니 이젠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일이기는 했다.

“안돼!”

그때 운전석에 올라탔던 차이링이 딱 잘라 말하며 입을 열었다.

“그이는 조수석에 타야해.”

“그게 무슨 말이야, 당연히 오빠는 뒷좌석에 타야 하는 게 정상이잖아.”

“어머? 그게 왜 정상이니? 그리고 자리도 널널하게 하게 동생들도 편하게 타고 갈 거 아니야.”

“불가에요.”

차이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나가 딱 잘라 말하며 이만석의 팔을 힘주어 감아 안았다.

그러자 더욱더 팔을 젖가슴으로 압박하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져 왔다.

“차이링이 운전을 하겠다고 했으니 그건 고마운 일이긴 한데, 이건 나중에 차이링 에게도 좋은 일이 될 테니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흐응~ 어째서 이게 나에게 좋은 일인걸까?”

이유를 말해 보라는 듯 물어오는 그녀의 말에 지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제가 운전할게요.”

“지나양이 한다고?”

“맞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지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차이링에게 운전을 전부다 맡기고 조수석에 민준씨를 앉혀 두지 않는 건 세 명이서 합심한 조건에 위배가 되는 것이니 그렇게 하는 게 맞겠죠.”

“그렇단 말이지...?”

“그러니까 나중을 생각해서 그냥 이번은 우리에게 양보해 줘요.”

“뭐... 그럼 그렇게 타협하는 걸로 할까.”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차이링이 뒤에 타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전 운전면허증이 없어서 그런 거예요?”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하란이의 말에 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란씨를 거론하지 않은 게 그 때문인 게 맞아요. 하지만 이건 위반이니까 빠른 시일내에 운전면허증을 빨리 땄으면 해요.”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생긋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 하란이 이만석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었다.

‘운전면허증이 없는 게 도움이 다 될 때도 있네.’

그러고는 뒷좌석으로 향해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는데 이만석은 이 세 여자가 나누는 대화에 쓴웃음을 지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셋이서 대화를 나누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게 물건취급이라는 건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싸우는 느낌이 들어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하란이 먼저 올라타고 이만석이 다음에, 그리고 마지막에 지나가 타면서 문을 닫았다.

“좁은데.”

“난 편하고 좋은 걸?”

“이상하네요. 저도 좋기만 한데...”

“이제 차에 올라탔으니까 이거 풀어.”

“불가.”

“안 돼요.”

딱 잘라 말하는 두 여자의 말에 이만석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불편하긴 했지만 양쪽에서 느껴지는 물컹한 압박감이 그리 싫지만은 않아서 사실 딱히 푸리 않아도 상관은 없는 일이긴 했다.

“그럼 출발한다~!”

경쾌한 목소리로 대답한 차이링이 차 시동을 걸고 발라드 음악을 켜고는 안전벨트를 맨 후 주차장을 빠져나와 대문을 통해 저택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강남에 제가 자주 가는 레스토랑가게가 있는데 그리로 가요.”

“예약은?”

“전 VIP라서 전화 한통이면 충분해요.”

“그럼 그렇게 하자.”

지나가 불러주는 가게 이름을 내비게이션 찍은 차이링이 곧장 그곳으로 차량을 몰았다.

그러는 사이 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 간단히 예약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지나가 가자고 하는 레스토랑은 이만석도 잘 아는 곳이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당돌하게 데이트를 신청해서 데려간 곳이기도 한 것이다.

“오빠 정말로 10년 이상이나 생일상에 미역국이나 생일을 챙기지 않았었어?”

그때 하란이 조심스럽게 이만석에게 물음을 던져왔다.

“그래.”

숨길 것도 없는 얘기 였으니 이만석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혼자라서?”

“그것도 이유가 될 수는 있겠지.”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은 다른 것도 있다는 말이에요?”

하란이 뿐만이 아니라 지나도 궁금한지 그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던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생일상에 미역국을 먹지 않은 것이 10년 이상 됐다는 것이지 따지고 보면 어릴 때부터 생일상은 별로 챙기지도 않았습니다.”

“왜 그런 거야?”

“좀 안 좋은 일이 있었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도 기쁘지 않았고 그땐 챙겨줄 사람도 딱히 없었어. 지나다보니 그때부터 생일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계기가 되었어.”

“어떤 안 좋은 일이기에 그런 거죠?”

“그 얘기에 대해선 다음에 말해줄게.”

이만석이 별로 꺼내고 싶지 않아하는 모습에 하란이는 물론이고 차이링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일이구나.’

뒤에서 나누는 얘기를 전부 듣고 리어뷰미러를 통해 한번 씩 얼굴을 살폈던 차이링은 이만석이 말한 그 안 좋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날 자신의 부탁으로 이만석이 어렸을 적의 얘기를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목도리를 통해 보았던 그의 눈물이 상당히 놀라서 마음에 걸려서 그랬던 것인데 그녀도 안타깝게 여길 만큼 상당히 상처가 될 만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생일상이라는 걸 언제 챙겨봤는지 기억도 안 나네.’

그녀 또한 어렸을 때 상당히 좋지 않은 과거와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에 불과했던 차이링은 아저씨들의 손길에 몸이 더럽혀져야 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아니면 상품성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아버지는 거기까지 허용하지 않았고 다행히 그녀의 작은 음부에 억지로 성기를 쑤셔 넣으려고 하는 미친 일은 벌어지지는 않았다.

따지고 보면 그 덕분에 처녀라서 더 비싸게 팔려갔으니 극단적인 생각이라 해도 상품 때문에 그랬다는 것이 차이링의 생각이었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차이링은 생일상이라는 것을 받아본 기억이 없었다.

그리고 그 후로 유흥가로 팔려 가던 길에 운 좋게 십령방주 중에 한 명이었던 장차오의 눈에 띄어 거두어지게 된 것이다.

‘상관없어.’

자신의 생일에 대해서 생각했던 차이링은 언제나 늘 그렇게 지나가듯 흘려버린다.

생일이 무엇인지 잊고 지내왔고 자신의 생일이 언제였는지 알지도 못 했다.

삼합회에서 만들어준 새로운 신분으로 지내왔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거라곤 차이링이라는 이름 하나가 전부였다.

다시 거울을 통해 이만석의 얼굴을 살핀 차이링이 아타까운 마음을 느꼈다.

‘당신은 나처럼 계속해서 마음에 상처를 품고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냉철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만석이 아직도 그 어렸을 적의 일을 가슴에 품고 있다는 것을 차이링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목도리 선물을 받고 눈물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게 그 시작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줄게.’

그녀는 이만석이 그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게 그렇게 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녀는 기꺼이 웃으면서 즐거운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 노력 할 것이다.

차이링은 이만석이 자신처럼 아파하지 않았으면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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