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39화 (339/812)

〈 339화 〉 339화 지나를 보내다

* * *

“개 같은...!”

기자들의 끈질긴 질문공세에 시달리다 사죄를 하는 치욕을 경험하고 돌아가는 벤에 몸을 실은 더들리 드폰의 얼굴은 상당히 썩어있었다.

“저것들은 미친 게 분명하다.”

자신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좋지가 않아 나서게 되었지만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들이 하나같이 과관 이었다.

그 중에 한 명은 그동안 FBI가 소극적으로 대응 했던 것이 국장인 자신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을 면전에 대고 던졌던 것이다.

물론 소문이 떠돈다는 방식으로 해서 이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었지만, 생방송으로 한 참 이슈로 떠올라 시민들의 관심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지경이었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그런 모욕에 가까운 질문을 면전에 대고 던지는 기자는 처음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웃으면서 차분하게 반박을 하고 그렇지 않다고 해명을 하긴 했지만 얼마나 숨통을 조이고 있는지 다 느껴질 정도였다.

“이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게 분명해.”

처음엔 그저 그들 간에 내부불화가 생겨서 그런 것인 줄 알았다.

아무리 이득과 기득권을 위해 뭉쳐있는 집단이라고 해도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러면 불화가 일어나 보복이나 힘이 행사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전에도 이런 적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어서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한 사업가의 집에 압수수색에 들어가 뒤집어엎은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크게 비화가 된 것에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고, 자신이 괜히 휘말려 카일러처럼 개죽음을 당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에 절로 짜증과 불만이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거기다 자신이 밀어줘서 본부장까지 달았던 사람이 정신이 획가닥 했는지 미친 짓거리를 벌이고 있어 더 골치 아프게 만들었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한 마디 했는데 도리어 반발을 하고 변명만 내놓는 것이 두 울화를 치밀게 만들었던 것이다.

래릭이 그곳으로 가서 일단 해결 실마리를 잡게 되면 나중에 조지를 내 치기로 마음도 먹었다.

그런 자는 옆에 두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CIA의 메케인을 물고 늘어지던 언론사들이 갑자기 자신을 엮어 하나 둘 얘기를 풀어가더니 급기가 정치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수사 초기의 상황과 자신을 엮어가며 흑막을 덧씌웠던 것이다.

그게 대단한 소식인 냥 뉴스 앵커는 동조하거나 놀란 얼굴로 추임새를 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후에 뉴스로 또 의문이 가는 점에 대해서 반영을 하며 기자들이 카일러의 자택 앞에서 심각한 얼굴로 현장 뉴스를 내보내었던 것이다.

거기다 자신이 보낸 래릭이 어떤 사람이며 그가 왜 버지니아주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나왔던 것이다.

특히 신문사들은 더욱 가관이었는데 래릭이 어떤 인물이며 그가 왜 거기에 갔는지 구체적으로 하나의 가설을 더 세밀하게 꾸며서 장대하게 표현하며 썻던 것이다.

거기다 마치 조지 맥퍼쉬가 소신을 발한 것이며 그가 수사권을 잃지 않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평도 실려 있었다.

그 때문에 인터넷은 한동안 난리도 아니었고 미국의 민감한 사건으로 대두되어 있는 사안이라 연일 그와 래릭의 이름이 검색어에 오르락내리락 했던 것이다.

심지어 버지니아주 본부장 앞에서는 시민들이 모여서 조지 맥퍼쉬를 지지한다는 시위까지 벌이는 이들까지 등장해 그가 결국 단상에 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모든 일이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그는 패닉에 가까운 정신적 충격을 받아야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자신이 가깝게 지내는 F사의 보도국장과 통화를 해보았지만 국민의 알권리라는 말로 일관했던 것이다.

그동안 자리도 여러 번 마련해서 식사도 하고 친분을 쌓아왔는데 절로 배신감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확 김에 자신이 알고 있는 비리를 파헤쳐서 감방에 쳐놓고 싶은 마음이 일었지만 그랬다간 자신은 정말로 끝나는 것이어서 그럴 수도 없었다.

거기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 그게 제대로 보도가 될 지도 의문이었다.

하나의 언론사나 방송국이 아니라 마치 연합체를 이루어 한 몸으로 움직이는 느낌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래릭을 보내어 받는 의심만으로도 이정도로 진이 빠지는데 서로의 약점에 대해서 알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의 향방을 주도할 수 있는 이들이 뭉친 상황에서 칼을 들이밀게 된다면 답은 뻔했다.

게다가 지금은 자신에 대한 시민들의 이미지가 상당히 실추가 된 상황이기도 했다.

더불어 조지 맥퍼쉬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는 상당히 올라간 상황이었다.

불응한 권력에 대응해 소신을 가지고 수사에 들어간 영웅이라는 말을 하는 시민들도 있을 정도였으니 참으로 뒷골이 당기는 일이었다.

‘정말로 내분이라도 이러났나?’

언론재벌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단체로 합심을 하여 이런 행동을 벌인다는 것은 그만한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한 두명이 아니라 단체로 그런 것이라면 내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포장하고 수익을 벌어들여 다시 그것을 방송국이나 영화사에 투자해 서로 상부상조하는 구조가 깨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자신이 모르는 큰 사건이 벌어졌음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건 의심해볼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다.

그때 그의 폰에 벨소리가 울려와 확인을 해보니 자신을 쪼았던 센더슨3세였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다 된 그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더들립니다.”

[상당히 실망스러워.]

“......”

[자네를 믿었던 내가 머저리야.]

“이건 내 실수가 아니요.”

[구차하게 변명을 하겠다는 말인가.]

“변명이 아닙니다.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모든 언론사에서 눈에 불을 켜고 내 숨통을 조여 되는데 내가 어떻게 하란 말이외까?!”

[결국 이런 식으로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겠다는 소린가.]

순간 더들리는 가슴에 뭔가 욱하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게 왜 내 잘 못이란 말이요. 다 당신들의 욕심이 부를 화가 아니요?!”

[방금 뭐라 그랬나.]

“전에 내가 말 한 대로 언론들의 시선을 좀 돌렸으면 래릭이 이렇게 허무하게 다시 돌아오는 일도 없었을 거란 말이요!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하고 내 숨통을 조여 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보고 뭐 어쩌란 말이오!”

[간덩이가 부웠어. 지금 내 앞에서 이런 소리를 하는 걸 보니.]

“간덩이가 부웠다고? 지금 나보고 간덩이가 부웠다고 했소?”

티비만 틀면 자신에 대한 모욕적인 기사들에 스트레스가 쌓여왔던 더들리의 눈이 그대로 붉게 충혈이 되어갔다.

“에초에 카일러를 죽이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소.”

[더들리...]

“당신들이 카일러를 죽여서 상황이 이렇게 된 거 아니요. 당신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놈의 기자놈들이 날 죽이려고 작정을 하고 달려들었어. 전에 당신이 다 알아서 한다고 하지 않았소?!”

[자네 말이 지나치군.]

“그래서 나도 죽일 셈이요?”

[더들리.]

“카일러도 이런 식으로 죽였소?”

[아무래도 자넨 좀 쉬어야겠어. 제정신이 아니야.]

“난 카일러처럼 개죽음을 당하진 않을 테다. 만약 당신들이 킬러를 보내어 내가 죽는 순간 언론에선 그동안 나를 통해 당신들이 저지른 비리들이 낫낫치 까발려 질 거야. 자선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기업의 돈으로 해쳐먹은 비자금을 조성 해서 외국으로 빼돌린 돈이 얼마인지 감이 잡히지도 않는데, 그게 방송을 통해 전부 까발려지면 아주 볼만 할 거야. 그 뿐만이 아니라 국장으로 올라선 나를 이용해서 당신들이 뇌물을 해쳐먹은 기업인들을 불기소 처분을 내리게 유도 한 것도 싹다 까벌려지 게 될 텐데 다 수습 할 수가 있을까.”

[일돈 좀 진정하게.]

“카일러의 죽음이 대해서도 그 내막이 공개되면 아주 볼만하겠어. 당신의 이름이 턱하니 거론이 된다면. 엠바고를 통해 이목을 집중 시켜서 한 번에 터트린다면 더 통쾌하겠지.”

[흥분하지 말고 진정하게. 내 말이 좀 지나쳤다면 사과를 하지.]

폰에서 들려오는 센더슨3세의 말에 더들리 드폰 국장의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허나 눈동자는 충혈이 되어 있어 그 웃음이 상당히 기괴해 보였다.

“수 쓸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카일러처럼 개죽음을 당하지 않을 테니까. 만약 내 가족을 건드린다면 그땐 정말로 당신도 수습 할 수 없는 일이 터지게 될 거야.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그러고는 더들리는 그대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난 개죽음은 당하지 않을 테다.’

카일러의 쓸쓸한 죽음을 보면서 그는 뼈저리게 느꼈다.

결국엔 자신도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버려지게 될 것이라는 걸.

‘맥퍼쉬 그자도 나와 같은 심정이겠어.’

문득 며칠 전에 그와 통화를 나누었던 것이 떠오른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알고 보니 나도 쓰레기었군.’

센더슨이 했던 행동을 그대로 자신이 조지 맥퍼쉬 본부장에게 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해자가 아닌 당사자가 되어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말을 하지 않은 거죠?”

지나가 상당히 불만인 얼굴로 이만석을 노려보았다.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허나 이만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응대를 할 뿐이었다.

“또 그 말이야? 그게 왜 할 필요가 없는 말이야.”

하란이 지나의 말에 지지하며 이만석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래~ 당신 너무했어. 만약 이대로 지나가게 되었다면 우리 기분이 어떨 뻔 했겠니?”

잠시 손목시계를 바라본 하란이 한 숨을 내쉬었다.

“벌써 점시 때가 지나가고 있잖아.”

“난 챙긴 지 오래 되었고 신경도 쓰지 않고 지내왔으니 상관하지 않아도 돼.”

“그건 민준씨 생각이고 우린 그렇지가 않아요!”

“지나씨 말이 맞아요.”

“흐응~ 우리에게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모르는 모양이구나?”

세 명이서 합심을 한 듯 압박을 해오자 이만석의 눈살이 그대로 찌푸려졌다.

“오빠가 잘 못 해놓고 지금 눈살을 찌푸리는 거야?”

“절 나쁜 여자로 만들지 말아줬으면 해요.”

“당신~ 나 생각보다 여린 여자라는 거 알지? 그때 나 정말로 가슴 아팠다는 거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하란이 말하는 그때의 일이 무엇인지 이만석도 잘 알고 있었다.

그날 그녀의 반응은 지나가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던 것만큼 의외의 모습이었다.

사실 그 일로 눈물을 흘릴 줄은 이만석도 예상하지 못 했다.

“그럼 원하는 게 뭔데.”

귀찮은 목소리로 말하는 이만석의 말에 차이링이 입을 열었다.

“동생들~ 준비됐지?”

차이링이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순간 하란이와 지나가 동시에 이만석의 양옆에 섰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것이 아닌가.

“오늘은 당신의 시간을 우리들에게 내주었으면 좋겠어.”

“뭐?”

갑자기 자신의 양팔을 속박(?)하는 행동에 어처구니 없어하던 이만석은 이어진 차이링의 얘기에 저도 모르게 반문을 했다.

“말 그대로야. 이미 우리 세 명은 얘기 끝났으니까 당신은 그저 따라주기만 하면 돼.”

무슨 일인지 자신의 얘기를 듣고 따지듯 묻는 지나와 차이링의 칭얼거림에 하란이 뭔가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두 사람을 따로 자신의 방으로 불렀던 것이다.

갑자기 재가 왜 저러나 싶어 의문을 표했던 이만석은 지금 차이링의 말에 조금은 알 수가 있게 되었다.

“지금은 혼자서 독차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이렇게 결론이 난거야. 당신은 편하게 있으면 돼. 우리 세 명이 당신을 에스코트 해줄 테니까.”

“그래 오빠.”

“민준씨는 편하게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아침에 나온 미역국을 보고 10년이 훨씬 넘은 시간 만에 생일에 미역국을 먹어본 이만석이어서 점시시간이 다되어가서 차 한 잔 즐기며 지나가듯 던진 말이었는데 그게 이런 결과를 만들었던 것이다.

‘괜히 얘기했군.’

생일을 잊고 지냈던 그에게 있어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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