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8화 〉 338화 지나를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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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큭......”
티비를 통해 뉴스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얼굴에 비릿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건 참으로 통쾌한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방송에선 연일 음모론에 관해서 얘기가 쏟아졌고 그 얘기의 당사자는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자리를 빌 어 다시 한 번 밝히지만 현재 떠도는 얘기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행동하려 했던 것뿐이었습니다. 이런 불미스러운 오해를 불러일으켜 시민여러분에게 죄송합니다. 그런 오해를 풀기위해 저는 사건을 책임지고 있는 조지 맥퍼쉬 본부장에 대한 수사권을 전부 일임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어떤 도움이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불미스러운 오해를 불러 일으켜 시민여러분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를 드립니다.]
순간 단상에 서있는 그를 향해 플래시 셔터의 빛이 사정없이 터져나갔고, 진지한 얼굴로 발표했던 더들리 드폰 국장이 고개를 숙여 사죄를 하였다.
“처음부터 난 당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생방송으로 방송되고 있는 그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떠날 뿐이었다.
한 마디만 더, 질문 한 가지만 더 받아 줄 수 없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묵묵히 자리를 떠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조지 맥퍼쉬의 얼굴은 참으로 통쾌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더들리 드폰 국장의 이런 모습에 그가 통쾌해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동안 자신보다 나이가 어렸던 그의 말투가 상당히 그를 거슬리게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드폰 국장을 밀어주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 맥퍼쉬도 잘 알고 있어 눌러 지내올 뿐이었다.
자신에게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렇게 숨소리를 줄이며 눈치를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에 그런 드폰 국장에게서 또 다시 전화가 왔었다.
이만석에게 당하고 발표를 한 직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기는 했었지만, 그때는 자신 또한 충격이 큰 상황이라서 대화를 제대로 하지도 못 했다.
허나 어제는 달랐던 것이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전화를 한 것인지 전화를 받자마자 곧바로 질책이 쏟아져 나왔다.
[무슨 생각으로 그리 한 건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번처럼 아직도 그딴 소리가 내 앞에서 나온단 말이지? 당신이 본부장의 자리까지 올라간 것이 다 누구 덕인지 벌써 잊었나?]
“아닙니다.”
[그러면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만들지 말았어야 할 것 아니야? 내가 당신 때문에 그놈들에게 모욕을 당해야겠나?!]
“여론의 상황이 좋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조용히 지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걸 지금 핑계라고 하고 있나? 상황이 좋지 않다면 일단 다른 일로 시선을 돌린 다음 방법을 찾을 것이지 그딴 식으로 엿 먹이는 발표를 해놓고 내 앞에서 그런 소리가 나와?! 멍청해도 정도가 있지.]
전화를 받고 있던 조지 맥퍼쉬는 마지막 더들리 드폰 국장의 말에 순간 자존심이 상당히 상하는 것을 느꼈다.
안 그래도 이만석에게 무차별 적으로 얻어맞아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인데 그 까지 이렇게 멍청하다며 모욕을 주니 기분이 상당히 좋지가 못 했다.
“국장님, 말이 심하십니다.”
[지금 내 말이 기분 나쁘다고 대드는건가?]
“......”
[조지... 당신 정말로 많이 컸구만. 내가 아니었으면 본부장으로 승진하지도 못 했을 양반이 물을 흐리는 것도 모자라 지금 내 앞에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말이지?]
상당히 모욕 적인 언사에 굳어진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던 조지가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카일러 그자의 얘기가 연일 방송에서 나오고 조명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마치 하이에나가 먹이를 찾듯 그들은 이슈를 만들어 진중성을 키우고 있었단 말입니다. 그 상황에서 수사에 대한 의문점들이 하나하나 터져 나오고 있는 마당에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화살이 이쪽으로 돌아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단 말입니다.”
[조지...]
순간 웃음기가 깃든 음성이 폰을 통해 들려왔다.
[이 사람아, 지금 그걸 내 앞에서 그걸 변명이라고 하고 있는 건가?]
“변명이 아닙니다. 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말했지 않나. 다른 일로 시선을 돌리던지, 그것도 아니면 처음 발표 한 대로 괜찮은 놈 하나 잡아서 취조를 목적으로 거짓자백을 받아 낸 다음 법정으로 끌고 가서 시간을 끌어내서 벌어야 할 거 아니야. 그 안에 어떻게든 사건을 향방을 다른 곳으로 돌린 시간을 벌고도 충분히 남았을 것을 당신은 그딴 멍청한 발표를 통해 다 망쳐버리고 말았어. 그래서 노여움을 샀고 내가 모욕을 들어야 했던 거 아닌가.]
뻔뻔한 그의 대답에 조지의 두 눈썹이 그대로 치켜 올라갔다.
자신의 언사와 행동은 생각하지 않고 지금 자신이 받은 모욕만 생각하다니 상당히 열 받는 일이었다.
[그건 그렇고... 센더슨의 전화는 왜 받지 않았어?]
“그자가 몸통이기 때문이요.”
[미쳤군.]
순간 더들리 폰에서 욕설이 터져나왔다.
[몸통이라고? 지금 몸통이라고 했나?]
“카일러를 죽은 것은 그가 관여한 것이 분명합니다.”
[증거가 있나?]
“그자들이 그동안 누려온 권력과 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마당에 꼭 봐야 알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거기다 그가 직접 전화를 건 것만 봐도 알만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센더슨 그놈을 기소를 해서 감옥에 처넣겠다고?]
“......”
[맥퍼쉬... 아무래도 자네는 정말로 정신이 돌아버린 것이 분명해보여.]
“그 자는 잡아 드릴 수 있을지 장담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조용히 지나갈 일은 아닙니다.”
[래릭을 그쪽으로 보내기로 했어.]
“래릭 부장을 말입니까?”
[맞아.]
감찰부를 잡고 있는 래릭이라면 FBI조직 내에서도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그리고 그의 배분 또한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어서 쉽게 대할 수 없는 인물이기도 했다.
[센더슨 그 자하고도 얘기를 그렇게 해놓았고 상황이 연일 좋지가 않아 오늘 밤중이라도 그쪽으로 보낼 생각이야. 집중되고 있는 게 걸리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야. 나참... 언론이라는 게 이렇게 썩어서야, 원...]
“절 이 자리에서 내치시겠다는 거요.”
[내치는 게 아니야.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그를 보내는 것뿐이지.]
“......”
[당신이 저지른 멍청한 일을 내가 수습을 해주겠다는 거야. 래릭 부장이 도착하는 대로 수사권을 넘겨.]
강압적인 명령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건 버저니아주를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에 대한 수치가 아닐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국장이라고 해도 하나의 주를 책임지고 있는 본주장에 대한 권한과 배려는 찾아 볼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알고 준비하도록 해. 그게 지금 자네가 해야 할 일이니까.]
그러고는 더들리 드폰 국장은 폰을 끊어버렸다.
“네놈이나 그들이나 틀린 게 뭐란 말인가. 나 또한 그저 기르는 개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네놈이 말이야.”
입술을 깨문 조지는 곧장 이만석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상당히 꺼림칙한 일이지만 이런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가만히 넘어 갈 수는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언제고 연락을 하라고 했었던 것이다.
문자를 보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이만석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왜 전화 했지.]
이만석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조지는 솜털이 곤두서며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미친 듯이 패버리는 그의 무심한 눈빛이 다시금 떠올라서 그런 것이다.
마른 침을 삼킨 조지 맥퍼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연락을 하게 됐습니다.”
[말해 보도록.]
그렇게 조지 맥퍼쉬는 곧장 더들리 국장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서 했던 얘기를 전부 알려주었다.
자신을 내치려는 것과 래릭이라는 인물을 보내서 사건을 다른 곳으로 끌고 가려는 것을 말이다.
[손보도록 하지. 그 일에 대해선 신경 쓰지 말고 묵묵히 할 일을 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만석과의 짧은 통화를 끝낸 조지 맥퍼쉬는 그제야 뭔가 마음이 안도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게 되면 당신도 까무러치게 될 거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정대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 존재가 한 말이니 믿어도 될 것이다.
“겨우 그 정도로 꼬리를 내린 사람이 나에게 그딴 식으로 말을 했단 말이지.”
뉴스에선 연일 더들리 드폰 국장과 래릭부장에 관한 애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가 왜 이곳으로 감찰부 래릭부장을 보내려고 했는지 신랄하게 방송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엔 투명하게 사건을 책임지려는 그를 내치고 뭔가 내막을 꾸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도 나왔던 것이다.
카일러 부국장을 암살할 정도면 그런 그림도 그려 볼 수가 있다는 것이 평론가의 말이었던 것이다.
뉴스 앵커 또한 재차 강조하듯 질문을 던졌고 평론가는 실체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직격탄을 다시 날렸던 것이다.
하나의 방송국이 아니라 라디오, 거기다 신문사들까지 모든 언론매체가 하이에나처럼 물어재끼니 시민들 앞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며칠도 되지 않아 더들리 드폰은 꼬랑지를 내리고 말았다.
래릭부장은 오늘 아침 비행기를 타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고 자신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까지 얻게 된 상황이기도 했다.
엘리트로 젊은 나이에 FBI국장에 오른 능력 있는 그의 이미지가 대놓고 실추되는 일이기도 했다.
생방송으로 회견을 하여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 오해에 대한 해명을 하였음에도 방송국에서는 계속해서 그에 대한 의문점을 지우지 않은 채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알고 있는 그에게 있어 상당히 소름 돋는 풍경이 아닐 수 없는 것이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통쾌한 일이기도했다.
“자존심이 강한 당신이 대놓고 고개를 숙였으니 아주 죽을 맛이겠어.”
뉴스를 끄고 녹화를 해두었던 것을 다시 틀어서 재생했다.
굳어진 얼굴로 해명을 하는 그의 모습과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해오는 행동이 참으로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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