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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34화 (334/812)

〈 334화 〉 334화 지나를 보내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조용한 분위기 가운데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다시 살며시 닫히는 소리가 이어서 울려왔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만석으로 역시나 사각팬티 말고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걸음을 옮겨 소파로 다가가 몸을 앉힌 이만석을 향해 차이링이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후후훗...얘기는 잘 끝냈어?”

“어.”

“흐응...그렇구나.”

그녀의 야릇한 시선을 뒤로하고 이만석이 의아한 표정으로 하란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이만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하란이 그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시선을 돌려버린다.

“지나양은?”

“곧 나올 거야.”

“흐응~”

다시금 콧소리를 내며 음성을 흘리는 차이링의 시선이 뭔가 재밌다는 듯이 눈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와는 대조되게 하란이는 뭔가 골똘히 생각을 하는 듯 해 보였다.

잠시 후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는 듯 하더니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지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안으로 들어 갈 때의 모습과 다르게 그녀의 얼굴은 차분해져 있었다.

“지나양 기분은 풀어졌어?”

“네... 그래요.”

“흐응~”

천천히 소파에 몸을 앉히는 지나를 차이링이 다시 콧소리를 내며 흥미로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바라보는 거죠?”

차이링이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지나가 물음을 던졌다.

“아니.. 별거 아니야. 그이가 어떻게 달래주었을까 하고 잠시 생각을 해봤어.”

“네?”

“들어갈 때와 다르게 지금은 얼굴은 뭔가 생기를 띠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

차이링의 말에 지나는 뭐라 말을 하지 못 하고 고개를 돌렸다.

“무, 무슨 짓이죠?”

그때 갑자기 차이링이 손으로 자신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대자 지나가 당황하며 얼굴을 피했다.

“뺨이 붉은 빛이 도는게 혹시 감기기운이라도 있나 싶어서.”

그러고는 생긋 웃음을 짓는데 그 행동에 지나는 조금 전의 일이 있어서 그런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머? 얼굴이 붉어졌네?”

“저 괜찮아요.”

“정말?”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물어오는 그녀의 행동이 참으로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

아무 말 못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나양이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지.”

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그 행동을 바라보던 이만석은 속으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다 들었나보군.’

특별히 소리를 차단 한 것도 아니고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하란이의 모습과 차이링의 장난을 보니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다 알고 있는 듯 했다.

지나 딴에는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하기위해 손으로 입을 막는다고 했지만 한 번씩 격하게 터져 나오는 숨소리는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쪽으로 그녀들이 신경을 쓰고 있었다면 분명히 그 소리를 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허나 지나와는 다르게 이만석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아까 멈추었던 얘기를 다시 이어가도록 하지.”

이만석의 얘기는 그렇게 다시 이어졌다.

쏴아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가운데 쏟아지는 물줄기를 그대로 맞고 있는 하란이 양손으로 얼굴을 씻어냈다.

그러는 촉촉이 젖어 들어간 자신의 긴 생머리를 뒤로 가볍게 쓸어 넘기며 가볍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차이링과 단 둘이 있었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하나보다.}

지나를 달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간 방을 의식하며 바라보고 있던 하란은 고요한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차이링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었다.

{하다니 뭐가요?}

{뭐긴 뭐겠어? 뻔하잖아...}

그러고는 가볍게 혀로 입술을 축이는 행동을 취하는데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하란이도 모르지 않았다.

{서, 설마요...}

{잘 들어봐... 분명히 또 들려올거야.}

하란이의 말에 차이링은 재밌다는 듯 다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작지만 정말로 격한 숨소리가 짧게 들려왔다.

티비도 켜지 않은 조용한 침묵이 맴도는 상황에 집중하고 있어서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머! 또 들렸다앙!}

그 소리에 놀라는 하란이를 뒤로하고 차이링이 양손으로 뺨을 감싸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설마 했지만 이번엔 똑똑히 들었기에 하란이는 더 이상 의심 할 수가 없었다.

저 안에선 정말로 그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듯 했기 때문이었다.

{꺄~짐승!}

조금 충격을 받은 듯 바라보고 있던 하란은 또다시 옆에서 들려오는 애교 섞인 목소리에 고개가 돌아갔다.

거기엔 여전히 뺨을 감싼 채 부끄러워하는 차이링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왜 그러니?}

갑자기 자신을 쳐다보는 하란이의 시선에 차이링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언니는 저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렇지도 않긴... 나도 그이를 사랑하는 거 알잖아.}

조금 전의 그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차이링의 말에 하란이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을 리가 없지.’

차이링이 이만석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하란이도 잘 알고 있기에 금세 수긍이 되었던 것이다.

{좋겠다...}

허나 다시 이어진 차이링의 말에 하란이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렇잖아... 들려오는 신음소리를 봐서 지나 그 애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게 분명해. 그리고 저 상황이 벌어진 것은 그이가 덮쳐서 그런 것이 분명할 거고...분명 반항하지 못 하게 덮쳤을거야...... 생각해봐 우리 두 사람을 의식하며 그이와 사랑을 나누고 있을 텐데 얼마나 짜릿하겠니? 그이도 참... 달래주러 가서 덮치다니...짐승이라니깐.}

그러고는 다시 살며시 양손으로 뺨을 감싸며 수줍어하는데 그 행동을 보면서 하란이는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꺄~! 또 들렸다앙~!}

그때 또다시 안쪽에서 희미하게 탄성이 섞인 신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도대체 그 언니는 무슨 생각인걸까.’

이만석이 다른 여자와 몸을 섞고 있다는 것을 엿듣게 되어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 하란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은 차이링이 보인 행동 때문이 더 컸다.

그동안 차이링과 지내오면서 여러 번 당황하고 놀림 당하기도 했지만, 난처한 상황에서 한 번씩 보여준 그녀의 행동에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은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도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느낄 수도 있었다.

요리를 할 때만 봐도 상당히 정성스럽게 공을 들였고 장을 볼 때도 소홀히 하지 않고 꼼꼼하게 하나하나 따졌던 것이다.

그게다 이만석을 위해서 그러는 것임을 하란이는 느낄 수가 있었다.

‘다른 여자와 몸을 섞는데 어떻게 그런 반응을 보일 수가 있는 걸까.’

그녀의 행동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받았던 놀람도 어느 정도 가셨던 것이다.

하란이 그렇게 복잡한 심정을 느끼는 사이 옷도 입을 겸 담배를 피기위해 안방에 들어와 창가에 서있는 이만석의 등 뒤를 차이링이 조심스럽게 허리를 감아 안으며 껴안았다.

재떨이에 가볍게 타들어간 심지를 털어낸 이만석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다 들었나보군.”

“응.”

망설임 없이 대답한 차이링이 강하게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풍만한 젖가슴이 이만석의 등에 파묻히듯 눌려진다.

“좋았니?”

“......”

“좋았나보네.”

이만석은 별말 하지 않았지만 차이링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차이링의 손이 조심스럽게 위로 올라가 이만석의 탄탄한 가슴을 어루만졌다.

“꼬마아가씨는 샤워하러 들어갔고 지나양은 자기 방에 있어.”

차이링의 또 다른 한 손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이만석의 사각팬티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어떻게...할래?”

그녀의 감미로운 음성이 다시금 작게 이어졌다.

그때까지도 담배를 계속피우고 있던 이만석은 창가에 놓아져 있는 재떨이에 비벼서 끄더니 그대로 차이링의 손을 잡고 때어내고는 몸을 돌렸다.

거기엔 곡선을 그리듯 휘어 올라간 눈매의 그림같이 예쁘게 생긴 차이링이 혀를 꺼내어 자신의 앵두같이 붉은 입술을 축이며 서있었다.

“너를 흠모하는 이들이 보면 아주 거품을 물겠군.”

이만석의 말에 차이링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괜찮아...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이니까.”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이만석의 목을 끌어 당겨 자신의 입술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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