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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32화 (332/812)

〈 332화 〉 332화 지나를 보내다

* * *

저녁식사가 끝나고 차 한 잔하고 나서야 민우가 돌아간 가운데 지나가 먼저 나서서 설거지를 자처했다.

요리는 차이링과 하란이가 했으니 설거지는 자신이 하겠다고 한 것이다.

하란이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지나는 오히려 더 확고하게 얘기를 해서 허락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도 요리를 배워야겠어.’

오늘 다시 두 사람이 만든 요리를 먹어본 지나는 자신도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이제 같이 지내기로 한 이상 자신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십 여분의 시간이 걸리고 나서야 고무장갑을 벗은 지나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설거지를 아예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고생해서 한 적은 처음이었다.

차려지 음식들이 많으니 당연히 치워야 할 그릇들도 많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수고했어요. 여기 물 한잔 드세요.”

“고마워요.”

차이링이 건네주는 냉수를 받아든 지나가 단번에 잔을 비워버렸다.

“그래도 대단하네요.”

“네?”

“여기에 들어오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말에 지나가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어려울 게 있나요? 차이링이랑 하란씨 또한 여기서 함께 지내고 있는데 말이에요. 제가 들어와서 불편하진 않나봐요?”

“불편하긴요. 그이가 기쁘면 저도 기쁜 게 당연한 건데.”

두 사람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하란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런 모습 보면 오빠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걸요?”

“흐응~ 우리가 뭘 어쨌다고 그러니? 안 그래요, 지나씨?”

“네, 맞아요.”

능숙하게 잘 받아 넘기는 두 사람의 모습에 하란이 속으로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나라는 이 여자도 보통은 아닌가보네.’

이만석을 위해 목숨까지 끊으려고 했었던 여인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시금 세 사람에게서 묘한 분위기가 또다시 감돌았다.

“보기가 좋군.”

그때 웃음기가 머금은 목소리가 다시 침묵이 맴도는 가운데 들려와 세 사람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졌다.

거기엔 팔짱을 끼고 바라보고 있는 이만석이 눈에 들어왔다.

“뭐가 보기 좋다는 말이야?”

하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지자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를 가지고 기 싸움을 벌이는 모습.”

“오빠도 참......”

“민준씨.”

이만석의 적날한 말에 하란이 작게 한 숨을 내쉬었고 지나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당신 말 너무 직설적이다~!”

허나 그와 반대로 차이링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을 하며 곁으로 다가가 살며시 안겼다.

“난 그런 당신 모습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더라...”

그러고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턱을 쓰다듬는데 하란이와 지나의 두 눈에 순간 불이 켜졌다.

“당장 오빠한테서 떨어지지 못 해요?!”

“지금 민준씨한테서 뭐하는 거예요!”

“왜들 그렇게 음성을 높이고 그래? 흐응~ 자기...여기 시끄러운 것 같은데 우리 조용한대로 자리 옮길까~?”

“나야 나쁘진 않지.”

“오빠!”

“민준씨!”

차이링의 말에 동조하듯 말하자 지나가 쌍심지를 켜며 이만석을 노려보았다.

그건 지나또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따뜻한 물에 몸 좀 담구는 게 먼저야.”

그러고는 안겨 있는 차이링을 조심스럽게 떼어내고는 샤워실로 향했다.

“언니 상당히 위험한 여자네요?”

“차이링 이런 여자 였어요?”

“그이가 날 원하는데 어쩌겠니? 그리고 지나씨도 나보다 동생 같은데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우후후후훗......!”

작게 웃음을 흘리며 자리를 뜨는 차이링의 행동을 하란이 새침하게 바라보았다.

‘이 여자 진짜 모습이 뭐야?’

오빠가 있었을 때의 그 조신하고 수줍은 타던 여인은 온다간데 없었고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남자를 홀리는 여자가 자리했다.

전혀 수줍음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었고 대담한 행동까지했다.

식사시간에도 다소곳하게 앉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흘리던 그 여자가 만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물을 욕조에 받아 몸을 반쯤 담근 이만석이 다리를 뻗고 편하게 머리를 기댔다.

“이제 세 사람이 다 모였으니까 확실히 해야겠군.”

두 사람이 자신을 두고 옥신각신할 때는 그래도 봐줄만 했는데 세 사람이 되면 참으로 시끄러워질 게 뻔했다.

그리고 1월 말에는 한국을 다시 떠나 이집트로 가게 되었으니 그 전에 세 사람에게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느긋하게 목욕을 즐긴 이만석은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고 팬티만 입은 채 밖으로 나왔다.

컵에 냉수 한 잔을 받아서 거실 소파로 향한 이만석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세 사람 다 이리 모여 봐.”

“오빠 옷 안 들고 갔어?”

이미 거실에 있던 하란이 이만석의 팬티차림에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서 방에서 나온 차아링과 하란이 이만석의 팬티차림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란이와 차이링이 놀란 이유는 불문율처럼 샤워를 하고 닦은 다음 옷을 걸치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지나가 놀란 건 이만석이 이렇게 대놓고 트렁크 팬티 하나만 입고 두 사람앞에서 돌아다녔다는 생각에 그런 것이다.

“흐응~ 팬티차림으로 돌아다니고 당신이 웬일이래?”

차이링이 콧소리를 내며 은근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민준씨 집에서 이런 차림으로 돌아다녔어요?”

지나가 놀란 목소리로 이만석에게 따지듯 물었다.

“내가 할 말이 있어서 세 사람 부른 거니까 여기 앉아. 지나씨도 여기 앉으십시오.”

“먼저 옷 좀 입어.”

“그래요.”

“난 나쁘지 않은데?”

“이건 중요한게 아니야.”

딱 잘라 말한 이만석이 개인용 소파에 몸을 앉혔다.

확고한 그의 모습에 하는 수 없이 하란이는 한 숨을 내쉬며 몸을 앉혔고 차아링이 이만석의 팬티의 중요한 부위를 적날하게 바라보면서 몸을 앉혔다.

“차이링... 내 물건 말고 얼굴을 봐.”

“자꾸 시선이 가는 걸 어떡하니?”

“변녀.”

“칭찬으로 들을게.”

하란이의 중얼거림에 차이링이 눈을 찡긋하며 받아넘겼다.

그 모습을 어이없이 바라보던 지나가 빈자리에 몸을 앉혔다.

“따로 말하기 불편하니까 지금부터는 편하게 말하겠습니다.”

자신의 말에 지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이만석이 말을 이었다.

“내가 세 사람을 이 자리에 바로 부른 이유는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야.”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라고?”

“그래.”

“흐응~ 그 확실이라는 것이 어떤 걸 말하는 걸까...?”

“두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난 이번 달 말에 다시 이집트에 간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라 차이링고 하란이는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집트에 간다구요?”

허나 지나는 처음 듣는 말이라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예.. 그렇게 됐습니다.”

지나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일... 때문에 가는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앞으로 여기서 그와 함께 같이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는데 그를 먼 타국에 보내야 한다니 충격이었다.

“지나씨...?”

지나를 바라본 하란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미, 미안해요.”

순간 손으로 눈가를 훔친 지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달려들어가 버렸다.

“충격이 컸나보네.”

“......”

두 여자가 놀란 얼굴로 바라보는 가운데 이만석이 가만히 지나가 간 반향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리고 있어.”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나의 방으로 향했다.

“지금은 놔둬야겠지?”

“그렇게 해요.”

차이링의 물음에 하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똑똑­!

가볍게 두어 번 노크를 한 후 이만석이 문을 열었다.

서둘러 눈 주변을 닦고는 이쪽을 돌아보는 지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울고 있었습니까.”

“아니에요.”

문을 닫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지나의 곁으로 다가간 이만석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전 괜찮아요.”

“하란이와 차이링을 보고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전에도 말 했지만 지나씨도 내 여자니까.”

“불안해하지 않아요...”

이만석의 팔에 안겨 있던 지나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그의 등을 살며시 끌어안았다.

등을 끌어안고 있는 지나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조금... 조금 충격을 받았을 뿐이에요.”

그녀의 가슴이 심장이 조이듯 아려오기 시작했다.

“겨우 당신을 다시 찾게 되었는데......”

살며시 눈을 감은 지나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어 갔다.

“다시 떨어져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슬펐나 봐요.”

끌어안고 있는 지나를 이만석이 다시 바로 세웠다.

“저 바보 같죠?”

촉촉이 젖은 눈망울로 베시시 웃음을 지으며 올려다보는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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