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9화 〉 329화 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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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황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만석은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았다.
자신을 두고 죽이니 마니 하면서 이상한 짓을 벌일 때는 즐거웠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급하게 처리 할 것 없이 야금야금 괴롭힐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 귀찮게 굴었으니 똑같이 당하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해결을 보면 될 일이었다.
“너도 참 웃기는 놈이군.”
“웃기는 게 아니고 당연히 와봐야 하는 거다.”
해가지고 어둠이 깔린 밤 8시가 넘은 시각 집으로 찾아온 민우가 주차장에 차를 정차시키고 문을 열고 내리며 말했다.
차에서 내린 민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마당을 바라보았는데 자신의 집 못지않게 정원도 있고 넓어보였다.
“지나가 말한 대로 괜찮은 곳에서 사네.”
“따라와.”
주변을 둘러보는 민우를 뒤로하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저택의 현관문 쪽으로 향해 도어 록 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자 그 뒤를 따라 민우도 들어섰다.
“음...”
신발장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숨소리를 내뱉는 그때 검은색의 긴 생머리의 귀여우면서도 예쁘게 생긴 여자가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생긋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네 오는 그 모습이 절로 시선이 고정이 될 만큼 풋풋하게 귀여워 보였다.
“지나씨 오빠인 정민우 전무님 되시죠?”
“저에 대해서 아십니까?”
“당연히 알고 있죠. 세진그룹의 정석환 회장님의 장남인 정민우 전무님을 어떻게 모르겠어요? 전 윤하란이라고해요.”
“윤정호 의원님의 따님이신...”
놀란 표정으로 하는 말에 하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맞아요.”
이미 이만석에게 여자 친구가 있고 그 여자가 윤정호 의원의 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상당히 예쁘네... 귀엽기도 하고.’
뭔가 풋풋한 것이 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여자인 것 같았다.
만약 결혼하지 않았다면 절로 호감을 가지고 지켜볼 만큼 말이다.
무엇보다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시선을 잡아끄는 외모였다.
‘이런 여자를 곁에 두고서 지나를 넘봤단 말이야?’
어느새 안으로 들어선 이만석을 향해 민우가 못 마땅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런 여자를 곁에 두고 여동생을 넘보았다는 게 참으로 욕심이 많아보였다.
“후후훗~! 티비에 몇 번 본적은 있는데 실물이 더 잘생기셨네요?”
그때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함께 또 한 명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려놓은 것 같은 곡선을 그리며 올라간 눈매와 찰랑거리는 단발머리의 그녀는 도도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저 여자가... 차이링?’
저도 모르게 민우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천상의 선녀가 있다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서 들어와요~ 식사준비 다 했으니까.”
생긋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녀의 말에 민우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선 민우가 하란이와 차이링을 따라 식탁으로 향했다.
“화장실은 저쪽이다.”
“뭔 소리야?”
“손 씻고 와서 앉아.”
이미 식탁에 앉아 있는 이만석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민우는 이만석의 다음 말에 기분이 팍 상하는 것을 느꼈다.
‘말투가 참 싸가지가 없단 말이야.’
식탁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구경하기도 전에 초를 친 이만석의 말에 상한 기분으로 손을 씻고 와서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요리들이 하나같이 전부 대단한데요?”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차려져 있는 식탁의 모습에 민우가 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후후훗~ 정민우 전무님이 오신다기에 솜씨 좀 발휘해 보았답니다.”
“그럼 이걸 전부 차이링 아가씨가 만들었다는 얘깁니까?”
“아니에요... 여기 있는 하란씨하고 둘이서 만들었어요. 저 보다는 하란씨가 더 힘들었을 거예요. 전 아직 많이 배워야 한답니다.”
입을 살짝 가린 차이링의 나긋한 말에 민우가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제 이름이 차이링이라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순간 민우는 차이링이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는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이 친구가 알려주었습니다.”
“민준씨가 말이에요?”
“예, 그렇죠.”
다행이 그냥 지나가는 것 같아 민우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뒤를 캤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사자도 그렇고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는가.
물론 알 것도 같았지만 이런 자리에선 무난하게 지나가는 것이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외모도 아름다운데 요리까지 이렇게 잘한단 말이야?’
다시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바라보면서 민우는 질투심을 느껴야했다.
결국엔 이 예쁜 아가씨들은 이 요리들을 모두 이만석을 위해서 만들고 있다는 얘기였기 때문이었다.
민우가 그렇게 감탄과 질투의 감정이 오가고 있는 사이 하란이는 닭살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 언니가 갑자기 왜 이래?’
또 혼자서 뽐내려나 싶은 상황이었는데 순순히 같이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에 좀 의외였다.
그러나 그 보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씨’자를 붙이는 말과 배울게 많다며 자신을 낮추는 행동이 절로 닭살이 돋을 정도로 어색하게 느껴졌다.
수줍게 손으로 입을 가리며 조신하게 행동하는 것이 평소의 그녀가 알던 차이링과 전혀 다른 행동이었다.
수저를 들어 조심스럽게 된장찌개를 떠먹어본 민우는 입안서도는 구수함이 어우러진 감칠맛에 절로 입맛이 도는 것을 느꼈다.
밥 한 숟갈을 떠서 오징어 볶음 채에다 나물무침, 고등어조림 등 차례대로 집어 먹으며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음식솜씨들이 확실히 나쁘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드세요.”
하란이의 말에 민우가 웃음을 지었다.
“반찬이 맛있으니까 절로 젓가락이 가네요.”
“밥 많으니까 먹고 더 드시고 싶으면 말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젓가락으로 고등어조림을 조금 땐 차이링이 이만석의 숟가락 위에 살며시 올려 주었다.
그리곤 그걸 이만석이 자연스럽게 받아먹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하란이 오징어채를 조심스럽게 집어서 이만석의 숟가락 위에 얹어 주었다.
애기를 나누는 중간에도 물을 마시면서 먹으라며 따라서 옆에 놔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계속해서 중간에 반착을 집어 서로 얹어 주었던 것이다.
‘뭐야 이거?’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민우는 조금 당활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이 모습은 마치 시중을 드는 것이라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찌개가 조금 짜네.”
“어머... 그래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차이링이 미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민준씨.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해서 간을 맞출게요.”
잘 받아먹다 말고 이어진 이만석의 불평을 바라보던 민우는 속으로 언짢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맛만 좋구만...’
두어 번 더 찌개를 떠먹어본 민우는 구수하고 감칠맛이 도는 게 나쁘지가 않았다.
오히려 입맛이 돌아 밥이 더 잘 먹히는 게 괜찮았다.
‘그런데 매 식사마다 저렇게 시중을 드는 건 아니겠지?’
허나 아니라고 하기엔 반찬을 집어 얹어주는 모습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가만... 혹시 지나도 여기에 오게 되면 저렇게 되는 거 아니야.’
여동생이 이만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는 그로써는 이 모습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되니 더욱더 배가 아파오는 민우는 속이 쓰라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아내인 희경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시중을 들거나 하는 행동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애정을 과시하며 한 번씩 반찬을 얹어주거나 했지만 차이링과 지나의 모습은 말 그대로 시중을 드는 듯 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구어 삶았기에 이런 모습이 연출 되는 거야?’
억지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저러는 것임을 그도 모르지 않기에 더욱더 배가 아픈 것이다.
거기다 시중을 드는 여인들이 하나같이 그림 같은 미녀와 예쁜데다가 풋풋하면서도 귀여운 여자가 저런 행동을 하니 남자로써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나를 여기에 보내야 할까.’
문득 민우는 여기에 자신의 여동생인 지나까지 시중을 드는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자 더욱더 강한 질투심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아끼고 엎어 키운 여동생인데 저렇게 빼앗긴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억울했던 것이다.
처음엔 맛이 좋았지만 뒤로 갈수록 입맛이 떨어지는 민우였다.
그 후로도 차를 마시면서 민우는 하란이와 차이링에게서 시선을 때지 못 했다.
자신을 헌신 할 것처럼 이만석을 대하는 차이링부터 그것을 질투하며 애정을 쏟아 붙는 하란이 까지, 그걸 이만석은 당연하다는 듯 즐기는 모습은 마음을 들끓게 만들기 충분했다.
‘저렇게 싸가지 없는 행동을 하는데 왜 좋아 죽는 거지?’
아버지가 윤정호 의원이면 집안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외모도 예뻐서 꿀리는 것이 전혀 없었다.
삼합회의 지부장이었다면 자존심이 강할 탠데 저렇게 현모양처처럼 헌신하는 모습은 부러움을 넘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쪽 세계에 몸담은 여자라서 냉기가 풀풀 풍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참으로 가냘파 보이고 헌신적이지 않은가.
‘재수 없는 놈...’
차마 부럽다고 말은 못 하고 재수 없다는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
특히 차이링에게서 민우는 시선을 때지 못 했는데 나긋하면서도 수줍음을 타며 웃을 때 입을 가리는 그 모습은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할 만큼 너무나 아름다웠다.
거기다 말없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때는 차가운 도시녀처럼 도도해 보이기까지 하니 남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에 충분한 여자였다.
정석환 회장의 장남으로써 무수히 많은 여자를 만나왔지만 차이링 같은 스타일은 그도 처음 보았다.
물으면 나긋하게 대답을 잘 해주면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짓지만 전적으로 그녀가 이만석에게 알게 모르게 신경을 쓰면서 맞춰주고 있다는 게 다 느껴질 정도였다.
얼마나 그를 소중한 지아비로써 생각하는지 말이다.
허나 이만석은 그런 차이링에게도 특별히 대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차시중도 받으며 말도 툭툭 내던졌다.
그렇게 집을 나가기 전까지는 민우는 차이링에게서 시선을 때지 못하고 마음만 졸이는 시간을 가져야했다.
현관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배웅해 주기 위해 주차장으로 이만석과 둘이서 향한 사이 하란이 차이링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언니 소름끼치는 거 알아요?”
“소름이라니...”
“아까 그 사람 시선 보고도 그런 말을 해요?”
“후후훗... 이게다 내 미모가 타고나서 그런 것 아니겠니? 그리고... 재밌잖아.”
눈을 찡긋하고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는 차이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곤 한편으론 차이링의 장난에 넘어간 민우가 참으로 불쌍하게 여겨졌다.
“나 간다.”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기분이 또 상한 민우였지만 별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저택을 빠져나가면서도 무심히 바라보다 들어가 버리는 행동에 결국 민우는 욕 짓거리를 내뱉고 말았다.
“아오! 저 싸가지...! 지나가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참는 거지, 그게 아니면 그냥 확!”
주먹을 말아 쥐며 머리를 한 대 때리는 시늉을 해보지만 아쉬움만 커질 뿐이었다.
“차이링이라...”
다소곳한 모습에 얼굴을 붉히며 수줍음을 드러내는 그녀의 모습이 민우의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마치 이만석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줄 것처럼 신경을 쓰며 조신한 행동들이 현모양처가 있다면 그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떻게 저런 여자가 그런 험한 세상에 몸담고 있었던 걸까......”
그곳에 몸담고 있다면 생각보다 무서운 여자일지도 모르겠지만, 민우가 느끼기에 그녀는 말 그대로 조신하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걸 다 내줄 수 있는 그런 여인 같았다.
저도 모르게 차이링의 나신을 떠올린 민우는 조신하게 손으로 몸을 가리며 뺨을 붉히는 차이링의 얼굴을 떠올리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미친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희경이에게 미안해지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정신을 차리려했지만 그래도 머릿속에서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음 짓는 그녀의 얼굴이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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