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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26화 (326/812)

〈 326화 〉 326화 발표문

* * *

사태가 벌어지고 5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이만석은 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었다.

한국은 상당히 늦은 시간대 였지만 거기는 그렇지 않을 테니 바쁘지만 않다면 전화를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받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신호음이 갔을까.

잠시 후 굵직한 음성의 이만석의 귀에 들려왔다.

[서민준인가.]

어색한 발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그 음성은 분명히 메케인 국장의 것이었다.

“분위기가 상당히 어우선 한 걸로 아는데... 어떻습니까.”

[......]

웃음이 깃든 음성의 이만석이 물음을 던졌지만 폰에선 아무런 대답 없이 침묵만 맴돌 뿐이었다.

“제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군요.”

[믿기지가 않군.]

허탈한 듯 한 그 음성이 이만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뭐가 믿을 수가 없다는 겁니까.”

[이 일이 정말로 네가 벌인 것이라는 걸...]

“이미 내가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까.”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 더 그런 거 아니겠나.]

쓴웃음을 짓는 이만석은 메케인 국장의 허탈한 듯 한 그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다.

지금 미국에서 돌아가는 추이를 보면 카일러 부국장에 대한 피살과 그와 관련 된 음모론이었다.

연일 뉴스와 방송에서 심도 있게 다루고 기사를 내고 있으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레야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당황스러워 할 모습들이 눈에 선하군요. 그 자들은 카일러의 죽음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을 테니까.”

[거래를 했나?]

“거래라니... 무슨 거래를 말씀하시는 지 모르겠군요.”

[......]

다시금 이어지는 침묵에 이만석이 재차 입을 열었다.

“혼란스럽습니까.”

[여러가지를 생각해 봤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결과가 있다면 원인이 존재하는 법이고 원인이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든 결과 또한 따라오는 법이지 않겠나.”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어떤 모종의 일이 있었던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그게 언제 일어난 일인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CIA국장으로써 이러한 음밀히 이뤄지는 일에 대해선 더 민감하게 반응 할 수 밖에 없기에 많이 생각을 해보고 알아보려 노력도 했었다.

그러나 없었다.

만남을 가졌는지, 아니면 거래가 있었는지 뭐하나 알아 낼 수 있는 것도, 의심스러울 만한 것도 찾아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말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물어보도록 하지. 도대체 어떻게 한 건가.]

“글쎄요...”

[역시 말해주지 않을 참인가.]

“당신이 생각해야 할 것은 그게 아닐 텐데 말입니다. 카일러는 CIA의 부국장이었고 당신은 국장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계속 침묵을 지키는 것도 이로울 게 없을 텐데요.”

[......]

“당신이나 당신이 따르는 대통령에게도 나쁜 상황이 아닐 겁니다. 오히려 그의 죽음이 묻히는 것에 상당히 아쉬움이 컸던 것이 그쪽이었을 테니까.”

[네가 바라는대로 말인가.]

“하하하!”

순간 이만석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 웃는 거지?]

그 웃음이 들렸던 것인지 폰에서 불쾌한 듯 한 메케인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주 재밌는 말을 하고 있어서 웃지 않을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재밌다니... 네가 바라던 일이라는 내말이 뭐가 웃긴 건가?]

“그럼 웃기지 않단 말입니까?”

여전히 입가에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이만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난 그저 당신에게 선물을 준다고 했고, 안겨 주었을 뿐입니다. 그 후에 당신이 어떻게 대처를 하 든 그건 당신 마음이지 나는 상관없단 말입니다. 설령 이일을 잘 못 대응해서 당신들도 위기에 빠져도 나는 상관없습니다. 전적으로 그쪽이 알아서 할 일이란 말이죠.”

[나와도 척을 지겠다는 소리로 들리는군.]

“뭔가 착각을 하시는 모양이군요.”

[착각?]

“난 어느 쪽 편도 아닙니다. 그들은 물론이고 당신 또한 마찬가지죠. 다만 내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대가를 치루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잠시 동안 말을 멈춘 이만석이 마지막 남은 한 모금 까지 빨고는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지들 세상인 마냥 마음대로 날 귀찮게 하고 가지고 놀았으니 그 이상으로 돌려받아야 한단 소리죠. 한 두 번 경고 차원에서 일처리를 하니까 계속해서 다른 놈들을 보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군요. 그래서 느꼈죠. 바퀴벌레는 치우는게 아니라 박멸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아무래도 정신과에 가봐야 할 것 같군.]

“정신과라니 CIA국장이라는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는군요.”

[조금 전 너의 말은 못 들은 걸로 하지.]

“듣든 말든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하십시오. 선물을 받았으니 그걸 이용해 웃음을 짓게 될지. 울상을 짓게 될지는 내 몫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이만석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직도 날 쓸만 한 키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척을 지겠다는 그 발언을 할 때의 목소리는 마치 압박을 가하는 것 같은 음성이었다.

저들은 자신을 이용가치가 충만한 자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만석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치워 버려야 할 정도로 거슬리는 존재들이냐,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 차이가 있을 뿐인 것이다.

저들이 똑같은 행동을 자신에게 벌인다면 이만석 또한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기준도 목표인 그들과 같아질 것이다.

이만석은 얘기를 나누어보니 이일에 대해서도 자신의 뒤에 또 다른 세력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순전히 이만석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나하고도 척을 질 생각이라는 그 말은 상당히 기분이 좋지가 않은 말이야.’

말과 함께 목소리 톤에서 느껴지는 그 압박감은 자신을 눈 아래로 보는 것 같았다.

“조금은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메케인 국장이 자신을 지금까지도 그런 식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면 아무래도 이만석은 알려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 힘들 것도 없는 일이다.

이만석이 다시 폰의 화면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위험한 생각... 아니, 망상을 하고 있다.’

발신자표시제한이 떠서 이만석인 걸 알아차리고 저화를 받았는데 그가 맞았다.

내심 그에게 다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로 와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어 보니 역시나 이 일이 이만석이 말한 선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허나 그 일을 이만석이 혼자서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기에 상대가 스스로가 미국을 움직이는 최상위 계층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었고 실제로도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세 귀족들처럼 그들은 스스로를 특권층로 은연중에 머릿속에 깔려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회를 주도하고 사람들을 부릴 수가 있으니 당연히 그런 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월가 시위나 이런 것이 벌어졌을 때 불안했던 것이 아니라 불쾌했던 것이다.

대통령도 돈이 있어야 선거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들의 머니 파워는 보통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이라 할 수 있는 연방준비은행 또한 국가의 소유가 아니라 민간기업이라는 것을 보아도 힘이 어느 정도 인지 알 수가 있는 것이다.

20세기를 주도하고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중국이 서서히 올라서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도 세계에서 입김이 제일 막강한 국가라는 점에서 그들이 가지는 특권의식은 상당 하다고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눈엣가시였던 존 마이클이 시민들의 인기에 힘입어 대통령직에 당선 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었다.

그들이 밀어주었던 상대 후보인 로드너 케인이 떨어지면서 균열이 갔던 것이다.

집권 초반기에는 그래도 대통령이라고 힘을 과시해 정부기관들을 자신 쪽으로 끌어 왔고,

중간 선거가 끝나고 다시 4년의 임기를 이어가게 되었지만,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권력이 임기가 없는 그들에게 다시금 안보국이 넘어가고, FBI국장직부터 시작해서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거기다 카일러가 CIA를 먹게 되면 참으로 좋은 그림이 그려졌을 터인데 그게 틀어져 버린 상황이었다.

안 좋게 풀려가던 상황에서 이만석이라는 복병이 나타나 집권 초반기처럼 다시 기회를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안토니오의 일이나 여러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빠르게 CIA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나쁘게 볼 것도 아니었다.

‘드러난 것이 없어 알 수가 없으니...’

한국에서 그가 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쪽과는 연관 된 것이 없었다.

‘결국엔 그 이전의 행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

이만석에 대해서 알아보려 해도 그의 어린 시절에 무엇 한 자인지, 어떻게 살아온 것인지 드러나는 게 없었다.

학교도 물론이고 마치 없었던 사람처럼 흔적이 하나 없는 것이다.

‘비견되는 자들이 또 있었던가. 아니면......’

통화를 하고 나서 더욱더 미궁에 빠져드는 심정이었다.

망상으로 치부 한 발언이었지만 그만큼 자신감을 가질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머리가 아프군...’

생각하면 할수록 안개 속에 갇히는 기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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