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1화 〉 321화 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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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틀 동안 이만석은 지체하지 않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 처음이 아니어서 미적거리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그렇게 이만석이 표적을 잡은 이들이 놀랍게도 정치인들이나 그에 요하는 행정기관들의 수장들도 아니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미국 뉴스와 방송사를 잡고 있는 언론집단이 바로 그것이었다.
한국에 이어 이집트어서도 언론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던 이만석이어서 그들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실감하고 있었다.
여론을 움직이고 형성하는데 뉴스와 같은 신문, 방송, 라디오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정보화 시대에서 정보를 독점하는데 있어 찾아오는 무서움은 보통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권력자들이 제일먼저 힘이 생기면 하는 행동이 방송국에 압력을 가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건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이슈가 되는 것에 민감하게 행동하고 반응 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였다.
특히 지지율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더욱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게 국민들의 여론이었다.
미국이라고 거기서 벗어 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이만석이 목표를 잡은 것이 바로 언론집단을 잡고 있는 핵심인물들이었다.
뉴욕부터 시작해서 각 방송사들의 본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주주를 잡고 있는 핵심인물들, 그리고 회장들까지 데이터를 머릿속에 집어넣어 찾아내었다.
워낙에 각지에 흩어져 있어 하루 만에 다 돌아다닐 수 없는 실정이라 3일이라는 여유를 가지고 미국에 넘어가게 된 것이었다.
이만석이 한 가지 지키는 것이 있다면 행동을 하게 되면 사정을 봐주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언제 뒤에서 음흉한 생각을 할지 모르니 금제마법은 필수였고 그 전에 반 시체를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공포심을 안겨주었다.
기게 만들 생각으로 행동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게 지론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마법은 일일이 찾아 가기에 저장을 할 필요 없이 회사 인물들의 머릿속을 훑으면 정보가 들어오니 참으로 편리한 일이었다.
핵심층의 인물들을 잡을 때 마다 머릿속을 뒤져보면 다른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전에 회의를 가졌는지도 알 수 있으니 웃음이 다 나올 판이었다.
그렇게 이만석은 미국을 잡고 있는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사, 그리고 신문사에 이르기 까지 착실하게 움직여 덮쳤다.
그 중엔 성접대와 같은 음밀한 시간을 가지는 이도 있었는데 상관하지 않고 들어가 여자는 재워버리고 그대로 대가리를 잡고 끌고나와 후려 패버렸다.
그들이 이미 전부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아내고서 하는 행동인 것이다.
카일러 부국장에 관한 내용도 짤막하게 보도가 되었을 뿐 어느 방송사도 깊이 있게 다루려 하지 않았다.
그에 정부기관에서 압력을 가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합심해서 달려드니 존 마이클 대통령도 서로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상부상조 하고 있는 판이었다.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사회에서 거대 언론재벌을 형성한 그들은 또 하나의 핵심권력층이라 해도 틀리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익에 의해 뭉쳐서 단일 세력을 형성한 이들이 조금씩 틈이 벌어져 갈라지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볼만 할 것이다.
안 방에서 느긋하게 지켜보는 것은 그들만의 특권이 아니었다.
“뭐?”
지나의 말에 민우가 놀란 듯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지나 네가 거기에 가고 싶다 이 말이야?”
잘 못들은 것인가 싶어 민우가 다시 재차 물어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야. 며칠 동안 혼자서 많이 생각을 해봤어.”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어간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게다가 어머니나 아버지가 허락을 하겠어? 두 분이 널 얼마나 아끼시는데.”
전에 그런 소동이 있었는데 쉽게 허락해 줄 일이 아니었다.
이제 어느 정도 다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얘기는 꺼내다니 참으로 당혹스러운 민우였다.
“이미 아버지도 허락 하셨어.”
“아버지가 허락을 하셨다고?”
“응.”
“설마...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데 그렇게 쉽게 결정을 내렸을라고.”
농담으로 여겨지는 말에 웃음을 지었던 민우는 지나의 진지한 얼굴에 다시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진짜냐?”
“정말이야.”
“......”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일이라 순간적으로 한 말을 잃은 민우가 가만히 처다 보기만 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지나를 이만석과 다시 만나게 허락을 해준 것도 놀라운 일이긴 했지만 이건 또 다른 일이었다.
물론 그 덕분에 아버지를 설득하는 수고를 덜긴 했으나 딸을 외간남자의 집으로 보내는 일인데 쉽게 허락을 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시집을 보내서 가는 것도 아니고 동거나 마찬가지의 일인데 그걸 허락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 민우였다.
“내가 이 얘기를 꺼내니까 오히려 아버지가 더 좋아하던걸?”
“그럴 리가.”
지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우가 웃음을 지었다.
이번 말은 좀 지나가 앞서 나간 것이 분명해 보이는 말이라 좀 이어가 없었다.
“거짓말 아니야. 정말로 그랬어. 못 믿겠으면 믿지 마.”
“.....”
지나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아버지가 정말로 그랬다고?’
순간 민우는 그동안 자신이 아버지에 대해서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일 하나에도 생각을 하고 고심을 하는 게 아버지인데 다른 일도 아니고 딸인 지나의 인생이 달라 질 수 있는 그런 결정을 이렇게 빨리 내렸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거기에 나하고 민준씨 단 두 사람만 사는 것도 아닌데.”
“두 사람만 사는 것도 아니면 다른 가족도 있다는 말이야?”
고개를 가로젓는 지나의 모습에 민우는 순간 머릿속에서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그 두 여자도?”
“응.”
상당히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에 술자리에서 이만석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놈이 꼬드긴 거 아니야? 분명히 그럴 거야. 집으로 데려간 것도 다 그 이유였을 거야.’
지나가 원한다면 함께 하고 싶다고 했던 이만석.
그 얘기를 들었던 민우는 자신한테서 여동생을 완전히 빼앗아 갈 생각이냐며 눈살을 찌푸렸었다.
그런데 지금 그 일이 현실로 눈앞에서 벌이지고 있었다.
“깊이 생각해 봤어?”
“다른 결정을 내리면 분명 후회할 거야.”
지나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확고한 것 같았다.
잠시 동안 바라보던 민우가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물어봐서 뭐하겠어.”
“오빠...”
미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지나의 시선에 민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마. 네가 확고해 보여서 그런 거니까.”
“응...”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지나가 어느덧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부러운 놈...’
이런 지나의 모습을 보니 확실하게 여동생을 빼앗긴 것 같아 이만석에게 묘한 질투심과 함께 분한 마음이 들었다.
민우가 그렇게 분해하고 있을 그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 CIA내에선 다른 일로 고심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었다.
부국장 자리가 공석이 되어 있는 지금 빠르게 내부 체계를 장악해 가고 있는 CIA내부는, 어떻게 보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도, 또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건 아직도 카일러를 따르던 이들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 하고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고, 아니라고 한 것은 국장의 라인에 서고 있는 이들의 빠른 행동력에 들 수가 있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인만큼 장악 할 수 있을 때 빨리 손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동안 카일러 때문에 벼르고 있던 이들이 한 두 명도 아니어서 조세프가 잡고 있는 정보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집행부를 포함한 나머지 세 개의 부서 또한 인사개편이 성황리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이에 대해서 불만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누구하나 거기에 대놓고 따질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옛날에 비해서 국장의 힘이 약해 졌다 뿐이지 여전히 실권을 가장 많이 쥐고 있는 이가 국장이었고, 카일러가 있었을 때도 메케인에 대한 입김을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카일러 부국장이 없는 지금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지금은 숨죽여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은 부국장이 새롭게 취임을 하기 전 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가닥을 잡은 것 같았다.
국장에 이어 부국장직 까지 대통령을 따르는 인물로 앉힐 리는 없기 때문에 그때 가서 다시 상황을 보고 행동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한 번 카일러가 부국장직에 오르면서 크게 흔들었던 전적이 있는 만큼 두 번이라고 못 할 리도 없다고 생각했다.
허나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과연 카일러만한 인물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없잖아 있어, CIA내에선 확실히 승기를 빼앗긴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하루가 다르게 일이 진행되어 가는 상황을 두고 만족한 웃음을 지어야 할 메케인 국장의 얼굴엔, 예상과는 다르게 웃음이 하나 없는 진지한 표정이 자리해 있었다.
얼굴만 본다면 오히려 수세에 몰려 있는 것은 그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것일까.’
책상에 앉아 있지 못 하고 국장실 안을 서성이고 있는 메케인은 이만석과 통화를 나누었던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선물을 주겠다던 그의 말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려서 그런 것이다.
일주일안에 알 수 있을 것이라 했지만 아무리 상황을 봐도, 생각을 해보아도 짧은 시간 안에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익에 의해 뭉쳐있는 그들은 흔들 수 있다고 흔들어질 이들이 아니었다.
미국의 경제를 틀어쥐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은 이들이라, 그들의 벽을 흔들어 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존 마이클도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고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신을 따르던 카일러도 단 번에 죽여 버릴 정도로 냉정한 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선물을 주겠다는 말은 분명히 그와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이 분명할 것이라는 메케인 국장의 생각이었다.
허나 그것만 알 뿐 도대체 이만석이 무엇을 할 수가 있을지 CIA국장인 그로써도 쉽게 가늠 할 수가 없었다.
‘어떤 수라도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아닌데 전화를 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분명히 뭔가 일이 벌어지는 것은 분명 할 텐데 그걸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서민준이라...’
그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 수록 점점 알 수가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어쩌면 IS를 잡고 있는 알 무하드보다 그가 더 위험한 자이지 않을까 하는 웃기지 않는 생각도 들 때가 있었다.
그만큼 이만석에 대해서 이젠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고 보는 게 옮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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