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0화 〉 320화 호감형
* * *
아직도 밖이 깜깜한 아침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침실의 닫쳐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어두운 침실 안으로 한 명의 인영이 안으로 들어서 천천히 침대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걸음을 옮겨 다가온 인영은 침대 옆에 섰다.
누가 침실 안으로 들어와 옆에 서있는 줄도 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던 에밀리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겨주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이만석이었다.
어느새 이만석은 깔끔하게 다 차려 입은 모습으로 아무래도 지금 떠날 채비를 한 것 같았다.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겠군.’
밤새 시달린 탓인지 작게 콧소리를 내며 에밀리는 깊은 단잠에 빠져있었다.
잠시 동안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준 이만석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존...”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걸음을 올기던 이만석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잠꼬대였나.‘
그녀가 깬 것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여전히 에밀리는 단잠에 빠져있었다.
‘하루였지만 즐거웠습니다.’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다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오늘이지나면 그녀는 존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게 그녀에게 좋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룻밤의 불장난은 그렇게 묻어두는 편이 좋다.
“으음...”
그렇게 이만석이 떠나고 7시가 되었을 때 출근을 위해 맞춰두었던 폰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천천히 떨리던 에밀리가 몸을 뒤척이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시끄럽게 들려오는 알람소리에 손을 뻗어 폰을 잡아 터치를 하고 꺼버린 에밀리가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팔로 눈을 가렸다.
그런 자세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가리고 있던 팔을 치우며 천천히 침대에 손을 짚어 상체를 일으킨 에밀리가 가볍게 기지개를 켜곤 고개를 돌렸다.
“존... 아침이에요.”
직장이 같으니 출근도 같이 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던 에밀리였다.
“존?”
헌데 고개를 돌려 바라본 에밀리는 옆 자리가 비워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난 에밀리가 팬티를 찾아 입고는 팔로 젖가슴을 가리고 거실로 향했다.
잠들기 전 폰을 가지러 갈 때는 어두워서 그냥 갔지만 지금은 날이 밝았으니 가린 것이다.
“당신 어디 있어요?”
문을 열고 거실로 나온 에밀리는 다시 한 번 이만석을 찾으며 불렀다.
허나 들러오는 대답은 없었고 여전히 고요한 침묵만이 감돌 뿐이었다.
“존?”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말한 에밀리가 샤워실 쪽으로 향했다.
“여기 있어요?”
노크를 하며 불러보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존!”
목청을 높여 에밀리가 크게 이만석을 불렀다.
그러나 지금까지 들리지 않았던 대답이 크게 부른다고 나올 리가 없었다.
마음이 불안해진 에밀리가 다시 침실로 들어가 놓여 있는 폰을 집어 들고는 이만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동안 신호음이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습니까?]
그제야 안 도의 한 숨을 내쉰 에밀리가 입을 열었다.
“뭐에요... 같이 출근하기로 해놓고 먼저 가는 게 어디 있어요?”
[따로 볼일이 있어서 말이죠.]
“깨우지 그랬어요.”
[나 때문에 밤새 피곤했을 텐데 어떻게 깨울 수가 있겠습니까.]
순간 밤에 그의 품에 안기어 환락에 불타올랐던 자신을 떠올린 에밀리의 뺨이 그대로 붉혀졌다.
“나빠요...”
[에밀리가 좀 예뻐야 말이죠.]
이만석의 말에 웃음을 지은 에밀리가 내심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 앉히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기분 좋았어요?”
[시간만 넉넉했다면 밤새 놔주지 않았을 겁니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안았으면서 뭘 그래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폰에서 들려오는 그의 웃음소리가 기분을 더욱 좋게 만든다.
“존... 나중에 그럼 볼 수 있는 거죠?”
[같은 직장 아니었습니까?]
“훗... 그러네요.”
자신이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의 말대로 같은 직장이었고 출근을 하면 볼 수가 있었다.
[출근 할 때 감기 걸리지 않게 몸 잘 챙기십시오.]
“존이야 말로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요. 저 이래 봐도 잔병치례 없이 자란 여자에요~”
[그렇군요.]
에밀리는 잠시 동안 말없이 그대로 폰을 귀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얘기를 꺼내지 못 하는 모습 같았다.
[에밀리?]
그때 들려오는 이만석의 음성에 그녀가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조심해서 일 보고 와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으려는데 폰에서 음성이 다시금 들려왔다.
[하룻밤이었지만 즐거웠습니다.]
“존?”
그 말에 다시 작게 불러보지만 이미 전화는 끊어진 뒤 었다.
‘하룻밤 잘 보냈다니... 왜 저렇게 말했을까. 어차피 나중에 다시 볼 텐데.’
끊기 전에 이만석이 했던 말에 의문을 품었던 에밀리는 작게 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재밌는 사람이야.”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속옷을 챙겨들고 샤워실로 향했다.
쏴아아!
손으로 대어보니 차가운 물이어서 온도를 높였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며 적당히 뜨거워 졌을 때 머리에 물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에 손으로 얼굴을 씻어내며 조심스럽게 젖가슴을 쓸어 올렸다.
‘존...’
눈을 감으니 어젯밤에 자신의 몸을 더듬던 그의 손길이 그리고 행동 하나가 모든 것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는 거침없이 몸을 어루만지며 쓰다듬었고 입으로 탐닉하듯 빨아먹으며 혀를 이용하여 핥아대었다.
“음...”
아직도 그의 손길과 혀의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작은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젖가슴을 양손으로 주물렀다.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 그녀의 손이 자신의 뽀얀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어루만지다 천천히 위로 올라가 물길에 촉촉이 젖어 있는 꽃잎을 조심스레 문질러 대었다.
“아...!”
그러다 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가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에밀리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와...줘요......”
뒤에서 끌어안은 이만석의 성기가 강하게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그림이 그려진 순간 그녀의 몸이 움찔하며 떨었다.
자신의 샘을 거침없이 찔러대던 그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샘 안으로 들어간 손가락의 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졌고 상상속의 이만석의 혀가 그녀의 목덜미를 핥으며 올라간다.
뒤에서 끌어안은 그는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것 처럼 그럼게 몸을 탐하는 것이다.
귓불을 살짝 깨무는 순간 그에 맞춰 강하게 샘 안으로 치고 박혀오는 성기의 감촉에 그녀의 허리가 펴졌다.
“존......!”
정말로 자신을 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에밀리의 숨소리를 더욱더 뜨거워졌다.
찌걱... 찌걱... 찌걱......!
손가락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물인지, 아니면 애액인지 모를 액체에 의해 질척이는 소리가 샤워실안에 울려 퍼졌다.
“아아앙~!”
그러다 한 순간 자지러지면서 그녀의 다리가 오므려지며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물줄기를 맞으며 그대로 벽이 기대어 호흡을 고르던 에밀리의 두 눈이 천천히 떠졌다.
“당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몸이 뜨거워요. 그리고...”
말끝을 흐린 그녀가 다시금 천천히 눈을 감았다.
도저히 이어서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그에게 할 수 없는 말이어서 하지 못 했다.
‘사랑해요.’
여자 친구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그에 관해선 생각하지 않으려했다.
하지만 그의 품에 안기어 뜨거운 시간을 보내며 눈이 마주칠 때마다 두근거렸던 심장이 지금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게 만들었다.
하룻밤이다.
단 하룻밤을 같이 보낸 것만으로 얼마나 그 사람을 그리워할까 싶지만 에밀리는 이만석을 벌써부터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다.
“가면... 볼 수 있어.”
아픈 마음을 다잡으며 에밀리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친구로써 다가가는 건 나쁜 게 아니겠죠...?’
사귀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면 그도 옆에 있는 것에 허락해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게 나쁜 유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애써 그것을 무시하며 지웠다.
“존...”
천천히 눈을 뜬 그녀가 이만석을 찾는 듯 한 음성으로 작게 이름을 불렀다.
같은 곳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으로 여겨지는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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