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6화 〉 316화 호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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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본부장실의 문이 열리며 이만석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차분한 모습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의 얼굴은 들어 갈 때처럼 마찬가지의 모습이었다.
안에서 별다른 큰일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아 보여 내부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상 이상한 점을 찾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이만석은 다시 걸음을 옮겨 복도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잠시 동안 기다리자 곧 도착 알람 음이 들려왔다.
1층을 누르고 문이 닫히려는 그때 갑자기 누군가 버튼을 눌렀느니 다시 천천히 열렸다.
“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던 인영은 곧 이만석을 보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또 만났군요?”
“그러네요.”
쓴웃음을 짓는 이만석의 모습에 인영, 아니, 본부장실을 알려주었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본부장님을 잘 만나셨어요?”
“덕분에 잘 끝났습니다.”
“그저 알려준 것뿐인데요.”
웃음을 짓는 그녀에게 이만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몇 층 가십니까?”
“2층이요.”
이만석이 조심스럽게 버튼을 누르자 곧 엘리베이터의 문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본부장님 상대하기 힘드셨을 텐데 대처 잘하셨나 보네요.”
“민감한 사람입니까?”
“원칙주의자에다 대게 까칠하거든요. 평판이 좋지는 않아요.”
“그렇군요.”
층수를 보니 어느덧 3층을 가리키고 있었다.
“폰 줘 봐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이만석이 뭘하 려나 지켜보기 위해 품에서 꺼내 넘겨주었다.
“영어가 아니네?”
“한글입니다.”
“아.. 부모님이 한국분이세요?”
“2세입니다.”
“그러셨구나.”
대충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곧 자신의 번호를 찍더니 넘겨주었다.
“일 끝나고 한잔해요. 궁금한 거 있으면 알려주고 할 테니까.”
그러더니 곧 문이 열리자 웃음을 지어보이곤 걸음을 옮겨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갔다.
‘직설적인 여자군.’
대충 보니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내보이는 성격의 여자인 것 같았다.
폰에 찍혀 있는 번호를 확인한 이만석이 웃음을 지었다.
‘3일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왔으니 나쁘지는 않겠지.’
한국과 미국을 매일 오가는 것은 아닌 것 같기에 이만석은 3일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넘어 왔었다.
‘그래보았자 하루밖에 기억하지 못 할 테지만.’
뇌를 망가트릴 목적이 아니라면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없는 게 정신계 마법이어서, 하루가 지나면 자신을 존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히게 될 것이다.
저 여성 또한 분명히 그럴 테지만 하루정도면 충분했기에 괜찮다고 생각은 했다.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고 이만석은 복도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나갈 때도 당당하게 정문으로 걸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오늘 할 일을 어느 정도 끝낸 이만석은 밤 9시가 넘어서 전화를 걸었다.
잠시간의 신호음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보세요?]
“존입니다.”
[안 그래도 찾아도 안 보이 길래 전화하려고 했는데 어디에요?]
“지금 정문에 있습니다.”
[거기까지 안 나가 있어도 되는데. 그런데 차는 끌고 나왔나요?]
“아닙니다.”
[알았어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요.]
짧은 통화가 끝나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쉐보레 세단으로 보이는 붉은색 차량 한 대가 정문을 통해 빠져나오더니 이만석 앞에서 멈춰 섰다.
“타요.”
창문을 내리고 던지는 그녀의 말에 이만석은 고개를 끄덕이곤 조수석으로 이동해 올라탔다.
“집이 이 근처에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택시타고 온 거예요?”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순간 그녀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택시타고 출근한 사람은 존이 처음이네요.”
“그렇습니까?”
“네~ 대중교통이 불편하니까 다 차를 끌고 다니니까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두 대는 끌고 나설 필요가 없잖아요.”
“그렇군요.”
대로에 들어서 속도를 받기 시작했을 때 다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에밀리에요.”
“이름 입니까?”
“네.”
“그럼 앞으로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집 근처에 괜찮은 바가 한곳 있어요. 그리로 가요.”
그렇게 이십 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분위기 좋은 오픈 형 바였는데 인기가 많은 곳인지 주차장엔 차량들이 많았고 경쾌한 노랫소리와 분위기도 괜찮았다.
가볍게 생맥주 한 잔에 먹기 좋은 튀김안주들이 주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팅이 되었는데 어느새 에밀리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있었다.
“캬~ 시원해라!”
머리가 찡한지 얼굴을 살짝 찡그렸던 그녀가 바라보는 이만석을 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원래 차가운 거 한 번에 먹으면 머리가 찡하잖아요.”
그러고는 포크를 이용하여 안주를 하나 집어 먹었다.
이만석 또한 두 어 모금 마시고는 잔을 내려주었다.
“쌉쌀한 게 맛이 괜찮네요.”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향해 에밀리가 다시 물음을 던졌다.
“그런데 존은 왜 FBI에 들어오게 된 거예요?”
“경찰보다 멋있잖습니까.”
이만석의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에밀리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로 그게 이유에요?”
“농담입니다.”
“농담 하지 말고 말 해줘 봐요~”
“부모님이 원해서 한 겁니다.”
“그렇구나... 사실 저도 아버지가 원해서 지원하게 된 거예요. 현장에서 일하시다가 지금은 총상을 입으시고 그만두게 됐는데 그게 한으로 남았나 봐요. 이 직업은 아버지의 꿈이었거든요.”
“에밀리는 가지고 싶었던 직업이 없습니까?”
이만석의 물음에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팝가수요.”
“팝가수?”
“브리트니처럼 되는 게 제 학창시절 꿈이었거든요. 그래서 몰래 노래도 배우고 그랬는데 접었어요.”
“아버지 때문입니까?”
“아니요.”
고개를 가로저은 그녀가 뭔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음치거든요.”
“선택 잘 했네요.”
“냉정한 거 아니에요?”
“저도 모르게 속마음이 나온 겁니다. 나쁘게 보지 마십시오.”
“이상하게 그 말이 더 기분 나쁘게 들리는데?”
입술을 삐죽이는 그녀의 말에 이만석이 쓴 웃음을 지었다.
탁!
그때 테이블 위에 빈 맥주잔이 하나 큰 소리를 내며 놓여졌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가죽 자켓을 입은 턱수염이 덥수룩한 배불뚝이 백인 남자 하나가 서있었다.
“이봐 동양인 친구, 한참 분위기 좋을때 방해해서 미안한데 내 맥주가 다 떨어져서 그런데 한 잔 사줄 수 있겠나?”
그 행동에 순간 눈살을 찌푸린 에밀리가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이만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맥주 한잔 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죠.”
아무렇지도 않게 바로 맞받아치자 다시 이빨을 보이며 히죽였다.
“보기보다 통이 큰 친구로군. 동양인이라 속 좁은 줄 알았는데.”
손을 들어 이만석의 어깨를 두 어번 두드려준 남자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그런데 나 혼자 마시면 미안해서 말이야.”
그 남자가 가리킨 뒤 쪽엔 비슷한 차림의 남자 네 명이 이쪽을 바라보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바이크 족인가.’
차림새를 보면 아마도 맞는 것 같았다.
“다 사주도록 하죠.”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난 이만석이 카운터로 가더니 흑맥주 다섯 잔을 달러로 계산했다.
“잘 마시도록하지.”
히죽 웃음을 지으며 말하고 자리로 뜨는 남자를 뒤로하고 이만석이 테이블로 돌아왔다.
“왜 밝히지 않은 거죠?”
“뭘 말입니까.”
“신분을 밝혔으면 조용히 물러났을 거예요.”
FBI라는 걸 알면 함부로 건드리지 못 할 것이라는 에밀리의 말이었다.
“술 한 잔 사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죠.”
“지금 저들은 당신에게 인종차별을 한 거예요.”
“그랬군요.”
평온해 보이는 이만석의 모습이 이해가 안 되는지 고개를 가로저은 에밀리가 다시 한 모금 마셨다.
허나 그것도 잠시, 다시 대화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다 보니 조금 전의 일은 금방 잊히고 없었다.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잔이 되었을 때 에밀리의 얼굴은 어느새 붉게 변해있었다.
그렇게 밤 11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에 계산을 끝내고 나선 에밀리가 이만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집에 가서 한 잔 더 해요.”
“에밀리의 집에서 말입니까?”
“네, 차는 내일 다시 이곳에 와서 타고가면 되니까 걸어서 가요.”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이만석의 팔에 팔짱을 꼈다.
“나 혼자 살아요.”
은근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하는 그녀의 음성에 이만석은 아랫부분이 뻣뻣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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