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5화 〉 315화 호감형
* * *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게 맞았다.
안면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상당했고 배가 걷어차이는 순간 창자가 뒤틀린 것만 같았다.
속이 상당히 타들어가는 듯 한 고통과 더불어 입에서 흘러나온 붉은 선혈과 토사물은 입으로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주, 죽는다...’
세 번이나 걷어차인 그는 다시금 이만석이 발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자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뭐라 말을 하고 싶은데 입이 열리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퍼억!
앞발에 강하게 배를 걷어차인 그의 몸이 다시금 바닥을 나뒹굴었다.
몸이 덜덜 떨리며 숨이 턱하니 막혀왔다.
코에선 쉴 틈 없이 피가 흘러나와 바닥을 흥건히 적셨고 고통 때문에 눈에서도 눈물이 맺혀있었다.
이만석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발을 들어 조지의 목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순간 숨통이 확 조여 온 그는 점점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잠시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꽈아악...!
구둣발로 점점 더 강하게 목을 짓누르자 목뼈가 부셔질 것 같은 고통이 엄습해 오며 볼록 하게 튀어나온 울대가 찢어질 것 같은 아픔이 찾아왔다.
‘안...돼.’
생각지도 못 한 죽음이다.
자신이 일을 하는 집무실에서 낯선 사내에게 죽임을 당하다니.
의식의 끈이 점점 흐려져 가는 가운데 그는 이렇게 자신의 인생은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천천히 시야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본부장실의 천장이 보이고 유리창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인해 눈이 부셨다.
그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헉!”
허나 그것도 잠시.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게 되었던 것인지 기억한 그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분명히 난 죽었는데...?”
그때 자신은 죽었다고 생각했다.
걷어 차이고 코가 뭉개지며 상당한 고통이 몰려왔고 이어서 발길질을 당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목을 짓눌러 숨통까지 막히며 이대로 죽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의식을 잃고 말았다.
헌데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꿈?’
문뜩 그 끔찍한 일들과 경험이 꿈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리저리 몸을 살펴보지만 옷엔 피가 묻어 있지 않았고 토사물도 없었다.
바닥에 흥건하던 피 역시 마찬가지였고 만저 보니 코 또한 반듯하게 서있었다.
“정신이 들었나.”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린 그의 얼굴이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낯선 사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너, 너는...?”
그를 보는 순간 조지의 얼굴에 공포가 드리워졌다.
“23초.”
이만석이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갑자기 초를 알려주는 그의 말에 조지는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정신을 잃었던 시간이다.”
그 말에 의아해 마지 않던 조지의 두 눈이 천천히 크게 떠지면서 떨렸다.
그럴 수 박에 없는게 지금 이만석이 한 말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23초밖에 되지 않았다고?’
꽤나 오랫동안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은데 그 시간이 채 30초도 되지 않았다는 말에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허나 그 보다 바닥에 흥건하던 피는 어디가고 몸에서 느껴지던 고통, 뭉개진 코는 어떻게 돌아왔단 말인가.
그게 정말로 꿈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얼떨떨한 심정으로 앉아 있는 그에게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꿇어.”
“뭐, 뭐요?”
이만석의 말에 조지는 자신도 모르게 반문을 했다.
그때 조지는 보았다.
바로 눈앞에 다시 날아오고 있는 하나의 발을 말이다.
퍼억!
그 순간 뇌가 진탕하는 고통과 함께 강한 통증이 안면에서 밀려왔다.
뒤로 나자빠진 그 순간 조금의 시간도 지나지 않아 바로 다시금 발길이 날아들어 옆구리를 후려 차버렸다.
뼈가 부셔질 것 같은 강한 통증이 옆구리를 통해서 전해져온다.
“아악!”
몸이 옆으로 돌아가 나뒹군 그의 입에서 고통스런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뭉개져버린 코에선 다시금 아까와 같이 피가 뭉텅이로 뿜어져 나왔고 꿈처럼 여겨지는 고통이 그를 엄습해왔다.
퍼억! 파악! 파아악!
바닥에 쓰러진 그를 이만석을 발로 까고, 짓누르고, 후려차기 시작했다.
피가 뿜어져 나오고 고통스러워하는 조지를 무심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쉬지 않고 사정없이 후려 패기 시작했다.
“으으...”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는 조지의 몸이 저절로 웅크려지기 시작했다.
너무 고통스러워 다른 생각은 하기 조차 힘들었다.
지금은 말도 할 수 있고 몸도 움직일 수 있었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찾아오는 고통에 그저 몸을 덜덜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만석은 양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무심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이만석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도대체 왜 자신에게 이런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암살을 하기 위해 왔다면 목적을 달성하고 떠날 것이지 왜 이런 고통을 안겨 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이렇게 죽도록 발에 걷어차이며 코가 뭉개지고 얻어 맞은 적은 처음이라 고통이 장난 아니었다.
고통 뿐만이 아니라 사실 충격이 너무 컸다.
이런 폭행을 자신이 당할 것이라 생각이나 했을까.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뭔가 따뜻한 열기 같은 것이 몸을 감싸는 듯 한 느낌을 받은 조지는 곧이어 자신의 몸에 있는 상처들이 아물어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뭉개졌던 코가 바로섰고 피가 멎으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옷도 깨끗하게 다시 변해갔고 바닥에 흥건하던 핏자국도 지워지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가...!’
그 모습에 조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이런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허나 눈 깜짝할 사이에 외상과 피는 처음부터 있지 않았다는 것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꿇어라.”
그때 닫혀 있던 이만석의 입에서 다시금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순간 조지가 상체를 일으키더니 망설이지 않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얼굴조차 들지 못하고 있는 그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마에선 식은땀이 배어져 나왔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듯 보였다.
‘사,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이만석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조금 전의 그 일을 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카일러의 사건을 무마시킨 것이 네놈인가.”
이만석의 입에서 의외의 이름이 나오자 그의 몸이 움찔했다.
“말해라.”
“그, 그렇습니다.”
“위에서 시켰더냐.”
“부각 되선 좋을 게 없기 때문에 조용히 처리했으면 좋겠다 하였습니다.”
음성이 떨렸고 말투가 상당히 조심스러워졌다.
방금 전의 일이 처음의 그 일이 꿈이 아님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눈앞에 있는 존재는 뼈가 주저앉고 터진 상처를 순식간에 아물고 사라지게 만드는 현대의학에서도 할 수 없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그건 인간의 능력이 절대 아니었다.
“고개를 들어라.”
이만석의 말에 조지 맥퍼쉬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었다.
“헉!”
그 순간 숨넘어가는 음성이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경악한 두 눈은 떨리고 있었고 얼굴엔 공포의 그림자가 더욱더 짙어져 있었다.
이만석의 몸에서 회색의 아지랑이들이 피어올라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모습에 뒷골이 서늘하게 소름이 돋고 솜털이 곤두서는 기분을 맛보았다.
그때 피어난 회색 아지랑이가 그대로 조지 맥퍼쉬의 몸으로 스멀스멀 뱀처럼 뻗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놀라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허나 아지랑이는 그대로 조지 맥퍼쉬의 몸을 순식간에 휘돌아 감싸더니 그의 코를 통해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아, 안돼!”
손으로 코를 틀어막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순식간에 회색의 아지랑이들은 그의 몸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당황하는 그때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어나라 하지 않았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얼굴을 바라보았다가 깜짝 놀라 다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허튼 생각을 하는 순간 넌 죽는다.”
“......”
“반항해도 죽는다.”
“......”
“너 하나 죽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맥퍼쉬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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