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4화 〉 314화 호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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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석은 5서클 이상의 마법은 그리 써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쓸 이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이만석이 주로 사용하는 메모리즈나 이런 보조마법들, 그리고 정신계 금제마법들은 3서클 이상만 되도 사용 할 수 있는 것들로, 다만 마법의 수준이 높을수록 그 깊이의 차이가 다를 뿐 상위 서클의 마법은 아니었다.
공격용 마법들도 대부분 3서클 마법들의 위주인 파이어 볼이나 2서클 마법인 파이어 에로우 등 이런 저 서클 마법들이 대부분이었다.
2서클 마법인 파이어 에로우만 되어도 일반 적인 화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한 힘을 발휘하고 그 자체가 화염이기 때문에 2차적인 화재를 야기해 피해를 더 크게 확산시킨다.
그 뿐만이 아이라 아이스 에로우는 시전자의 힘이 강하면 그 관통력이 몸을 뚫고 지나갈 정도의 위력을 낼 수도 있어 2서클 마법인 에로우가 상당히 강했다.
거기다 3서클 마법인 파이어 볼은 그 폭발력이 작은 시한폭탄에 맞먹는 위력이라 작은 집한 채 정도는 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이게 만들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 무더기의 사람은 한 순간에 태워버릴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게 파이어 볼이었으니 단 두 방이면 수 십명의 인명을 사살 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만석은 딱히 상위 서클의 마법을 쓸 이유가 없었다.
4서클 마법인 라이트닝 볼트나 5서클 마법인 체인 라이트닝 볼트가 고 서클 공격마법을 사용한 정도인데, 한 순간에 사람을 감전사 시키는 전격계 마법인지라 사람을 죽이는 데는 깔끔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허나 그 위력 면에서는 짧은 시간에 내부를 진탕 시켜 살이 까맣게 타버릴 정도로 전류가 강해서 일반적인 감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체인 라이트닝 볼트는 순식간에 전류가 사방으로 퍼지며 주변에 뭉쳐 있는 모든 인원을 감전사 시킬 수 있으니 무서운 마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이만석이 상위서클의 마법을 사용한 적이 한번 있는데 그게 바로 7서클 마법인 텔레포트였다.
짧은 거리를 단번에 이동할 수 있는 워프보다는 더 먼 거리를 이동 할 때 사용하는 마법인데 정신의 집중력과 마나의 사용량이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거기다 워프만 있으면 딱히 텔레포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던 이만석이었지만, 시리아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험을 해보니 비행기나 기차를 탈 필요도 없을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여 그 실용성에 대해 확실히 와닿게 되었던 것이다.
마법사라고 해도 과학이 발전한 문명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으니 그렇게 타고 다녔던 것이다.
허나 이젠 그런 틀에 대해서 완전히 깨버리게 되었다.
더 이상 오랫동안 비행기를 타고 밤을 새가며 이집트로 가는 등의 행동이 필요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허나 특별한 일이 아니고선 이만석은 비행기는 계속 타고 다닐 생각이었다.
밀입국 보다는 나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급한 일이거나 다른 일, 그리고 별 수 없는 상황에선 망설이지 않고 텔레포트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은 잡아두었다.
그렇게 이만석이 사용한 상위서클 마법은 7서클인 텔레포트 마법이 유일했다.
정신계 마법이나 보조마법들은 마법의 힘이 강해질수록 더 고차원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3서클 이상이면 익힐 수가 있는 마법이어서 상위서클 마법이라 불리기 힘들었다.
유일하게 사용하였던 7서클 마법인 텔레포트를 이만석은 한국에서 다시 사용하게 되었다.
이미 프리먼들을 상대하면서 그들의 머릿속의 기억들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었으니 좌표 계산하고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제 안방인 냥 훤히 눈앞에 그려질 정도였다.
그렇게 이만석은 사람들이 알면 거품을 물고 쓰러질 일을 실행하고야 말았다.
눈 깜짝할 순간에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국 본토에 가게 된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하루 종일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허무한 일이 아닐 수가 없는 순간이었다.
“상당히 편리해.”
마치 필름이 끊기듯 눈앞의 영상이 흐릿해지며 빛과 함께 사라졌다가 다시 눈을 뜬 이만석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대로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서양식 개인 주택들과 영어간판이 쓰여 있는 가게들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분명히 서울에 있었건만 눈 깜짝할 사이에 미국 버지니아주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걸음을 옮겨 길목으로 나온 이만석이 주변을 둘러보고 서 있을 때 지나가던 히스패닉계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만석을 힐끔 처다 보며 지나갔다.
주변을 신기하게 둘러보는 이만석의 행동이 의아해서일까, 아니면 보기 드문 훤칠한 키에 잘생긴 동양인이어서 그런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앞서 걸어가다 다시 뒤로 힐끔 고개를 돌려 이만석을 바라보곤 지나쳐갔다.
“그럼 움직여보도록 할까.”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오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옆으로 쓸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만석의 얼굴은 그대로 사라지고 거기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동양인의 얼굴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페이스오프 마법으로 얼굴을 바꾼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만석은 자신의 손에 있는 지문 또한 깔끔하게 지워버렸다.
별 어려운 일도 아니어서 기본적으로 이 정도만 해줘도 장갑이나 마스크 그런 걸 할 필요가 없었다.
그 후로 이만석이 향한 곳은 버지니아주를 맡고 있는 FBI 본부였다.
기본적으로 가져간 기억들이 랭리에 본국을 두고 있는 CIA의 요원들이었으니 일반사람들 보다 정부기관들이나 주변지형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따로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가져올 필요 없이 곧장 워프를 통하여 FBI본부 건물이 있는 근처로 이동해왔다.
여러 건물들을 들어서 있는 가운데 유독 5층 높이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 넓은 땅을 차지하며 자리하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경비가 삼엄했고 거기엔 대문의 옆 기둥엔 FBI를 상징하는 마크가 당당히 부착되어 위용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만석은 의아하게도 이곳에 올 때와 다른 당당하게 대문으로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모습 그대로 걸음을 옮겨 다가갔다.
허나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은 잠시 후에 벌어졌는데 들어가는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에게 다가간 이만석이 뭔가 대화를 나누는 듯하더니 품에서 지갑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것을 확인한 경비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닌가.
자연스럽게 안으로 걸음을 옮겨 들어간 이만석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지어졌다.
‘몰래 숨어들어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여유로운 모습으로 본사 입구로 향하는 이만석은 그렇게 마치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처럼 보였다.
더불어 그의 두 눈에선 사이한 기운이 일렁이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5층으로 올라선 이만석이 복도를 천천히 거닐었다.
또각 또각...!
그때 회색 정장차림에 서류파일을 들고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백인여성 한 명이 이만석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웠다.
‘누구지?’
동양인이어서 처음 보는 인물임에 금방 알아차려서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그녀의 앞으로 다가온 이만석이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
“본부장실이 어디입니까?”
듣기 좋은 음성으로 말하는 그의 외모는 평범한 동양인이었지만 목소리는 확실히 호감형이어서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본부장실이요? 그런데 누구시죠. 처음 보는 분인 것 같은데.”
“존이라고 합니다. 발령을 받고 오늘 첫 출근이죠. 본부장님이 절 찾는다기에 이렇게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잠시 동안 이만석의 눈을 맞추었던 그녀가 곧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셨군요. 이쪽으로 쭉 들어가셔서 오른편으로 꺾어 들어가면 거기에 본부장실이 있어요. 본부장님은 안에 계시니까 노크를 하고 들어가시면 되실 거예요.”
“고맙습니다. 그럼...”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 후 지나가는 이만석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괜찮네... 목소리도 좋고.’
훤칠한 키에 말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매력을 풍기는 사내였다.
“여자 친구는 있으려나?”
동양인에게 관심을 가진 건 처음이지만 첫 느낌이 나쁘지 않아 기분이 설레었다.
어느새 그녀의 머릿속엔 이만석에 대한 의심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와 알려준 대로 이만석은 복도를 걸어가 안으로 향했다.
방향을 틀어 옆으로 꺾으니 과연 본부장실이라는 팻말이 문 위에 달려있었다.
앞에 멈춰선 이만석은 가볍게 두어 번 노크를 하고 손잡이의 문을 잡고 돌려 열었다.
망설이지 않고 안으로 걸어 들어가니 20평도 훨씬 넘어 보이는 넓은 공간에 가지런히 놓여 진 소파와 가구들, 그리고 창가를 등지고 중간에 사무책상이 놓여 있었는데, 거기 의자에 기대고 앉아 있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까칠한 수염을 기른 남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넨 누군가? 찾아온다는 연락도 없었는데.”
본부장실로 오기 전에 인터폰을 통해 연락이 오게 되어 그렇게 말한 것이다.
허나 그 보다 이만석을 이 자리에서 처음 보았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상당히 무례하군. 상관의 집무실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처음 보는 인물이었지만 본부에 일하는 사람이 한 두 명도 아니었으니 그건 넘어간다고 치고 사전 연락도 없이 본부장실로 찾아오는 것은 상당히 잘 못 된 행동이었다.
“이름이 뭐지?”
중요한 일로 왔다고 해도 연락을 했어야 했다.
절차에 따라 하지 않았으니 충분히 징계감이라 할 수가 있는 일이다.
“내 이름을 알아서 뭐하려고.”
이만석의 거친 말에 순간 눈을 크게 떴던 본부장이 순식간에 책상 밑의 단추 버튼을 눌렀다.
아니, 누르려했다.
‘우, 움직일 수가 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한 순간에 몸이 경직되어 버렸다.
이만석의 입가에 지어진 웃음과 말에 이상함을 감지하고 비상버튼을 신속하게 누르려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누르기 직전 몸이 굳어버렸다.
놀란 표정으로 굳어 있는 그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겨 다가간 이만석이 앞에 멈추어 섰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이 믿을 수 없는 일에 눈만 깜빡이며 바라보는 그의 멱살을 손을 뻗어 잡았다.
“허억!”
그러더니 믿을 수 없게도 놀라운 괴력을 발휘하며 앉아 있는 그를 들어 올려 바로 옆의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렸다.
무게에 못 이겨 옷 면이 뜯기는 듯 한 소리가 났지만 다행이 정말로 뜯겨나가지는 않았다.
허나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조지 맥퍼쉬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순식간에 일어난 이 일에 대해서 그는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 어려웠다.
갑자기 나타난 이 사내는 누구이고 왜 자신의 몸은 움직이지 않는단 말인가.
그때 바닥에 엎어져 있는 그의 곁으로 다가간 이만석이 발을 치켜들었다.
퍼억!
그러더니 망설임 없이 그의 얼굴을 그대로 발로 까버렸다.
강한 고통이 안면에 몰려오며 높았던 그의 코뼈가 그대로 아작 나면서 바닥에 피를 뿌렸다.
상당한 고통에 머리가 어찔했지만 이상하게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던 이만석이 다시 발을 강하게 차버렸다.
팍!
아랫배가 강하게 걷어차인 그의 몸이 바닥을 뒹굴며 몸이 퍼져버린다.
어느새 입에서 토사물과 뒤섞인 피가 바닥을 다시 더럽혔다.
‘뭐...뭐야......’
생각 할 틈도 주지 않고 두 번이나 안면과 배를 걷어차인 그는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다만 기침이 나오면서 코가 뭉개진 상황이라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그때 다시금 이만석의 발이 그의 아랫배를 걷어 차버린다.
뻐억!
“우웨액!”
그 순간 그의 입에서 아침에 먹었던 분해되다 만 음식들이 다시금 바닥에 붉은 선혈과 뒤섞여 뿜어져 나왔다.
본능적으로 구토를 하며 괴로워하던 그의 두 눈에 이만석이 다시 발을 올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그의 얼굴에 공포심이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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