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1화 〉 311화 솔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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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도 될까.”
회사를 마치고 돌아와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씻은 후에 잘 준비를 하고 있는 지나의 방문을 노크하며 말했다.
그러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말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손으로 밀어 닫아버린 민우가 거울 앞에서 스킨, 로션, 수분크림 등 기초화장을 하고 있는 지나의 곁으로 다가갔다.
“데이트는 어땠어?”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민우는 지나에게 데이트에 대해서 물었다.
“말 안 해줘도 잘 알잖아.”
“좋았다는 말이구나?”
“응.”
고개를 끄덕이며 로션을 바르는 지나를 뒤로하고 침대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았다.
“만나서 뭐했는데.”
이어서 둘이 만나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냥 영화보구, 쇼핑도하고 하면서 놀았지 뭐.”
“그게 다야?”
“민준씨의 집에도 다녀왔어. 우리 집 못지않게 넓고 좋더라. 제대로 성공했나봐.”
일성회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는 민우로써는 당연한 말이었으니 별말하지 않았다.
“오빠.”
거울을 통해 민우를 바라보며 지나가 작게 말했다.
“응?”
“민준씨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어?”
“네가 알고 있는건 다 알고 있을 거다.”
“조사했나봐?”
“당연하지.”
역시나 예상하고 있던 대답이어서인지 지나는 별로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민준씨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겠네.”
“물론.”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차이링이라는 여자도 알아?”
“차이링?”
차이링이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세히는 몰라. 다만 그 녀석에 대해서 알아보던 중에 뭐했던 여자인지는 알고 있지.”
“뭐하던 여잔데?”
“삼합회의 지부장이었던 여자야. 지금은 일성회에 있다고 보았던 것 같은데.”
“삼합회?”
“중국을 잡고 있는 국제조직이지. 모르긴 해도 지금 일성회가 가지는 한국 내에서의 파워보다 삼합회가 가지는 중국내서의 힘이 더 클걸.”
일성회는 이제 막 전국을 장악한 조직이라면 삼합회는 그렇지가 않았으니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민우의 말에 지나는 차이링의 모습을 떠올렸다.
수려한 외모와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전혀 그런 쪽의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하고 있었다.
여자를 비유할 때 흔히 말하는 꽃이라는 표현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여자가 있을까 싶은 그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여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나는 차이링이라는 그 여자를 보면서 경계심을 느꼈다.
‘확실히 보통 여자는 아니네.’
바라보는 시선이나 행동이 묘한 여인이었는데 그런 대로 맞았던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일성회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보통 여자가 아니기는 했다.
허나 그 전에도 그런 곳에서 일했다고 하니 원래부터 그런 곳에 몸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
갑자기 지나가 차이링에 대해서 물어보자 민우가 궁금함을 드러내며 물음을 던졌다.
“그 여자 봤어.”
“보다니?”
“민준씨의 저택에서.”
“거기에 그 여자도 있었다, 뭐 그런 말이야?”
“응.”
지나가 수분크림의 뚜껑을 열면서 대답했다.
“보통사이 아닌 거 같던데?”
“그래...? 대단한 놈이네.”
여자 친구를 두고 지나 말고 또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그렇게 되니 하나의 의문이 풀리기는 했다.
“삼합회 지부장이라면서 왜 일성회에 갔나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던거군..... 가만, 그 얘기 듣고 넌 아무렇지도 않아?”
지나가 그 녀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면 충분히 질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아무렇지도 않을 리가 없잖아.”
순간 민우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럼 헤어지려거나 그러한 마음도 가지고 있어...?”
“오빠.”
손에 적당량을 덜어 바르던 지나의 손이 멈추었다.
“왜?”
“오빠가 보기엔 내가 민준씨와 헤어질 것 같아 보여?”
“아니.”
지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우가 바로 부정의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해. 오빠는 내가 민우씨와 헤어지기 바라나 봐?”
“나야 뭐... 껄끄러운 놈이긴 하지. 그냥 해본 말이니까 그쪽으로 생각하지마라.”
“오빠도 민준씨 만났다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에게 말 해줬어.”
“그 녀석이?”
“응.”
입맛을 다시는 민우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확인한 지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빠보고 전 좀 그만 붙였으면 좋겠다던데. 오빠 술 많이 약한가 보다?”
“야, 이 자리에서 말하는 거지만 그 녀석 완전 술고래야. 내가 약한게 아니라 오빠가 말이야. 지금까지 거래처 사장들과도 술을 마시면서 제대로 취해 본적이 없는 몸이에요. 오죽하면 동창들 사이에서 나하고 술내기를 하지 않으려는 놈들이 태반이겠냐. 내가 약한 게 아니라니까. 내가 술내기를 해서 지금까지 저본 적이 없어.”
자존심을 건드린 것일까.
갑자기 말이 많아지는 민우의 황설수설에 지나가 웃음을 지었다.
“오빠.”
“그러니까 그놈이... 왜?”
“술 잘 마시는 거 자랑 아니야.”
“자랑이라니! 내 말이 그렇게 들었다면 오해하지마라. 내 자랑이 아니라 그 놈이 술고래라고...”
“그리고 내 앞에서 민준씨 흉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순간 민우는 가슴에서 뭔가 욱하고 올라왔지만 애써 눌러 참으며 속으로 집어 삼키었다.
“내 말에 기분 상한 거 아니지?”
“상했으면 왜, 미안하다고 하려고?”
“그럴 리가.”
애써 눌러 참았던 것이 다시금 욱하고 올라온 민우가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천천히 호흡을 고르 듯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영 기분이 좋지 않아 계속해서 대화 할 맛이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간다.”
걸음을 옮겨 문 쪽으로 다가간 민우가 손잡이를 잡아 돌리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오빠도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
“내가 민준씨 사랑하는 거 질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 말 하지 않고 밖으로 나온 민우의 얼굴이 살며시 찡그려졌다.
‘저게 나를 가지고 놀리나... 내가 시스터 콤플렉스도 아니고 말이야......’
속으로 그렇게 말한 민우가 잠시 고개를 돌려 방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천천히 입맛을 다시며 발걸음을 옮겼다.
병 주었다가 다시 약을 주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지나에게 말려든 느낌이 드는 민우였다.
메케인 국장에게 카일러 부국장의 죽음 소식은 확실히 의외였다.
그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CIA를 나간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이유를 알고 있어 더 그러한지도 모른다.
그래도 같은 CIA의 부국장이었으니 가보지는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 검은색 정장을 갖추어 입고 장례식장으로 조문을 다녀왔다.
아버지의 죽음이 믿기지 않은 지 친척들의 위로를 받고 있는 줄리아의 멍한 얼굴을 보자 찹찹한 마음도 들었었다.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안 습니다.”
직접 운전을 하여 같이 조문을 갔던 조세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적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씁쓸한 최후를 맞은 모습을 보니 별로 좋지는 않아.”
“그게 그들의 실체이지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기르는 개라도 버릴 수가 있는 자들입니다.”
“그렇군...”
“국장님은 그저 CIA를 장악하는 대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허나 그자들이 그렇게 내버려 둘지 모르겠네.”
부국장을 선임하는데 있어 국장 라인을 따르는 이를 앉힐 이들이 아니었다.
국가안보국에 이어 FBI까지 손을 쓴 이들이 정보국인 CIA를 이대로 포기 할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 예로 CIA와 다른 기관들의 위상을 제고하고 따져서 국장뿐만이 아니라 부국장 또한 청문회까지 바로세우고 임명을 하는 절차 동의안 까지 법안을 마련하여 하원과 상원을 통과 시켰기 때문이었다.
이미 카일러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부터 벌써부터 공화당내에서 청문회에 대한 그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쉽게 행동하지는 못 할 겁니다. 카일러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이유가 그들이 부추겨서 였으니 그만큼 그들에게도 껄끄러운 상황일 테니 말이죠.”
메케인 국장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찝찝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때 메케인 국장의 호주머니에 있는 폰이 진동을 했다.
꺼내서 확인을 해본 그는 발신자표시 제한으로 떠서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자신에게 걸려온 만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만약 이상한 전화라면 위치추적을 하여 찾아내면 되었다.
CIA국장인 그에겐 그만한 능력이 충분히 되었기 때문이었다.
“메케인이요.”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점잖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목청이 좋군요.]
“누군데 나에게 전화를 한 겁니까.”
처음 듣는 음성에 메케인이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토니오를 빼돌린 자라고 하면 아시겠습니까.]
순간 메케인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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