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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10화 (310/812)

〈 310화 〉 310화 솔직함

* * *

여전히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차이링이 걸음을 옮겨 소파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그러더니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지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저에 대해서 아세요?”

“물론이죠. 세진그룹의 정석환 회장님의 딸인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요.”

똑바로 바라보는 그녀를 보면서 지나는 이만석이 알려 주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여자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이미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어느 순간부터 만나고 왔는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성회 소속이라고 했지?’

일성회가 어디 평범한 회사도 아니고 그런 곳에서 일하고 있다면 일반적인 여자는 아닌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름을 보면 외국인 같은데 발음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상당히 좋았다.

이름만 몰랐다면 외국인이라 생각지도 못 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경계할 것 없답니다~ 그래도 집에 찾아온 손님인데 그렇게 경계를 하면 제가 다 미안하지 않겠어요?”

“언니 말이 맞아요. 이렇게 함께 찾아온 것은 놀랍지만 오늘 오빠가 지나씨 만나러 가는 거 알고 있었으니 충격을 받거나 하진 않았어요.”

방금 전 까지는 다투는 것 같더니 금세 다시 저렇게 말하니 알 수 없는 기분을 맞보았다.

“민준씨가 나를 만나러 간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게 무슨 뜻이죠?”

허나 그 보다는 방금 전의 하란이의 말이 지나의 마음에 걸리게 했다.

“말 그대로에요. 오빠가 지나씨를 만나러 가는 것을 배웅까지 해주었는걸요?”

“......”

하란이의 말에 지나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는 게 맞았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간다는데 배웅을 해줬다는 것이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돌려 이만석을 바라보니 이어서 하란이 건네주는 차를 받아들 더니 천천히 코로 향을 느끼며 한 모금 마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한 모금 차 맛을 음미한 이만석이 지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란이 말은 다 사실입니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확신을 주었다.

다시 고개를 돌린 지나가 하란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죠?”

“뭐가 말이에요?”

“내가 이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 내가 하란씨 였다면 가지 못 하게 막았을 거예요. 여자 친구라면 당연히 못 가게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맞아요.”

지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씨 말대로 오빠가 나가지 않게 막는 것이 일반적인 연인들의 행동일거라고 봐요.”

“그쪽은 아니라는 소린가요?”

“나도 다르지 않아요.”

고개를 가로저은 하란이 다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오빠가 지나씨를 만나는 거나, 여기 있는 이 언니를 만나는 것도 나한테는 좋은 일이 아니에요. 오빠가 나만 바라봐주고 사랑해 주었으면 하는 게 내 마음이니까.”

“솔직해서 좋은걸~?”

하란이의 말에 차이링이 밝은 음성으로 추임새를 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빠를 구속하고 싶진 않아요. 무엇보다 오빠의 몸보다 저에겐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요.”

“마음...이라고요?”

“그래요. 이렇게 오빠가 지나씨하고, 그리고 이 언니를 마나고 있지만... 결국엔 내가 여자 친구라는 소리에요. 물론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나요?”

“흐응~ 마지막 말은 좀 거슬리네? 아까도 말 했지만 그런 생각은 상당히 위험 한 거라는 거 아니?”

“언니야 말로 망상에 빠지지 말아요. 결국엔 이게 현실이니까.”

순간 다시금 하란이와 치이링이 기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고 지나는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빠가 앞에 있어서 말하는 건데 언니가 바라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이미 우리 두 사람은 사랑의 맹세를 하고 이렇게 증표까지 끼고 있으니까.”

“마음이란 건 언제든지 변할 수가 있는 거란다.”

“언니의 바람일 뿐이지.”

“차이링이라고 했나요?”

그때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지나가 끼어들었다.

“제 이름은 차이링이 맞답니다~”

요염한 웃음을 짓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지나가 하란이를 바라보았다.

“차이링이라는 이분이 말한 것 같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음이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 말이죠.”

“우후훗... 뭔가 통하는 구석이 있네?”

지나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차이링이 작게 웃음소리를 내었다.

“아직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조금 전의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느낀 게 있긴 하군요.”

“느낀 거요?”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낀 하란이 바로 물음을 던졌다.

“민준씨가 나를 받아 줬다고 해서 그저 행복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는 걸 말이죠.”

“그게 무슨 뜻이에요?”

“아까 하란씨가 말했잖아요. 결국엔 여자 친구는 하란씨라고,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죠. 드레스를 입고 민준씨의 옆에 설 수 있는 사람도 한 여자라는 생각이 말이에요.”

“여자 친구인 나를 두고 너무 앞서나가시는 거 아니에요?”

“거기엔 미안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에 대해선 나도 욕심을 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민준씨가 날 책임진다고 했으니까.”

“......”

하란이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지나를 바라보았다.

“흐응~ 정석환 회장님의 딸이어서 그런가? 선전포고를 아주 시원하게 하신다~”

세 사람의 묘한 분위기가 응접실을 잠식해갔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만석은 고개를 천천히 돌려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지나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당황스럽다고 하더니 이젠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군.’

아까 전에 당황스럽다, 혼란스럽다고 그렇게 난감한 모습을 보이더니 지금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찾아 볼 수도 없었다.

묘한 분위기가 연출 되는 가운데 소파에 앉아 처음으로 세 사람이 마주한 상황에서 벌어진 모습들은 역시나 기 싸움이었다.

하란이와 치이링의 모습을 보아서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던 이만석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습들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고 하는 게 옳은 말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살가워졌지만 보여 지는 모습만이 전부가 아닌 상황이었으니 속마음은 또 어떠할지 모를 일이었다.

저녁 6시쯤 넘어서 식탁에 앉은 지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상 가득 차려져 있는 음식들이 보기에도 푸짐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놀랄 것 없답니다. 늘 상 차리던 식탁이니까요.”

“그럼 이걸 전부 차이링이 만들었다는 말인가요?”

놀란 얼굴로 물어오는 지나의 말에 하란이 입을 열었다.

“언니혼자 이걸 만들려면 상당히 피곤할거에요.”

“하란씨도 같이 만들었다는 소린가요?”

“네, 그래요.”

“맛은 보장하지 않는답니다.”

“뭐라구요?”

“후후훗...”

이만석이 수저를 들어 식사에 들어갔을 때 지나가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들어 순두부찌개를 떠먹어보았다.

푸딩처럼 흔들리는 순두부가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사르륵 녹으며 짭짤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맛있어.’

떠먹자마자 드는 생각이 맛있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손맛이 들어갔을 법한 콩나물무침을 집어 먹어보았는데 매콤하면서도 콩나물의 아삭한 맛이 작게 느껴졌다.

‘이것도 나쁘지 않네.’

그렇게 맛을 본 지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둘 다 맛있네요?”

“누가 끓였는데 맛 이 없을 리가 있나요~ 그런데 두 번째로 먹어본 콩나물무침은 별로 였을 텐데...”

“언니한테만 그렇겠죠.”

두 사람이 말하는 걸로 보아 찌개는 차이링이 끓인 것이 분명하고 콩나물무침은 하란이가 만든 것 같았다.

확실히 맛은 있었지만 지나는 이만석이 처음 맛보고 웃었던 것처럼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이걸 보면 두 사람이 민준씨의 밥상을 책임진다는 거 아니야.’

이정도의 저택이면 따로 아주머니들을 부를 텐데 지금까지 보지 못 한 걸 보면 머물면서 생활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요리 또한 두 사람이 만드는 게 확실해 보였다.

‘나 요리 못 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요리를 해본 적이 없는 지나여서 상당히 위기감이 느껴졌다.

집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어머니를 도와 차려주고 밖에서는 음식점에서 사먹었으니 요리를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딱히 그쪽으로 취미도 있지 않았으니 손도 대지 않았었다.

‘위험해.’

이제 보니 자신의 남자를 위해 요리하나 해주지 못 하는 것은 상당히 불합격점인 것 같이 느껴졌다.

고개를 슬쩍 돌려 바라보니 수저로 국을 떠먹고 있는 이만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맛있게 잘 먹네...’

매일 같이 저렇게 먹어왔다고 생각하니 묘한 질투심이 일어났다.

입맛이 싹 달아나는 순간이다.

“고민 있습니까?”

아무 말 않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지나를 향해 말을 걸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시간을 보내다 지나를 데려다 주기 위해 차를 끌고 나선 것이다.

차에 오른 후부터 한 마디도 없는 지나가 이만석의 물음에서야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나를 데려 간 것이 그 두 사람에게 소개 시켜주기 위함도 포함 된 거겠죠?”

“그 생각하고 있었나 보군요.”

“그동안 나를 왜 집으로 데려가지 않았었나 궁금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네요.”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나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왜 이만석이 집으로 데려가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전까진 엔조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 사이었던 것이 분명했다.

허나 오늘로써 자신을 집으로 들임으로써 당당히 의사를 전달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 손님이라고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손님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기 분명했다.

하지만 지나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민준씨, 만약 나도 거기서 같이 살면 어떨 거 같아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란이도 그렇고, 차이링도 있는 마당에 지나씨가 오지 못 할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죠.”

이만석의 말에 지나가 고개를 돌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물론입니다.”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는 이만석의 운전하는 옆모습을 지나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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