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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04화 (304/812)

〈 304화 〉 304화 희생양

* * *

데이트라고 해서 특별히 의미 있는 걸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여느 일상에서나 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함께 공유하며 하는 것.

그것이 대부분이었고 전부인 것이다.

하지만 지나는 그런 것과 시간들이 참으로 좋았고 행복했다.

함께 영화를 보는 행위나 거리를 걷는 다는 것, 그리고 중간에 쇼핑을 하면서 웃고 떠드는 것들이 즐거운 것이다.

누가 봐도 부러워 할 만큼 다정한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같이 선남선녀 커플이었다.

이만석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나 또한 누가 봐도 예쁘다고 할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힐끔거리는 것도 적지가 않았다.

“방금 지나친 사람들 우리 얘기를 하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런 것 같습니다.”

이미 이만석은 두 사람이 하는 얘기도 들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가 그렇게 잘 어울리나?”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린 지나가 이만석의 팔을 끌어안으며 작게 웃음소리를 내었다.

“민준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은근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나의 눈빛은 어떤 대답을 하길 바라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글쎄요... 제가 저들의 입장이 아니어서.”

“그런 말이 어딨어요~”

이만석에게서 기대했던 말이 나오지 않자 지나는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어봐서 생각대로 말해준 겁니다.”

“난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내가 봐도 민준씨하고 나하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 같이 보일 거 같은데.”

“마치 정말로 본 것처럼 확신을 하는군요.”

“확신 정도가 아니에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요.”

그렇게 말한 지나가 밝게 웃음을 지었다.

“우린 천생연분이라 믿으니까.”

“으음...”

“뭐에요 그 목소리는?”

이만석에게 흘러나오는 작은 숨소리에 지나가 새침하게 바라보았다.

“바람이 좀 쌀쌀하네요.”

“바람 하나도 안 부는데?”

“조금 전에 불었잖습니까.”

“조금 전이라니 난 하나도 못 느꼈어요.”

“그걸 못 느끼다니 둔한 편이군요.”

“뭐라구요?”

“농담입니다.”

지나가 실눈을 뜨며 이만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 농담 하지 말아요.”

“재미 없었나보군요.”

“재밌을 리가 없잖아요.”

쓴웃음을 짓는 이만석의 귀에 다시금 지나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민준씨 뭐 하나 물어봐도 되요?”

“말해보세요.”

“말 돌린 거 아니죠?”

“그럴 리가요.”

“의심스러운데?”

“저기 카페가 보이는 군요. 저기 가서 몸 좀 녹이도록 하죠.”

그러면서 카페로 이끄는데 여전히 지나는 이만석에게서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았다.

“저 민준씨에게 줄 거 있어요.”

“줄거요?”

고개를 끄덕인 지나가 조심스럽게 매고 있던 백을 열더니 안에서 작은 함을 꺼내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이만석의 앞으로 밀어서 앞에 놔주었다.

“열어봐요.”

아무 말 없이 이만석은 함을 집어 들어 닫혀 있는 뚜껑을 열어보았다.

거기엔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팔찌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이만석도 잘 알고 있는 팔찌였다.

“지나씨에게 돌려주었던 팔찌로군요.”

“이건 내께 아니에요. 민준씨 꺼지.”

가만히 팔찌를 바라보고 있는 이만석의 머릿속엔 지나가 이것만 남겨두고 다른 액세서리를 다 빼버렸던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가지런히 놔두고 앞에선 지나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엔 깊은 상처와 슬픔이 자리했었고, 실제로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걸 이미지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다 느껴질 정도였다.

이만석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보고만 있짜 지나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물어봐도 되나요?”

“이걸 지나씨가 어떤 마음으로 가지고 있었을까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게 전부였어요.”

“전부?”

“민준씨를 추억하고 품고 있을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말한 지나는 조금은 쑥스러운 것인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절 이상하게 보지 말아요. 그저 민준씨와 함께 하고픈 마음에서 그런 것이었으니까.”

이만석은 지나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상하게 보지 않습니다.”

“그때는 정말로 두려웠어요. 다시는 보지 못 할 거라 생각하니까.”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그에 대해선 이만석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지나가 자신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차안에서 말했지만 전 지금도 이렇게 데이트를 하고 대화하며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로 꿈만 같아요.”

함에 들어 있는 팔찌를 안에서 꺼내들었다.

“지나씨가 채워 줬으면 좋겠는데...”

“제가... 말인가요?”

물음을 던졌던 지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모습에 가슴이 다시금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처음 이것을 선물해 주었던 그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던 그 순간처럼 지나의 가슴은 세차게 뛰고 있었다.

“왜 그래요 언니?”

영화관을 나서 주변을 둘러보는 차이링의 행동에 하란이가 의아한 듯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배고프지 않니?”

“아침도 적게 먹어서 그런지 좀 고프긴 하네요.”

“근처에 파스타 잘하는 집 아는데 거기 가볼래?”

“파스타집이요?”

“응... 거기 해물크림파스타를 그렇게 잘한다고 소문이 다 났더라니까? 보니까 인기도 많은 것 같더라.”

“정말이에요?”

“그럼~! 내가 다 알아봤잖니.”

“그럼 거기에 가봐요.”

활짝 미소를 짓는 하란이의 모습에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파스타 좋아하나봐?”

“네~! 자주 먹으면 좀 느끼하긴 한데 그래도 즐기는 편이에요.”

“좋아. 그러면 점심은 거기서 해결하는 걸로 하자.”

“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하란이 궁금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거예요?”

“바람이라니?”

“언니가 나보고 같이 외출하자고도 다하고 솔직히 놀랬어요.”

“그이도 재밌게 놀고 있을 텐데 질 수 없잖아.”

한 쪽 눈을 찡긋하며 말하는 차이링의 말에 하란이가 검지 손가락으로 살며시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음... 지금쯤 오빠는 뭐하고 있을까요?”

“점심때이니까 식사라든지 그런 거 하겠지. 뭐... 어떤 걸 먹어도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것이니 그 상황에선 뭘 먹어도 맛있을 거야.”

그 말에 하란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 상황을 다른 사람이 보면 참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러 간 것을 알고 있고 그걸 또 허락해주었지 않은가.

거기다 또 다른 정적이라 할 수 있는 여자와 같이 사이좋게 외출을 하다니 참으로 웃기는 상황이었다.

“가만... 혹시 언니 오빠 찾는 거 아니에요?”

“어머? 내가? 설마... 그럴 리가.”

“수상한데?”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 게 뭐가 재밌다고 찾아보려고 하겠니? 우리 꼬마아가씨가 재밌는 말도 다 하는구나. 후후훗...!”

“오히려 그런 말을 하니 더 수상한데요? 그리고 꼬마아가씨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요!”

“알았어, 알았어... 애가 참 과민반응이라니까.”

“과민반응이라니... 말해도 돌아서면 결국엔 또 그렇게 부르잖아요!”

“알았어. 이젠 그렇게 부르지 않으면 되지? 애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

알겠다고 말하며 앞서 걸어 나가던 차이링이 뒷말은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저 다 들었어요!”

허나 그 얘기도 하란이는 놓치지 않은 듯 보였다.

“뭘 말이니?”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한 차이링을 게슴츠레 바라보다 따라붙어 따지듯 말했다.

두 사람이 영화관을 나서 걸음을 옮기며 티격태격 하는 사이 지나가던 사람들 중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두 사람을 지켜보는 남자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둘 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예쁘고 귀엽게 생겼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쏴아아­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웨이브진 갈색 머릿결을 뒤로 쓸어 넘긴 지나가 천천히 눈을 떴다.

한 겨울이라 차가운 물이 아닌 따뜻한 물이 샤워기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어 금세 샤워실은 수증기로 차올랐고 거울도 뿌옇게 변해있었다.

“와버렸네...”

아직 대낮이었지만 지나는 결국 이만석과 카페 근처 모텔에 오고야 말았다.

데이트를 하러 올 때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래로 쏟아져 내린 물길을 맞으며 지나가 손으로 자신의 가슴부분을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큰일을 겪은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라 그녀의 몸은 조금 마른 체격이었다.

전엔 적당히 살이 오른 늘씬한 체형이라 보았다면 지금은 모델처럼 가는 체형은 아니지만 누가봐도 상당히 날씬하다고 할 정도로 체중이 빠졌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아.”

손으로 천천히 거울을 닦아서 드러난 지나의 몸매는 S라인을 그리며 봉긋하게 젖가슴이 물이 올라 있어 확실히 매력이 없지는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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