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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300화 (300/812)

〈 300화 〉 300화 희생양

* * *

“이제 대통령이라고 해도 별 수 없겠습니다.”

“그렇겠지. 시간을 끓어보았자 불리한건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고개를 끄덕인 카일러 부국장의 말에 순간 앉아 있던 다른 이들이 작게 웃음소리들을 터트렸다.

한국에 CIA지부가 사라진 것은 큰일이라고 할 수가 있지만 어떻게 보면 좋게 생각 할 수도 있었다.

안토니오를 잡지 못 한 것도 실수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 일로 인해 그를 내몰려던 것이 확신으로 바뀌지 않았던가.

“그쪽에서 날뛰어준 덕분에 메케인과 대통령을 수세에 몰아넣을 수 있게 되었어.”

“역시 부국장님이십니다. 어떻게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러 갈 생각을 하셨는지...”

“그게 뭐 대수라고. 나라를 위하는 일인데 내가 그 정도도 못 할까.”

“애국자를 논할 때 부국장님을 빼놓으면 이거 안 되겠습니다?”

“그런가?”

순간 다시금 박장대소의 웃음이 크게 터져나왔다.

카일러 부국장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같이 웃음을 짓고 있는 그때 폰에서 울려오는 벨소리에 확인을 했다.

“다들 조용히 해봐.”

번호를 확인한 그가 조용히 시키자 웃음소리를 터트렸던 이들이 한 순간에 입을 다물었다.

“카일러입니다.”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터치한 그가 점잖은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아.. 예, 벌써 들으셨습니까? 그게 큰일은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하였을 뿐이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던 카일러 부국장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갑자기 그의 얼굴이 굳어지는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이 얘기는 듣지 않을 걸로 하겠습니다. 지금은 회의 중이라서 나중에 연락드리지요.”

그리곤 통화를 끝내버린 카일러 부국장을 향해 루카스가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졌다.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자리를 내려놓으라는군.”

“예?”

“자리를 내려놓으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교도소에서 썩고 싶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했단 말이야.”

“그게 무슨...”

순간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카일러 부국장의 말은 상당히 충격적인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왜 그런 말을 부국장님에게 하는 겁니까?”

“분명히 착오가 있을 겁니다!”

“부국장님이 얼마나 열심히 일해 왔는데 그렇게 말을 했을리가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성토에도 어느새 양손에 깍지를 낀 상태에서 턱을 받치고 있는 카일러 부국장의 굳어진 인상은 펴질 줄 몰랐다.

그 후에도 한 동안 성토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주로 위에 사람들을 까는 말이나 카일러 부국장이 이룬 업적들에 대한 얘기들이었다.

“회의는 이걸로 끝내는 걸로 하지.”

지금 상황에선 더 회의를 가질 수 있는 기분이 아니어서 카일러 부국장이 모두에게 퇴실명령을 내렸다.

잠시간의 대화가 오고가고 눈치를 보며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하나 둘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물러나 혼자 남게 되었을 때, 깍지를 끼고 턱을 받치며 앉아 있던 카일러 부국장이 손을 풀더니 그대로 강하게 책상을 내려쳤다.

쾅­!

“이럴 수는 없다.”

굳어 있던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눈 고리가 위로 치켜 올라갔다.

책상을 내려친 주먹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고 이마에 폐인 주름은 상당히 짙어져 깊이 파여졌다.

“내가 당신들을 위해 어떻게 일을 했는데 나보고 이 자리를 내려놓으라니...!”

전화를 확인하고 받았을 때는 대통령을 수세에 몰아넣은 소식을 듣고 치하하려고 그런 줄 알았다.

역시나 전화를 받자마자 나온 얘기는 그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확신을 하여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며 내심 기대를 했건만 나왔던 대답은 예상 밖에도 훈계와 이 자리를 물러나라는 말이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부하직원들 앞에서 안 좋은 꼴을 보일 것 같아 전화를 빨리 끊어버렸는데 지금도 상당히 곤혹스럽고 화가 끌어 올랐다.

‘나를 따르는 요원들을 이용해서 지금까지 껄끄러운 일들을 도맡아서 처리해준 사람이 누구인데 나에게 이럴 수는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가 않는 처사였다.

그때 다시금 벨소리가 울려와 확인을 한 카일러가 눈살을 찌푸렸다.

“나중에 내가 전화를 준다고 했는데 또 전화를 걸어?”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지만 받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고 어차피 지금은 혼자 남게 되었으니 상관도 없었다.

“카일러입니다.”

[내가 끊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무례하게 전화를 끊는군.]

“회의중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희의중이라...]

“아무리 나라고해도 중간에 회의를 끊고 통화를 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보다 나보고 사직서를 제출하고 CIA를 나가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립니까.”

끌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카일러가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졌다.

[아까 말한 그대로네. 교도소에 들어가고 싶지 않으면 물러나야지 별 수 있겠나.]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함부로 행동 할 수 없을 진데...”

[안보국에 하나의 영상이 입수되었네.]

“영상이요?”

의아한 목소리로 물음을 던지는 카일러 부국장의 귀에 다시 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렇다네. 안보국장인 에이든에게 넘어온 영상이지.]

“그게 대체 뭐기에 그러십니까?”

[프리먼이 한국내에서 CIA요원들을 무장시켜서 산속과 별장 근처에서 총질을 하며 헤집고 다니는 영상이지.]

“예?”

[그 뿐만이 아니야. 드론으로 이용해 한국인들을 도촬하는 모습까지 그대로 찍혀있었어.]

“......”

생각지 못한 말에 카일러 부국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넌지시 말을 돌려서 전해왔다고 하더군. 자네가 물러나지 않으면 정식으로 이 일에 대해서 공론화 시키겠다고.]

어떤 영상인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음으로 만약 이게 공론화가 되어 국민들에게 알려진다면 상당히 큰일이 벌어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영상을 어디서 얻었다는 줄 아는가.]

“어디...입니까.”

[한국정부라고 하면 믿겠나.]

“......”

[이게 공론화가 되어 세상에 알려지면 사직서를 내는 것만으로 끝나질 않아. 상당히 파장이 크게 일어날 것이야.]

순간 카일러가 살며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들이라면... 막아낼 수 있지 않소.”

[무리한 말을 하는군.]

“무리한 부탁이 아니지. 내가 당신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모른단 말이요?”

[그래서 사직서를 내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게 손을 쓴 것이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요?!”

순간 카일러의 음성이 상당히 격하게 터져 나왔다.

“내가 CIA에서 청춘을 받치고 노력한 게 어느 정도인데 그런 말이 나온단 말이요?! 나에겐 CIA가 전부라는 것을 당신들도 알잖아!”

[더 이상 무례한 발언은 용서하지 않겠네.]

“무례한 발언? 지금 무례한 발언이라고 했소?! 진짜 무례한 발언이 어떤 건지 내 직접 말해줄까?! 아니지 원한다면 행동으로 보여 줄 수도 있어!”

[카일러 자넨 지금 너무 흥분했어.]

“이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은 없으니까 알아서들 하시오!”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듯 씩씩대며 카일러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보고 물러나라고? 어림없는 소리......!”

충성을 했으면 그만큼 성의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헌데 사직서를 내고 물러나라니 이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처사였고 자신을 버리려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당신들 중에 한 명이 이런 일이 생겼다면 이렇게 넘어갔을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분하고 원통했다.

누구 때문에 자신이 이런 꼴이 되었는데 감히 평생을 받쳐온 CIA에서 나가라는 소리를 한단 말인가.

따지고 보면 이만석의 목을 원 한 것도 그들이지 않은가 말이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늦은 시간까지 부국장실에서 나서지 않은 카일러가 양주 한잔을 걸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한국정부에 영상이 입수되었으며 또 그들이 존 마이클 대통령에게 그런 영상을 넘겨준단 말인가.

“정말로 개입을 하였단 말인가?”

존 마이클 대통령 앞에서는 압박을 하기위해서 한 말이었지만, 이젠 그걸 믿을 수밖에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마피아와 깊이 내통하고 있을 정도로 썩었단 말인가.”

그가 알고 있던 한국은 그 정도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건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왜 그들이 대통령에게 그 영상을 넘겨주었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냥 넘겨주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따로 뭔가 거래가 있었을 것이 분명한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프리먼들이 사라졌을 때 뭔가 불안감을 느끼긴 했지만 별일은 벌어지지 않아서 잠시 접어 두고 있었다.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더 그러했는지 모른다.

헌데 그 일이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 했다.

양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려던 카일러는 폰이 울리는 것을 보고 확인했다.

“확실히 말해야겠어.”

CIA는 자신이 평생을 받쳐온 직장이었다.

거길 나오라는 말은 인생을 끝내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내 분명히 말했지만 나갈 생각은...”

[줄리아라고 했나? 딸아이가 상당히 예쁘게 잘 컸더군.]

“지금 뭐라고 했소.”

[걱정하지 말게. 손댄 것은 없으니까. 하지만 자네가 그 자리를 물러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나도 장담 할 수가 없네.]

“내가 어떻게 충성을 했는데 이런 짓을 벌인단 말이요?!”

딸의 얘기가 거론되자 카일러의 눈이 붉게 충혈이 되었다.

상당히 분노했다고 보는 게 옮았다.

[별 수 없었네. 자네가 야생마처럼 날뛰게 둘 수는 없거든. 그리고 그 일이 공론화 되면 우리도 좀 귀찮아져서 말이네. 자... 어떻게 할 텐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줄리아라는 애의 인생이 끝나는 것은 전적으로 아버지인 자네의 손에 달렸어.]

“......”

너무나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들이 설마하니 이런 행동까지 벌일 줄은 생각지 못 했다.

한 동안 전화를 붙들고 있던 카일러의 입이 겨우 열렸다.

“하...겠소.”

붉게 충혈이 된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CIA를...떠나겠소.”

[잘 생각했네.]

“딸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소.”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열심히 일해 온 자네에게 이런다는 건 나도 상당히 가슴이 아프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통화를 끝낸 카일러의 손에서 힘이 빠지며 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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