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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97화 (297/812)

〈 297화 〉 297화 한 번이면 족합니다

* * *

그렇게 세 사람은 늦은 저녁식사를 끝내고 간단하게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졌다.

그러나 정작 천천히 찻잔을 들어 코로 향을 들이마시고 한 모금 맛을 보는 이만석의 얼굴은 전혀 여유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양옆에 붙어 있는 그녀들 때문이었다.

“너무 달라붙어 있는 거 아니에요?”

“달라붙어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오히려 네가 보기엔 동생이 더 그이를 불편하게 하는 것 같은데.”

“못 봐서 그렇지 원래 오빠는 나하고 둘이 있을 때 이렇게 자주 마셔요.”

하란이가 조심스럽게 팔짱을 끼지 않은 오른 손으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면서 강하게 이만석의 왼팔을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는데 이만석이 들고 있던 찻잔이 소리 내며 흔들렸다.

자칫 잘 못하다 뜨거운 차를 허벅지에 흘릴 뻔 한 상황이었지만 정작 하린이는 차이링과 눈싸움을 벌이기 바빴다.

“나도 이렇게 그이와 둘이 있을 때 한 시도 떨어진 적이 없단다.”

하란이에게 지지 않으려고 그러는지 차이링이 이만석의 왼 팔을 자신의 풍만한 젖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오빠 불편하게.”

다시 자신쪽으로 끌어당기는 하란이.

“너야 말로 뭐하는 짓이니? 우리 그이 얼굴 불편해 보이는 거 안보여?”

그러자 차이링이 자신쪽으로 또 한 번 끌어당긴다.

“왜 자꾸 오빠보고 그이라고 하는 거예요?”

쌍심지를 켠 하란이 차이링을 향해 못 마땅하다는 듯 쏘아 붙였다.

“내 낭군님한테 그이라고 하지 그럼 누구한테 그이라고 하란 밀이니?”

“낭군님이라니! 그 말 취소해요!”

이젠 하다하다 낭군님이라는 말까지 하자 기가차다는 듯 소리쳤다.

“후후훗... 왜 그렇게 발끈하는 걸까. 나에게 완전히 빼앗길까봐 자신감이 없어서 그러니?”

“뭐라구요?!”

“이런 젠장!”

양쪽에서 시끄럽게 들려오는 말소리를 애써 꾹 눌러 참으며 다시 차를 마시기 위해 입으로 가져가던 이만석은, 순간 양쪽에서 끌어당기는 통에 그대로 흔들리면서 뜨거운 차가 찻잔을 넘치며 결국엔 바지를 적시고야 말았다.

“오빠!”

“어머!”

순간 놀란 하란이와 차이링이 동시에 소리쳤다.

“어떡해! 데지 않았어?!”

“괜찮아?”

찻잔을 내려놓은 이만석이 서둘러 휴지로 흘린 차를 닦는 동안 두 사람이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다 닦은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닦은 휴지를 구겨서 탁자에 내려놓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뭐하는 행동이야?”

“맞아. 언니 때문에 오빠 화상 입을 뻔 했잖아요!”

이만석의 잔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하란이가 곧장 차이링에게 쓴 소리를 내뱉었다.

“어머! 얘 뻔뻔한 거 봐?! 내가 아니라 너에게 한 말이겠지! 찻잔을 들고 있던 팔을 포박했던 것은 내가 아니라 너잖니?”

바로 돌려주는 차이링.

“옆에서 오빠를 못 살게 굴지 않으면 이런 일도 없었어요.”

“그건 내가 할 말이란다.”

“말 다했어요?!”

“그만!”

다시금 목청이 커지려는 그때 이만석의 음성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하란이를 바라보았다.

“이거 풀어.”

“오빠.”

이만석의 말에 순간 하란이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나보고...”

“빨리.”

말을 잘라버리며 다시 재차 말하자 결국 하란이는 포박하고 있는 팔을 풀어 줄 수밖에 없었다.

“후후훗... 그러게 진작 말 듣지. 괜히 듣지 않아도 될 싫은 소리나 듣고 말이야.”

고소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차이링의 모습에 하란이 분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너도 풀어.”

“응?”

잘 못 들었다는 듯 반문하는 차이링을 향해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풀라고.”

“난 괜찮은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뺨을 살짝 붉히며 수줍은 표정을 짓는 차이링은 한 순간에 누구보다 조신한 여자로 변모했다.

촉촉이 젖어 있는 검은 눈동자에다 뺨을 붉히고 있는 차이링의 모습은 누가 봐도 껴안아 주고 싶을 만큼 가녀려 보여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있었다.

옆에서 순식간에 달라지는 차이링의 얼굴 변화에 하란이는 상당히 당황한 듯 보였다.

“세 번 말하긴 싫다.”

허나 정작 이만석은 그런 차이링의 미인계에도 굳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내쳐버렸다.

그러자 차이링이 언제 그랬냐는 듯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금세 풀어버렸다.

더 이상 끌어서 좋을 게 없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옆으로 이동해 앉아.”

“옆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모습에 하란이가 어두운 표정으로 맨가에 쪽으로 이동해 앉았다.

“차이링 너도 저기에 앉아.”

기억자로 꺾여 있는 곳이 자리한 1인용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슬픈 눈동자로 이만석의 눈을 지그시 맞추며 바라보지만 단호한 그 눈빛에 하는 수 없다는 듯 작게 한 숨을 내쉬며 차이링도 말한 대로 1인용 소파로 이동해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모두가 상당히 널찍한 자리를 찾아 편하게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편히 앉을 수 있겠네.”

이렇게 넓은 자리를 놔두고 양쪽에서 바짝 붙어서 매달려 있다 시피 앉아 있으니 참으로 불편했던 것이다.

“앞으로 차를 마실 땐 이렇게 앉는 거다.”

“하지만...”

“알았지?”

순간 불만을 호소하려던 하란이는 이만석이 말을 끊으며 강조하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그렇게 다시 여유로운 시간을 되찾은 이만석이 이젠 반쯤 식어버린 남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입을 열었다.

“회장님한테 연락 왔었다며.”

“회장님?”

“일성회 말이야.”

“아... 그 얘기?”

웃음을 지은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니야. 이번에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정보를 총괄하는 조직에 대해서 나보고 맡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일은 네가 책임지고 있지 않아?”

전국의 조직들을 장악하게 된 만큼 신속하고 빠르게 상하 구축 체제를 이룩하여 움직일 수 있도록 기틀을 잡아가고 있는 참이었다.

이미 삼합회에서 쓰던 방식을 착안하여 일성회만의 방식으로 정보 조직 체계를 갖추어가고 있었는데 그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차이링이었기 때문이었다.

“출범하기 전까지는 그렇겠지만 임시직에 지나지 않아.”

“출범?”

“모든 정보를 총괄하는 부서 말이야.”

“그래?”

“그래서 이번에 부서가 출범하게 되면 나보고 맡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시작을 한 김에 아예 밀어 주겠다?”

이만석의 말에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봐.”

“잘 됐네.”

“나보고 하라고?”

“일성회 내에서 너 말고 할 사람이 없잖아. 네가 플랜을 짜고 맡았으면 누구보다 잘 알거 아니야.”

“그렇게 보여?”

“물론이지. 삼합회를 잘 이끌었던 차이링이니까. 그 정도는 알아서 잘 하겠지.”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이링의 두눈이 반짝였다.

“후후훗...! 역시 당신은 내가 찍은 남자답게 사람을 볼 줄도 안단 말이야~ 하긴 삼합회에서 여자의 몸으로 살아남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역시 나밖에 적임자가 없으려나...? 유능해도 탈이라니깐... 거기다 미모까지 타고나기까지 했으니 아... 나 어떡하면 좋니?”

이만석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차이링이 자화자찬을 하며 손으로 뺨을 감싸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렇게 차이링이 혼자서 행복에 젖어 있는 사이 이만석이 고개를 돌려 하란이를 바라보았다.

“하란이 넌 합격자발표 언제 난다고 했어?”

차이링의 혼자서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놀랍다는 듯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하란이는 이만석이 말을 걸자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세 군대 모두 10일에서 12일 사이에 다 나와.”

“그래?”

“응.”

“세 군대 모두 붙을 자신감 충분하다고 했으니까... 크게 긴장은 하지마.”

고개를 끄덕인 하란이 천천히 마음을 다잡았다.

“나 공부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당연하지. 변호사 되는 게 어디 쉽겠어? 수능공부 할 때처럼 하면 잘 될 거야.”

“고마워 오빠... 그런데 이상하게 그말 들으니까 기운이 조금 빠지는거 같다.”

하란이는 수능을 위해 몇 시간 안 자고 하루 종일 도서관과 집을 오가며 공부했던 일과를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만 같았다.

일요일에도 7시간을 잘까 말까하며 새벽 늦게 까지 매일 책상에 붙어 공부만 했으니 질릴 법도 한 것이다.

집중력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매일같이 그렇게 공부하는 것이 잘 될 턱이 없었다.

한번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뒤에서 누가 불러도 모를 정도였으니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명한 변호사였던 할아버지와 고려대 정치외교학을 나와 거물이 된 아버지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어머! 우리 꼬마아가씨 꿈이 변호사였니?”

“그런데요?”

“대단하네~! 미리 잘 보여야 하는 거 아닌지 몰라? 후후훗...!”

“그말 칭찬이에요?”

“물론이란다~”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며 물음을 던지는 하란이를 향해 차이링이 한 쪽 눈을 찡긋하며 대답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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