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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92화 (292/812)

〈 292화 〉 292화 한 번이면 족합니다

* * *

“이, 이 사람하고 왜 같이 들어온 거야?”

지나가 들어왔다는 말에 현관문으로 향했던 최여사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눈앞에 지나말고 또 한 명의 사람이 옆에 더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때문에 같이 오게 됐어.”

“아버지 때문에 같이 오게 됐다고?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니? 아니 지금 이게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감도 잡히질 않는 구나.”

그때 2층에서 내려온 희경 또한 현관 쪽을 바라보고는 놀란 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최여사의 말에 지나가 막 설명을 하려고 입을 열려는 그때 이만석의 닫혀있던 입이 열렸다.

“허락을 받으러 왔습니다.”

“허락...?”

“예.”

갑자기 허락이라는 말에 의문을 표했던 최여사의 눈 고리가 그대로 위로 휘어져 올라갔다.

“다, 당신 지금 내 딸을 얻기 위해서 허락을 받으러 왔단 말을 하려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순간 앙칼진 목소리가 넓은 거실 안을 크게 쩌렁쩌렁하며 울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자신의 딸을 죽음 직전으로 몰고 갔던 사람이 다시 만나러 온 것도 기가 찬데 이렇게 따라 들어와 허락을 받으러 왔다는 것이 너무나 뻔뻔해 보였다.

“당신 때문에 내 딸이 죽을 뻔 했는데 지금 그 말이 내 앞에서 나와?!”

단단히 화가 난 듯 보이는 음성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하게 변했다.

그 소리를 들었음인가, 2층에서 민우가 모습을 보이며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너는...?”

그리곤 화가 난 어머니가 바라보는 곳에 고개를 돌린 민우의 눈에 지나의 옆에 서있는 이만석이 들어왔다.

“그리고 너도 제정신이니? 이 남자 때문에 네가 어떤 꼴을 당했는데 여기까지 끌고 들어올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 말 하지 않고 바라보는 지나의 모습에 최여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막 병원에서 퇴원한 널 두고 화내면 안 되지만 이건 도저히 넘길 수가 없는 일이야. 입이 있으면 한 번 말 해봐!”

“...하니까.”

그때 닫혀 있던 지나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지만 앞 글자가 잘 들리지 않았던 것인지 최여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반문을 했다.

“사랑...하니까.”

“사랑한다고?”

다시 입을 연 지나의 말에 최여사가 기가 찬지 헛숨을 들이마셨다.

그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중후한 인상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운 가 했더니 손님이 왔었군.”

뭐라 한 마디 더 입을 열려던 최여사는 뒤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손님이라니 당신 제정신이에요?! 저 놈이 지금 지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찾아온 것도 모자라 얘를 달라고 집 안으로 들어왔잖아요!”

“지나를 얻으러 왔다?”

“그래요! 그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이에요? 자기 때문에 지나가 어떤 꼴을 당했는데!”

상당히 분위기가 험악해 지는 것 같아 지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머니가 화를 낼 줄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시 생각을 해봐도 기가 차는지 최여사가 헛숨을 내쉬는 사이 정석환 회장은 지나의 옆에 서있는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앙다물어져 있는 입은 굳건했고 눈빛은 진지했다.

그래서 표정이 어두운가 하면 그것도 아니여서 불안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는 얼굴이다.

잠시 동안 이만석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석환 회장이 작게 입을 열었다.

“조만간에 부르려고 했는데 제 발로 찾아와주었어.”

“여보!”

부르려고 했다는 말에 최여사의 두 눈이 쌍심지가 켜졌다.

“따라오게.”

그러고는 몸을 돌려 서재 쪽으로 향하는데 기가 차는지 최여사가 남편의 뒤를 따라가며 언성을 높였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향한 서재 쪽을 바라보던 지나는 손을 말아 쥐는 감촉에 고개를 돌렸다.

“잘 될 겁니다.”

살짝 웃음을 지어보인 이만석이 지나의 손을 강하게 말아 쥐어 주고는 신고 있던 구두를 벋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서재로 향하기 전 이만석은 잠시 민우를 바라보았다.

굳어 있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만석이 쳐다보는 순간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진심이냐.”

“그래.”

“난 용서한 게 아니야.”

“알고 있어.”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이만석이 다시 걸음을 옮겨 서재로 향했다.

‘민준씨...’

지나는 그런 이만석의 등에서 시선을 때지 않고 서재로 들어갈 때까지 쳐다보았다.

“저 놈이 어떤 놈인지 몰라서 그래요?!”

“당신만 지나를 사랑하는게 아니야.”

“그런 사람이 지금 이런 행동을 하는 거예요?!”

화를 내고 쫒아내도 모자랄 판에 따라 들어오라는 남편의 행태가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지나를 이만석과 두고 들어온 것도 마음이 편치 않을 판에 딸을 얻기 위해 허락을 구하러 왔다는 저 행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무슨 낯짝으로 여기까지 따라 들어와!”

“여보.”

“험한 꼴 보기 전에 당장 나가!”

“여보!”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정석환 회장의 높은 목청에 최여사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당신 지금 나한테 소리 친 거예요?”

“잠깐 나가있어.”

굳어 있는 정석환 회장의 표정에 최여사가 살며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더니 이만석을 잠시 노려보다 그대로 지나쳐 서재를 나가 쾅 소리 나게 문을 닫아 버렸다.

그렇게 두 사람만 남게 되었을 때 정석환 회장이 이만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 앉지.”

걸음을 옮겨 정석환 회장이 건넨 자리에 몸을 앉혔다.

“못 볼꼴을 보였군.”

“아닙니다.”

쓴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에 이만석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지나를 얻으러 왔다고?”

“그렇습니다.”

“음...”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인 정석환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주 대단한 친구로군... 확실히 자네가 보통의 사내가 아닌 것만은 확실해보여.”

그런 상황을 겪고도 이렇게 당당히 딸을 달라고 찾아온 이만석의 모습은 확실히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지금 행동이 가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도 상황이 따라 주어야 좋게 보이는 것이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만용에 지나지 않아.”

그렇게 말한 정석환 회장의 눈빛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내가 왜 자네를 나중에 보고자 한줄 아나.”

“......”

“지나가 왜 저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한 번 제대로 들어보고 싶어서 그랬네. 그리고 경고를 주기 위함이기도 하지.”

“경고 말입니까.”

“그래... 경고. 내 딸을 저런 꼴을 만들어 놓고 발 편히 잘 수 없게 만들어주겠다는 경고를 하기 위함을 말함이네.”

겉으로 차분해 보이고 별로 화난 것 같지 않아보여도 사실 누구보다 화가 났던 것은 정석환 회장이었다.

딸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에 이만석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만나게 해주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누굴 그렇게 사랑한 것을 본적이 없었던 지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지나의 의도대로 따라주었다.

그런데 이런 불상사가 벌어졌으니 당연히 가슴이 내려앉는 심정이었다.

만약 지나가 깨어나지 않았다면 진짜 어떤 행동을 했을지 장담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편하게 대화 좀 나누자고 이만석을 만나려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헌데 기적이 일어난 건지, 하늘이 도왔던 것인지는 몰라도 다행히 지나는 깨어났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것인지 그의 품에서 딸을 데려가지 않았던 것이다.

“왜 헤어지자고 말한 건가.”

정석환 회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음을 던졌다.

“사랑하지 않기에 그랬습니다.”

“사랑하지 않았다?”

“큰 아픔을 주기 전에 끝내려한 것입니다.”

“하란이라는 애 때문인가.”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석환 회장이 하란이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다.

“자네에 대해서 좀 조사를 해보았지. 놀랍게도 윤정호 의원의 딸인 하란이라는 여자애를 여자 친구로 데리고 있더구만.”

이만석과 한 차례 소동을 겪었던 정석환 회장은 지나가 아니더라도 이만석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렇게 알아보니 확실히 드러난 내력만 해도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성회를 중심으로 밤 세계를 잡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또 다른 만나는 여자가 있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그 여자애가 윤정호 의원의 딸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상당히 놀랐다.

보통의 놈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일단 드러난 내력만 해도 대단했던 것이다.

또 그가 알기로 윤정호 의원 또한 자신만큼 딸을 사랑한다는 것도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던지라 딸 애기가 나올 때 애정을 엿볼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딸이 누굴 만나는지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리도 없거니와 가만히 내버려 둘 사람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만나고 있다는 것은 두 사람의 교재를 허락해 주었다는 것인데 확실히 놀라운 일이었다.

“내 딸아이도 알고 있었겠지?”

“그렇습니다.”

지나가 자신에게 얘기를 하진 않았지만 정석환 회장은 이만석이 윤정호 의원의 딸과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보았다.

역시나 이만석은 자신이 생각했던 그대로의 대답을 해주었다.

“젊은 친구들이 말하는 엔조이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이군.”

이것만 두고 봐도 역정을 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자신의 딸과 그렇게 가볍게 만남을 가졌다는데 어느 아버지가 화를 내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말 해보게.”

정석환 회장은 역정을 내기보다는 차분하게 자신의 딸을 달라는 이만석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런 말과는 다르게 눈빛은 시리도록 차가워 오히려 역정을 내는 것 보다 더욱 날카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만큼 마음을 다스리는데 능숙하다는 증거였고 정석환 회장 역시 심계가 깊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지나씨의 마음이 어느정도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그동안 내가 어떤 생각으로 지내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나씨를 만나왔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게 그 결론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정석환 회장은 잠시 동안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입고리를 말아 올리며 다시 쓴웃음을 지었다.

“아주 재밌는 말을 하는구만 자네...”

그렇게 쓴웃음을 짓던 정석환 회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내가 좋게 넘어갈 것 같나.”

“그렇지 않겠죠.”

정석환 회장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만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허락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상관없다...?”

“지나씨에게 말 했습니다. 책임을 지겠다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네를 가만두지 않는다고 해도 말인가.”

“지나씨를 내 곁에서 떠나보내는 일은 한 번이면 족합니다.”

사나운 눈빛과 무거운 말에도 이만석은 전혀 기죽을 것 없이 똑바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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