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1화 〉 291화 한 번이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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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로 괜찮니?”
“당연하지 엄마~!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퇴원했겠어? 당장 외출해서 번화가 돌아다녀도 문제없을 걸?”
“그래도 조심해야 해. 집에 가서도 좀 더 안정 취하는 게 좋다는 말도 있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니까~!”
밝은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지나의 말에도 여전히 최여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딸아이가 죽다 살아났는데 어머니가 되어서 어떻게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맞아요, 어머니. 지나 저거 저래 보여도 보통 여자애들이랑 다릅니다. 저 팔뚝 한 번 보세요. 저 팔뚝이 병원에서 시름시름 앓던 애의 팔뚝 입니까? 모르긴 몰라도 쟤 건강 하나 만큼은 보통 여자들하고 비교...”
“오빠!”
민우의 말에 지나가 사납게 노려보며 바라보았다.
“어이쿠 깜짝이야! 야 목청 좀 줄여라. 어머니하고 내 마누라 귀청떨어지겠다.”
민우의 말에 조수석에 타고 있던 희경이 작게 웃음을 지었다.
“괜찮아요. 아가씨가 이렇게 밝아진 모습 보니까 기분이 좋은데 뭘 그래요. 그렇죠, 어머니?”
“그럼~! 새아가 네 말이 맞단다~!”
희경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최여사가 말하자 지나가 웃음을 지으며 민우를 향해 말했다.
“운전기사 역할을 하기로 했으면 똑바로 하셔요 오라버니~! 세 명의 아리따운 여성을 이렇게 모실 수 있는 것도 쉬운 게 아니란 거 몰라요?”
“야... 말은 바로 해야지... 세 명의 아리따운 여성이라니... 거기서 한 명은 빼야지. 그리고 오라버니라니 순간 닭살 돋았다는 거 알아?... 잘 못 하다 핸들 틀어질......”
“오빠!”
“아이쿠 깜짝이야!”
말을 끊어버리는 큰 목청이 민우가 움찔 하며 눈살을 찡그렸다.
그러자 희경과 최여사가 웃음소리가 흘러나와 더하자 한 바탕 차안이 소란스러워졌다.
민우의 차량을 타고 그렇게 오랜만에 한남동의 집으로 향한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그렇게 속도를 줄여 새 길로 빠져 골목에 들어선 민우가 저택에 당도해, 천천히 차를 몰아 대문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려던 민우는 그대로 천천히 브레아크를 밟았다.
“왜 그래요?”
저택의 앞으로 들어서기 전에 갑자기 차를 멈추는 민우의 행동에 희경이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민우는 한 쪽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희경이 고개를 돌려 민우가 바라보는 곳을 쳐다보자 담벼락 쪽의 가로등 밑으로 한 명의 남자가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사람은...”
정장차림의 그 남자가 누구인지는 희경이 또한 알 수 있었다.
“저놈이 왜 저기에 서있는 거냐.”
최여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는 그때 갑자기 문손잡이가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나야.”
놀란 최여사가 지나의 팔을 붙잡았다.
“나가게 해줘 엄마.”
“병원에서도 말 했지만 저 놈은 이제 안 된다.”
지나의 말에 최여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만석 때문에 자신의 딸이 죽을 뻔 한 위기에 처했었는데 만나게 해주고 싶겠는가.
“보내주세요, 어머니.”
“뭐?”
그때 운전석 쪽에서 민우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 지금 뭐라고 한 거니?”
민우의 말에 희경은 물론이고 지나도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보았다.
그런 세 사람의 놀란 모습에도 민우는 이만석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보니까 여기까지 찾아와서 올 때까지 기다렸을 겁니다.”
민우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최여사와 희경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빠...’
그런 민우를 보면서 지나도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지우지 못 한 상황이라 입 밖으로 부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나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팔목을 잡고 있는 어머니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딸의 손길을 느끼며 웃는 얼굴을 바라보던 최여사가 다시 고개를 돌려 민우를 바라보았다.
“하아... 난 도대체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그러곤 졌다는 듯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머니의 손을 강하게 잡아 준 지나가 천천히 문을 열고 뒷좌석에서 내렸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이만석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지나의 뒷모습이 차에 남아 있는 세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저 사람은 아가씨 퇴원이 오늘이라는 거 어떻게 알아낸 걸까요?”
의아하다는 듯 말하는 희경의 말에 민우가 작게 입을 열었다.
“내가 알려줬어.”
“네?!”
“정말이니?!”
최여사와 희경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반문하며 민우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이만석의 곁으로 다가가는 지나의 시선이 얼굴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호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기다리고 서있는 그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긴장이 되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 발작, 한 바락 떼어서 이만석의 앞까지 당도한 지나가 그의 얼굴을 빤히 처다 보았다.
잠시 동안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이만석의 닫혀 있던 입이 열렸다.
“퇴원 했군요.”
“네...”
이만석의 말에 지나가 다소곳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얼굴을 붉힌 그녀가 당황한 듯 눈을 피했다.
‘이게 아닌데...’
작은 목소리에 고개를 피해버리다니 이건 전혀 자신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그때 뒤에서 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지나의 눈에 운전석의 창문이 내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들어가 있을게.”
말없이 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차가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가 저택의 대문 쪽으로 향할 때 이만석은 민우와 시선이 잠깐 부딪쳤다. 그러고는 최여사가 지나쳐 갈 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주었다.
차가 들어갈 수 있게 저택의 대문이 양쪽으로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 다시 닫혀 버리자 골목엔 이만석과 지나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잠시 동안 다시 침묵이 감돌고 지나가 조심스럽게 이만석의 눈을 맞추며 입을 떼었다.
“오늘 퇴원이라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지나씨의 오빠가 알려주더군요.”
“오빠가요?”
살짝 놀란 목소리로 대답한 지나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이제 몸은 괜찮은 겁니까.”
“네, 집에서 좀 더 안정을 취하라고 했지만 괜찮은 거 같아요.”
“다행입니다.”
또 다시 잠시 침묵의 시간이 지나갔다.
아무 말 못 하고 서있던 지나가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물어보았다.
“제... 걱정 했나요......?”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어색하기는 했지만 이번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빤히 바라보았다.
“괜한 질문을 던지는군요.”
“그런가요...”
바랐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지나는 애써 실망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속이 쓰라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당연한 겁니다.”
“네?”
실망했던 지나는 다음 이만석의 말에 저도 모르게 반문을 했다.
그러자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이만석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저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으니까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입니다.”
“......”
입을 반쯤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지나의 앞으로 다가간 이만석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엄지로 뺨을 옆으로 쓸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지나의 머리를 감싸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
지나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이만석의 가슴에 가만히 안겨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팔이 조심스럽게 이만석의 등을 끌어안았다.
어깨가 가볍게 흔들렸고 그녀의 가녀린 몸이 떨려왔다.
“으흐흑......!”
안겨있는 지나의 입에서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만석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녀의 머릿결을 손으로 아래로 쓸어만 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한 동안 지나는 이만석의 품에 안기어 눈물을 시원하게 쏟아냈다.
“나 애기 같죠?”
품에서 떨어진 지나가 눈가에 묻은 눈물을 닦아 낸 지나가 귀엽게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품에 안기어 눈물을 흘린 게 언제 적 일인지 모르겠어요.”
“그렇습니까?”
“네.”
고개를 끄덕인 지나가 다시 이만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민준씨. 병원에서 나가기 전에 했던 그 말 진심인거죠?”
이만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에요~! 왜 대답을 못 하는 거예요?”
“만약 거짓말이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자리에서 때려 줄 거예요! 그것도 무지 아프게.”
그러면서 주먹을 들어 올리는데 그 행동이 귀여워 보여서 이만석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
“어? 제 말 거짓말 같아요? 나 거짓말 하는 거 아닌데? 정말로 눈물이 쏙 빠지게끔 이렇게 세게 때려줄 거라구요!”
주먹을 휘두르는 시늉을 하며 말하는 지나의 모습을 이만석은 결국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웃지 말아요! 나 알고 보면 민준씨가 생각 하는 거 보다 더 무서운 여자라고요!”
“아무래도 맞지 않으려면 거짓말이었다고 해도 그렇지 않았다고 말해야겠군요.”
“당연하죠~!”
활짝 웃음을 말한 지나가 슬쩍 이만석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런데 진심 맞는 거죠?”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모습에 그의 팔을 가슴에 끌어당겨 안았다.
잠시 동안 두 사람은 그렇게 얘기를 나누었다.
그저 일상적인 대화였지만 지나는 그 시간이 마냥 즐거운 것인지 웃음이 떠나가질 않았다.
“마주 쳤을 때와는 다르군요.”
“그래서요 오빠가... 네?”
한 참 얘기를 하던 지나가 이만석의 말에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아까 마주 했을 땐 수줍음을 타던 거 같던데.”
“내, 내가 언제 그랬어요...!”
“제가 잘 못 본겁니까?”
장난스런 물음을 던지는 이만석의 말에 지나는 대답을 못 하다가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민준씨 말 맞아요.”
“이런... 나보곤 거짓말 하지 말라더니 지나씨가 거짓말을 하는군요.”
“그, 그건 저도 모르게 부끄러워서 그런 거예요! 거짓말 하려고 했던 거 아니야.”
“그렇습니까?”
“네...”
“한 번만 믿어주도록 하죠.”
“그럼 이제 내가 고맙다고 말해줘야 하나요?”
“물론이죠.”
“알았어요. 고마워요.”
그 말에 이만석이 지나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쓸어 주었다.
“뭐에요?”
“기특해서 그럽니다.”
“나 강아지 아니에요!”
노려보며 소리쳤던 지나가 순간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이만석도 따라 웃어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웃음을 지었을까. 지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민준씨 품에 안겨서 울고 났더니... 속이 다 후련하네요.”
잠시 동안 밤하늘을 바라보던 지나가 다시 고개를 숙여 이만석을 쳐다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만석의 품에 안기어 시원하게 눈물을 흘리고 나니 처음의 어색했던 감정과 긴장감이 다 풀려버렸다.
그렇게 다 털어버리고나니 다시 원래의 자신의 모습을 되찾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와줘서 고마워요.”
퇴원일이라고 이렇게 집 앞까지 찾아와준 이만석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내가 찾아온 것은 지나씨 때문만은 아닙니다.”
“네?”
이만석의 뜻 밖의 말에 지나가 의이한 듯 반문했다.
“회장님을 만나기 위해서죠.”
“아버지를요?!”
저도 모르게 크게 놀란 지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버지는 왜 만나러 온 거에요? 설마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것도 있겠지만 그것 뿐만도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허락을 받으러 온 거죠.”
“허락이요...?”
순간 지나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미, 민준씨... 설마.”
“책임지기로 했으니까요.”
이만석을 바라보는 지나의 두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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